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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4. 마귀
작성일 : 22-01-03 16:41     조회 : 184     추천 : 0     분량 : 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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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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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를? 아가야, 내가 누군지는 아느냐?”

 

  마귀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고, 구옥은 뒤에서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이봐, 그 아이들은 내가 구매하기로 했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시장 바닥에도 도리라는 게 있지, 안 그래?”

 

  구옥이 성질을 부리자 두 부하는 안절부절 못하고 몸을 움찔거렸다.

 

  “이 녀석들! 비싼 돈을 주고 고용했더니 고작 여자 앞에서 겁을 먹어? 당장 저지해!”

 

  구옥은 고용주로서의 위엄을 보여주고 싶은 듯했다. 그러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두 부하는 손 하나 꿈쩍하지 못했다.

 

  “주, 주인님. 이, 이 여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마, 마귀입니다! 경산의 마귀요!”

 

  손발만 바들바들 떨던 부하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마귀, 라는 그 이름이 입 밖에 나오자마자 구옥도 눈썹을 움찔하더니 살며시 뒤로 물러섰다.

 

  “이, 이 여자가 그 마귀? 자객 다섯을 맨손으로 찢어 죽였다는 미친 여자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마귀. 그 무시무시한 이름만으로 식인을 일삼는 광신도가 식겁했다.

 

  개똥은 방석의 뒤에 숨어 마귀의 눈동자를 지긋이 바라봤다.

 

  아주 강렬하고 어두운 분노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 마냥 위험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구옥의 손에 신변이 넘어가는 것 보다는 이 사람에게 미래를 걸어보자 싶었다.

 

  “살, 살려주세요.”

 

  살고 싶다는 본능 깊은 곳에서 나온 한 마디.

 

  방석과 개똥은 조우한 지 고작 1분도 되지 않는 여자에게 매달리는 꼴이 되었다.

 

  “끌끌, 힘 좀 쓰는 놈 하나 구하려 왔건만 이상한 똥강아지들이 들러 붙는구먼.”

 

  마귀는 이 상황이 불쾌하지만은 않은지 녹슨 기계처럼 폭소하며 털보를 바라봤다.

 

  “어이, 주인장. 오늘은 이 똥강아지들 말고 다른 것은 없는 거지?”

 

  “네? 아.. 네! 그, 그렇습니다!”

 

  잠깐 넋을 놓고 있던 털보는 자세를 바로 잡으며 크게 대답했다.

 

  “이거 참, 난감한 일이야. 이번에 새로 들이는 개새끼가 웬만한 개새끼가 아니라 일손이 필요한 참이란 말이지. 이리만큼 크고 사나운 녀석이라 웬만한 비실이로는 턱도 없는 개새끼인데. 똥강아지들아, 어찌 너희가 한 번 다뤄볼 터냐?”

 

  마귀는 허리를 구부리고 앉아 방석과 개똥과 눈높이를 맞췄다.

 

  두 아이들은 잠시 정신이 멍했다.

 

  이리보다 크고 사나운 개?

 

  그런 개를 자신들이 다룰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혹시 우리를 시험에 빠뜨리는 건가? 용기를 시험하려고?

 

  영특한 방석은 마귀의 속셈을 추리했다. 그리고 개똥은 생각도 않고 냉큼 대답을 놓았다.

 

  “네, 할 수 있습니다.”

 

  작은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방석은 생각이 짧은 한 살 연상의 또래를 성급한 얼간이라 생각했다.

 

  “그래, 그렇군. 그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엉?”

 

  하지만, 당장 생각나는 다른 수는 없었다. 마귀는 방석의 얼굴을 바라보며 질문했고, 방석은 잠시 말을 아꼈다.

 

  “일, 일은 잘할 자신 있습니다. 꼭 그 개를 다루는 일이 아니더라도, 저는 쓸모가 있을 것입니다.”

 

  고심해서 내뱉은 답은 자신의 쓸모를 증명하는 것뿐이었다.

 

  최대한 자신감을 담아 말해보려 했으나, 방석은 자꾸만 말을 더듬고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흐흐, 그래? 쓸모? 너희들 내가 누군지 잘 모르지? 나는 경산의 마귀다. 조선 제일 가는 투견과 사냥개를 키워내는 게 내 업이다. 마침 사업을 더 크게 부릴 생각이 있었어. 원래라면 잠깐 일손만 빌리려고 그랬지만, 아예 내 밑으로 후임을 키워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두 아이의 다짐을 들은 마귀는 숙였던 허리를 펴고 털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돼지가 치르려던 값보다 금화 하나 더 얹어서 주도록 하지. 이럼 불만 없겠지?”

 

  “아, 아무렴 소인이 무슨 불만이 있겠습니까! 감, 감사합니다!”

 

  털보는 허리를 꾸벅 숙이며 감사를 전했고, 마귀는 바닥에 금화가 담긴 주머니를 던졌다.

 

  “이, 이봐! 누, 누구 마음대로! 내가 먼저 온 고객이야! 어? 자객을 찢어 죽였다고? 어디 그 말이 사실인지 확인이나 해보자, 이 막돼먹은 년!”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구옥은 자신의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단검을 꺼내 들었다.

 

  움직임은 둔했지만, 단검은 상당히 위험해 보였다.

 

  일반적인 무술가라면 몸을 돌려 회피하거나, 하체를 가격하여 공격을 저지했을 터였다.

 

  하지만, 마귀는 무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녀는 맹수였다. 본능적으로 어떻게 하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단검이 자신에게 가까워지자 마자 마귀는 손을 뻗어 그 예리한 칼날을 잡아 비들었다.

 

  아무리 날카로운 칼날이라 한들 그것에 베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었다.

 

  마귀는 커다란 손을 꺾어 칼날이 손에 파고들지 않도록 그것을 잡았고, 사뿐히 힘을 주어 단단한 칼날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구옥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굴렀고, 마귀는 무릎을 높이 들고 정확히 구옥의 발목을 향해 발길질을 뻗었다.

 

  “으, 으악! 발, 발이!”

 

  구옥이 절규하며 거품을 물었고, 그의 부하들은 곁에 달려와 부러진 구옥의 발목을 수습하였다.

 

  그러는 한 편, 마귀는 아무렇지 않게 휘파람을 부르며 두 아이들을 이끌었다.

 

  “따라오거라.”

 

  마귀는 개똥과 방석이 만났던 다른 거래상과는 달랐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족쇄를 걸지도, 밧줄을 묶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두 아이들을 따를 수밖에 없게 하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다.

 

  묵묵히 그녀의 뒤를 따르며 두 아이들은 천천히 걸었다.

 

  암시장의 출구를 따라, 어두컴컴한 산속을 오르고 또 올랐다.

 

  “이젠, 어떻게 할 거야?”

 

  숨을 헉헉대며 방석이 작은 목소리로 개똥을 불렀다.

 

  “그 개랑 만나면, 말을 해볼게. 도와달라고.”

 

  “말? 개랑? 형, 미쳤구나. 단단히 미쳤어.”

 

  개똥의 말도 안 되는 소리에 방석은 자신도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형,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저 마귀는 진짜로 우릴 그 개 앞에 놓을 생각인 것 같아. 아까부터 들리는 으르렁거리는 소리 있지? 이게 그 개가 짖는 소리 같아.”

 

  실제로 산을 중턱쯤 올랐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맹수의 포효 같은 소리가 나무 사이사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럼, 여기서 도망치자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그, 그건…”

 

  생각은 많은 방석이었지만, 여기서 뭘 어떻게 한들 저 마귀에게서 도망을 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이번은 나한테 맡겨봐.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안 그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 개똥의 얼굴에서는 묘한 신뢰감이 느껴졌다.

 

  “그래, 운명이 있다면 그렇겠지. 여기서 벌써 죽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기구하지.”

 

  어쩌다 이 어린 나이에 운명이란 단어에 모든 걸 맡기게 되었을까.

 

  두 아이는 혹시나 싶은 운명의 햇살을 기도하며 묵묵히 험한 산길을 올랐다.

 

  그렇게 약 10분을 걸었을까, 마귀는 걸음을 멈췄다.

 

  “저게 보이냐? 아가들아?”

 

  거대한 고목에 쇠사슬로 묶여있는 거대한 맹수를 알아보는 것쯤이야 굳이 안내가 없어도 아이들은 알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아라.”

 

  마귀의 단호한 말에 개똥과 방석은 침을 삼키고 천천히 그것에 다가갔다.

 

  개똥이 앞에 섰고, 방석은 조금 멀찍이서 뒤를 따랐다.

 

  힘이 빠졌는지 커다란 뿌리 부근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녀석은 눈빛이 살아있었다.

 

  “그것은 조선의 품종이 아니야. 바다 건너에서 들여온 녀석이지. 조선의 다른 개들보다 월등히 포악하고, 월등히 거대하고, 강력하다! 양놈들 사이에서도 흔한 놈이 아닌 귀한 개새끼란 말이지.”

 

  개똥과 방석을 지켜보며 마귀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저 개새끼는 태어날 때부터 싸움을 위해 개량된 녀석이었다. 그게 저 개새끼의 팔자라는 거지. 날 때부터 지금까지 장사꾼들 사이를 떠돌며 주인 없이 자란 개새끼는 그 성질이 고약한 법이야. 내가 너희를 그 식인종의 앞에서 비싼 값을 주고 구해줬으니, 너희도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보여줘는 게 맞지 않겠느냐?”

 

  마귀의 논리는 냉정했다.

 

  그 고약한 개새끼를 다루는 법을 알려주지도 않고, 아이들을 내몰 만큼 고약한 성질은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가들아. 모름지기 이 세상에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제 운명이란 게 있는 법이라고. 너희들이 진정 그 식인종에게 죽을 운명이었다면 나를 그 찰나에 만나지도 않았겠지. 어디 보여봐라, 너희들 그릇을. 그 그릇에 맞게 대접을 해주겠다.”

 

  마귀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대한 개새끼가 몸을 움직였다.

 

  덩치에 맞지 않게 날렵한 녀석은 6척은 되는 높이를 펄쩍 뛰어올라 개똥의 눈앞에 섰다.

 

  그리고 누런 이빨을 보이며 매섭게 으르렁댔다.

 

  그 포악한 소리를 듣자마자 방석은 온몸이 굳었다.

 

  여기서 죽었구나 싶었다.

 

  당장 목덜미를 물어 뜯기겠구나! 어서 두 발을 떼고 도망치자!

 

  방석의 이성이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방석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매섭게 으르렁대던 개새끼가 개똥의 앞에서 잠자코 있던 것이었다.

 

  개똥과 녀석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사납고 포악한 맹수와 꼬마가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않고 있었다.

 

  그것은 방석의 일생에 있어 가장 신비로운 일이었다.

 

  마귀에게도 이런 일은 처음이었을까.

 

  흔들림 한 번 없던 그녀의 바싹 마른 눈동자도 좌우로 춤을 췄다.

 

  “역시, 사람은 제 갈 곳을 알아서 찾는 법이지.”

 

  잠시 넋을 놓았던 마귀는 건조한 입술을 침으로 적시며 이 상황을 즐겼다.

 

  이 짧고 별 것 없는 이야기는, 두 아이가 경산으로 오게 된 모든 이유였다.

 

  이야기의 의미는, 그저 어쩌다가.

 

  그저 어쩌다가 버림 받아, 그저 어쩌다가 지옥의 구렁텅이로 제 발로 걸어갈 수 밖에 없던 아이들은 그렇게 큰 탈 없이 자라나 경산의 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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