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기타
셀프인생2022
작가 : 행복한라니
작품등록일 : 2022.1.12

셀 프 인 생
태어나 부모님 사랑을 받으며.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까지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을 낳고. 자식을 다키운 후에야 내 인생을 찾으려 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이 당연하지 않다면. 철 없어서 뭘 몰라서 아무것도 안한채 지나버린 시간들. 성인이 되어서 셀프로 살아가는 빛나 얘기를 하고 싶었다. 오늘을 열심히 살다보면 꿈은 이룰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

 
10.나로 살겠다.
작성일 : 22-01-12 20:46     조회 : 170     추천 : 0     분량 : 2129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0. 나로 살겠다.

 

 마음이 혹독한 겨울이 지나고 2022년엔 새해가 밝았다. 다들 내게 새출발을 하라고 말했다. 재혼을 의미 하는 말이었지만 나는 이제 누구의 아내. 엄마 아닌 나로 살겠다고 다짐 했다.

 ‘다섯남자’가 해체 21년 만에 완전체 모습으로 콘서트를 한다는 소식에 힘들게 티켓을 구매했다. 맨 앞좌석 vip표를 구매했다. 그 시절 ‘다섯남자’팬이었지만 나는 정품 음반을 사서 노래만 들을뿐, 아무것도 살 수 없었고. 콘서트는 커녕 TV로도 마음놓고 본 적이 없었다. 그때 못했던걸 43살에 하게 될줄이야. 나튜브로 그시절 ‘다섯남자’영상을 찾아보고. 굿즈도 사고. 설레는 마음으로 콘서트 장으로 갔다.

 콘서트장에 설치된 선명한 대형 스크린을 보며 촌스럽게 감탄이 나왔다. 하긴 지금은 그때와 다르지. 빵빵한 사운드에서 오프닝 음악이 터져 나오자 심장이 뛰었다. 스피커가 좋은 탓일까. 크게 들어도 소음으로 들리지 않았다. ‘다섯남자’를 보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벅찬가슴으로 콘서트에 빠져 들었다. 열여섯 소녀로 돌아간 기분. 그시절 ‘다섯남자’를 TV가 아닌 무대를 직접 보았다면. 지금 느끼는 열기와 열정을 그때도 느꼈다면 난 꿈을 꾸었을지도 모른다. 그 시절 난 꿈이 아닌 망상에 빠져 있었다. 현실을 잊으려고만 했었고. ‘다섯남자’ 음악은 내겐 마음의 진통제 였다. 동화속의 왕자님을 꿈꾸듯 상상만 했었는데. 그 시절 나를 살게 한건 음악과 춤이었다. ‘다섯남자’ 콘서트를 보면서 힘들었던 나의 학창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늘 ‘안돼’라는 말만 듣고 자라서 하고 싶은걸 하지 못했다. 그때의 보상을 지금 받는 걸까. 난 자유의 몸이 되었고. 돈도 있으니 이제 다시 시작 해볼 용기를 얻었다.

 

  ‘패륜아’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 속 주인공이 정화였다. 정화는 길거리에서 아빠와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 아빠를 밀치고 돈을 뿌리고 욕설을 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영상을 보며 사람들은 정화를 ‘패륜아’라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술 한잔 하면서 정화는 하소연을 늘어 놓았다. 방송에 나간 이후, 새아빠가 찾아와 돈을 요구 했다고 말했다. 정화는 한때 잠깐 먹여 살려 준 댓가를 치르듯 돈을 줬지만 더 이상 돈을 줄수가 없다며 피해 다녔다고 말한다. 그날도 무시하며 돌아섰는데. 자꾸 돈을 달라 붙잡기에 지갑에 있는 돈을 던지며 다신 찾아 오지 말라고 말했는데. 그게 이렇게 커질줄 몰랐다며. 억울하다는 정화말에 대답했다.

  “해명하면 되잖아. 니가 왜 그랬는지……. 상황을 설명하면 사람들도 이해할거야!”

  “이해받고 싶지 않아. 그럴려면 가족사를 다 말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래? 그냥 손가락질 받다 보면 잊혀 지겠지. 그런데 그 시간을 내가 버틸수 있을지 모르겠어.”

  “왕관의 무게가 힘들면 잠시 내려놔도 괜찮아.”

 정화는 좋아하는 일을 할수 있어서 좋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가져 주며 알아 봐주는 방송 일이 좋아서 말도 안되는 루머나 악플에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가족 얘기엔 무너진다고 말했다.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에 대답했다.

  “감당 하지마. 고소해. 악플 단 사람이 감당해야지. 인격을 모독 하는건 살인이지.”

  “나도 그러고 싶은데, 어떻게 그래? 어째든 욕 먹을짓을 한건 맞잖아. 지금 내가 힘든건, 악플이 아니라 방송을 못하게 될까봐 그게 두려워.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 이랄까. 뭐가 터질 것 같은데. 언제 터질지 몰라 불안해.”

  “그럼 니가 먼저 폭탄을 던지면 되잖아.”

  “니 일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거 아냐?”

  “나라면 폭탄 던질거야. 왜 내가 감당하고 살아야해? 내가 죽게 생겼는데. 나는 살고 봐야지. 내가 뭘 잘못했다고. 죽고 싶을땐, 내 목숨이 아니라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 것을 끊어 버리는 거야. 왜 엉뚱한걸 끊으려고 그래?”

 내 얘기에 용기가 생겼는지 정화는 세상에 고백 했다. 새 아빠에게 그동안 성폭행을 당해 왔다는 얘기를 하면서 새 아빠를 고소했고,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정화는 진실 공방으로. 법적 싸움으로 더 힘들어 졌지만 후련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내안의 나를 부정하고 성공한 내 모습이 전부라 말하면서 누가 내 과거를 알까봐 늘 불안 했는데. 말하고 나니까 편해졌어. 이제 패륜아 소리는 듣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어 보여? 머릿속이 복잡하면 여행을 가는건 어때?”

  “나도 그 생각 했었는데. 도망 가는거 같아서 나중에 가려고. 지금은 아무일 없다는 듯 내 일을 할 거야. 니가 그랬잖아.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라고. 왜 피해자가 숨어 다녀야 하냐고. 챙피한게 아닌데. 당당하게 다니면서 위로든 동정이든 받을래! 지금 내가 힘든건 엄마 때문이야! 나, 엄마랑 같이 살기로 했거든!”

 ‘엄마’얘기에 눈물이 고였다. 말없이 정화를 안아 주며 말했다.

  “잘했어. 아직은 용서가 안되고 밉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편해 질 거야. 나중에 따로 살더라도 지금은 엄마를 품어 주는게 맞을 거야. 어째든 낳아주신 엄마잖아!”

 정화는 눈물 보인 것이 민망한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치. 니가 뭘 알아? 내맘 나도 모르는데……. 근데 위로는 되네.”

 

  공모전에 내 소설이 당선 되었다. 상장 수여 및 기념촬영을 하고, 책 출판도 한다는 말에 아직도 꿈만 같았다. 누구에게 제일 먼저 알려야 할까. 기쁨을 나눌 사람은 가족 뿐이었다. 공모전에 당선되었단 말에도 부모님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지만 내심 자랑스러워 하며 앞으로 작가로 활동 하냐고 물었다.

  “공모전 당선 하나로 무슨 작가야? 그냥 로또 맞은 기분이야!”

 글은 계속 쓰겠지만. 인세로 먹고 살긴 힘들어서 직업은 안될 것 같다며. 받은 상금으로 반찬가게를 하고 싶다는 말에 엄마는 황당해 하며 물었다.

  “작가가 글을 써야지. 갑자기 무슨 반찬가게야? 니가 요리 잘하는건 알지만 다른 사람 입맛에도 맞을까? 아무나 장사 하는게 아닌데.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어떻게든 잘 해 보려고. 노는 것 보다 낫잖아! 이 나이에 알바 하는것도 그렇고. 취직하기도 힘들 것 같아서. 내가 잘하는 일을 한번 해 보려고.”

 처음엔 강아지 옷을 만들어 팔 생각 이었지만 그건 한계가 있었다. 애견숍에도 강아지 옷들이 넘쳐나고. 인터넷으로 저렴하게 쉽게 살수 있으니까. 식당을 차리는건 무리고. 혼자 할 수 있는 작은 분식점이라도 해보려 했지만 정신 없을거 같고. 반찬가게가 딱 일 것 같았다. 꽁돈이 생겨서. 충동적으로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계획이 있다는걸 말씀 드리자 부모님도 염려대신 응원을 해주었다.

 

 인수가 다니던 학교 앞 문구점이었던 곳을 인수해 반찬가게를 차렸다. ‘밥 도둑이 된 반찬’이라고 간판을 달고 내가 할수 있는 만큼 반찬을 만들어 밥과 함께 시식을 권했다. 아이들 반찬에 캐릭터를 더하자 엄마들 사이에서 반응이 뜨거웠다. 오픈한지 한달도 되지 않았는데 대박이었다. 블로그에 홍보 하지 않아도 고객들이 SNS에 올리다 보니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달라며 예약까지 받게 되었다. 반찬가게를 하면서. 저녁엔 나튜브 방송을 하면서 나 답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서준이 집 앞으로 찾아왔다. 인수가 보이지 않자 못본척 지나쳐 가려는데 물었다.

  “인수 보고 싶지 않아?”

  “당연한 소리 하지 말고 용건만 말해.”

  “인수, 당신이 키워!”

 이제와서 인수를 날더러 키우라는 서준의 말에 화가 났다. 이유는 궁금하지 않았다. 제주도 갔을 때 수영은 나오지도 않은 배를 만지며 나를 조롱했다. 그때 임신중이었다면 지금쯤 출산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와서 인수가 짐 스러워 버리는 걸까. 따져 묻기도. 화를 내기도 싫었다.

  “그래. 인수는 내가 키워. 대신 너님은 양육비나 꼬박 보내주면서 찾아 오지마.”

  “양육비는 줄거야. 근데 내가 아빤데 가끔 만나서 밥 먹고 얼굴 볼순 있잖아. 외국에선 아니 요즘은 이혼하고도 친구로 지내는 사람 많잖아.”

  “친구 같은 소리 하네. 남보다 못한 원수가 되었는데, 인수를 넘겨 주면 내가 고마워 엎드려 절이라도 할 줄 알았어? 그년이랑 아이 낳고 새출발 하는데 인수가 짐 스러워서 나한테 버리면서 아빠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현관 문 앞에 인수가 서 있었다. 눈물이 나오는걸 애써 감추며 인수를 품에 안으며 집 안으로 들어가자 서준이 뒤 따라 들어오려 하자 문을 꽝 닫으며 말했다.

  “내 집에 발 디딜 생각하지 말고 꺼져. 말 섞고 싶지 않으니까 꼭 필요한 말은 문자로 얘기하고. 쓸데없는 개소리엔 답장 안할테니까 그런줄 알아!”

 인수는 나를 반가워 하면서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도 빠진거 같고. 수다스러웠던 말수도 없어지고. 표정이 없자 물었다.

  “엄마 안좋아? 안보고 싶었어? 엄마는 인수를 만나서 너무 행복한데.”

  “거짓말. 나 또 버릴거면 그냥 지금 고아원에 버렸으면 좋겠어. 내가 동네 북이야?

 왜 어른들 마음대로 나를 이리저리 보내 버리는건데.”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버리다니? 엄마가 왜 널 버려? 얼마나 사랑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인수는 친 할머니 말만 믿고. 그동안 나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했다. 내가 겪은 아픔을 똑같이 느꼈을 인수를 품에 안으며 절대 그런거 아니

 라고 말했다. 하루도 잊은적 없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제주도에서 엄마 기억 안나? 너 찾으려고 엄마가 얼마나 애 썼는데. 아빠가 널

 떼어 놓았잖아. 절대 엄마가 버린거 아냐! 엄마가 능력이 없어서 널 찾지 못한거지.

 버린거 아냐! 그리고 이젠 다신 널 그 누구에게도 보내지 않을 거야.”

 1년 동안 인수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이의 상처는 생각보다 컸다. 입학 한

 학교에 다시 전학을 온다는 것이 불편할 것 같아 인수에게 물었더니 괜찮다고 말했

 다. 다음날, 인수와 함께 쇼핑을 했다. 인수방을 꾸미기 위해 필요한 물건과 인수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방을 꾸미자 인수가 물었다.

  “이게 정말 내 방이야?”

  “원래 니 방이었거든. 니가 쓰던 옷장. 책상 그대로잖아.”

 인수의 물건이 그대로 인걸 보며 인수는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제야 내가 버린

 것이 아니라는걸 믿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불안한 듯 물었다.

  “아빠가 나 또 데려가면 어떡해? 아빠랑 사는건 좋은데, 새엄마랑 사는건 싫은데.”

  “너만 가지 않는다면 이젠 널 뺏기지 않아. 이젠 엄마도 사장이거든!”

 

 1학년때 알던 친구들이 있어서 2학년 생활은 무리없이 잘 적응 할거라 생각 했는데 담임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수가 한글을 모른다고. 또래에 비해 이해력도 떨어지고. 협동심도 부족하고. 1학년 담임 선생님도 인수가 폭력적으로 변해서 다른 아이 같다고. 그리고 인수 팔, 다리에 난 상처는 뭔지 물었다.

  “상처요? 제가 잘 못봐서……. ”

 무책임한 말을 해버렸다. 또래에 비해 인지능력도 떨어진다는 충격적인 말에 이어 상처라니. 조각난 유리멘탈을 붙잡고 있는데 선생님은 곤란하다는 듯 대답했다.

  “어떻게 어머님이 모를수가 있어요? 이러면 규정상 저희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인수는 상처에 대해 대답하지도 않고, 엄마가 그런건 아니라고 하는데 혹시 아버님이…….”

 학대를 당했다는 생각에 멘탈이 무너지고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내 눈물에 당황한 선생님이 물었다.

  “어. 어머님? 왜? 왜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으로 마중 나갔다. 인수를 반찬가게로 데려와 팔. 다리를 살피며 또 다른 상처는 없는지 살펴 봤다. 상처 투성인 인수 몸을 보며 왜 혼자 샤워를 하겠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멍에 대해 묻자 할머니 집에서 부메랑을 갖고 놀다가 TV를 고장 내서 혼난 거라고 말했다. 그래서 괜찮다는 말에 말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그깟 TV가 뭐라고. 니가 무슨 잘못을 해도 이렇게 맞을 이유는 없는거야. 한번만 더 맞고와봐. 그 누구든 절대 용서 못해!”

 그리고 이것또한 인수를 지켜주지 못한 내 탓이라 생각하자 마음이 아팠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몸과 마음이 아픈 인수를 생각하면 내가 지금 반찬이나 만들어 팔 때가 아닌 것 같았다. 반찬은 인수가 등교하는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업을 하겠다고 공지를 하고 인수가 하교 후 태권도를 갔다 집에 오는 시간부터는 나와 시간을 보냈다. 같이 공부도 하고. 놀러도 다니면서 인수의 마음을 살폈더니 인수는 다시 전처럼 밝고 착한 아이로 돌아왔다. 그래도 아빠의 빈자리가 느껴지자 ‘엄마, 아빠를 빌려 드립니다.’라는 카페를 만들어 아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아이를 봐주는 ‘육아 품앗이’를 같이 하자고 글을 올리자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인수에게 새로운 친구가 생겼고. 방과후 뛰어노는 활동적인 놀이를 하며 지내던 어느날 서준이 찾아왔다. 서준을 보면 반사적으로 날을 세워 물었다.

  “용건이 뭐야?”

  “저번주에 아쿠아리움 갔었지? 그때 같이 간 놈 누구야?”

  “그놈이 누군지 딴년이랑 애 낳고 사는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그거 물어 보려고 여기까지 온거야? 대답할 이유 없으니까 꺼져!”

  “내가 애 낳고 산다고 누가 그래?”

  “누가 말해줘야 아니? 너 님이 뭘 하든 신경 안쓰니까 내 일에도 신경 쓰지마!”

  “그래. 그놈이 누군지 나도 관심없어. 그치만 인수 아빠는 나야! 내 아들이 딴놈이랑 있는거 못참아. 내 돈으로 양육하면서 딴놈을 만나지마.”

  “인수 아빠? 너 님이 아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인수 데려가서 인수 키우기나 했어? 어머님 집에 방치해서 한글을 모르는건 이해해……. 근데 애를 왜 때려? 인수보다 그깟 TV가 더 중요해? 너 님 돈으로 양육하는거 아냐! 너 님이 주는 양육비는 니가 생물학적인 아빠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지지 않은 벌금이지, 아빠 자격으로 주는 돈이 아냐! 아빠 노릇 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인수가 아빠 찾기 전까지 인수 볼 생각 하지마!”

 

 인수가 서준을 보고 싶어 하자 서준을 불렀지만 내집에서 함께 지내는건 허락하지 않았다. 집에서 아빠랑 놀고 싶다는 인수 말에도 절대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서준은 거의 매일 찾아와 인수를 만났다.

  “너 님 이러는거 그년도 알아? 참 좋아 하겠네.”

  “나, 이혼했어. 이제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야!”

  “나랑도 상관없는 얘기네. 그만 가봐.”

  “저기……. 그날은 정말 실수였어. 미안해……. 다 핑계고. 변명인거 알아.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뿐이란걸 다시 한번 깨달았어. 나, 너 사랑해. 한번만 나 용서 해주면 안될까? 애들 봐서라도 우리 다시 합치자. 내가 더 잘할께!”

  “미쳤어? 아니면 나 열받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거야? 유효기간 지난 말을 왜 자꾸 하는 건데. 사랑? 용서? 그게 지금 할 소리야? 매달릴거면 바람 폈을 때 매달렸어야지. 이혼하고 내가 어떻게 살았는데. 태풍이 지나간 자리 다 정리하고. 이제야 햇살이 들어오니까 따뜻한 보금 자리 찾아 오겠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그만해?”

  “그땐 나도 어쩔수 없었어. 당신 마음은 멀어졌고, 내 마음 받아주는 수영씨라도 만날 수 밖에 없었어. 임신 했다는 말에 재혼 말고 다른 선택은 없었어.”

 그말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그래. 어련하시겠어. 나랑 결혼한 이유도 아이 때문이었어? 당신한테 사랑은 아이가 생기면 결혼 해주는 거야? 됐으니까 내 앞에서 헛소리 그만 지껄여!”

  “빛나야…….”

  “쓰레기 같은놈. 내 이름 부르지마!”

 

 연락도 없이 엄마가 찾아왔다. 인수가 보고 싶다는 말은 핑계고 물었다.

  “요즘 서 서방 자주 온다며?”

  “서 서방이 어딨어? 인수 아빠가 인수 보러 오는건 뭐…….”

  “너도 마음 있는거지? 서 서방은 재결합 하고 싶어 하던데. 그럼 못이기는척 받아줘. 다른 남자랑 재혼할 거 아니면 카페에서 이남자 저남자 만나지 말고 다시 합치는게 어때? 여러놈 만나봤자 그놈이 그놈이고, 모르는 놈보다 아는 놈이 낫잖아!”

  “엄마까지 왜그래? 마음이 있어서 받아 주는게 아니라, 인수 때문에 봐주고 있는거야. 카페에서 아빠처럼 놀아주는 아저씨가 있어도 아빠랑 노는게 더 좋을테니까.”

  “그러니까 서 서방이랑 다시 합치면 되잖아. 인수를 생각해서. 실수한만큼 더 잘하며 살텐데 그걸 못 봐줘?”

  “그 사람이 엄마한테 무슨말을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재결합은 없을거야. 인수에게 아빠가 필요 하다고 해서 나에게 필요없는 남편을 만들고 싶진 않으니까.”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일까지 한다는건 생각보다 어려운, 아니 힘든 일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혔지만 ‘엄마’이기에 아파 누워 있을수도 없었다. 저녁에 반찬을 만들고, 눈뜨면 등원과 함께 반찬가게로 출근을 했다.

 방과후 수업을 마친 인수가 학원을 갔다 오는 시간은 저녁 6시 였다. 저녁을 먹고 인수와 함께 책을 보고. 자유 시간을 보내다 인수가 잠들면 나튜브를 시작했다.

 중국어 교육 영상도 올리고, 반찬 만드는 영상도 편집해서 올렸다. 인수를 키우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 하느라 다른건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카페 친구들을 초대해서 집에서 파티를 할 생각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서준이 찾아왔다. 현관문을 열자 서준은 6개월이 된 아기를 안고 서 있었다.

  “미. 미안한데. 애 좀 맡길수 있을까?”

  “전두엽 고장났어? 벌써 치매야? 나한테 뭘 맡기겠다고?”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서준은 염치 없지만 수영씨가 아이를 버리고 갔다며 상황 설명을 하려 하자 나와 상관없는 얘기라며 현관문을 닫으려고 하는데 아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나도 모르게 아이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열이 있었다. 이정도면 체온을 재지 않아도 고열이었다.

  “열 있는것도 몰랐어? 당장 응급실부터 가!”

 인수를 혼자 두고 서준과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갔다. 걱정과 달리 아이는 해열제를 먹고 열이 내렸고, 다른 검사 결과도 이상이 없었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응급실을 나왔다.

  “고마워…….”

 서준의 인사에 대꾸도 없이 택시를 잡았다. 서준도 따라 타려는걸 막으며 말했다.

  “어딜 타? 너 님은 너 님 아기 데리고 너 님 집으로 가세요!”

 집 앞에 내리자 뒤따라온 서준도 택시에서 내려 말했다.

  “나, 갈곳이 없어……. 밥 이라도 주면 안될까?”

  “뭐? 밥? 식당가서 사먹어. 편의점 가서 사 먹던지! 내 참 기가막혀서.”

  “아니……. 서정이 밥……. 이유식을 며칠째 못먹었어.”

 진짜 나한테 왜 이러냐고. 미치고 환장 할 노릇이었다. 울고 싶은 건 난데, 아이가 울었다. 추운 날씨에 밖에 오래 서 있을수도 없고 서준을 집 안으로 들였다.

  “일단 좀 씻어. 더러워 죽겠으니까.”

 서준이 씻을 동안 냉장고에 있는 반찬을 꺼내 대충 밥상을 차려놓고, 야채를 갈아서 이유식을 만들었다. 이 새벽에 대체 뭐 하는 짓인지. 다음날, 인수는 아빠를 보며 반가워 와락 안기며 말했다.

  “뭐야? 아빠 언제 왔어? 여기서 잔거야? 나 깨우지 그랬어?”

  “오인수! 그만하고 학교 갈 준비 하자. 엄마도 나가야 해.”

 서준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왜 오인수야? 서인수지! 당신 재혼해?”

  “상상하는 꼬라지 하고는……. 내 아들이니까 오인수다. 됐냐? 너 님 떄문에 잠 도 못자고 오늘 하루 망친 기분이니까 건들지 말고 당신 딸이랑 어디 갈지 정해서 빨리 내집에서 나가 주길 바래!”

  “나 진짜 갈데 없다니까.”

 인수 먼저 학교에 보내고, 서준은 반찬가게 까지 따라와 사정 얘기를 했다. 무리하게 빵집을 크게 이전 하려다가 사기 당해서 수영은 아이를 두고 나가 버리고. 집 팔아 빚 갚고 나니 오갈데가 없는 신세라고 말했다. 돌도 안된 아이를 어머니 한테 맡길수도 없고, 혼자라면 어떻게든 살겠지만 서정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아원에 보내는게 맞냐고 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여기가 고아원이야? 어린이집이야? 내 애도 아닌데 내가 왜. 애엄마 찾아 주던지. 고아원에 맡기던지. 당신 애를 왜 나한테 그래?”

 서준은 수영을 단 한순간도 사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번 실수한 댓가로. 나를 버린 댓가로 벌 받고 있지만 서정이가 무슨 죄냐며. 자리를 잡을 때까지만 서정이를 부탁한다는 말에 대답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나도 일하는 사람이야. 내 눈엔 내 새끼 밖에 안보이니까 당신 딸은 당신 마음대로 하고. 영업 하는 곳에서 이러지 말고 제발 나가!”

 서준은 정말 갈 곳이 없는지 서정이를 데리고 한참을 밖에서 서성 거렸다. 겨우 1시간이 지났을뿐인데.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불안했다.

  “당신, 추운데 밖에서 아이 데리고 이러고 있는거 아동학대야! 잔말 말고 따라와!”

 집 현관문을 열어 주며 말했다.

  “애 밥부터 먹이고, 어디 갈지 정해서 저녁엔 여기 없었으면 좋겠어.”

 그날 저녁, 집으로 들어온 인수가 아빠를 보며 반겼다. 서정이가 나를 보며 기어오며 웃었다. 난 인수도. 서정이도 신경쓰기 싫다는 듯 안방으로 들어 가 버렸다.

 카페 사람들과 크리스마스 파티 계획은 서준이 다 망쳐 버렸다.

 

 서준은 정말 갈 곳이 없었다. 내 알 바 아니라고 눈 딱 감고 내치고 싶었지만 7개월된 어린 서정이를 보면 마음이 약해졌다. 계약서 아닌 계약서를 만들었다.

 

 하나. 서준은 돈이 생기는 대로 월세와 양육비를 부담한다.

 둘. 서정이는 전 적으로 서준이 키운다. (빛나는 서정이를 돌보지 않는다.)

 셋. 집에서 마주치면 방 안으로 들어가 빛나 눈에 띄지 않는다.

 넷. 남들 눈에는 가족처럼 행동해도, 집에서 가족 흉내 내면 이 집에서 나간다.

 다섯. 빛나가 생활하는 공간에는 서준과 서정의 물건이 보이지 않도록 한다.

 여섯. 정리. 청소를 잘한다.

 일곱. 인수가 아빠를 거부 하면 서준과 서정이는 즉시 이 집에서 나간다.

 여덟. 주말엔 무조건 인수와 함께 스포츠. 게임. 나들이를 나간다.

 아홉. 용건 없이 빛나에게 말 걸지 않는다.

 열. 1년 안에 이 집에서 나간다.

 

 십계명을 본 서준은 이게 무슨, 너무 하다는 말에 종이를 뺏으며 말했다.

  “뭐가 너무 해? 나에게 피해주지 않고, 투명 인간처럼 살수 있으면 살고. 힘들면 나가! 길바닥에서 서정이랑 생활하든, 고아원에 보내든 내 알바 아니니까.”

 그렇게 적과의 동침이 시작 되었다.

 

 서준과 함께 동거아닌 동거를 한다는 말에 부산에서 엄마가 올라왔다. 서정이를 보자 기막힌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가 들어와 산다는 말은 들었는데. 애는 아니지. 어떻게 애를 데려 올 생각을 해? 염치도 양심도 없어?”

 그리고 나를 보며 말했다.

  “넌 속도 좋다. 이 애가 예쁘니? 어떻게 키울 생각을 해? 당장 지 엄마한테 보내.”

 엄마는 서정이를 봐줄수 없다며 당장 엄마에게 보내든지, 고아원에 보내란 말에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제발 함부로. 쉽게 말하지마. 고아원에 보내라고? 어떻게 그래? 애가 무슨 잘못인데? 고아원이 어떤 곳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내가 어떻게 그래? 서정이가 고아야? 아빠도 엄마도 다 있잖아. 지금 상황이 그래서 잠깐 봐 주고 있는거니까 오바 하지마. 키우긴 누가 키운다고 그래.”

  “니 코가 석자인데, 누굴 봐준다는 거야?”

 서준은 엄마 앞에 무릎을 꿇으며 모든게 자신의 탓이라며 제발 한번만 봐 달라며 사정 하자 엄마는 보기 싫다는 듯 밖으로 나갔다. 엄마를 뒤 따라 나가 허리를 감싸 안으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어쩔수 없잖아. 내칠순 없는 거잖아. 오래 데리고 있지 않을 거야. 잠시만 시간을 줘!”

  “몰라. 저것들 내 보낼 때 까지 연락 하지마. 꼴도 보기 싫으니까.”

 

  서정이가 커 갈수록, 옹알옹알 말을 할수록 고민에 빠졌다. 서정이에게 나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엄마’, ‘이모’는 아닌 것 같고. ‘아줌마’라는 호칭이 맞을테지만 아이가 처음 배운 말이 ‘아줌마’라는게……. 서정이는 신경쓰지 않겠다고 했지만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모른척 할 수는 없었다. 서정이를 보면 볼수록 이쁜데. 밉고. 미우면서도 좋은, 지금은 키울수 있어도 끝까지 책임 질수 없다면 빨리 ‘엄마’를 찾아 주는 것이 서정이를 위한 일인 것 같았다. 그래서 수영을 찾아 가 서정이를 데려 가란 말에 수영은 거절했다.

  “난 이미 재혼 했고. 서준씨와도 끝났어. 서정이도 씨 뿌린 사람이 거둬야지!”

  “뭐? 애는 니가 낳았잖아. 니 딸이야! 그러니까 너도 책임 있다고.”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사는게 심심해? 시비걸고 싶어 죽겠어? 난 엮이고 싶지 않으니까 꺼져! 그렇게 서정이가 걱정되면 당신이 키우던지.”

  “뭐?”

  “그냥 고아원에 버리면 되잖아. 시설에 맡기면 먹여주고 재워 줄텐데 왜 나한테 와서 난리야? 난 모성애 같은거 없는 여자야! 똥 싸듯이 내 버렸으니까 알아서 살라 그래. 나도 내 인생을 살아야지. 애 때문에 내 인생을 망칠순 없잖아!”

 수영의 뺨을 세차게 후려 쳤다. 처음 알았다. 애 낳은 엄마가 이렇게 다르다는걸. 열달을 배아파 낳은 자식을. 그래도 반년이나 키운 자식을 어떻게 똥이라고 표현 하는지. 수영에게 서정이를 맡기는건 아닌 것 같아 양육비를 요구 했다.

  “뭐? 양육비?”

  “니딸, 내가 키울 테니까 양육비 달라고. 법적으로 니가 생물학적 엄마니까 키우진 않아도 도리는 다해야지.”

  “누가 키워 달래? 버리라고! 버리는데 돈 드니? 아, 폐기물 처리하는데 돈 들지.”

 수영은 지갑에서 십만 원을 던져주며 말했다.

  “됐지? 알아서 버리고. 남는건 수고비 해.”

  “너. 매장 당하고 싶지? 녹음 다 했거든! 니가 한 말 사람들이 들으면 뭐라 할까? 좋은말 할 때 양육비 보내. 입금 안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니 행복을 짓 밟을테니까 한번 해보자고. 서정이를 떼어놓고 니가 잘 살 수 있는 방법은 양육비를 꼬박 주는것 뿐이니까 잘 생각해. 입금 안되면 니 가정도 무사하지 못할거야!”

  “이게 어디서 협박이야? 그 사람이랑 같이 산다며? 그럼 니 딸 이지. 니 딸로 키워. 니 딸 양육비를 내가 왜 줘? 못줘!”

  “누구 때문에 내가 서준씨랑 살고 있는데. 내가 버린 남자랑 왜 같이 살아? 우리 아들 생각해서 아빠 노릇이라도 하라고 봐 주는거고. 니 딸은 부모 잘못 만난 죄가 불쌍해서, 아니 모든 아이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으니까 그 권리 지켜 주고 있는 것 뿐야. 넌 생물학적인 엄마로서 양육비라는 벌금만 지불하면 돼.”

 협박이 통했는지 매달 양육비를 받아 낼수 있었다. 서준은 내게 양육비를 보내 주면서 말했다.

  “양육비 꼭 받아야해?”

  “그게 무슨 말이야? 꼭 받아야 겠냐니?”

  “아니 그냥……. 양육비 핑계로 수영이랑 엮이는게 싫어서. 서정이 내 딸이고. 내 딸이면 당신 딸도 되는거고, 서정이가 둘째라 생각하고 다시 잘해 보면 안될까?”

  “서정이가 당신 딸은 맞는데. 내 딸은 아니지.”

  “그러니까 우리……. 재결합 하면…….”

  “꿈깨. 당신이랑 재결합 할 생각 없으니까. 서정이는 수영씨 딸이 아니라 그냥 서정일뿐이야. 당신은 아빠 노릇 하라고, 그 의무 다하라고 이집에서 당신을 봐주고 있는 것 뿐이라고 몇 번 말해? 내가 자선사업가가 아니기에 계산은 정확 하게 하고 있는데, 자꾸 헛소리 하면 곤란해. 쓸데없는 말로 감정소모 하지 말자!”

 서준과 함께 지내면서 인수에게도 우린 가족이 아니라 식구 라는걸 각인 시켰다. 인수가 ‘그게 그거지!’ 라고 말하자 발끈하며 대답했다.

  “달라! 가족은 엄마. 아빠가 부부로 연을 맺어 가정을 이루며 사는게 가족이야! 친족관계에 있는 너랑 나랑만 가족이고, 아빠랑 서정이는 그냥 식구일뿐야!”

 

 서준과 한집에 살면서 미워 하는 마음은 내려 놓기로 했다. 나의 배려를 오해한 건지, 어머니의 무례함 인지 서준의 엄마가 집에 찾아 왔다. 바리바리 싸온 짐도 필요 없으니 나가란 말에 서준은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신분을 어떻게 내 쫒냐며 한번만 봐 달라고 말했다. 어머님은 뻔뻔하게 집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봐주고 말고 할게 뭐 있어? 엄마가 아들 집에 와서 손주. 손녀 보겠다는데. 가족끼리 보고 싶으면 보면서 사는거지. 난 니가 돌아올줄 알았다.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바람이 불면 바람 따라 갈수도 있고 그런거지. 제자리 찾아오면 여자가 또 못이기는척 받아줘야…….”

  “뭔가 착각하신거 같으신데. 당신 아들 받아 준적 없구요. 여긴 내 집이예요. 아이들 보는 앞에서 경찰 부르고 싶지 않으니까 조용히 나가세요.”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알면서 이 밤에 늙은이를 내 쫒겠다고? 재결합 안했다는건 나도 안다. 그래도 지금 같이 살고 있고, 옛정 이란게 있는데. 한때 니 시애미 였는데 놀러도 못와?”

  “절 며느리라 생각한적 없잖아요. 기억 하시죠? 제가 제주도 갔을 때 그년을 ‘아가’라고 부르면서 절 문전박대 할땐 언제고 어떻게 여길 오실 수가 있어요? 그것도 모자라 우리 인수 학대한거 생각하면…….”

 서준을 보며 말했다.

  “당장 당신 어머니 모시고 나가. 당신이랑 서정이도 내 쫒기고 싶지 않으면!”

 서준은 일단 엄마를 달래며 현관 문 밖으로 나가서는 다시 들어오는 서준을 보며 말했다.

  “숨소리 조차 내지 말고 없는 듯 조용히 살라고 했지. 호의를 베풀면 납작 엎드려 살아. 기어 오르지 말고. 여기가 어디라고 엄마를 데려 올 생각을 해?”

  “꼭 그렇게 말해야 해? 밖에서 가슴 찢어질 우리 엄마 생각은 안해?”

  “자업자득이란말 몰라? 난 인수도 못 만나고 쫒겨 났어. 너 님이랑 그년이랑 히히

 덕 거리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때 당한 수모를 어떻게 잊어? 너 님 엄마가 문 밖에

 서 얼어 죽는다고 해도 난 눈 하나 깜짝 안해. 적당히 밖에서 버티면 내가 문 열어

 줄거라 생각하지? 한번만 더 신경 거슬리게 해봐. 당신이랑 서정이랑 당장 내 쫒을

 테니까 알아서 해”

 서준의 설득에는 어머님은 현관 문 밖에서 기다렸다. 마음 약해진 내가 결국 문을

 열어 줄거라 믿는건지. 한참을 밖에서 기다렸지만 나는 끝내 문을 열지 않았다.

 

  서정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서정이 엄마가 되었다. 아직 ‘엄마’

 라는 말을 마음으로 받아 들일수 없지만 ‘이모’라고 하면 설명을 해야 하기에 ‘엄마’

 라는 호칭을 당분간 쓰기로 했다. 서준이 회사 출근하면서 서정이를 어린이집에 데

 려다 주면 일을 마친 내가 서정이를 데려왔다. 그렇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내게 나튜브 수입이 생겼다. 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방송 효과로 반찬 주문도 폭주 했지만 욕심 내지 않았다. 내가 할수 있는 양 만큼

 판매 하면서 ‘엄마’라는 이름에 충실했다. 물론 인기 만큼이나 잡음도 많았지만 나

 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 말엔 신경쓰지 않았다.

 

 인수가 숨넘어 갈 듯 헐레벌떡 뛰어와 글짓기 상을 받았다며 자랑을 했다. 조금은 오바 스럽게 칭찬 해주자 인수가 말했다.

  “선생님도 내가 엄마 닮아서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하셨어.”

 인수는 내가 작가라는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엄마가 작가야? 엄마는 반찬 만드는 사람인데?”

  “난 엄마가 글 쓸때가 좋아. 행복해 보이거든. 작가 엄마가 요리도 잘한다고 했더니 친구들 모두 부러워 했어. 근데, 엄마는 글을 왜 쓰는거야?”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 했다. 나튜브 방송을 시작할땐 목표가 있었다. 선생님이 되고 싶은 내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과 중국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독학으로 누구나 재미있게 배울수 있도록 내가 가진 재능을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했었다. 구독자 수가 없어도. 보는이가 없어도. 반응이 없더라도 나와의 시간. 약속으로 꾸준히 방송을 했지만 글 쓰는 일엔 이유가. 목표가 없었다. 그냥 습관 같은 거였다. 얘기할 사람이 없기에 답답한 마음을 풀어 보려 글을 썼고, 일상 생활중에도 아이디어가 떠올라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면 날아다니는 생각들을 잡기 위해 글을 썼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기록하기 위해 글을 썼다. 대답을 기다리는 인수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에 유일하게 마음대로 할수 있는 일이 글쓰기니까!”

 글은 생각이 있다면 누구나 다 쓸수 있는거라며 별거 아니라는 듯 웃어 넘기며 아빠는 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 했는지 묻자 아빠는 제빵사라고 대답했다.

  “아빠는 회사원인데, 왜 제빵사라고 말했어?”

  “그냥……. 아빠는 빵 만들 때 행복 하니까, 아빠도 다시 빵집 한다고 말했어.”

 빵집을 하고 싶어하는 서준의 얼굴이 떠올랐다. 새벽부터 일해도 피곤한 내색 없이 일했던 사람인데. 회사를 다니는 모습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보일때가 있었다. 늘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하는 서준의 얼굴이 내내 신경 쓰였다.

 그날저녁 서준은 다리를 절룩 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잔소리가 튀어 나오려다 내가 무슨 상관? 못본척 하자 서준은 기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 오늘 하루만 쉬면 안될까? 서정이 좀 봐줘!”

 다리를 질질 끌며 방 으로 들어가는 서준의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걸 느꼈다.

  “뭐야? 다리는 왜 그래? 어디봐?”

 퉁퉁 부은 다리를 보며 물었다.

  “병원은 갔다왔어? 어쩌다 다친거야?”

  “지금 나 걱정 하는거야?”

  “헛소리 하지 말랬지. 당신 아픈건 내 알바 아니지만, 서정이는 당신이 봐야지. 서정이 보려면 아프면 안되잖아. 당장 병원 가봐. 이렇게 부었는데, 미련하게…….”

 서준은 회사가 아니라 그동안 공사장에서 일했다고 말했다. 계단에서 굴렀는데 뼈가 부러진줄도 모르고 미련하게 집까지 왔다. 결국 수술을 하고 몇주간 입원을 하고 퇴원을 했다. 집으로 온 서준은 잔뜩 주눅이 들어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말을 하면 독설을 내 뱉을 것 같아 참고 있는데 서준이 말했다.

  “서정이……. 고아원에 보내야 될 것 같아…….”

  “뭐?”

  “그리고 나도 이 집에서 나갈게. 나 같은 놈 살아서 뭐해……. 이 나이에 취직도 쉽지 않고, 공사판이라도 나가려고 했는데……. 그것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더라고. 매일 욕먹으면서도 버텼는데. 다리까지 병신되니까……. 더 이상 당신한테 짐 되고 싶지도 않고…….”

  “못난놈!”

 세상 다 산 표정으로. 표정없는 얼굴로. 체념한 듯 말하는 서준의 말에 화가 치밀어 한바탕 쏟아 내고 싶은 말들을 ‘못난놈’으로 압축해 버렸다.

 다음날, 서준에게 빵집을 다시 하고 싶냐고 물었다. 순간 서준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다 이내 표정이 어두워 지며 말했다.

  “하고는 싶지…….”

  “그럼 해! 내 반찬가게 접을 테니까 거기서 빵집 해!”

  “뭐? 그럼 당신 뭐 하려고?”

  “내가 일하는 것 보다 당신한테 투자해서 수익금을 나눠 갖는게 좋겠어.”

  “반찬가게 접어도 괜찮아? 그거 당신 꿈 이잖아!”

  “너 님 눈엔 이게 꿈으로 보이니? 이혼하고 먹고 살려면 뭐라도 해야지. 이젠 나튜브로 수입도 생겼고. 인수랑 같이 공부하는 시간도 버겁기도 하고, 서정이도 어린이집에 종일 보내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이젠 내가 시간 좀 내 주려고.”

 서준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럼 빵집은 당신 명의로 하고. 사장도 당신이 하고. 난 열심히 일만 할게. 우리 같이 하면. 당신이 조금만 도와주면 우리 금방 부자 될거야. 매출 좋아지면 직원도 구하고……. 이번엔 남자 직원으로 구할테니까 걱정 하지마!”

  “왜? 이번엔 남자 직원이랑 뒹굴게? 그래서 커밍아웃이라도 하시려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당신 안심 시켜 주려고 그러는 거지. 나 남자 안 좋아해! 물론 여자도 안 좋아해! 난 오직 당신만 좋아하고 사랑해!”

  “헛소리 하지 말랬지. 빵집이고 뭐고 다 없던 일로 해 버리기 전에. 빵집은 당신 알아서해. 매출을 위해서 내 수익을 위해 도와 줄수 있지만. 알바를 구하든, 직원을 구하든, 뭘 하든 돈만 잘 갖다 주면 돼!”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인기 나튜버를 초대해 방송을 하고 싶단 말에 나는 흔쾌히 출현 하겠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 구독자수가 많아지고 인기가 더해 지자 교육방송국에서 중국어 강의를 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고졸이라도 방송을 할수 있다는 말에 내가 잘할수 있을까? PD는 나튜브 처럼만 하면 된다기에 강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서준에게는 통보를 하고, 잘하고 싶은 욕심에 인기 강사 영상을 찾아보며 따라하자 서준이 말했다.

  “당신 스타일 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 방송국에서도 그걸 원하는거고!”

 내 스타일이대로. 나답게. 서준의 말대로 평소대로 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방송 자료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외모에 좀 더 신경을 썼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좀 더 생기 있고 활력 있는 얼굴로. 의상은 좋아하는 화려한 옷으로 코디하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방송국에 들어가자 담당 PD가 놀란 눈으로 한참을 위 아래로 스캔하다 물었다.

  “지금 그렇게 입고 방송 하시려는건 아니죠?”

  “맞는데요. 안되나요?”

 PD의 눈은 ‘지가 무슨 연예인이라도 되는줄 아나?’ 라는 눈빛 이었지만 어쩔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 아뇨. 평소 모습이 아닌 것 같아서. 이런 옷은 나튜브로도 본 적이 없는데.”

  “그건 집이라……. 이건 제 외출복입니다.”

 PD의 표정에 살짝 주눅이 들었지만 방송이 시작되자 카메라 의식할 정신도 없이 준비해온 강의를 시작했다. 어떻게 시간이 지난건지.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로 방송이 끝났다. 첫 방송이 나가고.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담당 PD가 말했다.

  “시선 끌기위해 의상을 선택했다면 잘하신거 같아요.”

  “네?”

  “칭찬입니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옷은 보통 사람들은 불편해서 잘 입지 않는. 보기엔 예쁘지만 입기엔 부담스러운 특별한 날이나. 파티복 같은 원피스였다. 시청자 들은 내 의상에 더 관심을 보이며 게시판에 내 의상에 대해 이렇다할 말들이 많았다. 선생님 같은 딱딱한 이미지가 아니라서 보기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의상에 눈이 가서 중국어는 들리지 않는 다는둥. 어려 보이려고 애쓴다는 둥, 연예인병 걸렸냐는 등 비아냥 거리는 댓글엔 대댓글로 응수 하려다 해명할 가치 없는 글에 시간 낭비 하는 것 보다 나를 응원해주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댓글을 남겼다.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된 기분이 이런걸까? 방송을 시작하면서 모든 일상이 달라졌다. 공모전에 당선되어 출판 되었던 소설책이 순식간에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출판사에서 또다른 원고가 없냐고 묻자. 원고라고 하기엔 뭣 하지만 그동안 썼던 글을 편집해서 에세이 집을 내고, 육아 일기를 펴내자 이번엔 대필의혹이 불거졌다.

 한번에 어떻게 많은 책을 집필 할수 있는건지에 대한 해명은 하고 싶었다.

 나튜브 영상으로 내 책들을 소개 했다. 저자가 아니면 할수 없는 이야기. 책 한권에 다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로 한참을 떠들다 보니 대필 의혹은 사라졌다.

 누구에게나 꽃 피는 시절은 있다는 말이 이제야 실감하게 되었다. 45살에 이렇게 대박이 날줄이야! 1년이 지나고 PD가 내년 계획을 물었다.

  “열심히 일했으니, 이젠 놀아야죠.”

  “놀긴 뭘 놀아요? 계속 일 해야죠. 시즌2로 다시 방송 하는건 어때요? 이번엔 어린이 버전으로. 어때요?”

  “네? 어린이 버전요?”

 PD는 영어 유치원처럼 중국어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조심스럽게 딸과 함께 방송 하는건 어떠냐고 물었다. 서정이랑 방송이라……. 그건 고민이 된다는 말에 PD는 단순하게 생각하라고 말했다.

  “그냥 아이랑 놀아 준다고 생각하면 되요. 저번에 보니까 말도 잘 하던데…….”

 물론 확정은 아니고, 일단 찍어보고 괜찮을거 같으면 고정으로 가자는 말에 거절 했지만 PD는 집요하게 나를 설득 시켰고. 서준도 말했다.

  “한번 해봐. 서정이도 좋아할거 같은데. 엄마랑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지는거니까.”

  “괜히 악플이 생길까봐 그러지.”

  “그건 걱정마. 우리 나라 정서상 노인과 아이는 건들지 않을테니까!”

 이제 겨우 3살인 서정이가 뭘 할까 싶었는데. 서정이는 존재 자체로 빛이 나는 아이였다. 3살. 5살. 7살 아이와 중국어 놀이를 하면서 방송이 끝났다. 교육 프로그램인지. 예능 프로인지……. 혼자 녹화할 때 보다 촬영 시간이 길어지고 힘은 들었지만 그 만큼 사랑도 받았기에 보람도 있었다. 방송 두달만에 서정이와 함께 광고도 찍었다. 방송에 집중 하다 보니 인수가 서운한지 물었다.

  “엄마는 왜 서정이만 예뻐해? 엄마가 낳은 딸도 아니면서.”

 인수를 혼냈다. 서정이도 엄마 딸이라며 다신 그런말 하지 말라고 윽박 지르다 그동안 나에게 서운 했던 인수 마음을 다독이기 보다 인수의 입단속을 시켰다.

 

 수영이 찾아와 친권을 주장하며 서정이를 내 놓으라고 말했다. 말 같지도 않아서 대꾸없이 피해 버렸다. 그러자 수영은 방송국 게시판에 글을 남겼다. 내가 남의 가정을 파탄내고 서정이를 뺏어 갔다며 친딸을 찾을수 있게 도와 달라는 호소의 글이었다. 담당 PD는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다며 논란이 된 이상 방송을 계속 하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담하게 받아 들였다. 아쉬웠지만 미련은 없었다. 그러나 욕 먹고 하차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다. 광고 위약금을 물어 줘야 하는 상황과 서정이를 뺏길수도 있다는 생각에 과거사를 모두 고백 했다. 그러자 비난의 화살은 수영에게로 돌아갔다. 사람들은 나를 동정 했고. 응원했고. 위로하면서 어떻게 내연녀의 딸을 키울수 있는지. 남편과는 재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동거를 할수 있는지 물었다.

  “부부 관계는 깨졌지만 아이에게서 아빠를 뺏고 싶지 않았어요. 오갈데 없는 아이 아빠와 서정이를 내칠수도 없고……. 다들 서정이가 내연녀 딸이라고 하는데, 서정이는 그냥 서정일뿐입니다. 대단한 일도,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부모 노릇을 하는건 당연한거니까요.”

 그렇게 1년간 양육권 소송으로 2025년은 엉망이 되었지만 양육권을 얻게 되었다. 수영이가 서정이를 똥으로 표현하며. 갖다 버리라고 했던 녹음파일이 큰 도움이 되

 었다. 서정이를 내 딸로 지킬수 있었지만 가족들은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버렸다.

 PD 에게서 연락이 왔다. 2026년엔 새롭게 방송 하자는 제안에 거절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서준은 그동안 마음 고생이 모두 자신의 탓인것만 같아 미안한데, 방송마저 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물었다.

  “이제 다 끝났잖아. 서정이도 지켰고, 오해도 풀렸고. 다시 시작하면 안될까? 좋아 하던 일을 나 때문에 안한다고 생각하니까 내 마음이 불편해서 그래.”

  “그럴필요 없어. 이제 나 당신 원망 안해. 덕분에 서정이도 지켰고. 힘든 시간 내 옆을 지켜줘서 고마워. 꽃이 피었으면 질때도 있는거지.”

 

 나도 한번쯤은 빛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고. 세상에 중심이 되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룬 지금은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 지고 싶었다. 조명 아래 밝게 빛나는 것 보다 밤하늘의 별처럼 조용히 빛나고 싶었다. 2026년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그동안 번 돈으로 아파트로 이사도 하고, 서준의 빵집도 확장 이전 했다. 매출도 나쁘지 않고 서준이 버는 돈으로 충분히 생활도 가능 했기에 욕심 부리지 않기로 했다. 서준은 슬그머니 또 재혼 얘기를 꺼냈다.

  “또 또 헛소리. 이제 대답할 힘도 없으니까 그만 물어!”

  “그럼 우리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거야? 나랑 사는 이유가 대체 뭐야?”

  “우리 애들이 비익조 같아서. 애들 말고 다른 이유 없다고 말했잖아. 이젠 미워 하는 마음도 없어. 미워 하는 마음도 애정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애.”

  “비익조? 그게 뭔데?”

  “암컷과 수컷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라 둘이 아니면 날지 못한다는 상상의 새! 보통 사랑을 비유하지만 난 그 새가 우리 인수 같았거든. 아빠. 엄마라는 날개가 없어서 한쪽 날개로는 날지 못할까봐. 적어도 아이들이 날 수 있도록 도와 줘야지. 그게 부모잖아. 아빠 노릇 하라고 당신 봐주는 것 뿐이야!”

  “그럼, 내가 다시 수영씨랑 재결합해서 서정이를 키워도 당신은 상관 없겠네.”

  “당연하지. 당신도 서정이도 내것이 아니니까.”

  “아니. 나도 서정이도 당신꺼야. 나, 여전히 당신 사랑해.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이만큼 했으면 나 좀 봐줄수도 있는 거잖아. 우리 정말 안되는 거야?”

  “구멍난 내 가슴에 당신 사랑이 채워 질거라 생각해? 내 가게에서 일하고, 내 집에서 월세 내며 사는 주제에 사랑 타령 하면 그게 사랑으로 보이겠어? 그냥 날로 먹겠다는 심보로 보이지. 우리 관계는 인수가 클 때 까지만이야!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 진다.’ 라는 속담알지? 나도 이런말 하고 싶지 않으니까 자꾸 얘기 꺼내지마. 너 님이 로또 당첨되도 나는 절대 당신이랑 재혼 안해!"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1 10.나로 살겠다. 2022 / 1 / 12 171 0 21295   
10 9. 바람이 분다. 2022 / 1 / 12 174 0 4287   
9 8. 여자아닌 엄마로 사는 삶 2022 / 1 / 12 188 0 12065   
8 7.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 2022 / 1 / 12 159 0 14457   
7 6. 미운오리는 백조였다. 2022 / 1 / 12 162 0 16977   
6 5. 리플리 증후군 2022 / 1 / 12 168 0 11866   
5 4. 식구 2022 / 1 / 12 166 0 12790   
4 3. 열정페이 -2 2022 / 1 / 12 165 0 18128   
3 3. 열정페이 -1 2022 / 1 / 12 174 0 16485   
2 2. 사춘기 2022 / 1 / 12 161 0 22901   
1 1. 누군가의 가족이 된다는건 2022 / 1 / 12 251 0 2364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