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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11. 탈출.
작성일 : 22-01-22 17:55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4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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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산의 장날 마지막.

 

  마지막 날은 거의 모든 시간이 이미 소유권이 넘어간 개들의 상태를 살피는 것을 끝으로 했다.

 

  병이 들거나 몸이 성치 않은 개들이 발견되면 즉시 환불과 교환 처리를 했다.

 

  아이들은 모두 각자가 전담하기로 한 구역에서 줄줄이 늘어선 개들의 상태를 살폈고, 그런 아이들의 사이로 한 남자가 나타났다.

 

  “흐흐, 더운 여름에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지. 내 노리개가 되면 태양 아래에서 고생할 일은 없을 것이다.”

 

  끈적한 웃음을 보이며 송이에게 다가선 남자의 정체는 오돈이었다.

 

  그 음흉한 웃음에 송이는 즉시 외면했다.

 

  “어쭈? 눈을 피해? 하하! 너는 내가 아주 격렬히 사랑해주어야 하겠구나! 과연 얼마나 버틸지 궁금하구나.”

 

  이미 마귀와 오돈 사이에 송이의 소유권을 둔 거래는 이야기가 끝난 듯 싶었다.

 

  빠르면 장날이 끝난 다음 주, 늦어도 이번 달 안에 다시 오돈이 경산에 찾아올 조짐이 보였다.

 

  때문에 더욱이 송이가 경산의 탈출을 결심한 것이었다.

 

  “어르신, 아직 이 아이는 경산의 아이가 아니겠습니까? 마침 경사를 마무리하는 좋은 날이 아니겠습니까? 오늘은 굳이 험한 말을 입에 담지 않고 돌아가시는 게 어떨지요?”

 

  오돈의 고함에 송이가 몸을 떨자, 철수가 참지 않고 입을 열었다.

 

  공손한 말이지만, 그 안에는 잠자코 이곳을 떠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 뜻을 알아차린 걸까, 오돈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철수를 노려봤다.

 

  “네 녀석. 그러고보니, 처음에도 그렇게 깝죽거렸지? 오냐, 오늘은 그만 올라가 보겠다만. 그것은 천한 너의 말에 동의한 것이 아니다. 내 다음에 이곳에 올 때는, 이 계집과 더불어 네 놈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

 

  오돈이 이를 빠득이며 겁을 줬고, 철수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그거 참 성은이 지극한 말씀이십니다. 왕족의 피를 물려 받았다 하셨지요? 어르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이 나라를 지탱하는 왕족의 위엄이 골고루 느껴집니다.”

 

  철수의 말을 들은 오돈은 당장 주먹을 뻗을 기세였다.

 

  개똥은 당장 다가가 무릎을 꿇고 상황을 정리하여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다행스럽게 오돈이 휙 몸을 돌렸다.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저 계집보다 네놈을 먼저 망가뜨리는 게 재미가 있을 듯 싶구나. 아주 빠른 시일에 네놈을 잡으러 올 터이니. 그때 보자꾸나.”

 

  그렇게 말하고 오돈이 사라졌고, 그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자마자 송이가 철수의 등을 치며 소리를 높였다.

 

  “이 멍청아! 뭐 하자고 저런 미치광이의 심기를 건드려!”

 

  송이의 손찌검에 아파하면서도 철수는 기세를 굽히지 않았다.

 

  “엿이나 먹으라지! 피가 대수야? 내가 장담하는데 네가 저 미치광이보다 더 교양이 있을 것이고, 선아가 저 개자식보다 어른스러울 것이며, 방석이 형이 저 막돼먹은 새끼보다 훨씬 지식이 많을 테야. 안 그래?”

 

  개똥의 속 시원한 욕설에 다른 아이들 모두가 키득거렸다.

 

  “그래, 욕 좀 하면 뭐 어떠냐? 어차피 오늘이 지나면 우리는 이곳에 없을 건데. 다음에 이곳 경산에 들를 때는, 우리가 저 미치광이보다 더 대접받는 부호가가 되어있을 거야.”

 

  철수의 의견에 동조하며 방석이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분위기는 좋았다.

 

  억지로라도 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하늘 높이 떴던 태양이 그 기세를 잃고 서서히 열기를 내릴 즈음, 경산의 방문객들은 단체로 줄을 지어 경산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동쪽 산맥에 이어진 좁고 험한 길을 거쳐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레와 일꾼들은 필수였다.

 

  그 만큼 험난한 여정이기에 중간까지는 길 안내를 겸사하며 마귀가 그들과 함께 자리를 비웠다.

 

  각종 산짐승에 대처하는 법이나, 흥분한 투견들을 길들이는 법을 확실히 아는 전문가가 일정 거리까지 함께하다는 건 구매자의 입장에서 최고의 배려였다.

 

  “다들 떠날 채비는 마치셨습니까?”

 

  수레에 실은 개들의 수를 산정하며 개똥이 일일이 일꾼들에게 준비를 확인 받았다.

 

  수레의 행렬 뒤에는 가마 위에 다리를 쭉 뻗고 누운 귀족과 양반이 눈에 띄었다.

 

  다들 평온해 보였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편히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갈 저들을 바라볼수록 개똥은 속이 아팠다.

 

  편한 보금자리 없이 그저 자유라는 소박한 소망을 위해 목숨을 걸고 달음박질을 할 본인의 미래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무런 사투나 투쟁 없이 모든 걸 누리는 저들이 증오스럽기까지 했다.

 

  개똥은 그 증오심을 꾹 눌러 삼키며 그들의 수발을 도왔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정리가 끝나고, 행렬의 맨 앞에 선 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꾼들의 신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저 멀리서 마귀가 천천히 개똥 쪽으로 다가왔다.

 

  “끌끌, 오늘은 순조롭구먼. 개똥아, 개새끼들 상태는 어땠느냐?”

 

  이번 장날에 판매된 개들의 수량은 그야말로 역대 최고였다.

 

  마귀는 기분 좋은 웃음을 보이며 개똥에게 확인 받을 것을 물었다.

 

  “네, 상태는 전부 확인했습니다. 세 군데 정도가 교환 요청이 있어 비슷한 체격의 개를 골라 바꿔주었습니다.”

 

  “세 군데? 그래, 팔린 것들 생각하면 그 정도 불량품은 소수인 편이지. 잘 처리했다. 오늘은 백숙을 지어줄 터이니 알아서들 잘 정리하게끔 해라. 알겠냐?”

 

  백숙은 늘 그랬던 것처럼 개똥에게 뒷정리를 당부했다.

 

  개똥은 늘 그랬던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돌아오기 전까지 뒷정리를 마칠 것을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마귀는 일말의 의심 없이 그렇게 자리를 떴다.

 

  양반들의 가마와 함께 사라지는 마귀의 뒷모습이 콩알 보다도 작아졌을 때쯤, 개똥은 휙 뒤를 돌아섰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어기지 않은 그 약속을, 오늘에서야 비로소 깨트리고 말 것이다.

 

  개똥은 빠른 걸음으로 다른 아이들과 미리 약속한 장소로 향했다.

 

  팔리지 못한 개들을 한 데 모아놓은 우리 근처에서 다른 아이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개똥을 기다리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돌아온 개똥을 아이들은 다급한 표정을 맞이했다.

 

  “갔어?”

 

  “마귀는?”

 

  “확실히 간 거지?”

 

  선아, 송이, 철수, 방석.

 

  모두가 한 마음으로 경산의 주인이 정녕 이곳을 떠났는지 물었다.

 

  개똥은 확신이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아이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바로 시작하도록 할까?”

 

  방석이 심호흡을 한 번 내쉬고,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배낭을 어깨에 걸쳤다.

 

  배낭 안에는 건어물과 주먹밥 같은 식량과 산악을 타기 위한 물품들을 꾹꾹 눌러 담았다.

 

  무게가 꽤 되는 배낭은 총 네 개 준비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물이 담긴 수통과 산을 타기 위한 여러 벌의 짚신과 덧신이 함께 있었다.

 

  중간중간 시간을 내어 마련한 것들 치고는 상태가 굉장히 좋았다.

 

  개똥도 자신의 배낭과 물품을 집어 들어 어깨에 멨다.

 

  “언니 오빠들 꼭 무사히 나가야 돼… 조심해…”

 

  배낭을 메고, 덧신을 신는 언니와 오빠를 바라보며 선아는 불안한 표정을 보였다.

 

  그런 선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철수가 애써 밝은 웃음을 냈다.

 

  “걱정 마. 약속했지? 꼭 다시 여기 돌아와서 널 구해줄게. 날 믿어.”

 

  그렇게 말하는 철수 본인은 과연 무사히 탈출할 확률을 몇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개똥은 아직 푸른 하늘을 슬쩍 보고, 우리 안에 널브러져 있는 개들을 한 번 바라봤다.

 

  더위를 먹고 숨을 헉헉대는 한 검은 개와 눈이 마주쳤다.

 

  ‘떠나는 건가? 여기를?’

 

  ‘네. 이제는 다시 볼 일이 없을 거예요.’

 

  검은 개는 개똥이 담당하던 사육장의 개였다.

 

  ‘멍청하군. 배를 채워주고, 잠을 재워주는 곳을 굳이 왜?’

 

  ‘죽기 전에,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서요.’

 

  ‘후회? 그렇군, 그럴 지도 모르지… 하지만, 목숨이 더 중요하단 생각은 없나?’

 

  ‘그건… 솔직히 겁이 나네요. 다들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된 것 같은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개똥은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래? 그렇다면 너야 말로 진정 이곳을 나갈 자격이 있군.’

 

  ‘네?’

 

  ‘살아서 나가고 싶다는 그 욕심. 이런 말도 안 되는 지옥에서 나가겠다는 인간이 목숨 하나 버릴 각오도 못할 만큼 너는 그 만큼 살고 싶은 거니까.’

 

  더위를 먹어서 그런 걸까?

 

  개똥은 검은 개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시간은 촉박했다. 더위 먹은 개와 더 이야기를 나눌 마음은 없었다.

 

  아이들 모두는 옷가지를 새로이 했고, 인생에서 가장 험난한 여정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럼, 뒷일은 믿고 맡길게.”

 

  방석이 어린 동생에게 신임을 주고, 제일 먼저 앞장 섰다.

 

  그 뒤를 철수와 송이가, 마지막은 개똥이 따랐다.

 

  개똥은 저벅저벅 산을 향해 걸으면서 잠시 뒤를 바라봤다.

 

  손을 흔드는 선아와 아직 뒷정리가 끝나지 않은 경산의 풍경이 보였다.

 

  이곳을 떠나면 진정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개똥은 답 없는 질문을 속삭이며 아이들의 뒤를 따랐다.

 

  강물에 띄워진 종이배처럼, 개똥은 자신의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잡을 수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인생의 흐름에 또 다시 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탈출이라는 입에 담기조차 어려웠던 그 행위를, 개똥은 처음 경산에 몸을 담았을 때처럼, 그저 어쩌다가 실행에 옮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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