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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신데렐라 스토리
작가 : 체셔냐옹
작품등록일 : 2021.12.31

그는 기억하는 모든 순간을 총과 함께했다. 옹알이보다 먼저 교신 부호를 익혔고 걸음마보다 먼저 전술 보행을 배웠다.
자명종 대신 적들의 총성이 잠을 깨우는 환경에서 태어나면 절로 그리 될 수밖에 없었다. 개척지 사령관의 딸이란 자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는 전장에서 태어났고 전쟁이 그를 키웠다. 그렇기에 조금의 의심도 없이 부친을 따라 전장에 섰고 그의 어깨를 받쳤으며 그의 등을 지켰다.
전투복의 장갑에는 항상 초연이 짙게 쌓였고 그를 치울 새도 없이 다음 전장에 나서는 일이 반복됐다. 언제부터인가 그의 동료들은 그를 보고 신데렐라 – 재투성이 아가씨라고 불렀다.

 
1장. 신데렐라와 스노우화이트 - 02
작성일 : 22-01-01 19:17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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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이 시체를 일으키고 있는 마력의 정수. 군인들은 그걸 마녀의 솥이라고 불렀다.

 실제로는 솥과 전혀 상관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주 거대한 호야등에 가까웠다. 중심에선 푸르스름한 마력이 끊임없이 점멸하고 있었다.

 『마력 저항이 거셉니다.』

 “내가 직접 진입한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몸이 떠올라 튕겨나가지 않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체중을 발끝에 모아야 했다. 마치 휘몰아치는 용오름의 중심을 향해 걷는 느낌이었다.

 전투복의 발등이 좌우로 펼쳐지며 지표에 닿는 면적을 넓혔다. 발바닥에서는 뾰족한 징이 튀어나와 땅을 더욱 단단하게 붙들었다.

 조심스레 한 걸음씩 걸어 마침내 하윤이 표적의 바로 앞에 도착했다. 지금부터 일어날 일을 알기라도 하듯이 마녀의 솥은 더 거센 마력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미 코앞에 도달한 하윤을 밀어낼 수는 없었다.

 하윤이 총구를 표적에 밀착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둔중한 반동이 하윤의 몸을 때렸다. 겨드랑이로 단단히 고정했지만 총구가 들리는 걸 완전히 막진 못했다.

 발바닥을 징이 무색하게 300킬로그램의 신체가 뒤로 밀렸다. 하윤이 침음을 흘렸다. 그의 몸이 마력 돌풍에 휘말려 거의 20미터나 뒤로 밀려났다.

 초연이 돌풍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 직후 바람이 점점 잦아들었다. 주위의 마력 역시 자연적인 수준으로 가라앉았다.

 하윤이 총을 내렸다. 마녀의 솥은 사라졌다.

 “각 대대 상황 보고.”

 소소한 경상자가 몇 명 있었지만 전사자는 없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서쪽은 융단 폭격을 가했고, 북쪽은 시 방위군이 막고 있고. 남쪽은 어떻게 됐지?”

 『45연대가 지원했습니다. 아직 전투 중입니다.』

 “바로 지원한다.”

 아직 움직이는 시체를 파괴하며 연대가 전진했다. 목적지는 남쪽!

 그곳에선 하윤의 연대와 동일한 전투복을 입은 일단의 군인들이 움직이는 시체와 싸우고 있었다. 그들은 하윤의 연대만큼이나 잘 싸웠다.

 전우가 싸우는데 구경만 할 리가 없었다. 하윤의 연대가 가세했다.

 하윤은 전투복의 디스플레이에 자신들의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남쪽에서 전투 중이던 연대는 자신들의 전투 시스템에 들어온 아군을 보고 더욱 사기가 치솟았다.

 “궤도사령부 77 지상 작전 연대의 브루노 대령이다. 연대장은 어디 있나?”

 『궤도사령부 45 지상 작전 연대의 하보크 소령입니다. 연대장님께선 정령 폭풍을 처리하는 중입니다. 이쪽입니다.』

 하보크 소령이 안내한 곳은 전장의 중심이었다. 물이 의지를 갖고 움직이는 것처럼 생긴 괴물을 상대로 새하얀 갑옷이 거대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양식이군. 저건 스커트인가?”

 그의 전투복은 궤도사령부 표준 양식과 전혀 달랐다. 사지의 측면에 붙어서 근력을 보조해야 할 액추에이터를 제거했는지 몸에 완전히 달라붙는 형상이었고 두 팔에는 섬유 소재의 소매가 달려 있었다.

 도통 의미를 알 수 없는 디자인이었다. 더 이상한 건 코트 같기도 하고 스커트 같기도 한 장식물이었다.

 대체 전투복에 그런 외투를 입는 짓이 무슨 소용인가? 그것은 사용자가 움직일 때마다 펄럭였다.

 그 모든 것은 대체 무슨 수로 표백했는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순백이었다. 더 놀라운 건 수십 분 동안 전투 중임에도 여전히 백색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마침내 긴 검으로 정령의 중심을 베어냈다. 형체를 잃은 정령은 평범한 물이 되어 바닥에 흘러내렸다.

 『77연대 부르노 대령? 그 유명한 신데렐라로군.』

 상대가 이쪽을 봤는지 하윤에게 통신을 걸어왔다. 그의 목소리는 탁한 기계음으로 변질되어 상대의 연령도, 성별도 전혀 알 수 없었다.

 “45연대, 그 유별나게 이상한 전투복. 기억나는군. 쇼지 대령. 코드명은…….”

 『스노우화이트다.』

 잿빛으로 시꺼먼 갑주와 순백의 새하얀 코트가 마주보고 섰다. 그게 두 사람의 첫 만남이었다.

 

 * * *

 

 신비롭고 강력한 마법의 힘을 빌려 인류는 그들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광활한 우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과학과 마법의 결합은 폭발보다 더 강렬한 추진력을 야기했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그렇듯 마력 또한 취급을 주의해야하는 위험한 힘이었다. 편리하고 강력하지만 조심스럽게 취급해야 하는 원자력처럼 마력도 그만큼의 위험성이 있었다.

 적도에 과다하게 집중된 열에너지가 태풍을 일으키듯이 행성 내부에 잔류하는 마력은 자연재해를 일으켰다. 호된 경험 끝에 인류는 마력을 제어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러나 행성에서 직접 마력을 추출해 행성 밖으로 던지거나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집적된 마력이 일으키는 현상이라도 적절하게 제어해야 했다.

 그렇기에 인류는 행성의 궤도에 군사 사령부를 두었다. 신데렐라, 하윤 역시 이 궤도 사령부에서 복무했다.

 『기지 내 각 연대장은 1900 궤도 표준시까지 대회의실 채널로 접속하도록.』

 영관 장교 통신망으로 집합 지시가 내렸다. 궤도 사령관이었다. 그는 하윤의 부친이기도 했다.

 한창 명상 중이던 하윤은 침대에서 일어나 자신의 책상으로 이동했다. 각 맞춰 늘어선 서랍장에서 자신의 가상현실 헤드셋을 꺼내 쓰고 통신 채널을 대회의실에 맞췄다.

 하윤은 책상에 앉아서 차려 자세로 기다렸다. 잠시 뒤 그는 수천 명이 들어와도 절대 가득차지 않은 대회의장 한복판에 앉아 있었다.

 당연히 가상공간이었다. 하윤 주변의 모든 자리는 그림자가 앉아 있었다.

 “궤도 사령관 브루노 대장이다. 정보부의 첩보에 따르면 달에서 현자의 돌이 나타났다. 최근 세 달간 권내 마력 사용량을 제한했음에도 연달아 일어난 마력 재해는 이것에 기인한다.”

 하윤의 오른쪽 시야로 녹색 지도가 생겨났다. 달의 남극 부근에 위치한 핸드릭스 바다였고 깊이는 587킬로미터, 맨틀 부근이었다.

 그곳에는 이 행성에서 가장 큰 규모의 루나튬 채굴 광산이 있었다. 지금은 폐광이지만 한창 채굴하던 시기에는 마력을 수소처럼 퍼다 썼던 곳이었다.

 그곳이라면 마력 재해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정보부에서도 예의주시하던 곳이었다. 덕분에 세 달이라는 짧은 시일 내에 저 깊은 곳에 형성된 위험 물질을 찾아낸 것이다.

 “하필 마력 와류 주기와 겹쳐서 재해 규모가 커졌지만 지금이라도 적절히 제어하면 된다. 귀관들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니, 귀관들이기에 할 수 있다!”

 통신 채널 특성상 뭐라고 말해봤자 다른 사람들은 서로 들리지 않았다. 그때 하윤의 오른쪽 자리의 그림자가 보다 또렷하게 형체를 갖췄다.

 개인 통신 요청이었다. 하윤이 통신을 수락하자 형체를 갖춘 그림자가 온전한 사람으로 변했다.

 그는 40대 중반의 중년 남성이었다. 푸른 정복을 입었고 어깨에는 역삼각형 안에 흰색으로 32라는 글자가 수놓아져 있었다.

 32연대장이자 하윤의 격투술 교관이었던 성운 실바 카모호알리 대령이었다. 하윤은 개인적으로 그를 ‘선생님’이라 불렀다.

 “카모 선생님.”

 “사령관님이 어제 행성 대표자 회의에서 된통 깨졌어.”

 “저것 때문입니까?”

 “아니. 그래. 약간 연관은 있지.”

 성운이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 그의 말투는 항상 그런 식이었다. 직관적으로 필요한 정보만 주고받는 대화에 익숙한 하윤에게는 그런 성운의 언어 습관이 늘 어려웠다.

 “잘 모르겠습니다. 정확히 말씀해 주십시오.”

 “군비야 군비.”

 “여전히 이해가 안 갑니다.”

 하윤의 말에 성운이 한숨을 깊이 쉬었다. 가르치는 내내 하윤에게 돌려 말하는 법을 함께 가르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물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어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 능력은 얻었다. 단지 문제는 그 능력을 작전 중에나 발동하고 일상생활에서는 전혀 쓰질 않는다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돈을 너무 많이 쓴다는 거지. 이 거대한 기지, 전함, 전투복, 총, 총알, 무엇 하나 지상의 자원 없이는 못 구하는 것들뿐이니까.”

 “우리가 소비하는 거의 모든 자원은 조달부와 보급부가 직접 외곽 소행성대에서 캐오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걸 가공하는 건 전부 지표의 공장이거든. 볼캐늄이나 베타 티타늄이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권내의 마력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 궤도 사령부가 존재한다. 궤도 사령부가 존재하기에 권내에서는 추가로 마력을 사용해야 한다. 재미있는 모순이었다.

 당연하지만 궤도 사령부가 없더라도 행성은 생존을 위해, 발전을 위해 결국 마력을 써야 했다. 단지 궤도 사령부가 ‘필요 이상으로’ 마력 사용을 요구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억지에 가까웠다. 또는 모종의 정치적인 목적이 있거나. 단순히 궤도 사령부의 비대한 덩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누군가가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지상은 우리에게 뭘 바라는 겁니까?”

 “군축이지. 군대가 지나치게 몸집을 키워서 돈과 마력이 많이 드는 거니까 이 기회에 몇 명 전역시키고 연대 몇 개 해체해라 뭐 그런 소리야. 전함도 퇴역시키든지 스크랩처리를 하든지.”

 실제로 궤도 사령부 자체 평가에 의하면 궤도 사령부가 연간 소모하는 자원은 권내 보호를 위해 필요한 양보다 1.8배나 많았다. 이 <권내 보호를 위해 필요한>은 예비 전력을 포함해 계산됐다.

 즉 휴가나 퇴역, 사건사고로 인한 장비의 손·망실, 임의 사건에 의한 전력 공백 등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그 1.8배의 자원을 소모하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이건 제법 기준을 넓게 잡은 궤도 사령부의 자체 평가였다.

 행성 내부의 군사 평가 위원회에서 작성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궤도 사령부가 소비하는 자원은 적정량의 2.5배에 달한다고 했다. 어느 쪽의 평가건 궤도 사령부가 필요 이상으로 커진 건 매한가지였다.

 “끔찍한 말입니다.”

 그럼에도 하윤은 고개를 저었다. 군축? 인정할 수 없다.

 군대가 거대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당장 지금 눈앞에 닥친 현실을 보라. 현자의 돌이 나왔고 지상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마력 재해가 일어났다.

 당장 어제만 해도 도시를 지켜야 하는 자치군은 제 역할을 못했다. 언데드라니, 초기 개척 행성에서나 나타날 법한 마력 재해였다.

 “오, 정말?”

 하윤의 말에 성운은 짐짓 과장된 몸짓으로 대꾸했다. 그 와중에 사령관은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어떻게 해당 현자의 돌을 처분할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는 드디어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기회입니까?”

 “은퇴지 은퇴. 제법 저축한 돈도 많으니 이 기회에 위험한 전장에서 몸을 뺄 거야.”

 “무슨…….”

 전쟁터 밖의 삶. 하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전우들이 전쟁터를 벗어나고자 하는 것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일순간이었지만 성운의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하윤이 눈치 채기도 전에 그는 신색을 고쳤다.

 “이번 일만 마치면 실제로 가능해져. 마력 와류 주기는 안정기로 돌아서고 궤도 결계도 착공했어. 달 쪽 문제만 처리하면 행성 내의 마력 재해는 자치군이 처리할 수준으로 안정될 거야.”

 하윤은 대답하지 않았다. 성운의 말은 정론이었다. 이미 궤도군은 그 용도 이상의 덩치인데 앞으로 궤도군에게 요구되는 업무량은 줄어들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하윤은 인정하기 싫었다. 마력 재해는 물론 군의 가장 중대한 업무였다. 그러나 적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도처에서 발생하는 반란군은 늘 골칫거리였다. 붕괴한 도시가 통째로 도적떼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테러리스트, 말할 가치도 없는 종자들이었다.

 우주 바깥은 또 안전한가? 성간 인류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행성들은 호시탐탐 다른 행성을 침략했다. 전쟁을 유희거리로 여기는 우주 해적들도 있었다.

 물론 궤도 사령부에 드는 돈이 조금, 아아아주 조금 필요한 것 이상일 수는 있다. 그렇다고 그게 군축의 이유일 수는 없다는 게 하윤의 생각이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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