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기타
셀프인생2022
작가 : 행복한라니
작품등록일 : 2022.1.12

셀 프 인 생
태어나 부모님 사랑을 받으며.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까지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자식을 낳고. 자식을 다키운 후에야 내 인생을 찾으려 하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이 주시는 사랑이 당연하지 않다면. 철 없어서 뭘 몰라서 아무것도 안한채 지나버린 시간들. 성인이 되어서 셀프로 살아가는 빛나 얘기를 하고 싶었다. 오늘을 열심히 살다보면 꿈은 이룰수 있다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

 
8. 여자아닌 엄마로 사는 삶
작성일 : 22-01-12 20:43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1206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8. 여자 아닌 엄마로 사는 삶

 

  이틀동안 가진통에 시달리다 진짜 진통이 시작되었다. 무통주사가 있는줄도 모르고 미련하게 진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빵빵해진 배를 호떡처럼 누르면서 전기 고문 까지 당하는 기분이랄까. 죽고 싶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고통을 참아 낸 끝에 자궁문이 열리고, 아기가 나왔다. 쭈굴 쭈굴한 아이가 왜 이렇게 예쁜건지, 마냥 신기해서 한참을 아이를 쳐다 보면서도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엄마가 철학관에서 이름을 지어왔다. 선택의 여지 없이 ‘서인수’라는 이름이 제일 좋다는 말에 ‘인수’로 정했다. 내 아이 이름을. 왜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지어야 하는지 이해할수 없지만 아이에게 좋다는 이름이라 그렇게 하기로 했다.

 인수는 2시간 간격으로 먹으면서. 밤 낮 없이 울어서 늘 비몽사몽으로 인수를 돌 봤다. 그렇게 100일이 지나자 기적이 찾아왔다. 밤잠을 오래 자기 시작하면서 나도 잠을 잘수가 있게 되었다. 종일 먹이고. 치우고. 놀아주고. 아이를 재우고 나면 강아지 옷을 만들어 인터넷에 올렸다. 취미가 이젠 부업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수입이 생기면 비상금처럼 인수 통장에 차곡 차곡 모아 두었다.

 

 정화는 달인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오

 랜만에 정화와 통화를 하다가 보고 싶다고 푸념을 늘어 놓으며 말했다.

  “우린 왜, 얼굴 보기가 힘든거지? 마음이 없는걸까? 시간이 없는걸까?”

  “정신이 없는거지!”

 정화는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진 후 일에만 몰두 했다. 남들이 안하는 방식으로, 전

 기 고데기가 아닌 쇠 고데기로 스타일을 만들면서 인기를 얻고, 방송까지 나가게

 되었단 말에 나와 참 다르다는걸 또 한번 느꼈다. 나는 시련의 상처로 매니저 일까

 지 그만 두고 폐인이 되어 갔었는데, 정화는 일에 더 몰두해서 더 단단하게 자신을

 성장 시켰다. 그놈 때문에 성공한건 좋지만, 그놈 때문에 다신 사랑하지 않는건 아

 닌것 같다며 연애 좀 하라는 말에 남자라면 치가 떨린다며 결혼은 안할거라고 말했

 다. 혼자 살기도 힘든 세상인데, 둘이서 같이 힘들 필요 뭐가 있냐며 남자라면 수없

 이 만났다고 말했다. 잘난놈. 못난놈. 이상한놈. 특이한 놈. 별 별 남자를 다 만나고

 내린 결론이 독신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남자는 만나면서 연애는 하지만 모두 다

 가벼운 만남이라고 말했다. 복잡한 연애는 하고 싶지 않고, 굳이 감정소모를 하고

 싶지 않다는 말에 말했다.

  “혼자 사는것도 좋지만, 늙고 병들면 외롭지 않을까? 내 편이 있으면 좋잖아! 선 긋지 말고 진지하게 남자를 만나보는건 어때?”

  “가족이 보험은 아니잖아. 이혼 할수도 있는 거고. 자식 낳아 봤자 지 새끼 챙기지. 부모 모시고 살겠어? 너도 애는 키워도 부모님은 모시고 살수 없다고 했잖아. 난 남편이나 자식에게 기대고 싶지 않아. 이래 저래 인생은 결국 혼자 인거야!”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 했었어. 내 주제에 무슨 결혼이냐 했는데……. 결혼을 해도 아이는 절대 못 키울 것 같았는데……. 인생 모르는 거야. 그러니까 너도 너무 철벽 치지마. 혹시 엄마 때문에 그래? 엄마가 남자한테 빌 붙어 사는게 아니라 사랑 했을수도 있잖아.”

 정화 앞에서 엄마 얘기는 하면 안되는 건데. 역시나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엄마 얘긴 하지 말랬지. 자식 버릴 만큼 사랑한 남자라도 이해 안되니까!”

  “그. 그래 미안! 니 말이 맞아. 결혼해 보니까 능력 있으면 굳이 결혼 할 필요는 없는거 같아. 난 이 나이 먹도록 ‘성공’은 커녕 이룬게 하나 없는데 넌…….”

  “니가 이룬게 왜 없어? 넌 결혼도 하고 애도 있잖아. 너와 나의 성공 방식이 다른거지. 너도 충분히 성공했어!”

 애써 위로해주는 정화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결혼이 성공 이라니……. 내가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엄마가 된 일이지만 ‘성공’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결혼은 안해도 좋지만.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 같은 동반자는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은 혼자 살수 없어. 그건 진리야!”

  “너도. 엄마로만 살지 말고 니 인생도 찾았으면 좋겠어.”

  “내 인생이 어딨냐? 이게 내 인생이지. 엄마가 되었으니 엄마로 사는것!”

  “아들 다 키우고 나면 뭐 할건데? 나중에 허탈해 하지 말고 니 삶을 찾으라고.”

 

 내 인생을 찾으란 말이 귓가에 맴돌지만 아이는 엄마의 시간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내 시간은 오로지 아이를 위해 쓰는 것이 나를 위한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를 보면서 내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내 인생이고. 내 행복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아이가 스스로 할수 있게 되면. 내 손이 필요하지 않을땐 난 뭘 해야 하나……. 생각은 들었지만 그건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할 일인 것 같았다.

 

 인수를 재워놓고. 밤 12시에 정화를 만났다. 얼마만의 외출인건지. 오랜만에 느껴 보는 술집 분위기에 기분이 들 떴다. 모유수유도 끝나서 마음껏 맥주를 마시면서 즐기고 싶은데 정화 얼굴이 좋지 않았다.

  “무슨일 있어?”

  “일은 무슨, 왕관의 무게가 무거워서 벗고 싶은데. 벗기 싫어서 그냥 쓰고 있어. 얘기하면 다들 배부른 투정이라고 해서 말도 못하겠다. 그냥 널 보는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네. 니 앞에선 강한척 쎈척 긴장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게 말없이 맥주만 들이키던 정화가 갑자기 나이트 가자는 말에 물었다.

  “이 시간에 무슨 나이트야? 지금 새벽 2시거든. 그리고 나 유부녀야!”

  “시간이 무슨 상관이야? 남자 만나러 가는것도 아니고. 그냥 스트레스 풀고 싶어서 그래. 오늘밤은 미친 듯이 춤추고 싶어!”

 정화를 말릴수 없었다. 나이트 가려고 보니 괜히 서준에겐 미안해졌지만 정화 말대로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였다. 육아 스트레스를 털어 보려 기분좋게 나이트 안으로 갔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뿌연 담배 연기에 인상이 구겨졌다. 예전엔 터질듯한 음악 소리에 심장마저 터질 것 같았는데. 지금은 음악도 소음이 되었다. 시끄러워 짜증도 나고. 기분 내려 스테이지로 나가 춤을 춰봐도 흥이 나지 않았다. 옛날 노래가 나오자 몸이 기억하는 리듬에 흥이 나려고 하는데 왠 남자가 앞에 나타나 걸떡 거리며 춤을 추자 인상을 구기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정화도 재미없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멍하니 스테이지만 바라보다 나가자고 말을 할까? 정화 눈치를 보고 있는데 웨이터가 쟁반을 들고 가다 내 옷에 맥주를 쏟았다. 비싼 옷도 아니고 이정도 쯤이야 툴툴 털어 버리면 그만 이지만 오늘은 상황 자체가 기분 나빠서 웨이터를 보며 짜증을 내자 웨이터는 사과를 했지만 나는 인상을 풀지 않고. 짜증가득 한 표정으로 그냥 가라고 손짓을 했다. 잠시 뒤 웨이터는 굽신 거리며 맥주 2병을 갖고 와 병따개를 따고. 테이블에 놓았다. 음악 소리에 웨이터가 하는 말은 알아 듣지 못했지만, 제스처만으로 미안해서 서비스로 주는거라 생각하고 대충 알겠다는 듯 가라고 손짓을 했다. 정화는 맥주 생각이 없는지 그만 나가자는 말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괜히 기분만 망치고. 계산하고 나가려는데 오바된 금액에 따져 물었더니 담당 웨이터가 달려와 맞게 계산 되었다며 계산서를 보여줬다. 기본료 삼만팔천 원, 맥주2병 만원, 봉사료 팔천 원 합계 오만육천 원이었다. 봉사료에 기가 막혔지만 넘어가고, 맥주2병이 서비스가 아니었다니. 주문 하지도 않은 맥주를 왜 갖고 왔냐고 따져 묻자 직원은 주문해서 갖다 준거라 우겼다.

  “기본으로 주는 맥주 3병도 먹지 않았는데, 2병을 더 시켰다는게 말이 되요? 맥주 쏟아서 죄송하다고 갖고 왔잖아요. 그리고 뭘 봉사 했다고, 무슨 서비스를 했다고 봉사료를 받아요?”

  “맥주는 누가 쏟았어요? 어째든 쏟은건 저희 직원이 사과 했잖아요. 맥주 2병은 서비스가 아니예요. 누가 이 비싼 맥주를 서비스로 줘요? 내가 누나들 술 많이 먹지 말라고 얼음물 갖다 줬으면 봉사 한거지.”

 얼음물 주고 봉사 했다니. 말이 통하지 않고.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 백번 양보해서 술값은 됐고. 그럼 세탁비를 배상하라고 말했다.

  “죄송하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세탁비 주세요.”

 웨이터는 들은척도 하지 않고, 영업방해 그만하고, 술 먹었으면 곱게 집에 가라며 나와 정화 등을 떠 밀다 웨이터 손이 정화의 가슴을 스치자 웨이터는 ‘아이쿠 깜짝이야!’하며 손을 떼다 다시 가슴을 문지르며 말했다.

  “아이쿠 미안해요. 괜찮아요?”

 정화의 가슴을 주무르는 웨이터 손을 막으려다 내 손이 웨이터 뺨을 스쳤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스친 손가락에 기분이 상했는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인상을 쓰며, 곧바로 내 머리를 세게 후려 치며 말했다.

  “아이 C발! 니가 뭔데 내 싸대기를 쳐? 내가 뭘 어쨌다고?”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서 일까. 맞은 머리통이 얼얼해서 일까. 한동안 할말을 찾지

 못하고 무서운 마음에 112에 전화를 걸었다. 뒤늦게 신고 사실을 알게 된 웨이터가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 너 지금 경찰 불렀냐? 아, 재수 없으니까 세탁비 줄테니까 꺼져!”

  “이미 늦었어. 대화는 서에 가서 하자고. 지금 세탁비가 문제가 아니라, 성희롱. 폭

 행죄도 추가 되었으니까!”

 

 다음날 정화는 클럽에서 성희롱 당한 피해자가 되어 실시간 검색으로 이름이 오르

 자 정화는 그깟 만 원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이냐며 한바탕 퍼붓고는 다신 연락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뉴스를 본 서준도 화를 내며 말했다.

  “유부녀가 잘하는 짓이다. 애 엄마가 그렇게 춤바람이 나고 싶었어?”

  “춤바람이라니, 그냥 스트레스 풀려고 갔다가 일이 커진거야!”

  “그래서 억울하다는 거야? 아들 보기 챙피하지 않아?”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삐딱하게 말하는 서준에게 서운하고 속상했지만 할말은 없

 었다. 나이트 사건으로 서준과 사이도 냉랭한데, 다음날 또 뉴스가 나왔다.

 나이트 클럽에서 바가지 요금을 받고. 기본 안주로 나오는 과일은 모두 재사용한

 음식들로 위생 상태도 엉망이라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그리고 여성

 손님들에게 약을 타 성폭행과 접대를 했다는 혐의가 추가로 드러나면서 나이크 클

 럽은 폐쇄 되었고, 줄줄이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면서 한동안 세상은 시끄러웠다.

 정화는 또 전화를 걸어 말했다.

  “이제 속이 시원하니?”

  “뭐가?”

  “그렇게 할말 다 하고, 따질거 따져가며 살면 좋아?”

  “누가 이렇게 일이 커질줄 알았어? 술 취해 기억이 안나는것도 아니고. 아닌건

 아닌거지. 내 돈 주고 먹는 음식인데 쓰레기를 주워다가 데코한걸 먹고 싶겠어? 귤

 은 말라 비틀어져 있고, 까지 않은 바나나는 겉보기엔 멀쩡한데 만져보면 물컹 거

 려 먹을수 없고. 기분 좋게 놀았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맥주는 싸구려 맥주에…….”

 정화는 더는 못듣겠다는 듯 버럭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야! 너 고급 레스토랑 갔니? 과일 신선도는 왜 따져? 먹으러 갔어? 어떤 남자가

 손이라도 잡았으면, 말 한마디 던졌으면 성희롱으로 신고도 했겠다.”

  “당연한거 아냐! 내가 싫으면 성희롱이지.”

 정화는 나이트라는 곳이 원래 그런 곳이고. 그런곳에 법을 들이대면 안걸릴 클럽이

 어딨냐는 말에 말했다.

  “원래 그런곳이 어딨어? 법으로 정해놨어? 내몸이야. 내 자유야. 놀러 갔다가 걸떡

 되는 거지같은 남자들 때문에 기분 상해야 되? 물론 지들이 좋아서 술먹고 룸에서

 베드씬을 찍든 뭘 하든 그건 내 알 바 아니지만 술 취한 여자를 강간 하는건 범죄

 잖아. 그런 업소는 당연히 문 닫아야지. 너도 느꼈잖아. 등 떠밀다 실수로 가슴을

 스칠수 있다고 쳐. 하지만 만지는건 아니잖아. 미안하다며 주물딱 거리는건 엄연히

 성희롱이잖아!”

  “그니까. 그 성희롱 니가 당한게 아니잖아. 성접대를 하든 말든 그건 우리 알바 아

 니고. 너 때문에 내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야 하냐고! 뉴스 나올 때 마다, 내 이름

 검색 될 때마다 얼마나 짜증나는지 알어?”

  “그래서 이렇게 분풀이 하고 있고 나는 들어 주고 있잖아. 누군 마음 편한줄 아

 니? 니가 유명인이라 방송 타는 건 미안하게 생각해. 하지만 그 상황에선 신고하는

 게 맞지 않아? 그리고 니가 죄인처럼 숨을 필요는 없잖아!”

  “그래. 너 잘났다. 너 정의롭다.”

 뚝 끊긴 전화에 또 마음이 무거워 졌다. 클럽에서 살다 시피 했던 그 시절엔 문제

 가 없었을까? 수많은 남자를 만났고, 남자의 손이 내 몸을 스친적도 많았지만 선을

 넘지 않으면 애써 모른척 했다. 계산을 하고 영수증을 확인 한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트에서 장을 보더라도 개수만큼 결제가 된건지 꼼꼼히 확인 한 후에 결제

 하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 갔다. 불합리 하거나. 불공정한걸 목

 격하게 되면 신고하는 정신도 투철 해졌다. 아이를 낳고 변했다는 정화 말이 맞다.

 높은 힐에. 구두를 좋아하던 내가 지금은 예쁘지 않아도 무조건 굽 낮고. 가격 싸

 고. 신고 벗기 편한 가벼운 신발을 신고, 외출할땐 언제나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던

 내가 지금은 아이 주변에 위험한 물건은 없는지. 바닥에 돌멩이는 없는지. 저 멀리

 서 공이 날라 오진 않을까. 도로를 달리던 차가 갑자기 인도로 돌진 하지 않을까.

 별 상상을 다 하며 사방을 주시 하며 걸었다. 예전엔 기분 전환으로 네일샵에서 네

 일도 하고, 미용실엔 가지도 않았다. 정화의 마루타를 해주며 머리를 잘랐고, 늘 묶

 고 다녔기에 미용실에 갈 일이 없었다.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싼 옷이라도 나를 위

 해 한 벌 정도는 사 입었는데. 조조 할인으로 영화도 보고, 카페에서 멍 때리는것도

 좋아 했었는데. ‘엄마’가 된 이후 모든 것이 사치가 되었다. 먼지 같은 돈이라도 생

 길 때 마다 빚을 갚고. 인수를 위해 돈을 썼다. 엄마가 된 이후 새로 생긴 버릇도

 있었다.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공공의 적에게 딱지를 붙이듯 쪽지를 붙였다. 주차

 를 제멋대로 해서 통행에 불편함이 생기면 주차를 제대로 하라는 메모를, 문콕 당

 할까봐 두대의 주차장을 차지 하는 차에게도 주차 똑바로 하라며 주차비도 2배 내

 라고 말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사람에게도 무안 주며 쓰레기를 치우라고 말했

 다.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 차를 발견 하면 블랙박스로 일리리 신고도 했다. 이런

 나를 이해할수 없다는 듯 서준이 말했다.

  “포상금 주는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 주는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신고를 해?”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서지. 벌금 내면 다음부턴 교통법규 잘 지키겠지. 그러면 사고를 줄일수 있고. 무고한 사람이 다치는걸 막을수 있잖아!”

  “웃기지마. 보기 짜증 나니까 분풀이 하는건 아니고? 남들이 보면 정의롭다고 할 것 같애? 오지랖이라고 하지. 제발 동네 싸움닭은 되지 말자!”

 내가 남긴 쪽지로 세상이 변하지 않겠지만, 시작이 있어야 변화도 있듯 쪽지를 보고 화를 내며 지나칠수도 있겠지만 한번은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한번쯤 생각하지 않을까. 누군가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양심을 그렇게 쉽게 버리진 못할 거란 생각에 쪽지를 계속 붙일거라고 말했다.

 

  인수가 3살이 되면서 어린이집에 보냈다. 깨워서 씻기고. 먹이고.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면 빵집으로 출근했다. 피곤한 서준이 잠시 창고에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매장을 정리하고 판매를 하다가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서준과 함께 점심을 먹고,

 오후 4시가 되면 인수를 데리고 집으로 왔다. 집안일과 육아 전쟁을 끝내고 나면

 녹초가 된 서준이 집으로 들어와 서준과 놀아주다 저녁을 먹고, 그 사이 나는 인수

 를 재우고 나면 육아 퇴근이었다. 엉망이 된 집안을 정리하다 보면 밤 12시, 서준

 과 인수가 잠이 들면 ‘엄마’가 아닌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좋아하는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빵집 블로그를 하면서 언제나 수면 부족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이

 라 멈출수 없었다. 엄마가 되면서 친구 보다는 맘카페에서 만난 엄마들과 인수 친

 구 엄마들과 더 친해졌다. 엄마들이랑 커피 한잔 하는 날에는 빵집에서 일찍 나와

 엄마들을 만났다. 오늘은 약속시간 보다 한시간 일찍 카페로 갔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유모차를 밀며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아이 엄마에게 시선이 갔다.

 일행 앞으로 다가가 유모차를 접어놓고. 아이를 안고 커피를 주문했다. 잠시 아이를

 내려놓은 사이 아이는 커피숍을 뛰어 다녔다. 엄마는 황급히 아이를 안고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았다. 아이 엄마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듯 아이 입

 에 사탕을 물려주고, 손에는 핸드폰을 쥐어주고는 일행들과 수다를 나누면서도 정

 신은 없어 보였다. 조용히 휴대폰을 보고 있던 아이가 휴대폰이 떨어지자 의자에서

 내려와 휴대폰을 주우려고 하는데 지나가던 남자가 아이를 뒤늦게 발견하고, 남자

 발이 아이 몸에 닿기 전에 피하려다 다리가 꼬여 넘어 질뻔 했다. 아이가 놀라 뒤

 로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으며 울자 놀란 엄마가 아이를 안으려다 앞에 놓인 커피

 를 쏟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아이 엄마는 아이부터 달래자 남자가 말했다.

  “아, 진짜 맘충은 집에서 애나 볼것이지. 왜 나와서 민폐예요?”

 아이 엄마는 아무런 대꾸없이 아이를 달래고 쏟아진 커피를 닦으려 하자 남자는 아이 엄마를 보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이 아줌마 진짜 노답이네. 당신 애 새끼 때문에 상대방이 다칠뻔 했으면 괜찮냐는 사과가 먼저 아냐? 애만 챙기고 나 몰라라 하는 인성 보니, 어떤 남자인지……. 같이 살아 주는 남편이 대단하네. 남편은 죽어라 일하는데, 여자는 팔자좋게 민폐나 끼치면서 커피나 마시고……. 아줌마 이러고 다니는거 남편도 알아?”

 남자의 말에 참을수 없는건 아이 엄마가 아닌 나였다. 남자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사과는 너 님이 하셔야죠. 휴대폰 보느라 앞에 있는 아이를 못보고 발로 찰뻔 했잖아요. 휴대폰 주우려는 애가 뭘 잘못했다고, 애 엄마한테 막말이예요? 본인 인성에 문제가 있어서 결혼 못하는건 생각 안하시나?”

  “넌 뭐야? 너도 맘충이야?”

  “벌레 눈엔 다 벌레로 보인다고……. 인간의 탈을 썼으면 인간답게 생각을 하고 말해야지. 누굴 더러 맘충이래? 애 새끼? 새끼라는 말은 새끼를 낳아 본적이 없는 너 님이 쓸수 있는 말이 아냐! 민폐는 너 님이 지껄이는게 민폐지. 너님 입에서 내 뿜는 담배연기가 타인의 건강을 헤치고. 너 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칼이 되어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있는지 모르지?”

  “뭐 이런 미친……. 또라이……”

 남자는 나를 미친년 이라 상대하기 싫다는 듯 욕하며 밖으로 나가 버렸다. 아이 엄마는 고맙다며 인사를 했고, 자리로 돌아 가려 하는데 주민이 엄마가 서 있었다.

  “인수 엄마가 여기 왠일이야?”

  “아? 저 약속이 있어서…….”

 주민이는 인수 친구였다. 나보다 2살 많은 주민 엄마에게 별일 아니라고 말하자 다 봤다고 말했다.

  “인수엄마 그거 오지랖이야! 자기 한테 그런것도 아닌데 왜 상관해? 그러다 칼 맞으면 어쩌려고? 요즘 괜히 잘못 건들면 일나! 다음부턴 그러지마”

 언니로서 충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동네 챙피하게 이러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냥. 상황이 짜증나서요. 사람이 사람을 혐오하는거 별로 잖아요. 그럴거면 10대, 미혼, 노인, 싱글, 여자, 남자 분류해서 다 따로 살아야지. 더불어 사는 사회에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나서……. 배려 라는걸 모르는 사람들은 어디 학원이라도 보내고 싶다니까요!”

  “배려를 바라는게 잘못 된거 아냐? 싫은데 싫다고 말도 못해? 나도 틀딱충은 보기 싫더라. 보청기를 낀 틀딱충은 더!”

  “귀에 꽂은 무선 이어폰과 보청기 뭐가 달라요? 귀에 꼽는건 다 똑같은데 굳이 그렇게 이어폰. 보청기로 구분하며 혐오 할 필요가 있을까요? 틀니도 끼고 싶어서 끼는건 아니잖아요.”

  “뭐. 그렇지. 인수엄마 안 바빠? 나 먼저 갈께!”

 커피 사러 들어온 듯 한데. 나를 피하듯 나가 버렸다. 내가 틀린말 한건 아닌데. 왜 내가 이상한 엄마가 된 기분일까? 하긴 나도 예전엔 안그랬는데. 정말 꼰대가 되어 가는건지. 어른이 되어가는지 모르겠다.

 ‘나보다 어린 사람을 책망하지 말아라. 니가 걸어온 길이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무시하지 말아라. 니가 걸어갈 길이다.’ 이 글귀를 예전에 봤을땐 아무 생각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른이 어른답게 늙어가는게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뒤 일행들 하나 둘씩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엄마들이 모여서 하는 얘기는 뻔했다. 아이 얘기로 시작해서 남편 욕으로 넘어가 시월드 얘기까지 하느라 벌써 2시간이나 지났다. 나는 주로 공감하며. 맞장구 쳐주는 정도로 분위기를 맞춰주자 민오 엄마가 물었다.

  “인수 엄마는 왜 얘기 안해? 남편, 시월드 얘기 좀 해봐. 같이 욕해줄께!”

  “저도 똑같죠 뭐. 시댁이 제주도라 그나마 나은 편이예요. 하숙생 같은 남편이라 딱히 싸울 일도 없고…….”

 남편을 ‘하숙생’이라 표현하자 엄마들 모두 박장대소 하며 웃었다.

 결혼할 때부터 날 싫어 했던 어머님은 인수가 태어나자 연락을 해 왔다. 그때부터 명절마다 찾아 뵙고. 틈틈이 인수 사진을 보여 드리고. 화상전화도 하지만 나를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게 서운하면서도 편했다. 며느리로서 내가 할 일이 없으니까.

 하숙생 같은 남편과 싸울건 ‘돈’ 문제인데. 싸운다고 해결될 일 이 아니라서. 인수 앞에선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참다 보니 싸울 일도 없었다. 직업은 ‘엄마’고 부업으로 ‘집안일’을 하다 보면 1년이라는 시간은 한달처럼 빨리도 지나갔다.

 서준을 만나기 전에는 벚꽃이 피면 봄이고, 모기가 보이면 여름이고, 단풍이 물들면

 가을인줄 알았다. 추운걸 싫어해서 단풍이 떨어지기 전에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결혼 후에는 봄이 오기도 전에 벚꽃을 기다리고, 여름이면 시원한 바다, 계곡을 찾

 아 휴가를 즐기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이 계절을 즐기며 여행을 다니고. 겨울엔 스

 키를 좋아하는 서준과 함께 스키장에서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새해를 맞이했다.

 ‘육아’라는 톱니바퀴는 계속 돌아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초등학생이 된 인수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어느새 내가 학부모라니. 빚도 다 갚

 았고. 빵집 일도 안정을 되 찾자 서준에게 내 일을 하고 싶다며 직원을 구하라고

 말했다.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묻자 대답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 돈 되는 일이 아니더라도 내 시간을 좀 갖고 싶어!”

 요즘 나는 나튜브에 빠져 있었다. 중국어 방송을 하면서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나

 의 어린시절 꿈을 대리만족 하고 있는데, 서준이 물었다.

  “왜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

  “선생이 되면 적어도 남들이 무시하진 않을 것 같아서.”

  “그럼 하지 그랬어. 왜 공부를 못했어?”

  “공부는 잘 했는데. 꿈은 꾸지 않았어.”

 그때 내가 꿈을 가슴에 품고 살았더라면 가출을 하더라도 대학은 가지 않았을까?

 열정페이로 살아왔던 나의 청춘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서준은 돈도 안되는 나튜

 브를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었다.

  “그냥. 독학으로 이뤄낸 나의 노하우를 공유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잖아. 그리고 짬짬히 빵집 홍보도 하고……. 매출이 좋은건 다 나의 내조 덕분인건 알고 있지?”

  “그래. 그건 인정. 근데 보는 사람도 없는데, 너무 열심히 하니까……. 아니, 내말

 은 노력에 비해 성과가 없으니까 아쉬워서 그러지.”

 서준의 핀잔에도 나튜브 영상을 계속 찍어 올렸다.

 서준은 계속 나와 일하고 싶어 했지만 내 뜻을 존중해서 직원을 구했다고 말했다.

  “내일부터 집에서 푹 쉴수 있어서 좋겠네!”

  “좋긴. 인수따라 학교 따라 다니느라 바쁠 것 같은데. 선배맘들이 그러더라고. 애

 가 학교를 다니는 건지, 엄마가 학교를 다니는건지 모르겠다고……. 유치원 보다 일

 찍 집에 오니까. 아무래도 챙길게 많겠지. 학원을 안보내니까.”

 매일 등 하교를 같이 하면서 집에 오면 인수 간식을 차려주고. 인수 공부를 봐주고.

 저녁 준비를 하면 인수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서준이 퇴근해서 오면 저녁

 상을 차려주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밥을 다 먹은 서준이 나를 불렀다.

  “나랑 영화 볼래?”

  “아니. 나 지금 이거 해야 하는데…….”

  “그럼 내일 치킨에 맥주 한잔 할래?”

  “갑자기 왜 그래? 뭐 할말 있어? 그럼 지금 하고.”

 갑자기 서준이 화를 내며 말했다.

  “니눈엔 내가 보이긴 해? 인수 챙기는 반만큼이라도 나 좀 챙겨 주면 안돼? 나랑

 같이 영화 보고, 술 한잔 하는게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거야?”

  “애야? 일리리 챙겨 줘야해? 내가 안챙겨 준건 또 뭔데? 아침에 먹으라고 음식도

 챙겨주고, 점심 도시락 배달해주면서 빵집에서도 매일 얼굴 보는데 뭐가 외로워?”

 서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아. 알았어. 앞으론 뭘 같이 하자고 안할테니까 어디 혼자 잘 놀아봐!”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서준과 같이 있다는 존재 만으로 좋다고

 생각 하는 나와 달리 서준은 뭐가 그렇게 불만 인건지 서준을 이해하지 못했다.

 새로 들어온 직원은 33살의 수영씨였다. 나이도 있고. 경력도 있어서 일을 곧 잘

 했다. 매장을 맡겨도 될 만큼 믿음이 생기자 잠깐 이라도 들렸던 빵집을 이젠 가지

 않아도 되었고, 인수 학교 생활을 신경 쓰느라 빵집 일은 신경쓰지 않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1 10.나로 살겠다. 2022 / 1 / 12 165 0 21295   
10 9. 바람이 분다. 2022 / 1 / 12 171 0 4287   
9 8. 여자아닌 엄마로 사는 삶 2022 / 1 / 12 184 0 12065   
8 7. 일과 사랑 두마리 토끼 2022 / 1 / 12 153 0 14457   
7 6. 미운오리는 백조였다. 2022 / 1 / 12 159 0 16977   
6 5. 리플리 증후군 2022 / 1 / 12 164 0 11866   
5 4. 식구 2022 / 1 / 12 162 0 12790   
4 3. 열정페이 -2 2022 / 1 / 12 162 0 18128   
3 3. 열정페이 -1 2022 / 1 / 12 171 0 16485   
2 2. 사춘기 2022 / 1 / 12 157 0 22901   
1 1. 누군가의 가족이 된다는건 2022 / 1 / 12 245 0 2364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