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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죽지 않는 여자(부제 할리페란 꽃)
작가 : 밤비
작품등록일 : 2021.12.30

전생을 기억하는 유마리는 소설가다. 부족사회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죽을래야 죽을 수 없는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진정한 나다움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인간애와 사랑에 관한 스토리다.

#전생 #시간여행 #마법 #휴머니즘 #노블리스오블리쥐 #사랑

 
17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작성일 : 22-01-24 00:15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5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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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에서의 생활을 청산한 바로 그날 저녁, 그는 시몬느와 저녁을 먹은 후 그녀에게 이렇게 고백했다.

 “그대에게 할 말이 있소.”

 갑자기 정색하는 그를 바라보던 시몬느는 순간 불안해졌다.

 해서 그녀는 자세를 바로 한 후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자리에 앉았다.

 불안해 보이는 그녀의 두 눈을 응시하던 그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거 같소. 그러니까 내 말은 우리는 더 이상 상대에게 불안감을 주는 그런 관계여서는 안된다는 말... 아니 다시 하겠소.

 나는 그대를 많이 아끼오. 그리고 더 없이 귀하게 여기오. 아니, 이것도...”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그가 마침내 이렇게 외쳤다.

 “난 이제 그대가 아니면 삶의 의미를 못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소. 미래로 갔을 때 내게 보여줬던 그런 다부짐으로 내 곁에서 날 지켜주시오. 날 위해 불에 뛰어들 수 있다는 걸 평생 내게 보여주시오. 나 역시 그대를 위해 그렇게 하리다!”

 청혼 같지 않은 청혼을 받게 된 시몬느는 내심 당황스러워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실제 그보다 먼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가냘픈 한숨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큰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으며 그녀가 입을 뗐다.

 “그러니까 지금 후작님께서는 제게 청혼을 하고 계시는 거죠? 사랑하니 결혼합시다! 그 말을 그토록 오묘할 정도로 구사하시는 거고요.”

 안심하는 표정을 지으며 후작이 급하게 대답했다.

 “사실인즉 그렇소. 그댈 위해 헛소릴 하고 싶진 않았소. 해서 내가 한 말은 다 진실이오.”

 “네. 물론 잘 압니다. 사랑에 정석이 없듯 청혼에도 정석은 없겠지요. 전 후작님의 청혼이 그 어느 시보다 달콤하게 들렸습니다.

 오묘하고도 진실하면서도 그 속에 깊고도 깊은 달콤함을 간직한, 그러고 보니 시라기보다 차라리 후작님께서 좋아하시는 잠언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듯합니다.”

 마침내 자신의 청혼이 성공했다는 확신이 든 후작이 크게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그댄 역시 내 마음을 보름달보다도 더 훤하게 꿰고 있구려. 그대 말마따나 우린 같은 영혼을 나눠 가지고 있었다는 걸 이젠 믿고 싶어졌소.”

 그렇게 해서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하지 않은 청혼이 마침내 완성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밤은 끝난 게 아니었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과 차까지 다 마친 둘은 야외정원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그렇게 하긴 어색해 둘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걷고 있었다.

 얼마 후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를 피해 둘은 정원 한쪽에 마련된 가제보 안으로 들어갔다.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후작은 뭔가 이야길 꺼내려 했지만, 생각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아 고민 중이었고, 그런 후작의 모습을 보자 또 장난기가 발동한 시몬느는 그를 한 번 놀려먹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그녀는 갑자기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수수께끼를 낼 터이니 한 번 맞춰보시겠어요? 이런 사람이 있었답니다.

 천성은 쾌락 주의인데, 행하는 건 스토아적 절제를 실천하고 있고, 합리적 이성을 지녔으되 격정적 감성 또한 충만해 이 둘을 교묘하게 합일하려고 꿈꿨던 자유주의자요.

 고독한 은둔자였기도 하다가 실천하는 행동주의자기도 한 이 사람은 과연 누굴까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후작의 입에서 마침내 탄식이 흘러나왔다.

 “오, 나의 사랑이여~ 그대를 통해 난 사랑이란 걸 진정 알게 되었구려~”

 그러면서 그는 시몬느의 얼굴을 감싸 안고 한참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드디어 그녀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로맨틱하진 않아도 참으로 순수하면서도 정갈한 입맞춤이었다.

 동시에 후작은 시몬느의 어깨에 부드럽게 팔을 두르고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였다.

 자연스럽게 시몬느는 그에게 안기게 됐고, 둘은 마치 한 몸인 듯 밀착했다.

 둘은 한동안 서로에게 의지하며 그렇게 비를 피하는 동시에 다가온 사랑을 맞아들였다.

 잠시 후 시몬느가 조심스럽게 그에게 속삭였다.

 “그런데 후작님께 따라 다니던 그 소문은 어찌 된 것인가요? 여자를 후리는 솜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하던데...”

 놀란 눈으로 시몬느를 바라보며 그가 대꾸했다.

 “그런 소문이 있었다고? 난 금시초문인데. 누군가 날 어지간히 재미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나 보군. 그런 소문을 만들어낸 걸 보니.”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다시 그녈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그의 이런 대응에 시몬느는 거듭 확신했다.

 우리 둘을 떼어놓을 수 있는 건 이제 아무것도 없어.

 그렇게 그들만의 밤이 마침내 완성됐다.

 

 후작과 시몬느의 결혼식은 소박하게 치러졌다. 시몬느의 부모님과 친인척, 그리고 후작의 친인척과 모임 참가자들이 참석했고, 엠마와 알랭이 들러리가 되어 식이 진행됐다.

 물론 각지의 영주들에게선 선물과 축하 메시지가 전해졌지만, 그들을 초대하진 않았다.

 외형상 결혼식은 소박했지만, 진심으로 그들을 축복하려는 사람들로만 가득 차 분위기만큼은 성황리에 치러지고 있었다.

 결혼식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후작의 특별한 모임에 참석했던 멤버 중 두 명의 장기였는데, 그건 바로 마술이었다.

 먼저 남자는 보통 어른에 비해 키가 많이 작고 왜소했지만, 실력이 워낙 월등해 모든 이들의 눈을 집중시켰다.

 그와 함께 하는 여자 역시 외모는 그와 같았지만 재치있게 그를 보조하고 있었고, 결정적 순간엔 그의 공연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생전 처음 보는 광경과 그들의 재주에 탄복하면서 그들의 퍼포먼스를 지켜봤다.

 믿을 수 없어 하면서도 계속 보길 원했고, 현란한 그들의 몸놀림에 정신을 잃고 빠져들었다.

 또 모임 참가자 중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유랑악사도 있었는데, 마술에 맞춰 그가 연주하는 효과음으로 사람들은 더욱 짜릿함을 맛볼 수 있었다. 그밖에도 그는 다양한 음악을 연주해 사람들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그렇게 결혼의 축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정갈하면서도 맛나 보이는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마련돼 있었다.

 결혼식을 치르는 당사자들도, 축하해주기 위해 함께 한 이들도 모두가 한마음으로 즐기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엠마와 알랭 역시 사람들 틈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다시 한번 맹세하며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 황홀감에 젖어 있는 듯 보였다.

 길고 긴 결혼 피로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행사가 끝나 돌아갈 사람은 돌아가고, 남은 사람은 남아 하루를 끝내려 하고 있었다.

 한 방에 들게 된 후작과 시몬느는 이제야 단둘만의 시간을 갖게 돼 조용하고 한적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후작이 시몬느에게 부드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오늘 그대가 나의 신부가 된 것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버금가는 그런 일이요, 내겐.

 사실 난 그간 결혼은 새장과 같아 안에 있는 새는 나오려 하고, 밖에 있는 새는 들어가려고 하는 그런 모순과도 같은 거라 생각했었소.

 하지만 당신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당신과 함께 평생을 하면서 내 꿈을 함께 펼치고 싶다는

 소망이 그걸 눌렀소. ”

 시몬느의 얼굴이 발그레해졌고, 둘은 사랑을 확인하려는 키스를 막 하고 있었다.

 그때 돌연 창문의 커튼이 열리면서 한 무리의 무사들이 방안으로 돌진해 들어와 졸지에 후작에게 두건을 뒤집어씌운 다음 그를 창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부지불식간 그런 일을 당한 시몬느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급기야 정신을 잃고 말았다.

 결혼 첫날밤이 악몽의 첫날이 되는 순간이었다.

 

 다르망후작은 이웃에 있는 쉐르나 왕국의 왕인 알퐁대제 앞에 끌려와 있었다.

 다시 말해 그는 알랭이 뱀으로 만들어버린 왕비의 아버지가 통치하는 나라에 끌려온 것이었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한 알퐁대제가 후작에게 다그쳤다.

 “니 놈이 내 여식을 어찌 했는지 어서 말해라. 갑자기 사라져 버린 클라우디아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말이다!”

 듣고 보니 알퐁대제는 그녀가 사라진 건 알고 있는 듯 보였지만 아직 그녀가 뱀이 됐다는 건 모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가 없어진 배후에 내가 연루됐다는 건 어찌 알게 된 걸까 란 생각이 그에게 스쳤다.

 그러다 언뜻 자신과 시몬느를 끝까지 뒤쫓던 왕비의 호위무사 한 명이 떠올랐다.

 알랭의 올빼미가 그의 말을 공격했고, 말이 놀라며 넘어지자 함께 넘어졌던 그 호위무사가 알퐁대제에게 고한 게 틀림없어 보였다.

 그는 이렇게 고하기로 작정하고 입을 열었다.

 “위대하시고 정의로우신 알퐁대제님! 저는 정말 왕비님께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의 왕국 대제님의 서거 소식에 급히 왕궁을 찾았던 저와 제 아내, 그녀는 당시엔 그저 제 집에 머물던 클라우디아 왕비님의 전 시종이었지만 바로 오늘이 저희가 결혼식을 치룬 날이었습니다.

 아무튼 제 말씀을 이어가자면, 우리 둘은 왕궁에 잠시 머무는 중 아내가 쓰러지는 바람에 따로 있게 됐고, 서로의 길이 엇갈렸다가 숲에서 다시 재회하게 됐지요.

 그런데 그때 갑자기 왕비님께서 마녀와 함께 우리 앞에 등장하셨고, 저희를 공격해 저희는 그저 무작정 도망을 치게 됐답니다. 그러니 저희가 왕비님께 벌어진 일을 어찌 알 수 있느냐 말입니다.”

 후작의 말을 듣고 있던 알퐁대제가 여전히 분노에 찬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일찍이 내 여식의 차마 입에 올리기 어려운 밤 생활에 대해선 들은 바가 있다. 그 원인 또한 내게 전혀 없다곤 말할 수 없으리라. 내가 원치 않는 내 여식에게 억지로 결혼하도록 강요했었으니 말이다. 내 여식이 내 앞에 있다면 내가 그녈 꾸짖을 순 있겠지.

 하지만 나는 내 여식이 살았는지, 죽었는지, 살았다면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아무리 내 여식이 수만 가지 악행을 저지른 악녀라 한들 여전히 내 여식이거늘, 난 그 아일 위해 뭔가를 해줘야 한다. 졸지에 사라져버린 그 아일 위해서 말이다. 해서 난 널 그냥 놔줄 수 없다.

 애초에 너로 인해 이 모든 사달이 벌어졌고, 내 여식이 사라져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엔 변함이 없으니.”

 그의 말에 후작이 다시 항변했다.

 “그게 대체 무슨 논리신 겁니까? 클라우디아왕비님과 왜 절 연관 지으시는 건지 여쭙고 싶습니다.”

 “나도 다 들은 바가 있거든. 내 여식이 널 사모했고, 네가 내 여식을 차갑게 내쳤고, 결국 화를 못 참은 그 아이가 네 처가 됐다는 그 시종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러니 이 모든 사달의 원인은 바로 너라고 할 수 있겠지.”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째서 제가 원인이란 말씀입니까? 마음이 동하지 않는데어떻게 왕비님의 유혹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대제님께서도 잘 아실 거 아닙니까?

 대제님께서는 왕비님 외에도 수많은 여인들을 거느리셨으니 제 심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대제님께서 품길 원치 않는 여인과 동침하신 적이 있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다면 저도 제 죄를 달게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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