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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코마
작가 : 나오유키
작품등록일 : 2022.1.21

가난한 연극배우와 주변 인물들에게 찾아온 비극 그리고 넘어서기 힘들어 보이는 절망감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발버둥.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헛된 희망이었다면...

 
암 선고 1-3
작성일 : 22-01-22 13:30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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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캐서린의 수프 솜씨는 일품이었다. 특히 날이 쌀쌀해지는 저녁에는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보글보글 끓는 수프의 냄새가 집안 전체에 퍼지며 심지어는 살짝 열려진 창문 틈으로도 비집고 나가 집주변에 포근함을 알렸다.

 

 “여전히 솜씨가 녹슬지 않았네요. 훌륭해요.”

 양 옆으로 살짝 뻗어 있는 콧수염을 만지며 냄비에서 올라오는 향을 맡으며 데위버그가 말했다.

 

 분주하게 식탁에 접시를 놓던 캐서린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손을 움직였다.

 

 “늘 하던 거라 특별할 건 없어요. 그나저나 아까 사 둔 와인은 어디에 있죠?”

 캐서린의 물음에 데위버그는 찬장에서 컵을 꺼내며 캐서린의 뒤쪽을 가리켰다.

 

 “뒤에 텔레비전 옆 선반위에 올려 놨어요.”

 데위버그가 식탁위에 잔을 세팅하는 사이에 캐서린은 묵직한 와인을 들고 가볍게 빙글 흔들었다.

 

 “촛불을 켜야 겠어요. 요즘은 해가 일찍 떨어져서 전기료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은 캐서린의 말에 데위버그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초에 불을 붙혔다. 은은하게 흔들리는 촛불에 로맨틱한 분위기가 날 법도 하지만 어딘지 모를 약간은 무거운 공기가 주방을 살짝 짓누르고 있었다.

 

 [딸깍]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동시에 수줍은 발소리가 집안에 울렸다.

 

 “다녀왔어요.”

 집에 들어선 맥이 빵 봉지를 내밀었다.

 

 “어서 손 씻고 밥 먹자.”

 캐서린보다 앞서 데위버그가 맥이 건낸 빵을 받아 들고 맞았다. 그것이 못마땅 했는지 맥은 아무런 대답없이 곧장 주방으로 향해 싱크대에서 손을 물로 몇 번 씻었다.

 

 맥이 들어오자 집안 공기는 더 무거워졌다. 하지만 항상 이럴 때는 캐서린이 활약을 했다.

 

 “오늘은 네가 좋아하는 칠면조로 요리를 했단다. 엄마가 특제 소스까지 만들어서 아마 더 맛있을거야. 호호.”

 “그게 맛있을리가 없잖아요. 우리 형편에….”

 비록 큰 소리를 내진 않았지만 맥의 불평은 모두에게 듣기 거북했다. 어색해진 것은 데위버그를 난처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아니야. 오늘은 아저씨가 사 오신 거야.”

 캐서린의 말에 맥은 말이 없었다. 배가 고픈지 조용한 식탁의 적막감에서 맥의 배소리가 크게 났다. 헛기침을 한 번 한 데위버그가 긴 나이프를 들고 칠면조를 자르기 시작했다.

 

 “아주 잘 익었으니 일단 맛 좀 보거라. 하하.”

 분위기를 바꾸려는 데위버그의 장단을 맞추려는 듯 캐서린도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묵직한 와인을 맥의 잔에 따랐다.

 

 어딘가 어색하지만 자연스러운 것 같은 부산하지만 신속하게 이뤄지는 식탁에서의 리듬이 어떻게 해서든 맥을 달래 보려는 이중주의 화음 같았다. 맥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어쨌든 잘 먹을께요. 아저씨…”

 맥은 자신이 들고 온 빵을 하나 꺼내어 베어 물고 천천히 칠면조를 씹기 시작했다.

 

 맥이 음식을 입안에 넣은 후부터는 캐서린과 데위버그도 조금식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

 

 “글쎄, 내 친구 녀석이 이번에 작은 신문사를 차리려고 한다는데 아주 위치가 좋은가 봐요.”

 와인을 가볍게 한 모금 들이켜고 데위버그가 맥의 눈치를 보며 캐서린에게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캐서린도 잠시의 침묵이 시작되기 전에 얼른 입을 열었다.

 

 “어머! 잘 됐네요. 어디에 차린다고 해요?”

 

 “의회 도서관 근처라고 하더군요.”

 데위버그가 밝지만 호들갑 떨지 않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대화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맥은 천천히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 음식을 씹을 뿐이었다.

 

 여전히 눈치를 보던 캐서린이 조심스레 한마디를 뱉었다.

 

 “그럼 사람이 필요하겠군요.”

 캐서린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시던 와인잔을 내려 놓은 맥이 캐서린과 데위버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순간 일동 움직임을 멈추고 무거운 분위기를 흠뻑 느끼기 시작했다. 거실 소파 옆 탁자 위에서 조그맣게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만이 용기를 내어 집안에 울리고 있었다.

 

 “저 주말에 공연이 있어요.”

 맥의 말에 순간 정적이 풀렸다.

 

 데위버그는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와인으로 가만히 입을 헹구더니 맥을 향해 말했다.

 

 “맥. 이번에 좋은 기회 잖니. 그러지 말고 몇 달만이라도 일을 해보는게 어떻겠니?”

 

 “그래 맥. 언제까지 연극을 한다고 돈도 없이 떠돌아다닐 수는 없지 않니?”

 캐서린이 옆에서 데위버그를 거들었다. 맥도 알고 있었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공연이 자꾸 펑크가 나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 극장 근처에 잡은 작은 원룸 스튜디오는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해 벌써 몇 달치가 밀려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하시면 저도 더 이상 여기에 오지 않을 거예요.”

 갈팡질팡한 마음속에서도 간신히 연극에 대한 꿈을 놓치지 않을 수 있던 것은 죽은 아버지 때문이었다.

 

 맥의 아버지 제임스는 맥이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세상을 떠났다. 아직 어리다면 어렸던 맥은 아버지의 죽음의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당시 엄청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아버지는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 같았다.

 

 어느 날 맥의 어머니가 장을 보고 돌아와서는 집 안에서 대답이 없던 남편을 찾아 이곳저곳을 살피던 중 화장실 욕조에서 스스로 총으로 목숨을 끊은 남편을 발견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늦게서야 들어온 맥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병원 부검 결과 자살이라고 단정이 지어졌고 그때부터 맥은 알 수 없는 우울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맥은 아버지를 굉장히 따랐다. 제임스는 여러가지 재능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연극 배우로 활동을 하며 틈틈이 어린 맥에게 자신의 일인극을 보여주기도 했다. 노래와 춤까지 항상 같이 따라 추던 맥이 기특했고 제임스는 훗날 맥이 유명한 배우가 되었으면 하고 바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까지 한 번도 변함없는 배우의 꿈으로 제임스와 약속을 했던 맥은 자신의 아버지처럼 생활고로 힘들지만 당장의 돈 때문에 배우의 직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럼 한 달만이라도 안되겠니?”

 캐서린의 부탁에도 맥은 고개를 저어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더 이상은 강요할 수 없다고 느낀 데위버그는 멈췄던 식사를 마저 하며 짧은 여지를 맥에게 던졌다.

 

 “힘들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오렴. 내 어떻게든 자리는 마련해 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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