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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신데렐라 스토리
작가 : 체셔냐옹
작품등록일 : 2021.12.31

그는 기억하는 모든 순간을 총과 함께했다. 옹알이보다 먼저 교신 부호를 익혔고 걸음마보다 먼저 전술 보행을 배웠다.
자명종 대신 적들의 총성이 잠을 깨우는 환경에서 태어나면 절로 그리 될 수밖에 없었다. 개척지 사령관의 딸이란 자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는 전장에서 태어났고 전쟁이 그를 키웠다. 그렇기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부친을 따라 전장에 섰고 그의 어깨를 받쳤으며 그의 등을 지켰다.
전투복의 장갑에는 항상 초연이 짙게 쌓였고 그를 치울 새도 없이 다음 전장에 나서는 일이 반복됐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동료들은 그를 보고 신데렐라 – 재투성이 아가씨라고 불렀다.

 
1장. 신데렐라와 스노우화이트 - 06
작성일 : 22-01-05 22:12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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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체크포인트에 하윤이 도착했다. 그의 예상대로 현장에는 지수가 있었다. 단지 대대 단위로 움직인 하윤과 달리 지수는 자신과 부관밖에 없었다.

 주위의 마력 수치가 난폭하게 날뛰는 것으로 보아 이미 오염된 정령 한두 마리 정도는 처리한 것 같았다. 지수가 있으면 그 정도 적은 고화력 무기를 쓸 필요도 없었겠지.

 “고맙군, 쇼지 대령. 적절한 지원이었다.”

 『……. 이탈하지.』

 쌀쌀맞은 태도였다. 하윤은 그런 지수를 보고 사과를 서둘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부하들도 들을 수 있는 회선으로는 모양이 좋지 않았다. 자칫 부대 간의 신경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에 하윤은 일단 광산에서 벗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쇼지 대령. 잠시 사적으로 할 말이 있는데 시간은 괜찮은가?”

 『뭔가?』

 광산에서 나온 하윤은 부관에게 대대를 지휘해 베이스캠프로 귀환하라 일렀다. 하윤은 부관과 단 둘이서 행동하고 있었기에 말을 걸 타이밍을 잡기는 쉬웠다.

 하윤은 지수의 답변을 동의로 여기고 회선을 개인용으로 돌렸다. 하윤의 통신 요청을 지수는 한참동안 그냥 지켜만 보다 마침내 동의했다.

 “내 말실수를 사과하고 있다.”

 『그런가.』

 “내 말이 무신경했다. 귀관의 배경과 환경을 전혀 배려하지 못했다. 조금 더 일찍 말했어야 했으나 귀관이 작전 시작까지는 나와 대화를 원치 않으리라 판단해 미루고 말았다.”

 『아니, 그건……. 아니. 귀관의 화법은 특이하군. 사과는 받아들이겠다. 서로 괘념치 않기를 바라지.』

 “사과를 받아주어 고맙다. 앞으로 작전도 함께 잘 수행하자.”

 하윤이 손을 내밀었다. 지수도 그 손을 맞잡았다.

 물론 말 한두 마디로 감정이 스르르 다 풀리진 않았다. 지수는 여전히 하윤의 사고방식에 큰 의문을 품고 있기도 했고.

 그러나 하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작전 수행을 위해 안정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지 친구 만들기가 아니었다. 이 정도의 거리감은 문제없었다. 보통의 전우들도 대체로 이 정도 거리감이었다.

 두 사람은 베이스캠프로 귀환했다. 베이스캠프는 어느새 그럴듯한 군사 기지의 모습을 띄고 있었다.

 막사와 창고, 외벽과 망루, 출입구와 출입구를 보호하는 토치카까지. 보급선이 뜨고 내릴 수 있는 착륙장도 있었다. 건물의 80퍼센트는 월석으로 건설했고 나머지 20퍼센트는 보급물자의 각종 금속과 전자기기를 이용했다.

 막사는 이미 내부에 공기까지 충전을 완료했다. 특히 중요한 산소의 생산은 ‘암스트롱 곰팡이’가 맡았다.

 기지를 밀폐하고 보급물자에 동면해 놓은 곰팡이를 뿌리면 알아서 기지 내부에 뿌리를 내리고 번식하며 전력을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했다. 곰팡이의 능력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서 벽을 더욱 보강하고 내부의 온도를 유지하기도 했다.

 인류가 처음 그들의 고향을 벗어나 최초의 유인 반영구 우주 기지를 건설할 때 사용한 곰팡이의 직계 후손이었다. 위대한 우주 탐험가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는 모양인데 정작 그게 누구인지의 기록은 유실되어 모른다.

 한쪽에서는 거대한 드릴이 우물을 뚫고 있었다. 우물이라기보다는 수직 광산에 가까웠다. 달의 지각 아래 있는 얼음을 채굴해서 생활용수로 가공하는 용도였다.

 물도 보급선으로 운반할 수 있지만 물이란 건 은근히 상당한 양의 부피와 중량을 자랑했다. 군대가 쓸 만큼의 물은 모두 달에서 채취할 수 있는데 일일이 수송선으로 실어 나르는 건 낭비가 심했다.

 하윤은 자신의 것으로 배정된 장교용 관사로 들어갔다. 궤도 사령부와 비교할 것도 없이 황량하게 텅 빈 방이었다. 방의 넓이 또한 다섯 평 남짓으로 굉장히 좁았다.

 침대는 아직 미완성이었다. 침대로 배정된 직육면체의 단단한 금속덩어리 위로 곰팡이가 한창 자라는 걸 보니 충분히 푹신해지려면 아마 몇 시간은 걸릴 것 같았다.

 하윤은 일단 책상으로 이동해 배급 받은 종합 지휘 통신 단말을 설치했다. 정찰 보고서 작성이 우선이었다.

 “연대장님. 개인 용품을 가져왔습니다.”

 “고맙군, 라이스 일병.”

 하윤의 사환 역할을 담당한 병사가 반중력 카트를 가져왔다. 부관과는 다른 의미로 하윤에게 중요한 인물이었다.

 지금처럼 물품 운반부터 단순한 서류 작업까지 다채로운 부분에서 하윤을 보조했다. 그렇기에 사병이면서도 부사관에 준하는 혜택을 받았다. 더군다나 장교의 봉급에서 얼마간을 빼어 사환에게 추가 수당을 줬기에 돈이 쪼들리는 사병은 서로 하려고 난리였다.

 보통 영관급 장교는 사환을 둘 이상 뒀지만 하윤은 청소나 조리 등의 불필요한 업무까지 병사를 빼서 쓸 이유가 없다고 라이스 일병 한 명만 뒀다. 덕분에 사환 T.O가 적어 사병들의 아쉬움이 컸지만 지휘관의 특성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었다.

 라이스 일병이 짐을 정리하는 동안 하윤은 보고서를 마저 작성했다. 짐이 거의 없었기에 라이스는 순식간에 정리해 놓고 밖으로 나가 출입구를 지켰다.

 하윤은 보고서를 다 쓴 다음 검수를 위해 부관과 라이스 일병을 불렀다. 두 사람은 보고서가 군용 서식에 맞는지 검토한 뒤 하윤에게 다시 넘겼다.

 의례적인 절차였다. 하윤은 애초에 30년 동안 군용 서식에서 벗어난 글을 작성해본 적이 아예 없었다. 당연히 부관이나 라이스 일병보다 훨씬 군용 서식에 통달했다.

 “두 사람은 이미 사물私物을 정리했나?”

 “예,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다음 작전까지는 개인 정비 시간을 가지도록. 체단실이나 훈련장은 완공 됐나?”

 “아직입니다. 하지만 수송함 내부의 체단실은 이용할 수 있습니다.”

 “휴식 시간도 짧은데 거기까지 왕복하는 건 그렇군.”

 “아, 기지 내 가상현실 네트워크는 설치가 완료됐습니다. 가상현실 훈련장을 바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알겠다. 그럼 일단 해산.”

 “해산!”

 부관과 라이스 일병이 떠났다. 하윤은 부관의 말대로 가상현실 훈련장이라도 이용할까 고민하다 이내 고개를 털었다. 작전 개요에 따르면 휴식 시간은 한 시간이 조금 안 됐다.

 가상현실 훈련은 단기간 사용으로 효용을 보기 어려웠다. 그럴 바엔 막사 내부를 돌며 지리에 익숙해지는 편이 나았다.

 그렇게 생각한 하윤은 복도로 나와 주위를 둘러봤다. 77연대에 지급된 영관급 관사에는 총 15명이 거주했다. 하윤과 하윤의 부관 및 네 명의 참모, 네 명의 대대장과 각 대대의 작전장교까지. 그리고 특례로 하윤의 사환이 있었다.

 77연대 막사는 ㅁ자 형태로 영관급 관사 모듈 옆에는 위관급 관사 모듈이 붙어 있었다. 맡은 편에는 사병용 숙사가 있었다. 세 개의 숙소 사이에 하나의 식당 모듈이 있고 그 좌우로 훈련장, 체단실, 휴게실 등이 이어져 있었다.

 예상 작전 기간은 38일이었다. 즉 좋건 싫건, 시설이 훌륭하건 나쁘건 이곳에서 최소 38일을 지내야 했다.

 그리고 작전이란 건 보통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최소가 38일이고 작전의 진행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기간은 늘어날 수 있었다.

 밀폐된 환경에서 인간은 쉽게 망가졌다. 하윤이 심리학이나 정신학에도 조예가 깊진 못했지만 군사 심리학만큼은 제법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작전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그의 부대가 사용할 시설을 미리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도 좋았다.

 복도는 아직 어두운 구간이 있었다. 조명 역할을 맡은 발광 이끼가 덜 자랐기 때문이었다. 암스트롱 곰팡이와 함께 우주 기지 필수 생물 2종이었다.

 기지를 밀폐하면 제일 먼저 뿌리는 종이지만 생물이다 보니 번식에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리 개조를 했어도 순식간에 기지 전체를 뒤덮거나 하지는 못했다.

 우선은 식당이었다. 인간은 하루 세 끼를 섭취한다. 뭐, 급하면 대충 영양죽으로 때우거나 더 심각할 경우 영양액 직접 혈관 주입으로 버티기도 하지만 최대한 장병의 식사를 보장하려고 노력했다.

 식사란 단순히 몸에 양분을 공급하면 끝인 일이 아니었다. 식사는 영혼을 충족시키는 행위였다.

 하윤은 그 문장을 도통 이해하지 못했지만 확실히 식사를 했을 때와 영양액을 직접 주입했을 때의 작전 활동은 차이가 있었다. 직접 경험한 바로는 식사를 제대로 했을 때가 영양액 직접 주입보다 약 30퍼센트 이상 효율이 높았다.

 아마 그 문장을 작성한 학자는 그렇게 높은 퍼포먼스를 내는 것을 영혼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라고 표현한 것이겠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이었다. 영혼은 편리한 단어였다. 아무데나 막 갖다 붙여도 말이 됐다.

 식당은 컸다. 하윤의 연대 581명이 동시에 식사를 해도 문제가 없도록 건설했다. 심지어 장갑 전투복을 착용한 상태로도 식사가 가능하도록 식탁과 의자는 충분히 여유로운 크기였고 높낮이 조절도 간편했다.

 조리 기구를 따로 갖춰놓기는 했지만 전문 취사병 보직은 없었다. 취사는 보통 군용 고속 취사기가 대신했다. 영양죽을 채워 넣으면 음식의 형태로 가공해서 제공하는 3D 프린터의 일종이었다.

 영양죽을 그대로 먹나, 가공해서 먹나 섭취하는 영양분은 똑같았다. 오히려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실을 생각하면 영양죽을 그대로 먹는 편이 더 ‘완벽한 식사’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가공해서 먹는 쪽이 더 활동 효율이 높았다. 이해가 안 가는 일이지만 본인의 몸조차도 그러니 그 사실을 부정해선 안 됐다. 실재는 관념에 우선했다.

 고속 취사기가 있음에도 조리 기구를 갖춘 건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고속 취사기가 고장 났어도 군인은 식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시간이 없으면 굳이 번거로운 조리 대신 영양죽을 먹였다.

 또 다른 이유는 요리 그 자체가 목적인 군인의 존재였다. 이따금 몇몇 군인은 스스로 조리를 하는 행위로서 스트레스를 덜고 의식을 고양했다.

 또한 그런 이의 존재는 인접한 다른 전우에게도 선한 영향을 미쳤다.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으로 작은 클러스터를 형성, 해당 소집단의 활동 효율이 상승하면 그를 막을 이유가 없었다.

 식당에는 이미 고속 취사기가 들어와 있었다. 시험 삼아 초코바를 하나 주문했다. 문제없이 잘 나왔다. 하윤은 초코바를 먹으며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달고 맛있었다.

 휴게실은 극장, 오락실, 카페, 수면실, 대욕탕을 포함했다. 면적으로 치면 병사용 숙소 다음으로 컸다. 그만큼 인간에게 휴양과 휴식은 중요하니 당연했다.

 인간에게는 그렇지만 때때로 군인은 보통의 인간과 다른 우선순위를 지녔다. 군인에게 휴양과 휴식은 우선순위에서 거의 끝자락에 있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의 휴식은 거의 최우선으로 보장됐지만 그 이상의 휴식, 즉 위락 행위는 최후순위였다. 즉, 휴게실은 조금도 건설되지 않았다.

 텅 빈 극장, 오락기가 들어올 예정만 붙어 있는 공터, 테이블밖에 없는 카페, 침대가 아니라 무슨 관이 도열해 있는 걸로밖에 안 보이는 수면실, 어디의 유적지 같은 욕탕……. 이것이 휴게실의 현주소였다.

 더 볼 것도 없었다. 이걸 다 지으려면 사나흘은 걸릴 터였다. 하윤은 그동안 병사들이 각자의 개인 용품에 기대어 위락을 잘 해결하기를 기대할 뿐이었다.

 훈련장과 체단실도 마찬가지였다. 평시의 군인에게 훈련은 상당히 높은 우선순위를 지녔지만, 작전 활동 중에는 아니었다. 오락실과 마찬가지로 공터에 운동 기구가 들어올 예정이란 팻말만 붙어 있었다.

 훈련장도 마찬가지. 훈련용 교탄은 아예 하역도 안 했다. 당장 작전이 급한데 여기가 신병 훈련소도 아니고 교탄을 내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당연한 일이었다.

 ‘더 볼 것도 없군.’

 그래도 기지 한 바퀴를 도는 사이 시간이 훌훌 흘렀다. 하윤은 시계를 확인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작가의 말
 

 사실 연재를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풀려고 쓰는 글이라 뇌에서 나오는대로 써서 "이걸 세상에 내놓아도 되나?" 싶어요. 그래도 기왕 쓴 글을 서재에서 묵히느니 남과 나누는 편이 더 좋겠지요. 누군가는 이걸 좋아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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