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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4화
작성일 : 22-01-28 17:55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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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쌩쌩 달리는 차안에서 레오가 칭얼거렸다.

 뒷자리에 있는 아이에게로 가겠다는 것이었다.

 그새 정이 들었는지 레오는 집요하게 뒷자리의 아이에게 갈 것을 고집했다.

 제혁이 말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윤선은 아예 나서지도 않았다.

 제혁은 도리 없이 잠시 정차하여 레오를 뒷자리로 보냈다.

 그러자 레오는 그 아이와 꼼지락꼼지락 장난을 치며 금방 싱글벙글했다.

 룸미러로 뒷좌석을 넘어다보는 제혁.

 레오와 나란히 앉은 아이는 의연했다.

 단 한 번의 칭얼거림이나 궂음이 없는 담담한 얼굴이었다.

 비슷한 또래로 보이건만 레오를 이끌어서 놀아주고 있는듯했다.

 ‘저렇게 아이를 늠름하게 잘 키워놓고.......대체 왜?’

 그러다 이내 제혁은 고개를 돌렸다.

 아아! 내가 지금 저 아이를 신경 쓸 때가 아니지. 괜한 일에 휘말려 오랜만의 가족여행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잖아?

 그 생각에 이르자 급격히 피로감이 몰려왔다.

 ‘휴우, 어쨌거나 나도 할 만큼 했어.’

 제혁은 사실 이래저래 지쳐있었다.

 어제 일도 일이지만 윤선의 돌변한 태도 때문이었다.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가 없었다.

 특히 자신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듯 한 마디를 건넨 후.

 어떤 의견도 제안도 없이 일절 말이 없어져버렸다.

 그녀는 한번 씩 수가 틀리면 몇날며칠이고 말을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소리를 지른다거나 여느 여자들처럼 악다구니를 부린다든지 감정이 실린 그런 행동 따위는 결코 하지 않았다.

 하다못해 표정으로라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그런 저급한 행동을 한다는 건 치욕이요, 자신을 더욱더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제혁은 진즉에 윤선의 변화를 눈치 챘다.

 하지만 모른 체 했을 따름이었다.

 까닭에 더 외적인 상황에 몰두했는지도 모르겠다.

 스윽 제혁이 조수석의 윤선을 보았다.

 그녀는 꼿꼿한 자세로 앞을 보고 앉아 있었다.

 느낌과 예상이 맞았다.

 ‘휴우.......이번에는 얼마나 가려나?’

 흐트러짐 없는 그녀의 모습에 제혁은 걱정이 앞섰다.

 말이 없어짐과 동시에 모든 것이 올 스톱되어 버리는 그녀는 잔잔하고 고요해졌다.

 그리곤 긴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 누가 무슨 말을 해도 하다못해 읍소를 한다 해도 털끝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꽁꽁 울타리를 쳐버리는 듯했다.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

 결혼 초기에 처가에서 익히 당부로 들었던 말이 있었고 제혁 또한 호되게 한번 당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치면 두 번째인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크게 염려되지 않았다.

 문제가 해결되면 윤선도 원래의 자리로 자연스레 돌아올 테니까.

 그러다보니 제혁은 뒷자리아이의 향방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한시 바삐 경찰서에 아이를 인계하는 것만이 불편에서 벗어나는 길 인 셈이었다.

 한창 주행 중에도 수시로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번갈아보는 제혁.

 룸미러야 레오의 안전차원이라 치더러도 왼쪽사이드미러를 보는 시선이 평소의 그답지 않았다.

 한산한 도로에서 사이드미러는 그다지 필요한 용도는 아니지 않던가.

 그는 여전히 윤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듯했다.

 사뭇 의아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누가 봐도 제혁은 할 만큼 했다.

 어찌 보면 할 만큼의 수위를 훨씬 넘어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말이야 바른말로 이일의 사단이 누구던가.

 되짚어 따질 것까지야 없지만 그래도 말해 보자면 그녀 바로 윤선이지 않은가?

 그런데도 그는 은근히 윤선의 반응 살피기를 떨치지 못했다.

 알게 모르게 몸에 배인 습관 같은 제혁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차 윤선.

 그녀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쳇말로 꿀이었다.

 아니, 꿀이라는 단어로는 턱도 없는 특급 로열젤리였다.

 최 상위클래스의 엘리트집안출신에 탄탄한 사회적 입지와 대를 거듭하여 따라붙는 명예라는 수식어.

 거기에 막강한 경제력까지 지닌 명망 있는 집안의 딸이었다.

 외형적으로는 누구보다 평범하고 무난한 성향을 지닌 그녀지만 뚜껑을 열고 보면 윤선은 막강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여자였다.

 집안뿐만 아니라 그녀개인의 프로필도 훌륭했다.

 어디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는 스펙과 출중한 능력을 지닌 인재였다.

 그런 조건이라면 오만방자할 만도 하건만 그녀는 달랐다.

 조신하고 침착한 성격에 매사에 사려 깊었다.

 이렇듯 버릴 것이 하나 없는 완벽한 조건의 윤선.

 제혁이 그런 윤선을 만난 건 이름 하여 행운이었다.

 뜻하지 않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일생일대의 큰 복이었다.

 그런 행운과 복이 자신에게 굴러들어왔다는 것.

 제혁은 그 현실이 한동안 실감 나지 않았었다.

 윤선에게 제혁을 비교하자면 전혀 레벨이 맞지 않은 천양지차였다.

 글자그대로 제혁과 윤선은 하늘과 땅차이라는 말이 딱 맞는 깜냥이 안 되는 조합이었다.

 척박하고 고난고난 힘겹기만 했던 제혁의 삶.

 몸부림쳐도 별반 달라질 것이 없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의 지나온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메마른 사막 같은 자신의 삶에 끊이지 않고 쏟아지는 폭포수를 능가하는 오아시스의 입성이라니.

 제혁은 수시로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어보는 유치한 짓을 하곤 했었다.

 결론적으로 윤선과의 만남은 제혁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어지간한 용빼는 재주로도 어림없다는 계층상승을 가뿐하게 한 것이었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태산 제3파출소.

 파출소에서 멀찌감치 차를 세운 제혁이 운전석에서 내렸다.

 이제는 마무리였다.

 뒷좌석에 앉은 저 아이를 파출소에 인계하고 떠나면 끝이었다.

 지금껏 묵직하게 가라앉았던 제혁의 마음이 비로소 홀가분해지려했다.

 벌컥 차 뒷문을 연 제혁이 두 팔을 쭉 뻗어 안으로 밀어 넣었다.

 “자아, 이리로 오렴. 이제 다 왔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구나.”

 아이를 잡고 안으려는 순간.

 “으아 앙! 으아 앙!”

 울음을 터뜨렸다.

 “싫어. 싫어. 안 돼. 으앙, 앙앙. 으아아앙.”

 파닥파닥 사지를 허우적거리는 앙탈을 넘어서서 벌겋게 달아올라 울음을 쏟아내는 아이.

 “......!”

 제혁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으아 앙! 앙앙. 안돼요. 아빠.”

 경기를 일으키듯 격하게 우는 아이는 레오였다.

 이미 제혁의 손아귀에 들어온 아이는 조용했다.

 레오는 양팔을 허우적허우적 휘저으며 제혁에게 말했다.

 “아빠. 빌리를 데려 가지마세요. 빌리를 그냥 두세요. 제발요.”

 눈물콧물 범벅이 된 레오가 애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순간 제혁은 굳어버렸다.

 ‘무어? 빌리?’

 빌리는 자신들이 키우던 애완견의 이름이었다.

 갑자기 잊고 있던 그 이름이 왜 나오는 거지?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제혁이 말했다.

 “레오야. 무슨 말이니? 빌리.......라니?”

 “하늘나라로 간 제 친구 빌리 있잖아요? 이번에도 빌리를 데려가면 레오는 슬퍼요.”

 ‘헉!’

 제혁은 터져 나오려는 비명을 겨우 손바닥으로 얼른 막았다.

 ‘아니! 레오가 그걸 어떻게? 그럴 리가 없는데......’

 제혁은 띵했다.

 윤선과 함께 이틀을 꼬박 머리를 맞대어 은밀하고도 철저하게 처리한 비밀이었다.

 그런데 레오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아니야! 절대 아니야.

 사색이 되었던 제혁은 표정을 얼른 숨기며 다급하게 말했다.

 “레오야! 그게 무슨 말이니? 빌리는 하늘나라로 간 게 아니야. 전에 아빠가 설명했잖아?”

 “아빠. 저도 알아요. 우리 빌리가 외할아버지 산장에 간 것이 아니라.......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것을요. 물론 저를 위해서 그렇게 말했다는 것도 다 알아요. 흐흑.”

 돌연 레오는 숨죽여 흐느꼈다.

 좀 전의 발광하던 모습은 온데 간 데 없고 레오는 실의에 젖었다,

 “흐흑, 빌리. 나의 빌리. 불쌍한 내 친구 빌리.......미안해. 빌리.”

 낮게 오열하며 어깨를 들썩이는 어린레오를 보며 멀뚱히 선 제혁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별안간 머릿속이 하얘진 제혁은 도저히 이 상황이 감당이 안 되었다.

 윤선에게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도움이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보아야했다.

 평소의 레오와 윤선의 긴밀한 교감을 생각하자면 승산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여보........”

 몸을 틀어 제혁이 조수석의 윤선을 부르는 그때.

 레오가 제혁의 왼 팔뚝에 있는 아이의 다리를 덥석 움켜잡았다.

 “아빠! 이 아이는 빌리에요. 내 친구 빌리라고요.”

 레오는 그 아이를 빌리라고 칭했다.

 그 흔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문턱도 한번 밟아보지 못한 레오.

 하루 한나절 사이 정이든 또래의 아이를 빌리와 동일시하고 있는듯했다.

 ‘이 어리고 어린 것이 얼마나 외로웠으면.......’

 울컥 제혁은 가슴이 아렸다.

 “레오.......야.”

 제혁이 그윽하고 애잔한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아빠.......아빠.”

 거듭해서 아빠를 부르는 레오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자기 가슴을 톡톡 쳤다.

 “이 친구마저 떠나버리면 너무 슬퍼서 레오는 심장이 터져버릴지도 몰라요. 죽은 빌리.......처럼요.”

 레오는 대번에 헉헉 거친 숨을 헐떡거렸다.

 “어어? 레오야! 왜 그래?”

 당황한 제혁이 소리쳤다.

 “숨이.......아빠, 숨이 잘 안 쉬어져요. 헉헉.......”

 “이런, 젠장!”

 안고 있던 아이를 내팽개치듯 안쪽으로 던져놓고 제혁이 레오 곁으로 갔다.

 “여보. 여기 좀 봐! 뭐해? 이거 안 보여? 어떻게 좀 해보라고? 제발!”

 까무룩 가라앉으려는 레오를 보며 제혁이 포효했다.

 “내말 안 들려? 안 들리느냐고? 천하에 둘도 없는 대단히 잘난 차 윤선 씨!”

 차오르는 울분에 질끈 감았던 눈을 뜬 제혁이 멈칫했다.

 어느새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콘솔박스를 뛰어넘어 온 윤선.

 눈물이 범벅이 된 그녀가 레오를 껴안아 토닥토닥 다독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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