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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3. 암시장
작성일 : 22-01-02 20:55     조회 : 182     추천 : 0     분량 : 4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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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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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렁이는 바다 위에 뜬 낡은 목선 한 척.

 

  남해안에서 출발한 배는 서해안의 어느 항구에 도착했다.

 

  “추워.”

 

  고작 여섯 살. 개똥은 헝겊을 걸치고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나는 토할 것 같아.”

 

  어린 개똥의 곁에는 고작 다섯밖에 되지 않는 나이에 목선에 오른 방석이 있었다.

 

  둘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으나, 이 목선에서 유일한 또래였기에 자연스레 말이 트였다.

 

  “이제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개똥은 위턱과 아래턱을 딱딱 부딪치며 근심 어린 눈빛을 지었다.

 

  그것은 생의 마감을 앞둔 노인의 눈동자와 같았다.

 

  “형도 팔려 온 거잖아. 이제 여기서 어디로든 가겠지.”

 

  두 아이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처지를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었다.

 

  지독하게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사랑 한 번 제대로 못 받아본 채로 정체불명의 상인에게 값을 흥정 당해보지 않았다면, 이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으리.

 

  “도착했으니 앞 줄부터 차례대로 내리시오!”

 

  두건을 쓴 남자가 큰소리로 외쳤고, 가족에게 버림 받은 이들은 체념한 표정으로 그 말을 따라 움직였다.

 

  대부분 열 다섯에서 열 일곱 정도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군집은 긴 항해에 지쳐 반항할 기력조차 없어 보였다. 개똥과 방석 역시 그들의 뒤를 따라 배에서 내렸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항구에는 거리마다 인파로 가득했다.

 

  거리 한복판에서 바둑을 두는 늙은이부터, 조용히 한 끼를 해결하는 아낙네까지 그 몰골이나 행색이 정상인 사람은 없었다.

 

  다들 어딘가에 흉터가 있었고, 허리춤엔 예리한 무기를 장착하고 있었다.

 

  항구의 주요한 시설도 설비가 완벽하지 않아 군데군데 허점이 많았다.

 

  말 그대로 이곳은 암시장.

 

  조선의 법이 허용하지 않는 것들을 사고 팔 수 있는 특수한 공간이었다.

 

  “어이, 이번에는 숫자가 영 적지 않나?”

 

  항구 근처 오두막으로 아이들을 이끈 남자의 앞에 턱수염이 수북한 털보가 나타났다.

 

  털보는 눈대중으로 남자의 뒤에 줄지어 선 아이들을 살폈고, 맨 뒷줄에서 잠자코 기다리던 개똥과 방석을 발견했다.

 

  “뭐, 뭐야? 이렇게 어린애들을 데리고 오면 어떡해?”

 

  털보는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다.

 

  “왜? 문제 있어? 이렇게 어린애들일수록 특수한 수요가 있는 법이지. 비싸다고! 이번엔 수가 좀 맞지 않지만, 이걸로 어떻게 금액을 맞춰줄 수 있겠지?”

 

  남자는 날카로운 말투로 원래 책정됐던 가격을 요구했고, 털보는 골치 아픈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거야, 그렇지만. 이렇게 어린 애들을 취급하는 건 조금 마음이 안 좋잖아. 나도 도리라는 게 있는 사람인데.”

 

  털보의 말에 몇몇 청년이 어깨를 움찔했다.

 

  ‘어린 애들은 신경 쓰이고, 우리는 괜찮아?’하고 고함치고 싶은 얼굴이 몇몇 보였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가격 다 알고 온 거니까, 괜히 흥정할 생각은 마시고! 그래서, 살 거야 말 거야? 당신도 급한 거 아니었어? 얼른 결정해!”

 

  “아, 이런 제기랄! 알았어, 알았다고! 사면 될 거 아냐! 원래 이야기했던 그 금액으로 살게. 그럼 됐지?”

 

  남자의 재촉에 털보는 고민하는 듯하다 결국 거래를 승낙했다.

 

  “개뿔도 안 되는 양심으로 고민하지 마. 댁도 좋자고 이런 일 하는 거 아니듯이, 나도 좋자고 이런 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럼, 난 이만 가보겠어.”

 

  털보는 돈이 든 자루를 남자에게 건넸고, 남자는 꼼꼼히 금액을 확인했다.

 

 금액에 문제가 없었는지 남자는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손을 흔들며 오두막을 떠났다.

 

 아이들은 오두막 안에 지핀 작은 모닥불 근처에 모여 앉아 손님을 기다렸고, 하나 둘씩 손님들이 찾아올 때마다 그 수가 줄어들었다.

 

  열 여섯을 넘긴 여자아이는 입맛을 다시는 뚱보 부자에게 팔려갔다.

 

  열 다섯을 넘긴 남자아이는 노비들 사이에 싸움을 부추겨 그 생사에 판돈을 거는 것으로 악명이 자자한 한 양반에게 팔려갔다.

 

  인물이 좋은 남자아이는 대를 잇지 못한 선비에게 팔려갔으며, 서로 꼭 붙어있던 자매는 서로 다른 사투리를 쓰던 양반에게 각각 팔려갔다.

 

  그렇게 눈에 띄게 인원이 줄고, 마지막까지 남은 건 개똥과 방석이었다.

 

  “어이, 너희들. 배고프지 않아? 밥 때가 됐다. 이것 좀 들어.”

 

  춥고 고달팠던 몸이 조금 나아지자 허기가 정신을 콕콕 찌를 때였다.

 

  털보는 어디선가 가져온 인절미를 개똥과 방석에게 건넸다.

 

  음식을 사양할 처지는 아니었기에, 두 아이는 허겁지겁 인절미를 삼켰다.

 

  “천천히 먹어라. 그러다 목에 걸려.”

 

  털보는 수통을 아이들의 앞에 두고는, 자신도 그 곁에 앉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그 특이한 취향의 고객이 오지는 않은 모양이야. 너희들에게는 다행인 일이지.”

 

  개똥은 허겁지겁 배를 채우면서도, 털보의 눈빛을 살폈다.

 

  그 눈빛에서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대표적으로 추릴 수 있는 감정은, 측은과 자책. 그 두가지였다.

 

  “사실 내게도 가정이 있다. 일찍이 부인이 세상을 떠났고, 남은 아이들은 딱 너희 나이야. 이런 몹쓸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울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뭐 어쩌겠어? 그냥 사는 거지.”

 

  주저리주저리 털보는 자신의 불행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의 불행을 이해할 만큼 이 아이들은 긴 인생을 살지 않았다. 개똥과 방석은 그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줄 수도, 그의 죄를 용서할 수도 없었다.

 

  “만약 오늘 장이 문을 닫기 전까지 아무 탈도 없다면, 너희 둘은 좋은 곳으로 보내준다고 약속하마. 늘 인력이 부족한 큰 서당이 있어. 그곳은 너희 같은 어린 아이들도 필요로 하니까, 내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흥정이 가능하겠지. 변태 같은 양반에게 팔려가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야.”

 

  털보가 자신의 가슴을 쿵쿵 치며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때마침 오두막의 문이 벌컥 열리고 호피를 휘두른 부호가 부하를 거느리고 등장했다.

 

  뒤룩뒤룩 살이 찐 부호의 얼굴을 본 털보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안, 안녕하십니까. 구옥님.”

 

  털보의 눈동자가 극렬히 흔들렸다.

 

  구옥. 이름만 들어도 암시장의 상인들은 치를 떠는 이 악랄한 대부호는 식인을 일삼는 것으로 유명했다.

 

  식인이란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며, 그 식재료로 보다 어린 인간을 사용할수록 효과가 능하다 믿는 광신도였다.

 

  “어, 어딘가 병든 척을 하려무나. 그렇지 않으면 너희 모두 죽어.”

 

  허리를 꾸벅 숙인 털보가 모기같은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경고했다.

 

  본능적으로 개똥과 방석은 구옥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위험인물이란 것을 느꼈다.

 

  그러나, 이미 구옥의 눈에 두 아이들은 먹음직스러운 보물로 비춰진 후였다.

 

  “이거 마침 딱 좋은 재료를 팔고 있었군!”

 

  구옥이 대소하며 아이들에게 바짝 다가섰고, 개똥은 오들오들 몸을 떨며 방석의 곁에 바짝 붙었다. 방석은 눈을 꾹 감고 입을 꽉 다물었다.

 

  “저, 저기 구옥님. 이 아이들이 아직 팔리지 않은 까닭이 있습니다. 어딘가 하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몸이 별로 좋지도 않고요.”

  두 손을 싹싹 비비며 털보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아 그래? 그래도 괜찮네. 요즘 새로운 방식으로 만찬을 즐기거든. 각종 한약재를 넣고 푹 끓이면 제아무리 독한 병균일지라도 멸하는 법이지.”

 

  단단히 미친 이 광신도는 곧장 부하를 시켜 지갑을 열었다.

 

  “금화 다섯부터 시작하지 어떤가?”

 

  청명한 소리가 나는 금화 다섯 개.

 

  금화의 반짝이는 빛깔은 털보의 침이 꼴깍 넘어가게 만들었다.

 

  “다, 다섯 개요?”

 

  “그래 다섯. 왜? 부족한가? 일곱까지는 쳐줄 수도 있네. 병든 놈들만 아니었다면 열 개까지도 괜찮을지 모른데 말이지.”

 

  “열, 열 개 말입니까?”

 

  구옥의 화끈한 제안에 털보는 목소리가 격해졌다.

 

  “사, 사실 말입니다! 이 아이들 팔팔합니다! 그렇게 걱,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아이들을 위하겠다는 털보의 같잖은 각오는 물질 앞에 굴복했다.

 

  개똥과 방석은 상황이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몸소 체감했다.

 

  “그래?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면 되겠지. 어이, 이 아이들 걸친 옷을 전부 벗겨봐.”

 

  구옥은 입맛을 다시며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의 충실한 부하 두 명은 즉시 개똥과 방석에게 다가가 강압적으로 소매를 당겼다.

 

  “하, 하지 마세요!”

 

  방석이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냈지만, 그들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개똥은 목소리를 낼 용기마저 없었다.

 

  그리고 그때, 이 두 아이의 인생을 뒤흔들 변곡점이 커다란 소음을 내며 들이닥쳤다.

 

  “끌끌. 아무리 암시장이라지만, 수준이 떨어져도 개만도 못한 꼴이 됐구먼!”

 

  걸걸한 목소리의 거구.

 

  얼핏 봐서는 우락부락한 산적 두목 같지만, 구불구불한 긴 머리에 미묘한 육체의 곡선이 눈에 띄었다.

 

  마귀 같은 웃음소리를 내보이며 기괴한 여성이 두 남자의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두 남자 역시 보통 체격은 아니었지만, 마귀 쪽과 비교하자면 형편 없었다.

 

  그 압도적인 차이를 직감했는지 구옥의 부하들은 진땀만 빼고는 그녀에게 덤비지 못했다.

 

  그녀는 흡족한 눈빛으로 덜덜 떠는 두 아이를 지켜봤다.

 

  개똥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고, 방석은 찰나의 순간 용기를 끌어냈다.

 

  “우, 우리를 고, 고용하세요.”

 

  어린 방석의 당돌한 제안은 훗날 이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꾼 한 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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