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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코마
작가 : 나오유키
작품등록일 : 2022.1.21

가난한 연극배우와 주변 인물들에게 찾아온 비극 그리고 넘어서기 힘들어 보이는 절망감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발버둥.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헛된 희망이었다면...

 
코마 - 암 선고 1.
작성일 : 22-01-21 15:38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1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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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암 선고.

 

 아버지의 자살은 모든 것을 앗아가는 행위의 시작에 불과했다.

 

 중심가에서 전철로 삼십 분 정도 떨어진 어느 낡은 빵집에 들어선 순간은 늘 그렇듯 같은 시간이었다. 창 밖으로 햇살이 깊게 가게 안을 비추니 빵집 안은 어느새 나른할 정도로 따듯한 아지랑이가 피어났다. 맥나토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문 위에 매달려 있던 작은 구리로 된 종이 딸랑거리며 울렸다.

 

 “휴… 오늘도야?”

 계산 통을 붙잡고 한참을 씨름을 하던 주디스가 들어온 맥나토를 보며 한숨을 내 쉬었다.

 

 “미안 주디. 다음주에 꼭 갚을게.”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던 맥은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멀찌감치 떨어진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가장 한가한 시간인 오후 3시경이라 몇 개밖에 없는 테이블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아이를 매고 나온 젊은 여자 그리고 왠지 기품 있는 아우라가 품어져 나오는 진한 녹색의 원피스를 입은 할머니 한 분이 진열대에서 꺼낸 빵들을 각자 손에 잡고는 계산을 하려고 줄을 서 있었다.

 

 손님이 계산을 마칠 때까지 머무르는 것은 항상 눈치가 보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괜히 주디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애써 돌려 창밖의 풍경만 바라봤다. 작디 작은 동네에서 뭐가 그리 크게 바뀔 것 같지 않은 풍경은 딱히 신선할 리가 없어 보였다. 마치 맥나토 자신의 인생과 다를 바가 없었다.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는데 탁자 앞에 빵 봉지가 툭 하고 떨어트려 졌다.

 

 “맥, 도대체 언제까지 외상이야? 주인 아저씨에게 내가 얼마나 욕을 먹는지 알기나 해?”

 주디의 찌푸린 미간이 점점 더 깊어져 가는 것을 보니 주인 녀석이 주디를 얼마나 달달 볶고 있는지 안 봐도 느껴졌다.

 

 “정말 미안… 이번 주말에 공연이 잡혔으니까 꼭 다음주에 지불할께.”

 

 “도대체 그 소리가 몇번짼지 모르겠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마지막이라는 소리에 맥은 움찔 놀랐다. 물론 꽤나 성가시게 외상으로 주디를 괴롭혔지만 그래도 언제나 한 바가지의 짜증과 섞어 빵을 쥐여주곤 했던 주디였다.

 

 “마지막이라니?”

 주디는 왼손에 들려 있던 커피를 맥의 앞에 무심하게 내려놓고는 걱정스런 눈빛을 지었다.

 

 “다음주에 일을 그만두기로 했어.”

 

 “그만두다니? 왜?”

 맥의 질문에 주디는 기가차는 듯 어이없는 웃음을 날렸다.

 

 “내가 그만두는 이유를 뭐 알려야 해?”

 그렇다. 생각해보니 이런저런 것을 캐물을 이유는 없었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마음 졸이지 않으면서 도움을 받아왔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맥은 왠지 모를 서운함이 들어서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와 버린 말이었다.

 

 맥은 말없이 주디가 건낸 커피잔을 양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커피는 따뜻했다.

 

 “나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해. 더 이상 미룰 수도 없어서…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를 홀짝거리는 맥을 뒤로하고 주디는 다시 돌아 카운터로 돌아갔다.

 

 이제는 얻어먹을 빵도 사라지게 되었다는 생각에 근심걱정이 검은 커피물 안으로 뚝뚝 떨어져 갔다.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는 것 같은 기분을 처음 느끼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 것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제 곧 주인 아저씨 오니까 얼른 가봐!”

 멍해진 맥을 깨우는 주디의 카랑한 목소리가 오늘따라 왠지 따듯하게 들렸다.

 

 “다음주에 돈 가지고 올께.”

 힘없는 발걸음으로 가게 문을 열고 나가는 맥을 보던 주디는 아까 보다 더욱 깊게 땅이 꺼질 것처럼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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