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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2화
작성일 : 22-01-27 15:00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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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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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병치레가 잦던 레오 늦은 나이에 낳은 아이라 그런가.

 레오는 갓난아기 때부터 유난히 병약했다.

 하긴 윤선의 나이 마흔을 훌쩍 넘어 가진 아이였으니 튼튼한 우량아를 바라는 건 무리였을지도.

 후 불면 날아갈까 톡 손대면 부서질까, 금이야 옥이야 레오를 지켜보는 제혁과 윤선부부는 늘 노심초사했다.

 까닭에 가족나들이나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던 늦깎이 부부였다.

 그런데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가던 그때.

 어쩐 일인지 추위와 더위를 번갈아 타던 레오가 반짝 생기발랄해졌다.

 아마도 온도나 습도가 꽤 레오에게 적합했던 계절이었던 모양이었다.

 이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부.

 그들은 서둘러 생애 첫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언제 또 다시 올 기회일지 모르기에 평생 남을 추억을 쌓기로 합의한 것이었다.

 둘은 들뜬 마음으로 레오를 안고 집을 나섰다.

 윤선부부가 향한 곳은 태산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섬 안의 또 다른 섬으로 형성된 넓은 자연생태농원이었다.

 섬으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소도를 따라 가족을 실은 승용차가 달렸다.

 차창 밖으로 상큼한 해풍이 불어왔다.

 레오를 무릎에 앉힌 윤선이 감탄을 자아냈다.

 “으음.......제법 근사한데 우리나라에 이런 곳도 있었어?”

 “여행마니아들이 손에 꼽는 국내3대 여행지라잖아. 이제 시작이야. 기대하라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딴 세상에 온 것 같을걸?”

 느긋하게 핸들을 돌리는 제혁이 자신 있게 말했다.

 “그래요? 당신 이곳에 와 본적 있었던 거야?”

 “응.”

 “언제?”

 “가만, 그게 언제였지? 대학 때던가? 아닌데. 기수별 동기 모임이었나. 어어? 기억이 안 나네.”

 자신 있게 말할 때와 달리 제혁이 갸웃했다.

 “이상하네? 분명히 와 본적이 있는데.......”

 이맛살을 찌푸리는 표정이 진짜 기억이 안 나는 듯했다.

 “참! 당신도 실없기는. 운전이나 해요. 우리레오 깨지 않게 최대한 천천히.”

 “어? 어어. 알았어.”

 대답을 하고도 제혁은 한동안 기억을 더듬었다.

 그러나 이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소도를 벗어나자 모습을 드러내는 자연생태농원.

 놀랍게도 그곳은 섬 전체가 다양한 나무와 갖가지 예쁜 꽃들로 잘 꾸며져 있었다.

 이름에서 보여주듯 농원은 친환경적이었다.

 인공미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모든 것이 자연그대로였다.

 그들의 최종목적지는 생태농원 안에 자리한 게스트하우스였다.

 번잡하지 않고 공기가 맑아 휴양지로도 유명하다는 그곳.

 이를 데 없이 쾌적한 날것의 환경은 단연 특출 났다.

 긴 거리에도 불구하고 불편을 감수하며 레오를 위해 특별히 선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잠시 후 그들은 무사히 예약한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숙소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테라스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확 트여있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풍광과 풍경이 어찌나 수려한지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어머나? 이거 예상 밖이잖아?”

 윤선은 그제야 활짝 진심어린 미소를 보였다.

 좋아하는 윤선의 모습에 제혁 또한 실실 새어나오는 미소를 머금었다.

 하긴 그들에게도 이 얼마나 오랜만의 여행이었던가.

 혼기를 넘기고 나이가 꽉 차 만난 노처녀노총각이었던 그들.

 짧은 연애기간이었던 만큼 둘만의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잠에서 깬 레오는 생애 첫나들이에 어리둥절했다.

 동글동글 눈동자를 굴리며 바다를 보며 신기해하는 아기레오.

 와중에도 레오는 여전히 컨디션이 좋았다.

 윤선과 제혁은 더 없는 행복감에 젖어 가족여행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후로 접어들 무렵.

 바닷물이 썰물로 바뀌면서 섬주변의 해변이 드러났다.

 그러자 투숙객들이 하나 둘씩 바닷가주변으로 몰려나왔다.

 드문드문 보이는 여행객들은 대부분이 가족단위였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다.

 그 덕에 윤선부부도 레오를 데리고 숙소 밖으로 나왔다.

 그들을 처음 맞이한 것은 가을임에도 푸름이 살아있는 잔디밭이었다.

 더 넓은 초원 같은 잔디밭 가장자리 군데군데 피어있는 풀꽃들, 저만치 아래로는 물이 빠진 해변이 펼쳐져있었다.

 천혜의 환경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시선이 머무는 곳곳이 절경이었다.

 폴짝폴짝 레오가 잔디밭으로 돌진하자 그들은 감격했다.

 “여보, 저기 좀 봐? 우리레오가 너무 신났어요. 세상에.......나 저런 모습 처음 봐.”

 “그러게, 아픈 아이라고 너무 안에서만 키운 것 같아. 저렇게 좋아하는데 말이야.”

 부부는 울컥해지는 마음에 눈시울을 붉혔다.

 그때 마침 게스트하우스 관리실에서 야외스피커로 내보내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라흐마니호프의 피아노협주곡 보칼리제였다.

 “라흐마니호프잖아? 뭐야? 이런 곳에서 라흐마니호프라니 너무 의왼데.”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윤선이 겉으로는 화들짝 놀라는 척하지만 내심은 몹시 흡족해했다.

 사실 레오의 상태만 아니라면 윤선은 결코 이런 곳은 오지 않았을 것이었다.

 게스트하우스라니?

 시설 좋은 리조트의 VIP룸이나 스위트룸도 아니고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나뿐인 사랑하는 아들레오를 위해 윤선은 기꺼이 자신의 취향은 접었다.

 그런데 여러모로 이곳은 윤선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거기에 높은 피아노선율이 돋보이는 품격 있는 보칼리제라니.

 윤선은 뜻밖에 얻어걸린 행운처럼 두 손을 모아 가슴께로 올렸다.

 “으음, 역시 좋아.”

 기분이 좋은 윤선이 허밍으로 흥얼흥얼 따라 음률을 냈다.

 레오도 기분이 좋은지 보칼리제의 선율에 무릎을 꿀렁꿀렁했다.

 “어머나? 여보. 지금 레오 봤어요?”

 “하하하. 그럼 봤지.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나? 아주 몸놀림이 보통이 아닌데.”

 “그러게요 지휘자가 되려나?”

 “어? 그것도 좋네. 레오를 폰 카라얀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로 한번 키워볼까?”

 “네에? 아휴 당신은 농담도. 뭐, 나쁘지는 않은 생각이네.”

 하하하.

 호호호.

 부부는 서로 마주보며 즐거운 웃음소리를 냈다.

 얼마 후.

 윤선은 바다가 보이는 흔들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제혁은 가까이서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레오를 데리고 해변으로 내려갔다.

 행복했던 그날의 가족여행.

 윤선의 기억은 거기에서 멈추었다.

 

 

 빵빵.

 빵빵.

 뒤에서 울리는 경적소리에 윤선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사색이 너무 깊었던 탓일까.

 신호대기 중이던 그녀는 출발신호를 놓치고 있었다.

 끼이익.

 사거리를 벗어나자마자 윤선은 핸들을 틀어 갓길에 정차했다.

 이대로 운전은 무리였다.

 “하아, 후우......”

 잠시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듯했다.

 룸미러에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는 윤선.

 안색이 좋지 않았다.

 스륵 고개를 내리기가 무섭게 윤선은 또다시 아득한 눈길이 되었다.

 핸들에 걸쳐진 양손이 내려오고 털썩 운전석에 기대앉는 윤선은 저도 모르게 그날의 현장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윤선은 라흐마니호프의 피아노선율과 가을날의 정취에 흠뻑 취해있었다.

 늦가을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왔다.

 더불어 코끝을 간질이는 알싸한 갯내음.

 그네처럼 매달아놓은 흔들의자에서 윤선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였다.

 “꺄아악!”

 “으아악! 사람이다. 사람이 바다에 빠졌다.”

 “누가 와서 좀 도와주세요.”

 터져 나오는 비명에 윤선이 번쩍 눈을 떴다.

 물이 빠진 멀지 않은 바다가 눈앞에 직통으로 내려다보였다.

 썰물이 빠져나간 바다의 아랫부분은 온통 시커먼 갯벌이었다.

 그곳 갯벌의 한 지점에 가히 기이한 장면이 펼쳐져있었다.

 한 여자가 갯벌에 얼굴을 처박고 거꾸로 엎어져 있었다.

 어찌나 세게 처박혔는지 두 다리가 덜렁 치켜들려 있고 종아리쯤에서 칭칭 휘감긴 치마끝자락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다시 말해 푯대를 꽂아놓듯 여자는 사선으로 갯벌에 푹 꽂혀있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머리통이 쑥 빨려 들어가 있는 섬뜩하면서도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형상이었다.

 

 

 흔들의자를 박차고 일어난 윤선이 소리쳤다.

 “오오! 안 돼!”

 그녀가 경악한 것은 그 장면 때문이 아니었다.

 해변으로 내려가는 층층이 놓인 돌계단.

 그 위에 오뚝 서있는 레오를 발견한 것이었다.

 레오는 갯벌 위 펄럭이는 그 모습을 말똥히 지켜보고 있었다.

 “레오. 안 돼! 눈 감아! 그런 것은 보는 게 아니야.”

 윤선은 레오가 있는 아랫길로 미친 듯이 내달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단숨에 도착한 그녀는 바다를 향해 서있는 레오를 사정없이 돌려세워 덥석 끌어 앉았다.

 “오오! 레오. 보지 마! 안 돼. 레오는 아무것도 안 본거야.”

 윤선은 레오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팍으로 깊이 파묻었다.

 “잊어. 레오. 우리레오는 아무것도 못 본거라고......”

 레오를 끌어 앉은 윤선이 거친 숨을 헐떡거렸다.

 벌렁거리는 윤선의 놀란 심장은 한동안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미안해 레오. 엄마가 안전하게 지켜주지 정말 미안해. 이게 다 엄마 탓이야.”

 레오의 머리통에 얼굴을 묻은 윤선은 끝없이 자책했다.

 “내 잘못이라고. 아아! 어쩌면 좋아.”

 한동안 아이와 엄마는 한 몸이 되어 웅크리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당신 여기서 뭐해? 한참을 찾았잖아?”

 제혁의 목소리였다.

 스르르 고개를 들던 윤선 돌연 그녀가 움찔했다.

 “......!”

 이어 그녀의 입이 떡 벌어졌다.

 놀란 윤선이 미처 무어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제혁이 먼저 말했다.

 “그 아이는 누구야?”

 팔뚝에 아이를 걸쳐 안은 제혁이 윤선에게 물었다.

 “응? 당신 그 아이야말로.......”

 윤선이 말끝을 흐렸다.

 그 순간 제혁의 팔뚝에 앉아있던 아이가 윤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아! 레오.”

 제혁이 안고 있는 파리한 얼굴의 아이는 그녀의 아들 레오가 맞았다.

 윤선이 퍼뜩 자신이 안고 있는 어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아이.

 그제야 윤선은 아이를 가슴에서 뚝 때내어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낯선 아이였다.

 전혀 안면이 없는 난생처음 보는 아이였다.

 ‘......어어? 어떻게 이 아이를 레오라고 생각한 거지?’

 윤선은 아연하다 못해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보니 비로소 이해가 갔다.

 그 아이는 아래위로 레오와 똑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비슷한 채구에 머리스타일 또한 베껴놓은 듯 흡사했다.

 윤선이 휘청했다.

 윤선은 자신의 착각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했다.

 “세상에.......명색이 어미가 되어가지고는.......”

 벌겋게 달아올랐던 윤선은 이내 멍한 표정이 되었다.

 “말도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정녕 이럴 수는 없다고.”

 어느새 창백해진 윤선은 자조의 음성으로 웅얼거렸다.

 그러자 제혁이 나섰다.

 “그럴 만도 하네. 봐봐? 나라도 헛갈렸겠어. 이 또래 때는 다들 비슷비슷하고 그렇지 않아?”

 “아니야! 그렇지 않아.”

 제혁을 향해 윤선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아무리 그래도 제 자식을 몰라보는 그런 어미는 없다고.”

 윤선은 토라지듯 금세 싸늘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녀는 자신에게 단단히 화가 난 듯했다.

 “애초에 여기를 오는 게 아니었어.”

 윤선의 얼굴은 점점 차갑게 굳어갔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랭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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