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코마
작가 : 나오유키
작품등록일 : 2022.1.21

가난한 연극배우와 주변 인물들에게 찾아온 비극 그리고 넘어서기 힘들어 보이는 절망감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발버둥.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헛된 희망이었다면...

 
암 선고 1-2
작성일 : 22-01-21 16:03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22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가게를 나와 막상 갈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어머니 집에 들어가긴 싫었다. 딱히 어머니의 잔소리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눈치를 주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맥의 어머니 캐서린은 언제나 침착함을 잃지 않고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것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생긴 습관인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그것은 어린시절 맥에게 방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단단히 잡아 준 원동력이기도 했다.

 

 맥은 지하철역을 지나 걸으면서 역 앞 샌드위치 가게에서 우르르 몰려나오는 하얗고 푸른 셔츠를 입은 회사원들을 쳐다보았다. 어쩌면 어머니가 원하는 것이 저런 것일 수 있겠다 싶었다. 비즈니스 셔츠를 입은 사람들은 당연히 삶이 안정적일 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어떤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봐야 해결이 가능한 일일 거라 맥은 생각했다.

 

 ‘젠장… 저것 밖에 없을까…?’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회사원들의 웃음소리가 마치 조롱이라도 하듯 한없이 맥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주머니에 달랑 1달러 50센트 밖에 없었다. 묵직하게 만지작거릴 어떤 재산도 없는 상황이 스스로가 안쓰러웠다.

 

 주디가 준 빵 봉지에서 그나마 부드러운 바게트 하나를 꺼내 씹으며 한참을 걸었다. 그다지 더운 날씨는 아닌데 많이 걸었던 탓인지 등줄기에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길 모퉁이를 돌아 몇 발자국 더 걷다가 맥은 멈춰 섰다.

 

 “이봐 레스터!”

 맥은 각종 공구들이 즐비해 있는 작은 창고 형태의 건물의 안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안쪽에서 달그닥 소리와 함께 자동차 밑에서 차를 고치던 레스터가 힘겹게 몸을 움직여 바닥과 자동차 사이로 몸을 비집고 나왔다.

 

 “어! 맥, 어쩐 일이야?”

 얼굴에 검은 칠을 하고 모자를 뒤로 눌러쓴 레스터가 약간은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반갑게 맥을 맞이했다.

 

 “맥주 좀 있어?”

 맥은 주저없이 창고의 간이 소파로 가 털썩 주저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씨익 웃던 레스터가 한 귀퉁이에 자리잡은 냉장고에서 차가운 캔 맥주 두개를 꺼내 하나를 맥에게 건냈다.

 

 “오늘은 공연이 없는 거야?”

 레스터의 질문에 맥은 말없이 맥주를 들이키며 수리중인 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차는 얼마 정도나 할까?”

 질문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는 맥을 보고 레스터는 까끌하게 난 수염을 쓸며 말했다.

 

 “한 5만 달러는 할 걸.”

 레스터의 답에 맥은 한동안 가만히 차를 응시했다. 레스터는 그런 맥을 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맥과 레스터는 어린시절부터 한 동네에서 자라 고등학교까지 같이 나온 몇 안 되는 동네 친구이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공부에 흥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일찌감치 레스터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작은 정비소를 차렸다. 워낙 서글서글하고 심성이 착했지만 겉모습은 위협적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인상이었다. 레스터는 그런 자신의 단점을 아는지 매사에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행동했다. 반면에 맥은 낯을 좀 가리는 성격이고 때로는 욱하는 경우도 많아 항상 레스터에게 자잘한 도움을 받곤 했다.

 

 “저런 차를 만드는 사람은 자신이 탈까?”

 

 “무슨 소리야? 당연히 타겠지.”

 레스터는 입가에 흐른 맥주를 자신의 늘어난 빅 사이즈 티셔츠로 한번 쓱 닦고는 답했다.

 

 “아니. 내 말은 노동자들 말이야.”

 맥의 힘없는 목소리에 실없는 소리를 한다는 표정을 짓던 레스터는 맥의 어깨를 툭 쳤다.

 

 “타는 사람도 있겠지. 사무실에서 펜 굴리는 녀석들은.”

 맥은 점점 멍하게 차를 바라보며 나머지 맥주를 한 번에 벌컥 마셔버렸다.

 

 “저걸 수리하는 정비사는 낡아빠진 소파에서 거지 친구와 50센트짜리 싸구려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한숨 섞인 소리에 레스터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이라 불리는 창고 한쪽에 붙어있는 데스크로 걸어가 탁자 위에 놓여 져 있던 먹다 남은 치킨조각을 몇 개 집어 맥에게 들이밀었다.

 

 “왜? 일이 잘 안 풀려?”

 치킨 조각을 받아 든 맥이 한 입에 씹으며 소파에서 일어나 가지런히 내려 놓은 빵 봉지를 주섬주섬 집어 들었다.

 

 “주말에 공연이 있어. 이것 마저 엎어지면 이제 그만 둘 거야.”

 말을 마친 맥은 다시 힘없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레스터의 창고를 나왔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조금은 차가운 공기를 이끌고 맥의 온 몸을 훑었다. 전보다 짧아진 해가 빨갛게 수줍은 미소를 머금고 건물들을 적시기 시작했다. 조깅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그리고 장을 보는 사람들까지 모두들 바쁘게 정해진 목표를 실천하고 있는 가운데 의미 없는 발걸음을 터덜터덜 옮기는 맥의 뒷모습이 어쩐지 평소보다 더 쓸쓸해 보였다.

 

 “주말에 보러 갈께!”

 등 뒤에서 울리는 레스터의 걸걸한 목소리가 그나마 맥의 어깨에 살포시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암 선고 1-5 2022 / 1 / 22 183 0 2922   
4 암 선고 1-4 2022 / 1 / 22 176 0 2138   
3 암 선고 1-3 2022 / 1 / 22 198 0 2952   
2 암 선고 1-2 2022 / 1 / 21 193 0 2252   
1 코마 - 암 선고 1. 2022 / 1 / 21 278 0 169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