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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6. 계획
작성일 : 22-01-11 19:20     조회 : 187     추천 : 0     분량 : 4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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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왔구나, 형.”

 

  창고 뒤쪽에는 가끔 수레나 농기구 등을 두는 공간이 존재했다.

 

  그곳에서 추위에 벌개진 코를 훌쩍이며 방석이 개똥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석은 애써 밝은 표정을 내려는 것 같았다.

 

  “일 마치고 바로 온 거야, 많이 기다렸어?”

 

  동생을 오래 기다리게 한 것 같아 마음이 좋지 못한 개똥이었다.

 

  “괜찮아, 얼른 이야기하고 점심 먹으러 가자.”

 

  방석은 그렇게 말을 꺼내며 잠시 주위를 살폈다.

 

  다른 듣는 이가 있으면 곤란한 주제였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여길 뜨고 싶었어.”

 

  방석의 솔직한 고백에 개똥은 눈썹이 저절로 꿈틀거렸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운이 좋은 편이었어. 형이 그 날 녹이를 설득했을 때 내가 근처에서 한 건 아무것도 없었잖아. 그저 형이 다 했을 뿐이었지. 그런데도 마귀가 나까지 이 경산에 들인 이유는 순전히 그 행운마저 내 팔자라는 뜻이었어.”

 

  처음 경산에 들어왔던 그 날.

 

  그때, 녹이을 어떻게 설득했더라?

 

  개똥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저 살겠다는 열망이 매우 뜨거웠다는 기억만 있었다.

 

  “나는 이곳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특히 마귀. 나는 마귀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도통 모르겠어. 이곳의 개들은 모두 마귀의 도구야. 그럼, 우리는 뭐지? 우리는 개보다 더 나은 취급을 받는 그런 존재일까?”

 

  방석의 눈매가 날카로웠다. 개똥은 쉬이 대답을 낼 수 없었다. 침묵하는 개똥을 바라보며 방석은 계속해서 입을 움직였다.

 

  “그건, 몰라. 마귀가 되지 않는 이상 몰라. 웃기지 않아? 다른 누군가가 되지 않고서는 우리의 가치를 우리가 알 수 없다는 이 현실이. 나는 내 가치를 스스로 취급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어떤 대의가 있어 이곳을 나가고자 하는 게 아냐. 그냥, 이렇게 살기는 싫어.”

 

  방석은 여기저기 수많은 의문을 품기 좋아하는 청년이었다.

 

  바깥에서 들여온 서적들을 독학하고, 스스로 글을 익힌 녀석이었다.

 

  개똥은 그런 방석에게 있어 경산의 삶은 혹독할 것이라 오래전부터 생각했다.

 

  그럼, 내가 진정 이곳을 탈출하고자 하는 이유란 뭐지?

 

  개똥이 스스로를 향해 의문을 가질 때, 방석이 다시금 입을 열며 본론을 시작했다.

 

  “내일부터 경산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고, 외부에서 중요 고객들이 오는 날이야. 장사꾼, 양반, 귀족 가리지 않고 투견이나 사냥에 관심이 있는 외부인들은 입소문을 듣고 어떻게든 이곳에 발을 들이겠지.”

 

  경산의 문을 여는 날. 이것을 장날이라 불렀다. 장날은 총 사흘로, 이 사흘동안 준비한 투견과 사냥개들이 팔 할은 팔려나갔다.

 

  “그때 이곳의 보안에 치명적인 구멍이 생겨. 당연히 알지? 이곳 경산은 특별히 경비를 위해 인력을 쓰지 않아. 마치 성벽처럼 둥글게 있는 산맥이 울타리의 역할을 하고, 산 곳곳에 풀어 두고 기르는 사냥개들이 경비병의 역할을 해.”

  개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귀의 훈련을 받은 사냥개들은 자유로이 산에 풀어주어도 일정 이상의 영역을 결코 넘지 않았다. 이러한 교육이 확실히 된 사냥개들은 비싼 값에 외부인에게 판매 가능했다.

 

  “하지만, 장날이 됐을 때는 이 사냥개들을 모두 경산 내부로 들여놓지. 철창에 가둬두고 번호를 매겨서 판매가 용이하도록 진열해. 그리고, 이 때가 바로 기회가 되는 거야.”

 

  방석은 검지를 치켜들고 서쪽 산을 가리켰다.

 

  “서쪽 산을 넘어서 쭉 가면 작은 항구가 있다고 들었어. 작은 배를 타고 이곳을 떠나는 데에는 여기 모두를 합해도 금화 한 닢이면 충분해.”

 

  “그, 그런 건 어떻게 안 거야?”

 

  너무 체계적인 이야기에 개똥은 당황스러웠다.

 

  “장날 뿐만이 아니더라도 외부인은 종종 경산에 와. 그럴 때마다 시중을 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어.”

 

  외부에서 온 손님의 시중을 드는 일은 보통 방석이나, 철수가 맡았다.

 

  불개의 막사를 관리 담당하는 일이 오롯이 개똥의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탈출을 염두하는 날짜는 바로 사흘 뒤. 장날이 끝날 시기야. 마지막 장날에는 판매가 성사된 개들을 방문객들이 수레에 태우든, 목줄을 메고 끌고 가든 대규모로 경산을 빠져 나가는 행렬이 이어져. 당연히 아직 훈련이 덜 끝난 개들도 무리에 섞여 있어서, 경산의 산맥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는 마귀가 직접 행렬에 참여하여 일정 거리까지 방문객들을 배웅하잖아.”

 

  “그렇지. 우리는 이곳에 남아 팔리지 못한 사냥개를 다시 산에 풀고, 뒷정리를 하고...”

 

  개똥은 중얼거리면서 깨달았다.

 

  바로 그때가 이 경산을 탈출할 만한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왜 그 사실을 여지껏 깨닫지 못했을까?

 

  그것은 장날을 끝낸 경산의 뒷처리가 보통 노동으로는 턱도 없었기 때문이리다. 온종일 경산의 모든 인원이 사력을 다해야 간신히 자정을 넘기 전에 경산은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 형도? 물론 이 작전에서 중요한 건 탈출 자체는 아냐. 마귀는 다시 경산으로 돌아올 거야. 우리가 탈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당연히 추격을 하겠지. 개를 풀 거야. 그것도 보통 개가 아니라, 불개를.”

 

  방석 또한 최악의 상황을 역시 예상하고 있었다.

 

  “장날이 끝난 마지막 날, 마귀는 늦저녁에 다시 경산에 돌아와. 우리 둘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아이들이 마귀를 배웅하면 마귀는 곧바로 자신의 처소로 돌아가서 금액을 정산하다가 잠에 들 거야. 이건 매년 장날이면 한 번도 빠짐없이 그랬어. 나를 믿어.”

 

  “그, 그 뜻은 우리 둘만 이곳을 떠나자는 거야? 다른 애들은 어쩌고?”

 

  “그건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적어도 하룻밤은 산을 먼저 올라야 불개가 추격한다고 하더라도 격차를 벌릴 수 있어. 사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측이야. 하룻밤 거리를 벌린 것이 얼마나 빨리 좁혀질지 예측 불가해.”

 

  적어도 하룻밤.

 

  직접 불개를 관리하고, 그것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개똥은 그 정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한 것에 적극 동의했다. 하지만, 역시 다른 아이들을 두고 경산을 빠져나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다른 아이들은, 어떻게 될 것 같아?”

 

  개똥의 질문에 방석은 잠시 고개를 떨구고 생각에 잠겼다가 턱을 들었다.

 

  “마귀가 아이들을 해코지할 사람은 아냐. 그 사람은 지독한 운명론자야. 이미 엎어진 일에 대해 매달리지 않아. 그리고, 어젯밤 이야기를 나눴잖아? 송이는 오히려 이곳의 삶이 괜찮다고 했어. 철수도 마찬가지고. 다른 아이들은 아직 탈출을 결심하기에는 어린 나이야.”

 

  그 말에 반론할 대목은 많았지만, 개똥은 굳이 입을 열지 못했다.

 

  반론을 해본들, 그것은 탈출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

 

  확실한 탈출을 위해서 전제되는 것은 경산에 남아 마귀를 맞이하는 누군가의 필요성이었다.

 

  “그리고, 내가 형한테 보여줄 게 있다고 그랬었지?”

 

  방석은 곧바로 다시금 주변을 살피더니 창고 뒤편에 쌓인 쓰레기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겉으로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빈 포대 자루를 꺼내보였다.

 

  “이게, 뭐야?”

 

  묘한 냄새가 풀풀 풍기는 포대 자루는 텅 빈 것 같지 않았다.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어 보였다.

 

  “개들의 특제 사료를 만들 때 사용하는 약재를 사용하고 남은 것들을 이용해 만든 거야. 약재를 다루는 서적을 참고한 작품이야. 짐승들의 후각을 마비시키는 효능을 가진 약재야.”

 

  “이 약재를 어떻게 할 계획인데?”

 

  “여기서는 형의 도움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 이 약재를 산 곳곳에 뿌릴 거야. 어차피 내일부터 경산에 도착하는 방문객들을 위해서 산맥 근처에 있는 시설을 점검도 해야하니까. 약재들을 뿌릴 시간은 충분해. 형이 서쪽, 내가 동쪽을 맡으면 될 거야.”

 

  개똥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각이 뛰어난 사냥개라 할지라도 처음 추격부터 방향을 잘못 잡고 움직이면 사냥의 성공률은 낮아지는 법이다.

 

  동서남북 어느 곳으로 사냥감이 도망쳤는지 알 수 없다면 불개들은 뿔뿔이 흩어져 추적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좋은, 계획인 것 같아.”

 

  방석의 깔끔한 설명과 계획에 개똥은 작게 감탄했다.

 

  “물론, 산을 오르기 위한 장비와 일정 분량의 식량도 필요할 거야. 이 부분은 내일이 장날이니까 바쁜 틈을 타서 준비하기 쉬울 거야. 방문객들을 대접하기 위해서 창고의 식량도 꽉꽉 채웠으니 몇 개 좀 없어졌다고 그래서 알아차리는 이도 없을 거고.”

 

  “정말, 탈출할 수 있을까?”

 

  개똥은 초조한 눈빛으로 방석에게 물었다.

 

  방석은 그런 초조한 형의 어깨를 꽉 붙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할 거야, 꼭. 난 목숨을 바쳐서라도 이 운명에 저항하기로 했어. 그러니까 꼭 해내자, 형.”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석은 먼저 창고 뒤를 떠났다.

 

  잠깐 자리에 남은 개똥은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자유롭고 싶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싶지는 않다, 치열하지 않으면서도 포근한 미래를 누릴 수는 없는 걸까.

 

  고뇌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만지며, 개똥도 식사를 위해 발을 움직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개똥은 알 수 없었다.

 

  장날 첫째 날부터, 일이 꼬여버릴 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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