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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마법사 죽이기
작가 : 나드리
작품등록일 : 2016.8.30

마법사를 죽이러 다니는 마법사 이야기.

 
작전-끝
작성일 : 16-10-31 01:52     조회 : 394     추천 : 1     분량 : 5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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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전의 별실 중 가장 외진 곳. 그곳에 공작의 전용 객실이 있었다. 왕의 집무실과 가장 떨어진 곳으로, 왕과의 격차를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배치된 자리였다. 덕분에 루더는 몇 번이나 길을 잃고 나서야 공작의 별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병사의 안내를 받은 루더는 공작의 집무실 앞에서 잠시 대기했다. 잠시 후 집무실에서 병사가 나와 들어가도 좋다는 허락을 전했다. 루더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집무실로 들어갔다.

 

  공작은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칸 경.” 공작이 책상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잠시 기다려주게.”

  “예, 공작님.”

 

  루더는 공작이 일을 마칠 때까지 공작과 집무실을 살폈다. 공작은 갑옷을 벗고 있었다. 부드럽고 하늘하늘한 실내복을 입었음에도 커다란 골격과 단단한 근육은 감춰지지 않았다. 칠십에 가까운 나이를 무색케 하는 육체였다. 집무실 안은 꼭 필요한 물건들로만 채워져 있었는데, 단 하나, 불필요해 보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피로 얼룩진 국기였다. 피 칠갑을 한 흰 사자를 보니 루더는 등골이 오싹했다.

 

  “내 실수 때문에 피로 물들었지.”

 

  공작의 목소리였다. 다리아 공작은 펜을 내려놓고 국기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시간을 거슬러 과거를 보고 있었다.

 

  “벨모스 공작이 1, 2차 마법사 토벌 작전에 실패한 선왕의 자리를 밀어내려 했었지. 그리고 곧 그가 난을 일으켰다네.”

 

  루더도 알고 있었다. 벨모스의 난. 그때, 선왕이었던 메네스 아르파드가 벨모스의 검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칸 가문의 양자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루더도 아버지를 따라 선왕의 장례에 참석했었다. 선왕의 관 앞에서 왕자였던 카를 아르파드는 다리아 공작의 뒤에 숨어 있었다. 그는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힐끔거렸다. 자신의 또래였던 왕자의 모습을 보며, 루더는 자신이 무엇을 경계해야 할지 깨달았다. ‘감당하지 못할 권력 곁에는 죽음이 도사린다. 죽음이 있기에 권력을 가진 자는 늘 두려워한다.’ 루더가 느끼기에, 왕자야말로 감당하지 못할 권력을 가진 이였다. 루더는 카를의 두려움을 이해했다. 그리고 얼마 후, 루더 또한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

 

  “벨모스 공작의 난을 저지한 건 내 아들이었네. 왕의 호위기사, 그중에서도 지휘를 맡고 있었지. 왕의 장례를 치르고 며칠 뒤, 난 아들의 부고를 들었네.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야. 국기를 펼쳐 놓고, 그 위에서 목을 그었지. 자신의 피로 사죄하려 한 걸세.”

 

  공작은 책상에 놓여있던 잔에 술병을 기울였다. 그리곤 한입에 털어 넣었다.

 

  “왕이 죽고, 아들이 죽었는데, 난 언제나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았네. 그제야 정신이 들더군. 내가 지켜야 하는 게 무엇인지. 그래서 공작령을 반납하고 왕성에 온 걸세. 나와 내 군대 중 절반은 왕을 지키고, 나머지 절반의 군대는 한때 내 공작령이었던 알 지역을 지키지. 하지만 날 지키는 군대는 없어. 얼마 되지 않는 병사 몇 명이 내 주변을 감시할 뿐이야. 덕분에 나는 불면과 불안 증세를 얻었다네.”

 

  공작은 술병을 들어 흔들었다.

 

  “이게 술로 보이나?”

  “예, 그렇습니다.”

  “아니, 아니야.” 공작이 빈 잔에 술을 채웠다. “약일세. 잠들기 위해 억지로 먹는 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두려움에 잠을 잘 수가 없거든. 난 오래 살았고, 그만큼 적도 많아.” 그가 가슴팍의 끈을 풀었다. 그러자 안에 입은 사슬 갑옷이 보였다. “난 늘 불안하네. 칸 경.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내 안전을 보장받길 거부했기 때문이지.”

 

  공작이 루더의 얼굴을 뜯어봤다. 루더는 긴장한 채 꼿꼿이 서 있었다. 공작이 말했다.

 

  “칸 경, 이백 명의 병사를 동원할 수 없다 하던데. 왜 그런가?”

 

  루더가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말을 꺼냈다.

 

  “제 영지, 알 코른의 트루소는 황무지와 인접한 곳입니다. 농번기에 이백 명이나 되는 인원을 차출하면 저희 영지민의 삶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워질 겁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가?”

  “백, 하다못해 오십이라도 줄여주시면…….”

  “그걸로 되겠나?” 공작이 루더의 말을 끊었다.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백을 줄여주면 괜찮겠는가, 이 말일세. 그 정도면 자네의 영지민도 이 작전에 불만 없이 참여할 것 같나?”

 

  루더는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고개를 저었다.

 

  “이백 보단 낫겠지만 여전히 어려울 겁니다. 제 영지에 사는 이는 천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중 노인과 어린아이를 제외하면 육칠백 명 남짓할 겁니다. 그 안에서는 이백이든 백이든 별 차이가 없습니다.”

 

  루더는 말을 마치고 자신을 타박했다. 이건 완전히 어린애 떼쓰는 것과 다름없군. 완전히 실패야. 그때, 다리아 공작이 자신이 적고 있던 종이를 루더 쪽으로 내밀었다.

 

  “이게 뭔지 알겠는가?”

 

  루더는 종이를 살폈다. 내용을 살피는 루더의 눈이 별안간 커다랗게 변했다.

 

  “이, 이건.” 루더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휘관 임명장 아닙니까?”

  “맞네.”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몇 가지 묻겠네.”

 

  루더는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공작이 무슨 말을 꺼내려는지 알 수 없었다.

 

  “자네의 영지민을 꼭 지키고 싶은가?”

  “네.”

  “이 작전이 끝나고 난 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해도 괜찮겠는가?”

  “물론입니다.”

  “필요하다면 목숨도 바쳐야 할 걸세. 그래도 괜찮겠는가?”

 

  그 순간, 루더의 눈앞에 하이젤이 아른거렸다. 루더는 눈을 감고서 대답했다.

 

  “네.”

  “좋네.” 공작이 미소를 지었다. “병사 이백을 내어주지.”

  “예?” 어안이 벙벙해진 루더가 예의도 잊은 채 큰 소리로 물었다.

  “자네를 내 직속 별동대 지휘관에 임명하겠네.”

  “가, 감사합니다!” 상황을 깨달은 루더가 외쳤다.

  “감사할 거 없네. 자네가 맡을 일은 명예롭지 못한 일이니까.” 공작이 미소를 지웠다. “내 손녀, 카이라는 자존심이 강하지. 누군가 자신을 지켜주거나 동정하는 꼴을 못 보는 성격이야. 실패도 용납하지 않고.”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제 아비를 닮은 게지.”

 

  공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피 묻은 국기 앞에 섰다. 그가 국기를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걱정된다네. 그 애가 아들의 뒤를 따라갈까 봐. 그래서 비밀리에 카이라를 지켜주기로 마음먹었네.” 공작이 루더를 바라봤다. “자네가 병사 차출 문제로 찾아왔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루더는 그제야 공작의 질문이 무슨 의미였는지 이해했다. 루더는 공작이 내린 이백 명의 병사와 함께 작전에 참여하는 게 아니었다. 한 여자의 신변 보호. 그것이 그의 임무였다. 정작 본인은 보호를 원하지 않으니 임무는 비밀에 부쳐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루더 자신도 밝히고 싶지 않았다. 다른 동료들이 적진을 향할 때, 그는 보호 대상과 함께 적에게서 최대한 멀어져야 했다. 그건 명예로운 일이 아니었다. 비밀리에 행하는 명예롭지 못한 일. 보상이 없는 건 당연했다.

 

  “난 지켜야 할 게 있는 사람을 믿네. 영지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네를 관찰했네. 눈빛이 올곧더군. 조금 떨었지만 말을 흐리진 않았어. 지켜야 할 게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만 지킬 수 있을지를 고민한 사람이라는 증거지. 그런 사람에겐.” 공작이 루더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희생을 맡길 수 있어.”

 

  루더는 생각했다. 영지민들과 자신의 목숨을 구한 아버지를. 루더의 아버지는 마법사의 저주가 심장에 닿을 때까지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루더를 가르쳤다. 루더는 죽어가는 아버지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혼자 도망쳤으면 무사했을 텐데 왜 생면부지인 자신을 구했냐고. 루더의 아버지는 대답했다. 네가 날 아버지라 불렀잖느냐.

 

  “트루소의 남작, 루더 칸.” 루더가 무릎을 꿇었다. 그는 떨지도 흔들리지도 않았다. “공작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러자 다리아 솔헤인 공작이 검을 들었다. 그리고 루더 칸 남작을 비밀 별동대의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

 

  황금 지붕이 다시 제 모습을 되찾는 동안, 피난민들은 성을 떠났다. 성 또한 안전하지 않다는 걸 깨달은 순간, 그들은 갈 곳을 잃었다. 피난민 중 누군가가 커트윈 산맥을 넘을 것을 제안했다. 어떤 이들은 미친 소리라며 무시했고, 어떤 이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지만, 고향과 가족을 잃고 이미 미쳐버린 대부분의 피난민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검고 긴 뱀은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

 

  비렌 도트리 후작은 힐 도레의 최서단 병참기지에 도착하자마자, 길들인 커트윈 산양을 타고 산맥을 올랐다. 산양은 거칠게 산을 올랐지만 비렌 후작은 자세를 잃지 않았다.

 

  한참을 오르자 절벽을 따라 좁은 길이 보였다. 산양은 더 나아가길 거부했다. 후작은 산양에서 내려 홀로 걸었다. 발에 챈 돌멩이가 낭떠러지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강한 바람이 불자, 후작은 벽에 몸을 바짝 붙였다.

 

  좁은 길의 중간에 이르자 커다란 동굴이 나타났다. 비렌 후작은 심호흡한 후, 동굴로 들어섰다. 그는 준비해 간 횃대에 부싯돌로 불을 붙였다. 송곳니처럼 돋은 석주와 석순의 그림자가 동굴의 벽 위에서 흔들거렸다. 후작은 오랫동안 걸었다. 동굴 깊은 곳에서 수백 년간 고여 있던 물방울이 후작의 목덜미에 떨어지자 그는 짐승의 번들거리는 아가리가 자신의 뒷덜미를 노리고 있다고 착각했다. 후작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찾아왔다.

 

  -불을 꺼라.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 후작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후작은 횃불을 떨어뜨리며 무릎 꿇었다. 바닥에 고인 물이 횃불의 불을 꺼뜨렸다. 다시 어둠이 찾아오자 누군가 그에게 다가왔다. 후작이 벌벌 떨며 말했다.

 

  “시킨 대로 다 했소. 이제 아내와 자식들의 영혼을 돌려주시오.”

 

  그러자 어둠 속의 누군가가 말했다.

 

  “잘했어. 근데 영혼은 돌려주지 못할 거 같은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그게 무슨 말이오!” 후작이 외쳤다. “약속하지 않았소!”

  “잘못 알고 있나 본데.” 여자아이가 비아냥거렸다. “일이 끝나면 돌려준다고 했지. 네가 돌려받고 싶을 때 돌려준다고는 안 했어.”

  “내가 할 일은 다 했소!” 후작이 절규했다.

  “아니.” 여자아이가 싱글싱글 웃었다. “일은 이제 시작이야.”

 

  어둠 속에서 두 개의 녹색 빛이 떠올랐다. 녹색 빛이 멀어지자 여자아이의 목소리도 멀어졌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도트리 후작.”

  “제발!”

 

  후작이 흐느끼며 녹색 빛을 따라갔다. 그러나 곧 빛은 사라졌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어둠이 후작을 향해 다가왔다. 어둠보다 어두운, 이해할 수 없는 이질적인 어둠에 후작은 새하얗게 질렸다.

 

  -떠나라.

 

  후작의 머릿속에 다시금 명령이 찾아왔다. 어둠의 명령이자, 용의 명령이었다. 비렌 도트리 후작은 비명을 지르며 달음박질쳤다.

 

 

 

 

 작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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