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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10. 희생.
작성일 : 22-01-19 20:19     조회 : 168     추천 : 0     분량 : 3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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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무슨 소리야 선아! 언니랑 같이 나가자고 그랬잖아.”

 

 선아의 다짐에 가장 먼저 의문을 보인 건 송이였다.

 

 역시 마음이 여린 송이는 선아를 챙긴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어. 언니가 막무가내로 같이 나가자고 했던 거잖아. 나 혼자 여기 남으면 그게 걱정이 되니까.”

 

 코를 훌쩍이면서도 선아가 또박또박 말했다.

 

 “하지만, 언니도 알고 있잖아. 내가 있어봤자 나는 짐일 뿐이야. 언니가 뭘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함께 이곳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정말 그렇게 생각해?”

 

 선아가 빨개진 눈으로 송이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건… 할, 할 수 있어! 그, 그렇지?”

 

 선아의 말에 똑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송이가 철수에게로 그 답을 미뤘다.

 

 “그, 그건…”

 

 난감한 질문에 철수는 답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종일 철수의 머릿속을 괴롭혔던 것이 탈출의 가능성 여부였기 때문이다.

 

 송이 한 명이라면 몰라도, 어린 선아까지 이끌고 경산을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러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극히 낮았다.

 

 “툭 까놓고, 힘들긴 하지. 많이 힘들 거야.”

 

 그 누구도 쉽사리 꺼내기 힘든 말을, 대신 꺼내준 건 역시 방석이었다.

 

 목소리는 침착하고 냉정했지만, 방석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봐봐, 제일 똑똑한 방석 오빠가 말했잖아. 정말로 다들 이곳을 탈출하고 싶다면, 나를 포기해. 내가 남아서 마귀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할게. 고작 하룻밤 속이는 게 다겠지만.”

 

 막내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이미 각오는 마쳤다는 그 목소리에 감히 누가 저항할 수 있으리.

 

 “고맙다. 고마워. 만약 우리가 경산을 벗어날 수 있다면, 그건 다 네 덕이야, 선아야.”

 

 우왕좌왕. 다들 심란한 침묵을 유지하고 있을 때, 제일 먼저 감사의 인사를 보인 방석은 고개를 직각으로 숙였다.

 

 다른 모두를 위해 희생을 택한 동생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보인 것이다.

 

 “미안해, 나도 정말 고마워.”

 

 뒤 이어 철수가 곧바로 선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송이는 목소리를 죽여 꺼이꺼이 울며 선아를 꽉 껴안았고, 개똥은 말 없이 선아의 맑은 눈을 지긋이 바라봤다.

 

 선아의 눈빛은 개똥의 무사한 앞날을 기원하고 있었다. 그것에 깊이 감사하며 개똥도 고개를 수여 마음을 보였다.

 

 잠깐의 먹먹한 감사의 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은 다시금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작전을 공유하도록 할까?”

 

 아직 눈물이 멎지 않은 송이가 딸국질을 하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을 때, 방석이 낮은 목소리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선아가 어려운 선택을 해줬어. 그리고, 선아가 바라는 건 여기 있는 모두의 무사한 탈출이야. 그걸 위해서라면 이제 더 이상 쓸데

 없는 감정은 버리고 현실에 집중할 때야.”

 

 방석의 말에 선아가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괜히 침울해서 뭐하겠어. 무사히 탈출해서, 반드시 선아를 구하러 다시 찾아올 거야, 나는.”

 

 철수가 잠긴 목을 풀며 몸을 방석 가까이 붙였다.

 

 둘은 조금 머쓱하게 눈빛을 교환하고 표정을 풀었다.

 

 “나도… 꼭 다시 찾아올게.”

 

 목소리를 진정시키고 송이도 엉덩이를 좀 더 가까이 붙였다.

 

 본격전인 논의와 화합의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희생이 확정 지어진 후에야 비로소 화합이 이뤄지는 이 상황이, 개똥은 내심 속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찌하리.

 

 경산을 무사히 탈출하겠다는 의지는 다들 굳건했다.

 

 개똥은 그 굳건한 의지에 숨어 편히 발버둥을 쳐볼 심산이었다.

 

 “좋아, 그럼 오늘 종일 뭘 준비했는지 말해 볼래? 종일 쉬지도 않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걸 봤어. 멀 준비한 거야?”

 

 방석의 질문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쇠사슬과 전분 가루를 준비했어. 내 계획은 바위산 부근을 오르는 거였어. 조금 힘들긴 하지만, 추격하는 개들이 쉬이 오를 수 없는 지형이야.”

 

 철수의 답에 방석은 고개를 몇 차례 끄덕였다.

 

 “괜찮은데? 바위가 난잡한 지형에서는 제아무리 날랜 짐승이라도 산을 타기 어려워지는 법이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서는 오르기 힘든 지형이 많으니까. 쇠사슬은 경사가 가파른 지역을 오를 때 쓰면 될 것 같고… 전분은 손에 발라 쇠사슬을 타고 오르기 쉽게 하기 위해서인가?”

 

 방석이 대번에 철수의 속셈을 파악했다. 철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방석은 잠깐 고민하더니 손뼉을 가볍게 쳤다.

 

 “좋아. 먼저 바위산 부근으로 오르는 게 좋을 것 같아. 녀석들의 추격을 초반부터 힘들게 하는 게 유리할 듯 해. 바위산은 굳이 따

 지자면 북쪽 방향이긴 하지만, 바위산의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는 것도 괜찮아.”

 

 방석은 자신의 설명을 듣는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닥에 검지로 그림을 그리듯 표현하며 말을 이었다.

 

 “나는 서쪽 산맥을 건너 항구가 있는 곳으로 갈 계획이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산을 타서 건너가면 항구까지 가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여. 어때, 다들? 괜찮아?”

 

 방석의 설명은 간단했다.

 

 처음은 북쪽에 위치한 바위산으로 등산하되, 정상에 오른 이후 그 산맥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자는 전략이었다. 이것에 개똥은 이견이 없었다.

 

 “합리적인 방안이네. 그런데, 그 항구에서 어떻게 도망칠 건지 그건 어떻게 할 거야?”

 

 도주 전술에 관해서는 철수도 이견이 없는 듯했다.

 

 다만, 도주가 성공한 이후에 무사히 항구를 통해 바다를 건너기 위해서는 적어도 금화 한 개 정도의 자산이 필요했다.

 

 그 점을 철수는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건…”

 

 방석도 이 부분은 곤란했다.

 

 곤란한 방석의 시선은 슬그머니 한 쪽으로 향했다.

 

 “그건, 내가 해결할 수 있어!”

 

 방석의 시선 끝에 있던 선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외쳤다.

 

 선아는 벌떡 일어나 자신의 버선을 가져왔고, 그 안에 있는 금화 한 개를 활짝 웃으며 꺼냈다.

 

 “이걸 써!”

 

 “야, 그건…”

 

 막내의 헌신을 철수는 차마 거부할 수 없었다.

 

 이미 홀롤 경산에 남기를 자처한 아이였다.

 

 보통의 각오로는 어림도 없는 결심을 보인 선아에게, 금화 한 개 정도야 뭐 얼마나 어려운 선택이겠는가.

 

 “고마워. 언니가 꼭 이 돈으로 더 많이 벌어서 너 데리러 올게.”

 

 선아의 금화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며 송이가 금화를 품속에 담았다.

 

 “고맙다, 선아야. 덕분에 많은 게 해결됐어. 이걸로 자금 문제는 괜찮지? 그리고… 선아에겐 또 미안한 일이 되겠지만, 내일 우리가

 떠나면 부탁할 일이 있어.”

 

 “알았어, 뭐든 부탁해. 도울 수 있는 일은 꼭 도울게.”

 

 고통의 보금자리를 떠나는 언니와 오빠를 위해 선아는 바닥이라도 길 수 있었다.

 

 언젠가는 자신을 구하러 와주겠다는 철수와 송이의 다짐도 힘이 됐다.

 

 그들의 무사한 탈출이 곧 자신의 행복이었다.

 

 때문에 소녀는 귀를 기울였다.

 

 방석의 입에서 내일을 위한 철저한 계획이 쏟아져 내렸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 말에 집중했다.

 

 결전의 날이 당장 코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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