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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죽지 않는 여자(부제 할리페란 꽃)
작가 : 밤비
작품등록일 : 2021.12.30

전생을 기억하는 유마리는 소설가다. 부족사회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죽을래야 죽을 수 없는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진정한 나다움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인간애와 사랑에 관한 스토리다.

#전생 #시간여행 #마법 #휴머니즘 #노블리스오블리쥐 #사랑

 
11화 <오해의 늪>
작성일 : 22-01-10 00:19     조회 : 265     추천 : 0     분량 : 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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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망 후작과 시몬느는 무사히 그들이 원래 살던 세상으로 되돌아왔다.

 임무를 잘 마치고 왔지만, 그들이 갔던 곳, 그러니까 미래에서 그들 사이엔 아무런 로맨스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돌아오는 당일 자정이 되기 전까지도 열심히 임무에 충실했다.

 시몬느는 노트에 베르나르여사의 사상을 빼곡히 적어 내려갔고, 후작은 무엇보다 먼저 알베르의 건강 상태를 원상 복귀해 놨고, 그다음 이번 여정에서 느낀 것과 배운 것들을 정리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그들 사이에 키스나 뭐 그런 로맨스의 징후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의 정신까지 그러지 않았던 건 아니라 말할 수 있겠는데, 그 근거는 바로 이거다.

 먼저, 그들은 나흘간 함께 지나면서 상대에 대해 좀 더 많은 걸 알게 됐다.

 음식은 뭘 좋아하고, 디저트는 뭘 좋아하는지. 선호하는 포도주 종류는 뭔지.

 또 이곳에 와 커피를 자주 마시게 됐는데 커피를 어떻게 마시는 걸 선호하는지.

 그리고 잠을 잘 때 주로 오른쪽으로 자는지, 아니면 왼쪽으로 자는지.

 수건은 어떤 식으로 걸어 놓는지.

 어떤 날씨를 좋아하고, 기분이 좋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기분이 나쁠 때 어떻게 기분을 푸는지.

 당황할 때 자주 나오는 버릇은 뭔지 등 이 모든 걸 아주 상세히 알게 됐다.

 둘이 상당히 어울린다는 소릴 들은 것 외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도 둘에겐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거기서 사람들이 말했던 둘이 어울린다는 건 꼭 외모로만 판단되는 것은 아니기에 둘의 분위기가 닮았다는 걸로 둘은 해석했다.

 거기에 그들의 세상으로 돌아온 후 후작이 시몬느에게 보내는 눈길이 전에 비해 훨씬 은밀해졌다는 게 또 다른 근거이고, 시몬느가 잠자리에 들기 전 후작이 탑에서 내려와 그녀 방 앞을 꼭 한 번 지나간 뒤 다시 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세 번째 근거라고 할 수 있겠다.

 셋 중 나머지 두 가지가 후작이 시몬느에게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증명하는 것이라면 시몬느는 어땠을까? 시몬느가 갖는 그에 대한 감정은?

 그녀는 여전히 그에 대한 좋은 감정, 그러니까 사랑이라기보단 흠모에 가까운 그런 감정을 갖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다.

 비록 둘 사이에 많은 유사성이 있기도 하고 그가 가끔 남자로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사랑보단 아직까진 그를 우러르는 맘이 더 큰 거라고 느끼고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막상 20대의 그를 보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 30대의 그를 봐도 그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 그녀에게도 큰 의문이었다.

 사랑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돌봐주어야 할 거 같던 20대의 그가 현실에선 자신이 흠모하는 성숙한 남자라데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거다.

 그랬는데 이런 시몬느의 가슴에 큰 파문을 일으키는 사건이 곧 벌어지고 만다.

 

 어느 날 시몬느는 탑에서 내려온 후작이 급히 그녀를 찾는다는 전갈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후작을 만나기 위해 그의 서재를 찾았고, 거기에서 그의 침울한 얼굴을 보게 된 그녀는 영문을 몰라 그에게 말을 못 붙이고 그저 당황스러워하고만 있었는데 그때 후작이 입을 열었다.

 “왕께서 서거하셨단 비보를 방금 전해들었네. 나와 함께 왕궁엘 다녀와야겠어.”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의복을 갖춘 후 마차를 타고 왕궁으로 향했다.

 그들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 각 영지는 물론 각국에서 조문단이 속속 도착해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왕비에게 예를 갖추고 있었다.

 왕비는 슬픔이 어린 더욱 농염한 자태로 조문객을 맞고 있었고, 이런 왕비의 모습에 잠시 흔들리는 눈빛을 보내고 있는 후작의 눈빛을 시몬느는 놓치지 않았다.

 남편의 죽음을 겪은 미망인에게 주는 동정의 눈빛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는 게 뭘 의미하는 건지 곧 알게 됐다.

 왕비 앞에 도착한 그가 왕비의 손등에 키스하자, 왕비는 손수건을 든 한 손으로 살짝 콧등을 훔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와주셨군요. 전 혹시 오시지 않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답니다.”

 “그럴리가요? 서거하신 대제께서는 이 왕국의 국왕이셨을 뿐만 아니라 제 할머니의 장조카시기도 했는걸요.”

 “네. 감사합니다. 잠시 후에 제 방으로 방문해주시겠어요? 꼭요! 따로 드릴 말씀이 있답니다.”

 멀리서 둘의 대화를 듣진 못했지만, 시몬느는 평소 알고 있던 왕비의 표정을 보고 대번에 알아챘다.

 독수리가 먹이를 가로채듯 왕비는 절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르망 후작의 혼과 육체를 탐할 것이란 걸.

 그녀는 특유의 상처받기 쉬운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지금 작업 중인 거였다.

 시몬느의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녀를 막을 수 있을까? 아니, 그녀를 막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후작에게 그녀의 사악하고 음탕한 수작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한시가 급한데 후작은 여전히 그녀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르니 이를 어쩐다?

 그녀는 급기야 정신을 잃을 지경이 되어 그 자리에서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후작이 놀란 표정으로 그녀에게 달려왔고, 여왕 역시 그런 위급한 표정의 후작을 보면서 차갑고 매서운 눈길을 시몬느에게 던졌다.

 

 혼절한 잠시 뒤 정신을 되찾은 시몬느는 자신이 예전 왕실에서 생활할 때 묵었던 침실에 누워있단 걸 알아채곤 주변을 둘러봤다.

 주위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불안해진 그녀는 급히 방에서 나와 왕비 처소로 향했다.

 그녀가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때, 한 시종이 나타나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왕비님께서 말씀하시길 시몬느님께선 이제 그만 후작님의 성으로 돌아가셔도 좋다고 하셨습니다. 후작님께선 오늘 왕비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실 거라면서요. 밖에 마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르망 후작님은요? 어디 계시죠?”

 “다르망 후작님께선 지금 왕비님과 함께 식사 중이십니다.”

 마음이 급했던 시몬느가 다그치듯 시종에게 물었다.

 “두 분께서 식사 중이시라고요? 두 분만요? 아니면 다른 분들과 함께요?”

 당황스런 표정을 짓던 시종이 우물쭈물했다.

 “전... 제가 전해드려야 할 말씀을 다 전해드렸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곧 제 갈 길을 찾아 황급히 자릴 떴다.

 홀로 남은 시몬느는 불안한 마음으로 왕비 처소로 향했다.

 그때 그녀 앞에 예전에 그녀와 알고 지내던 시종 카트린이 다가왔다.

 “시몬느! 어떻게 여기 있어? 너 다르망후작님성으로 간 거 아니었어?”

 초조한 표정의 그녀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응. 그랬지. 그런데 대제님께서 서거하셔서 후작님과 함께 조문왔어.”

 “그랬구나. 그런데 너 후작님과 약혼했단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야? 정말 후작님과 약혼한 거야?”

 시몬느가 놀라며 이렇게 물었다.

 “그런 소문이 났어? 아니... 아직은... 그런데 대제님께선 어떻게 돌아가신 거야?”

 주변을 둘러보던 카트린이 목소리를 많이 낮추며 조심스럽게 시몬느에게 속삭였다.

 “왕비가 살해했다는 소문이 있어.”

 “뭐라고? 살해? 어떻게 그런 일이!”

 “왜 너도 이미 잘 알고 있잖아? 여왕이 외도하는 걸 대제님께 들켜서 그랬단 소문이야. 뭐 확실한 건 아니지만 대개 다 그 소문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어.”

 시몬느도 그 소문이 사실일 거란 생각이 굳어졌다. 사악한 그녀라면 못 할 짓이 없을 테니까.

 자신의 불순한 행각이 발각되자 분명 자기에게 벌어질 처벌이 두려워 미리 선수를 친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아~ 가엾으신 대제님. 그래 만나서 반가웠어. 난 이만 가봐야 할 데가 있어서.”

 그리고 황급히 떠나려고 하는데 또 카트린이 시몬느의 발목을 붙잡았다.

 “어디로 가는 건데?”

 “왕비님 처소로 가는 중이야.”

 “왕비님 처소? 오다 보니 벌써 시종들 다 물리시고 잠자리에 드셨나 보던데...”

 벌써 잠자리에 들었다고? 그렇다면 지금 도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말인가?

 “뭐? 벌써 주무신다고?”

 하면서 시몬느는 급히 왕비 처소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음이 다급해진 그녀는 입술이 바싹바싹 말라감을 느꼈다.

 자길 혼자 남겨두고 지금 왕비와 잠자리에 들었을지도 모를 후작을 떠올리면서 그녀는 달렸다.

 왕비의 처소에 도착한 시몬느는 왕비의 방에 있는 모든 불이 꺼져있음을 발견했다.

 한때 그녀가 수시로 드나들던 그곳.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훤히 다 아는 그녀로서는 별 상상이 다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금쯤 후작과 왕비는 함께 누워있을 것이다. 그들의 격정적인 정사를 끝내고서 말이다.

 아무리 후작이 이성적인 사람이라지만 갓 남편을 잃은 처연한 왕비를 내치진 못했을 것이다.

 슬픔에 젖은 여인은 유독 더 아름다운 법.

 그녀의 뇌쇄적이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더 빛을 발하는 걸 거부하긴 너무 어려웠을 것이다. 해서 결국 그는 왕비의 유혹에 무릎을 꿇었을 것이고 그 결과 그녀와 밤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아! 내가 좀 더 일찍 후작에 대한 사랑을 밝혔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는 여러 번 나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는데 거기에 응하지 않았던 내 잘못이다.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결국 이렇게 내가 흠모했고 사모했던 이를 사악한 왕비에게 뺏기고 마는 건가? 모든 게 다 나의 잘못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해서 무력하게 이렇게 가슴을 쳐야만 하다니!

 불같은 분노와 좌절감에 휩싸인 시몬느는 왕비의 처소를 떠나 성문 쪽으로 걸어갔다.

 이미 날은 많이 어두워졌고, 이렇게 비탄에 빠진 자길 사람들이 볼 수 없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그녀는 성문을 지나 밖으로 나갔다.

 마차도 없이 그녀는 걷고 또 걸어 결국 근처 숲으로 들어갔다.

 

 한편 성으로 돌아온 후작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왕궁에서 아무리 찾아도 시몬느는 보이지 않았고, 그러다 결국 자기 성으로 돌아와 봐도 이곳 어디에서도 그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으니 왜 아니겠는가?

 마음이 불안해진 후작은 급히 사람들을 불러모았고, 말을 타고 그들과 함께 밖으로 달렸다.

 

 근처 숲과 계곡, 평야를 다 뒤지고, 결국 그녀의 사가까지 가봤지만 어디서도 시몬느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낙심한 후작은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성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탑으로 올라가 생각에 잠겼다.

 도대체 시몬느는 어디에 있는 걸까? 왜 그녀는 왕궁 안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춘 걸까?

 그녀가 쓰러져 방으로 옮겨졌고, 조문객들과 잠시 대화를 나눈 후 그녀를 찾았을 때 거기 사람들은 그녀가 이미 내 성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허겁지겁 여기로 달려왔는데 도대체 그녀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끝없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던 후작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왕비가 그녀를 해친 건 아닐까? 내가 그녀를 내 성으로 데려간 걸 알게 됐고, 내가 자기 청을 거부한 것에 앙심을 품고 시몬느를 해친 거라면?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터질듯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걷잡지 못하게 됐다.

 즉시 아래로 내려온 그는 말을 타고 홀로 숲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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