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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신데렐라 스토리
작가 : 체셔냐옹
작품등록일 : 2021.12.31

그는 기억하는 모든 순간을 총과 함께했다. 옹알이보다 먼저 교신 부호를 익혔고 걸음마보다 먼저 전술 보행을 배웠다.
자명종 대신 적들의 총성이 잠을 깨우는 환경에서 태어나면 절로 그리 될 수밖에 없었다. 개척지 사령관의 딸이란 자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는 전장에서 태어났고 전쟁이 그를 키웠다. 그렇기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부친을 따라 전장에 섰고 그의 어깨를 받쳤으며 그의 등을 지켰다.
전투복의 장갑에는 항상 초연이 짙게 쌓였고 그를 치울 새도 없이 다음 전장에 나서는 일이 반복됐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동료들은 그를 보고 신데렐라 – 재투성이 아가씨라고 불렀다.

 
1장. 신데렐라와 스노우화이트 - 04
작성일 : 22-01-03 22:11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5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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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해결하지 못할 일은 지원군으로 해결한다. 이것은 전장의 상식이었다.

 그렇기에 하윤은 통신기를 들었다. 이럴 때 그를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선생님’이다.

 『아, 그건 아무래도 자네가 잘못했지.』

 통신으로 상황을 설명하자 성운은 가장 먼저 하윤을 타박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상대의 반응으로 제가 잘못했다는 건 알겠습니다. 문제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자네……. 분명 배려의 윤리학을 수강했었지?』

 “예, 그렇습니다. 학점도 A학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대화에서도 그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쇼지 대령은 불쾌함을 드러냈습니다.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인간은 컴퓨터가 아니었다. 0과 1을 투입한다고 0과 1을 뱉어내지 않는다.

 아니다. 인간은 조금 정교한 컴퓨터일 뿐이다. 당연히 인풋에 일정한 값을 넣으면 마찬가지로 일정한 아웃풋을 내놓는다. 어떤 인간도 인풋 없이 아웃풋을 내놓지는 않았다.

 <인간은 무에서 유를 창출하지 않는다.> 감정이란 혼자 피어오르지 않는다. 그것은 명백한 자극의 반응이었다. 그것이 하윤이 이해하는 세상이었다.

 “저는 대화에서 상대의 장점을 칭찬했고 약점을 강점으로 포장했습니다. 이것이 배려 아니었습니까?”

 『강의 중에는 분명 상대의 배경과 현재의 상황을 고려하라고 했던 거 같은데…….』

 “거기서 미스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진짜 미스는 자네가 지금 하는 행동이야. 인간은 복잡하다고.』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하윤은 결코 스스로 감정이 없거나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애초에 이렇게 지수가 표출한 불쾌감에 당황하거나 해결책을 얻고자 성운을 찾을 리도 없었다.

 단지 특이한 성장 배경으로 인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를 뿐이었다. 그것은 지수도 마찬가지였다. 서로 상이한 세계관을 지닌 두 사람의 충돌은 어떤 의미로는 필연이었다.

 “우선은 사과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거야 말로 진짜로 쉬운 것이지. 진솔하게 대해. ‘미안하다.’가 가장 먼저 할 말이야. 다음으로 할 말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이 경우에는 ‘내가 말실수를 했다.’가 가장 어울리겠지.』

 “그건 어렵습니다.”

 『왜?』

 “저는 아직 제가 어떤 말실수를 했는지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사과는 조금도 진솔하지 못합니다. 진솔하지 못한 사과는 오히려 쇼지 대령을 자극할 뿐입니다.”

 하윤은 성실한 학생이었다. 정말로.

 성운은 일단 하윤을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했다. 일단은 그가 말실수를 했다는 건 스스로도 이해했다. 단지 ‘어떤’ 말실수를 했는지 모를 뿐이었다.

 하윤의 세계관에서 장애는 전투에 부적합하다는 걸 의미했다. 그러나 지수의 ‘장애’는 전투에 대단히 적합했다. 따라서 칭찬했다. 어디에 실수가 있다는 말인가?

 성운은 그렇기에 일단 하윤에게 지수의 세계관은 하윤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걸 먼저 이해시켜야 했다. 따라서 하윤의 칭찬은 지수에게 욕일 수도 있다는 것도.

 “그것은 이미 수업으로 배워서 알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인격을 형성하기에 서로 다른 가치관을 지닌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음 문제였다. 욕일 수도 있는 건 알겠는데 어째서 그게 욕인 것인지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성운은 인내를 갖고 하윤을 가르쳤다.

 출격을 준비할 시간이지만 지금은 하윤에게 보편 정서와 표준 윤리를 가르치는 게 우선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앞으로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

 다행히 성운은 끈기 있는 교사였다. 동시에 하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보살펴줄 수 있는 어른이기도 했다.

 성운의 강의를 받은 하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지수가 무엇 때문에 불쾌했는지 이해했다. 그렇기에 진심을 다해 사과문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을 전송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발성 연습용이지 전송용이 아니었다. 배려의 윤리학에서 사죄는 문자가 아닌 자신의 언어를 써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하윤은 자신의 부대와 무장을 챙기는 한편 틈틈이 지수를 대상으로 한 사과 연습도 했다. 부관은 그런 하윤이 유별나다 여겼지만, 애초에 하윤이 유별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혹여 체력 단련실이나 무기고, 정비창 등에서 지수와 ‘우연하게’ 만날 경우 즉각 사과를 건넬 생각이었지만 궤도 사령부의 넓이가 방해였다. 무기고와 정비창은 각 연대별로 준비되어 있었고 지수는 체단실을 이용하지 않았다.

 “연대장님은 오늘도 일과 후 체단실입니까?”

 “그래.”

 “작전 이 내일인데 최근 연달아 과로하시는 게 아니십니까?”

 “천만에. 작전 전에 적당한 체단이 중요하다. 신체를 일정 컨디션으로 유지할 뿐만 아니라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의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연대원에게 체력 단련을 강요하지 않는 게 지휘관으로서 하윤의 방침이었다.

 그의 연대는 정예 강군이었다. 큰 전투를 앞두고 스스로의 컨디션을 관리하는 법 정도는 알았다. 저마다 자신만의 방법이 있으니 일과 이후의 시간까지 지휘관이 시시콜콜 지시할 필요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작전 시각에 뵙겠습니다.”

 부관이 경례를 붙이고 떠났다. 하윤은 체단실에서 움직이기 편한 탱크톱과 레깅스 바지로 갈아입고 가장 먼저 거울 앞에 서서 숨을 고르며 동적 스트레칭에 들어갔다.

 체조는 좋았다. 몸을 따뜻하게 덥히면서 정신을 고양시켰다. 격한 운동 전에 근육과 관절을 풀어부상의 위험을 덜고 퍼포먼스를 높이기도 했다.

 거울 속의 하윤은 근육으로 단단히 무장했다. 신장은 180센티미터였고 다갈색의 피부는 두꺼운 근육으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발달한 광배근은 상체로 큰 힘을 내야 할 때 특히 일을 잘 했다. 쫀쫀하게 당겨진 외복사근과 내복사근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그 위로 대흉근은 그냥 크기만 큰 게 아니라 밀기, 던지기, 당기기 모두에서 강한 힘을 발휘했다.

 하체 또한 부족함 하나 없이 발달했다. 두툼하게 발달한 대퇴근은 하체가 단순히 상체를 지지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고 더 큰일을 해도 좋다고 신호를 보내는 듯했다.

 나이는 올해로 서른하나이지만 신체는 전성기인 25세 때에서 조금도 노쇠하지 않았다. 상당 부분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은 것이지만 본인의 노력이 컸다.

 그러나 아무리 의학과 공학의 도움을 받더라도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기운을 잃는 건 순식간이었다. 그렇기에 하윤은 움직였다.

 스트레칭 다음은 고중력 달리기였다. 워밍업으로 딱 좋았다. 하윤은 중력의 배율을 1.5배로 잡고 트레드밀 위에 섰다. 달리기는 땀이 살짝 나는 정도까지가 딱 좋았다.

 궤도군의 신병들이 가장 자주 저지르는 실수가 체력 단련을 소홀히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동력식 장갑 전투복을 과신했다.

 동력식 장갑 전투복은 물론 첨단 문명의 이기였고 존재 자체가 군사 혁신이었다. 동력식 장갑 전투복의 액추에이터는 어떤 인간도 낼 수 없는 힘을 내고 어떤 인간도 들 수 없는 무기를 들었다.

 두꺼운 장갑은 쏟아지는 총탄과 마력 난류 속에서도 사용자를 보호했다. 심지어 우주에 내팽개쳐진다 하더라도 상당히 오랜 기간 존속할 수 있었다. 어떤 총알보다도 날카로운 우주선도 완벽하게 차단했다.

 그런 무기에 탑승해 있다 보면 인간의 힘을 하찮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 있었다.

 모든 무기는 결국 인간이 다룬다는 가장 단순한 사실이었다. 특히 동력식 장갑 전투복은 신체의 연장이었다. 자신의 신체도 잘 다루지 못하는 인간이 전투복을 잘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적당히 땀을 낸 하윤이 중력 트레드밀에서 내려왔다. 다음은 고중량 운동이다.

 고중량 운동은 근육을 자극해 근섬유의 질을 높이는 한편 부피를 키웠다. 그래도 내일이 작전이니 오늘은 무리하지 않고 평소 중량의 7할 정도로 설정했다.

 아무튼 동력식 장갑 전투복의 기능이 뛰어난 덕분에 신형 전투복이 보급될 때마다 신병의 사망률은 감소했고 전과는 올라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신병이 전선에서 죽었다.

 무기의 성능에 의존해서야 좋은 군인이 될 수 없었다. 좋은 군인은 무기의 성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무기의 성능을 이끌어내야 했다. 베테랑 군인은 누구나 하는 일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총이라도 총알을 흩뿌리기만 해서는 훌륭한 전과를 낼 수 없었다. 설령 조금 약한 총이라도 정확한 표적에게 정확히 사격하는 군인이 훌륭한 전과를 냈다.

 그렇기에 하윤은 움직였다. 몸을 움직여 다음 스테이지, 그 다음 스테이지로!

 좋은 군인은 무엇인가? 하윤은 그것을 마지막까지 움직이는 군인이라고 정의했다.

 달릴 수 있을 때 달린다. 걸을 수 있을 때 걷는다. 싸울 수 있을 때 싸운다.

 남들보다 1미터를 더 달린다. 남들보다 한 걸음을 더 걷는다. 남들보다 1초를 더 싸운다.

 이것을 할 수 있으면 전장에서 살아남는다. 전우를 구하고 적을 격살한다. 이것이 좋은 군인인 것이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목표였다.

 체력 단련을 마친 하윤은 샤워를 하고 자신의 관사로 돌아갔다. 오늘도 지수는 만나지 못했다. 아직도 기분이 상해 있을까? 사과의 타이밍을 놓쳤는데 괜찮을까?

 전우와 관계 개선은 항상 난항이었다. 이것은 전장에서 고립된 전우를 구출하는 것보다 어려운 임무였다. 그럼에도 하윤은 자신이 있었다.

 늘 다른 방법을 필요로 했지만 하윤은 결국 전우와 최상의 관계를 구축했다. 지금 그의 연대는 프로-네오디뮴 자석보다도 단단하게 결속돼 있었다.

 

 * * *

 

 “전체 연대. 0900 궤도 표준시까지 38격납고로 집결.”

 큰 작전을 앞뒀지만 하윤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행동했다. 0630시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간단한 체조로 몸을 완전히 일깨웠다. 0800시까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연대 통신에 명령을 내렸다.

 남은 한 시간 동안은 출격을 앞둔 자기 정비였다. 보통은 명상, 독서, 장비 최종 점검 순이었다. 장비 최종 점검은 크게 할 일이 없었다. 대부분의 장비는 보급 부대에서 이중, 삼중으로 처리했다.

 하윤이 직접 확인하는 건 개인 소장품에 해당하는 동력식 장갑 전투복과 소수의 화기였다. 열댓 년을 사용한 애장품도 있었다.

 장비의 업데이트가 빠른 궤도군의 특성상 10년이 넘은 장비는 골동품 취급이었다. 그래도 하윤에게는 여전히 유용한 물건들이었다. 단순 애착뿐만 아니라 손에 익어서 좋은 성과를 낸다는 장점도 있었다.

 물론 시대에 뒤쳐져서는 안 되니 오래된 명품 말고도 신식 무기도 꾸준히 연습하고 사용했다. 전투복 같은 경우엔 아예 골격과 디자인만 20년 전 그대로고 대부분의 전자 장비, 외장갑, 소프트웨어 등은 모두 최신식이었다.

 마지막 점검을 하는 사이 출격 시간이 다가왔다. 38격납고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였다. 시계를 확인한 하윤은 전투복에 탑승하고 격납고로 향했다.

 복도에는 하윤과 마찬가지로 전투복에 탑승한 전우들이 다수 있었다. 모두들 자신에게 할당된 격납고를 향하는 것이다.

 폭이 10미터나 하는 관사 구획의 복도도 전투복을 입은 군인들이 활보를 하니 좁게 느껴졌다. 이따금 반중력 카트를 밀며 관사 구획을 질러서 가는 보급 대원들의 있어 더욱 그랬다.

 “연대 점호.”

 『제1 기동 대대, 총원 149! 사고 무! 열외 무! 집결 완료!』

 『제2 기동 대대, 총원 142! 사고 무! 열외 무! 집결 완료!』

 『화력 지원 대대, 총원 100! 사고 무! 열외 무! 집결 완료!』

 『본부 직할 대대 집결, 총원 189! 사고 무! 열외 무! 집결 완료!』

 “좋아. 대대 단위로 수송선에 승함.”

 『승함!』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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