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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 정신질환은 그녀 때문이다
작가 : 송아론
작품등록일 : 2022.1.20

청산마을 연쇄 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윤수!
시간이 흘러 그는 심리상담사가 된다.
하지만 어느날 20년 전에 죽었던 소녀가 윤수 앞에 나타는데...
윤수가 상담하는 내담자들이 한명씩 죽기 시작한다.

20년 전에 죽었던 소녀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내담자들을 죽이는 인물은 누구인가?

심리 미스터리가 펼쳐진다!

 
2화 [현재] 네필렌기스 거미
작성일 : 22-01-20 14:06     조회 : 175     추천 : 0     분량 : 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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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 창문 사이로 고즈넉한 바람이 불어왔다. 윤수는 병실에 누운 채 천천히 눈을 떴다. 오랜만의 깊은 수면이었다. 악몽도 꾸지 않았다. 윤수는 눈을 떠서야 내가 잠들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선생님 일어나셨어요?”

 

  김 간호사가 미소를 지었다. 윤수는 꼼짝없이 누운 채로 입을 열었다.

 

  “풀고 말씀하시죠. 이렇게 묶어놓고 잘 잤냐고 하면 무섭잖아요.”

 

  “박사님이 선생님 깨어날 때까지 묶어두라고 하셨거든요. 이래야 잘 잔다고.”

 

  김 간호사가 윤수의 양 손목과 발목에 채워진 강박을 풀며 말했다.

 

  “피곤하진 않으시죠?”

 

  윤수는 어제 김 간호사가 허벅지에 사정없이 주삿바늘을 꽂은 걸 떠올렸다.

 

  “덕분에요.”

 

  “별말씀을요. 다음에도 그러면 똑같이 할 테니까 주의하세요.”

 

  김 간호사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검지로 주사기 흉내를 냈다.

 

  “박사님은요?”

 

  “진료실로 가보세요. 퇴근도 안 하고 기다리고 계실 거예요.”

 

  윤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갔다. 병원장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도재학 박사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러다 목 디스크 걸리겠어요, 박사님.”

 

  윤수가 그 앞에 앉으며 말했다.

 

  “누구 때문인지 몰라서 그래?”

 

  도재학은 졸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또랑또랑했다.

 

  “그래, 또 뭔 일이 있었길래 꼭두새벽에 아빠를 찾아온 거야?”

 

  도재학이 고개를 바로 하고 말했다.

 

  “어젯밤에 지혜가 죽었습니다.”

 

  “뭐? 그 아이가?”

 

  거드름을 피우다 깜짝 놀라는 도재학이었다. 지혜는 그도 잘 알고 있는 학생이었다. 윤수의 소개로 진료를 했는데, 사교성이 있고 무척 밝아 인상 깊었다. 하지만 30분 뒤 진료실을 나설 때는 물에 젖은 빨랫감 같은 얼굴을 했다. 한마디로 조울증이 극심했다. 그 뒤로 지혜는 도재학에게 약 처방을 몇 번 더 받은 적이 있었다.

 

  “지혜가 왜 죽은 거야?”

 

  “제 상담소에서 자살했습니다.”

 

  “맙소사...”

 

  도재학은 허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박사님... 저 이상한 걸 봤습니다...”

 

  “어떤 걸?”

 

  “그 아이가 나타났어요...”

 

  “그 아이?”

 

  “네... 20년 전에 죽은 여자애... 걔가 뒤에서 절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윤수는 믿을 수 없다며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피범벅으로 난자된 지해를 피하려 허우적거릴 때 소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도재학이 윤수를 빤히 관찰하더니 입을 뗐다.

 

  “지 선생. 약은 언제 먹었나?”

 

  “끊은 지 몇 개월 됐습니다..”

 

  “끊으면 안 된다니까 그러네. 일단 약부터 다시 먹어보게나.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해 볼 테니까.”

 

  “제 말... 안 믿으시는 거죠?”

 

  윤수가 물었다. 도재학은 차트를 적으며 말했다.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20년 전에 죽은 애가 지 선생 눈에 보이는 게 잘못된 일이

 잖나. 그러니까 약부터 먹고 경과를 살펴보자는 거지.”

 

  도재학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뇌전증은 어때? 요새도 심해?”

 

  윤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항경련제도 꾸준히 복용해야 해. 자네처럼 먹었다 끊었다 하면 안 돼.”

 

  “알겠습니다...”

 

  윤수는 순순히 대답했다. 성문이 정신병에 걸린 이후, 도재학은 윤수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그가 친아버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는 윤수의 말을 믿지 않았다. 윤수에게 일어나는 현상을 병으로 치부하고 의학적으로만 접근했다.

 

  윤수는 차트를 쓰고 있는 도재학을 보다, 문득 그가 지혜 엄마랑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지혜가 엄마에게 이해를 받지 못했던 것처럼, 자신도 도재학에게 이해를 받은 적이 없던 것 같았다.

 

  ‘결국은 지혜나 나나 똑같은 처지구나.’

 

 윤수는 쓴웃음을 지었다.

 

  ***

 

  정신병원에서 나오자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윤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에든 약봉투를 내려다 보았다.

 

  항경련제 / 항정신병제 / 항불안제 / 항우울제 / 항파킨슨제.

 

  마치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정신병력이 자신에게 모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윤수는 약 봉투를 구겨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택시를 잡아 뒷좌석에 앉았다.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고 있자, 휴대폰 벨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젊은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님, 저예요.

 

  “누구시죠?”

 

  -지혜 담임이요. 아직도 제 번호 저장 안 하셨나 봐요?

 

  윤수의 표정에 날이 섰다.

 

  “네. 저장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내일 아침에 시간 되세요?

 

  “왜 그러시죠?”

 

  -지혜, 학폭위 열려요. 오셔서 뭐라도 말씀하셔야죠.

 

  “가해 학생들도 참여하는 겁니까?”

 

  -당연하죠.

 

  “시간은요?”

 

  -내일 오전 9시요. 그리고 선생님~

 

  뚝.

 

  윤수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최보라. 지혜의 담임 선생님. 제자에게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씌워 나락으로 떨어트린 장본인이었다.

 

  윤수는 한 달 전에 그녀의 실체를 알았다. 지혜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최보라에게 연락했을 때였다. 윤수는 그녀에게 지혜가 어떤 경위로 상담소에 왔는지, 친구들과 담임 선생님에게 오해를 받아 어떤 상태인지 전했다. 그리고 지혜가 고통스러워 하니 진실을 밝혀 모든 걸 바로 잡아주자고 했다. 하지만 최보라의 답변은 가관이었다.

 

  “선생님. 지혜에 대해서 잘 모르시나 본데, 걔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 애예요. 상담으로 해결안 돼요.”

 

  윤수는 기가 찼다. 담임이라는 작자가 제자를 정신병자로 몰고 있었다. 그 후로 윤수는 지혜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몇 번이나 최보라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도 학폭위에 참여를 하는 건가?’

 

  윤수는 문득 한 사람이 떠올라 휴대폰 전화번호부를 뒤졌다. 하정훈. 국어 선생님. 그는 전교에 지혜랑 잤다는 소문이 퍼지자 결국 사표를 냈다. 그 뒤로 지혜는 자기 때문에 국어 선생님이 잘린 거라며 괴로워했다.

 

  윤수는 한 달 전에 하정훈에게도 전화를 했었다. 선생님도 힘드시겠지만 지혜의 안정을 위해 나는 괜찮다는 한마디만 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하정훈도 냉담했다.

 

  “제가 왜 그 녀석을 위로해 줘야 하는 거죠?”

 

  그가 어이없다며 말을 이었다.

 

  “지혜 그 뒤로 학교에 한 번도 안 나온 거 아시죠? 전화도 안 받길래 제가 학교에 와서 같이 해명 좀 하자고 문자를 수십 통씩 보냈습니다. 그런데 답장도 일절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한다는 말이 위로 좀 해달라고요?”

 

  윤수가 지혜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때, 지혜가 너무 두려워서 경황이 없었다고 합니다. 선생님 조금만 이해해 주십시오.”

 

  “덕분에 제 교직 인생이 날아갔는데도요?”

 

  “부탁드리겠습니다. 괜찮다는 한마디만 해주시면 됩니다. 지금 지혜가 조울증이 너무 심합니다. 자해도 하고 있고요. 국어 선생님에게 너무나 죄송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통화를 해서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나는! 난 안 괴로운 줄 알아? 내 인생도 파탄 났는데 나보고 위로를 하라고? 다 죽여버리고 싶은 거 겨우 참고 있는데, 왜 사람을 들쑤시는 겁니까!”

 

  “......”

 

  윤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결국 죄송하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윤수는 하정훈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그가 학폭위에 참여를 할리도 없고, 설령 부른다고 해도 순순히 응할 것 같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되는 게 없었다. 가해 학생들이 사과할 리는 만무하고, 담임 선생님은 지혜를 정신병자 취급한다. 엄마는 딸을 믿어주지 않고, 아빠는 알코올 중독자에다 심지어 폭행까지 한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결국 승산 없는 싸움을 해야 함을. 윤수는 택시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았다.

 

  ***

 

  다음날 아침. 윤수는 직접 차를 몰고 세린 고등학교로 향했다. 휴대폰에 메시지가 와 확인하자 최보라였다. 지혜 엄마가 장례식 때문에 학폭위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윤수는 의아했다. 딸이 죽은 게 누구 때문인데 오지 않는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동시에 자신이 경찰서에서 그녀에게 일갈을 했던 게 떠올랐다.

 

  모든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해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조차 포기한 걸까. 그러고 보니 학교가 왜 이렇게 학폭위를 서두르는지도 깨달았다. 피해자와 피해자의 부모가 없는 학폭위.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다.

 

  윤수는 학교 건물 뒤편에 차를 주차했다. 차량에서 내려 곧장 1층 자연과학실로 향했다. 수업 중인지 복도는 한산했다. 윤수는 기나긴 복도를 따라 갔다. 마치 식도를 타고 가는 것 같은 매스꺼움이 느껴졌다. 복도 끝에 있는 과학실로 향했다. 앞문을 열자마자 알싸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덮쳤다.

 

  “오셨어요, 선생님.”

 

  최보라였다. 그녀는 버건디 립스틱을 짙게 바른 채였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여기서 진행하는 겁니까?”

 

  “네, 아무래도 조용히 하는 게 좋으니까요.”

 

  “다른 분들은요?”

 

  “곧 오실 거예요.”

 

  윤수는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 소독약으로 범벅된 과학실을 둘러봤다. 코를 찌르는 냄새의 정체는 포르말린이었다. 과학실 선반 위에 쥐, 개구리, 거북이, 도마뱀, 뱀까지 크고 작은 동물들이 포르말린에 박제되어 있었다.

 

  “신기하죠? 아직도 이런 걸 하는 학교가 있는 게.”

 

  최보라는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박제 앞에 섰다. 이내 거미를 박제시킨 밀폐용기를 들어 윤수에게 보여줬다.

 

  “이게 뭔지 아세요?”

 

  “거미 아닙니까?”

 

  “맞아요. 네필렌기스라는 거미예요. 제가 작년 휴가 때 이 녀석 구하려고 인도네시아까지 갔었거든요. 하 선생이랑.

 ”

  하정훈. 국어 선생을 말하는 거였다. 윤수가 가방을 열어 서류를 꺼내자 최보라가 힐끔 그를 쳐다본 뒤 말했다.

 

  “선생님, 혹시 그거 아세요? 암컷 거미는 짝짓기를 한 뒤 수컷 거미를 잡아먹는 거요.”

 

  “압니다.”

 

  윤수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거미의 생태계에서는 그것이 당연했다.

 

  “그런데요, 재미있는 게 뭔지 아세요?”

 

  최보라가 또각또각 구두굽 소리를 내며 말했다.

 

  “몇몇 수컷 거미들은 참 영악하다는 거예요.”

 

  윤수가 고개를 들어 관심을 보이자 최보라가 흡족한 얼굴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짝짓기를 했으면 자연의 섭리대로 암컷 거미한테 잡아먹혀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러지 않는 수컷들이 있다는 거예요. 어떤 수컷 거미는 잡혀먹지 않으려고 미리 먹이를 들고 가기도 하고요, 또 어떤 수컷 거미는 가짜 먹이를 들고 가서 짝지기가 끝나면 도망가기도 해요.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재수 없는 수컷 거미가 뭔지 아세요?”

 

  밀폐용기를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바로, 이 네필렌기스 거미예요. 이 거미는요, 암컷하고 교미를 한 다음에 아예 생식기를 떼버리고 도망을 쳐요. 생식기는 암컷 몸에 박힌 채로 계속 사정을 하고요. 정말 재수 없지 않아요? 임신시키고 혼자 도망가는 게?

 

  윤수는 최보라가 말한 의미를 생각했다. 그녀의 버건디 립스틱 아래에 있는 배를 쳐다봤다.

 

  그 순간,

 

  빠직-

 

  “어머나. 놓쳐버렸네.”

 

  밀폐용기를 떨어트린 최보라였다. 깨진 용기 사이로 포르말린이 새어 나왔다. 동시에 네필렌기스 거미가 모래알처럼 쪼그라들었다. 윤수가 거미에게 시선을 떼고 말했다.

 

  “그래서 하 선생이 날 임신시키고 제자랑 바람났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글쎄요. 그건 선생님 해석에 맡기죠.”

 

  입꼬리를 실룩 거리며 뒤돌아서는 최보라였다. 윤수는 그녀에게 정신병원에 가야 할 사람은 지혜가 아니라 당신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난 후,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과학실 문이 열리더니 학폭위 참석자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교장과 교감, 가해 학생들과 부모들이었다. 윤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서류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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