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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13. 불청객.
작성일 : 22-01-29 02:55     조회 : 188     추천 : 0     분량 : 4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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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불편한 상황의 연속이었던 하루를 뒤로 하고 잠자리에 든 선아는 어수선한 소리에 눈을 떴다.

 

 “어이! 내가 돌아왔다! 주인장!”

 

  촐싹거리는 목소리와 그를 향해 짖는 성난 개들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직 해가 뜨기 직전인 짙은 새벽이었다.

 

  “썩 나오거라! 오돈이 친히 다시 나타나지 않았느냐!”

 

  오돈?

 

  그 불쾌한 이름의 주인을 떠올린 선아는 섬뜩했다.

 

  “이봐! 아무도 없는 것이냐! 어?”

 

  시끄러운 소리에 마귀가 깨어나면 안 됐다.

 

  방석이 이야기했던 또 하나의 계획이 선아의 머릿속에 살아났다.

 

  ‘헛개와 건초 그 밖에 여러 약재를 섞은 더미가 있을 거야. 쓰레기를 태운다는 명목으로 그 더미를 태워주면 좋겠어. 아주 새까만

 연기가 나도록 제작한 풀이니까 우리 쪽에서도 잘 보일 거야. 그게 신호탄이 되는 거지. 마귀가 우리를 잡기 위해 개를 풀면, 그때를 맞춰 그 더미를 태워줘.’

 

  떠나간 언니 오빠들을 위해 신호를 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경산에서 나는 대부분의 쓰레기는 태워 없애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딱히 의심을 받을 터도 아니었다.

 

  다만, 방석이 예상한 시각보다 너무 이른 시각부터 발각되는 것이 위기였다.

 

  신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개똥 일행에게 추격의 시작 시간을 알리는 것이었다.

 

  추격이 시작되기까지 적정 거리를 벌릴 수 있는 여유 시간은 필수였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나으리.”

 

  그 여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어떻게든 이 불청객의 시끄러운 입을 다물게 해야 했다.

 

  선아는 지친 몸을 이끌고 문을 열고 버선발로 바깥을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비단옷을 입은 오돈은 늘 거느리던 그의 부하 둘과 함께 숙소 근처에서 빽빽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오냐, 드디어 나타나는구나! 그 머슴 놈은 어디 있는 것이냐? 왜 있지 않느냐, 키가 가장 작은 머슴 놈.”

 

  오돈의 설명은 철수를 가리키고 있었다.

 

  빠른 시일 내에 찾아오겠다는 그 말을 이리도 빨리 지킬 줄은 몰랐다.

 

  무엇 때문에 흥분한 건지 모르겠으나, 오돈은 숨을 헐떡이며 철수를 끌고 올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 흥분 어린 소리는 굉장히 시끄러웠다. 경산의 주인을 깊은 잠에서 깨울 만큼 말이다.

 

  “끌끌, 해가 뜨기도 전부터 웬 개새끼가 짖는구먼.”

 

  언제 이곳까지 내려온 걸까.

 

  후줄근한 모시 옷을 입은 마귀의 웃음 속에는 짜증이 담겨 있었다.

 

  “개새끼? 어이, 주인장. 나는 약속을 지켜 온 거야. 장날이 끝난 이후 다시 방문하겠다고 분명히 말했었지? 응? 내 말에 틀린 곳이 있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막무가내 어린아이 논리에 그의 부하 둘이 무뚝뚝한 얼굴로 긍정했다.

 

  선아는 이 난감한 상황에 어쩔 줄 몰랐고, 마귀의 눈치만을 신경 썼다.

 

  “이것 좀 보쇼, 높으신 나으리. 내가 제일로 개탄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첫째로 제 분수를 모르는 것이고, 둘째가 내 몇 안 되는 낙인 수면을 방해하는 거요.”

 

  마귀가 혀를 차며 오돈에게 다가가자 부하 두 명이 앞으로 다가와 마귀의 접촉을 막았다.

 

  “무례는 그쯤 하고. 댁이 원하던 값은 준비했으니 이것 보시오.”

 

  부하 중 하나가 척 봐도 무게가 나가는 자루를 땅에 떨어트렸다.

 

  “하나도 빠짐없이 금화요. 그 값이면 계집 하나에 머슴아 하나까지 괜찮겠지?”

 

  송이와 철수를 내주기를 요구하고 있었다.

 

  마귀는 바닥에 떨어진 돈자루를 유심히 보고는 후, 하고 깊은 숨을 내쉬었다.

 

  “아가야, 가서 송이를 데려와라.”

 

  말이 통하지 않는 진상에게 마귀는 순순히 물건을 내줄 생각이었다.

 

  마귀는 선아에게 송이를 데려올 것을 시켰고, 당연하게도 선아는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뭐하냐, 아가야. 퍼뜩 송이를 내줘라. 이것이 더 시끄럽게 짖기 전까지.”

 

  명령을 즉각 수행하지 못하는 선아가 이상했는지 마귀가 재차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 어서 내놓지 못할까! 그 계집 뿐만, 아니라 그 머슴 놈도!”

 

  오돈이 주먹을 불끈 쥐며 침을 튀겼고, 그의 부하들도 선아를 재촉했다.

 

  그러나, 선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덜덜 떨 뿐. 아무 말도 없었다.

 

  “너…”

 

  마귀는 그 모습을 잠시 뚫어져라 바라보다, 퍼뜩 무언가를 알아차렸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끌끌, 무슨 큰일이 벌어진 모양이구나.”

 

  마귀는 성큼성큼 송이의 곁을 지나 일꾼들의 숙소로 걸어 들어갔다.

 

  작은 마당을 지나, 마루에 펄쩍 뛰어오르고 누런 종잇장을 겹겹이 붙인 문짝을 쾅 발로 차버렸다.

 

  “뭐, 뭐야? 주인장? 무슨 일 있어? 어?”

 

  뒤이어 오돈이 그 뒤를 쫓았고, 불안한 눈빛으로 박살이 난 문 사이를 응시했다.

 

  깜깜한 방.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깔려있는 이부자리는 딱 하나. 다른 넷의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어, 어디 갔어? 이런 망할! 야, 다른 새끼들 다 어디 갔어? 어?”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오돈이 급히 몸을 돌려 선아를 질타했다.

 

  당장이라도 발길질을 뻗을 기세였다.

 

  “거 좀 조용히 하시오. 그렇다고 도망간 개새끼들이 돌아오는 법은 없으니까.”

 

  의외로 마귀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마귀는 다시 바깥으로 걸어나오며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선아를 바라봤다.

 

  “너 혼자 어제 나를 맞이한 것이 이런 까닭이 있었구나. 끌끌, 이번에는 내가 한 방 먹었다. 설마 경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고는 생각도 못했다. 재밌어.”

 

  벌벌 떠는 선아의 머리를 마귀는 그 커다란 손으로 살살 쓰다듬었다.

 

  “두려워 말거라. 너는 너 나름대로 선택을 한 것 아니더냐. 굳이 이 경산을 빠져나갈 궁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나는 오히려 점수

 를 더 주고 싶구나. 아가야, 내 장담 하나 하겠다.”

 

  마귀가 허리를 숙여 자신의 얼굴을 선아의 귀 가까이 했다.

 

  “제 그릇의 맞는 운명을 거부하는 것들이 어떤 시련을 견뎌야 하는지, 네 두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것이 내가 네게 주는 벌이 될 것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네 가족들이 반죽마냥 곱게 찢기고 남은 찌꺼기는 네가 직접 치워주도록 하여라.”

 

  자신의 각오를 속삭인 마귀가 다시 허리를 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른 오돈이 펄쩍 펄쩍 뛰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재수도 없지! 이봐, 주인장. 그럼, 이 돈은 일단 가져가겠어! 다시 그 두 연놈을 잡거든, 그때 지불하도록 하지! 이봐, 다시 들어!”

 

  오돈이 다시 돈자루를 회수하려 했고, 부하 중 체격이 좀 더 큰 쪽이 자루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때, 마귀가 날쌘 짐승처럼 휙 그 부하의 손목을 잡아챘다.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악력에 부하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 상황에 놀란 오돈이 당황하며 소리쳤다.

 

  “이미 받은 돈을 내가 어째서 다시 내놔야 하는 거지? 그 계집과 머슴은 이제 댁 소유오. 그것들을 지킬지 살릴 지는 댁이 결정해야지.”

 

  “무, 무슨! 그런 억지가!”

 

  오돈이 땀을 한 방울 흘리며 반문했고, 마귀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으아악!”

 

  팔목을 잡힌 부하가 가녀린 비명을 질렀다.

 

  “내가 오늘 몹시 불쾌한 일이 두 번이나 연속으로 일어나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아.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요. 장날이 끝난 경산에 다시 외부인이 찾아오는 일은 별로 없소. 사람 셋 정도 죽어 사라진다고 한들, 이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그 누가 생각하겠나? 응? 끌끌.”

 

  마귀가 섬뜩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의 의미를 대번 깨달은 오돈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주먹 좀 쓴다는 대장부를 부하로 뒀다만, 전혀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그, 그럼… 내가 산 그 연놈들은 그쪽이 생포해 준다는 건가?”

 

  결국 한 수 숙인 오돈은 목소리를 다듬었다.

 

  “이보쇼, 양반 나으리. 커다란 그릇에서 태어나 그 아이들의 투쟁을 함부로 여기지 마시오. 그 아이들은 목숨을 걸고 이곳을 떠났는데, 그 각오를 내가 쉬이 받아주면 쓰겠소? 나도 최선을 다해야지.”

 

  “죽, 죽인다는 뜻인가?”

 

  “그렇지.”

 

  “그, 그럼 내 몫은?”

 

  “당신이 직접 챙기시오.”

 

  직접 움직이라는 마귀의 답은 오돈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했다.

 

  왕족의 피가 섞인 귀족이었으며, 대대적으로 무역업에서 큰 성공을 가둔 가문의 거금이 모두 자신의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수족을 쓰는 것보다 사람을 부리는 데 훨씬 익숙한 사내였다.

 

  “왜? 못 하겠소? 투쟁이란 게 무엇인지 그 비실비실한 몸뚱이로는 결코 알지 못하겠지. 끌끌,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겠어. 그쪽이 직접 원하는 아이를 잡아내면 그 아이는 일절 건드리지 않도록 하는 걸로. 진정 그것이 탐난다면, 탐나는 만큼 움직여.”

 

  마귀는 더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면 죽여버린다는 표정으로 돈자루를 쥐고 어딘가로 걸어갔다.

 

  그 방향에는 텅 빈 막사들이 가득했다.

 

  걸어가는 마귀의 뒷모습을 선아는 멀뚱히 바라봤다.

 

  장날이 끝난 경산에서, 지금 막사에 위치한 개들은 불개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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