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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죽지 않는 여자(부제 할리페란 꽃)
작가 : 밤비
작품등록일 : 2021.12.30

전생을 기억하는 유마리는 소설가다. 부족사회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죽을래야 죽을 수 없는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진정한 나다움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인간애와 사랑에 관한 스토리다.

#전생 #시간여행 #마법 #휴머니즘 #노블리스오블리쥐 #사랑

 
7화 <기억의 소환>
작성일 : 22-01-01 01:06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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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에서의 활기찬 생활이 다시 시작됐다.

 시몬느는 다시 열심히 책을 읽었고 산책을 하기는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후작과 함께 나섰던 사냥에는 발길을 끊었다. 자신의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켜야겠다고 결심한 게 그 이유였다.

 생명에 대한 존중을 굳이 인간으로 국한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 그녀는 자기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사냥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후작 역시 사냥하기를 멈췄다.

 대신 그는 탑에 올라가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가 그를 볼 수 있는 날이 적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작의 이상에 좀 더 접근하기 위해 그녀는 기회만 되면 뭐든 배우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

 .....

 .....

 .....

 .....

 

 갑자기 써지지 않는다.

 꽉 막힌 느낌.

 왜 이러지?

 시몬느에 대한 기억의 배터리가 엥꼬가 된 느낌.

 더 이상 후작과의 낭만을 논할 수도, 그와의 이상을 논할 수도 없다.

 나는 한 번 크게 숨을 내쉰 다음 집중하려 노력한다.

 아! 그래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렇게 시몬느와 다르망후작이 내 기억에서 사라지는 건가?

 .....

 .....

 .....

 

 할 수 없이 나는 밖으로 나가 공기를 크게 들이마셨다.

 공기를 폐에 집어넣고 보니 심리적으론 안정이 됐지만 그래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쯤에서 현재의 내 이야길 조금 해도 될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래서 난 이제부터 현재의 나, 그러니까 내가 시몬느였기도 했지만

 훨씬 후에 지금의 나로 사는 현재의 나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내 직업은 이미 밝혔듯 소설가다.

 나이는 30대 중반.

 나는 20대 후반에 결혼했는데 남편과는 지금 별거 중이다.

 아니 지금은 별거가 아니라 거의 이혼 직전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이려나?

 암튼 결혼할 당시 우리는 주변으로부터 굉장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는데

 당시 우리는 둘 다 잘 나가는 소설가였고,

 한국판 샤르트르와 보봐르라는 찬사까지 받으며 많은 이의 축복 속에 결혼했었다.

 그러다 우리가 별거하게 된 이유는,

 우린 서로 열렬히 사랑해 결혼했고 한동안 그 사랑에 목매달며 너무도 행복했지만,

 사랑, 아니 사람이라는 게 늘 그렇듯 시간이 갈수록 상대에 대한 환상이 벗겨지면서 많은 게 서서히 메말라갔고,

 그래서 상대에게 상처입히는 말을 내뱉기 시작하면서 겉잡을 수 없게 돼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더 진짜 이유는 내가 소설로 승승장구를 이어갔던 반면 남편은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 변변히 소설 한 권을 완성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쉽게 짜증을 냈고, 난 그걸 받아주기가 너무 힘들었고, 그러다 밥 먹듯이 우린 싸움을 하기 시작해 서로를 물어뜯게 됐다는 그것일 것이다.

 그래서 그나마 아직 남아있는 사랑이 완전히 소멸하기 전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 우리는 따로 살면서 이성이 제자릴 찾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만약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혹시라도 둘 중 하나가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거나 하게 되면 그때 다시 우리 문젤 논의하기로 하고 말이다.

 그렇게 지내던 중 그가 며칠 전 내게 카톡을 보내왔다.

 자긴 아무래도 예전으로 돌아가기가 어려울 거 같다고.

 나는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그는 한참 답을 하지 않더니 급기야 이렇게 짧은 답을 보내왔다.

 <여자가 생겼어.>

 그런데 이상한 건 난 그의 이런 답변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거였다.

 당연히 그렇겠지.

 그 누구보다 정신, 육체 다 열정적이고 또 열렬했던 사람이니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쏟아부을 대상이 없어졌다는 건 그에게 마치 사형선고와 같았을 테니까.

 아무리 소설을 사랑하는 사람이어도 눈앞에 바로 보이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현물, 아니 사람을 포기할 순 없었겠지.

 난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를 떠나보내고 내 소설에만 집중하겠다 맘먹었고, 그렇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게 잘 안 되었던 걸까?

 시몬느가 돌아와 후작과 뭔가를 이뤄야 하는데 내 상황이 그 상황과 완전 반대다 보니 그들에게 그런 호사를 누리게 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라고 누군가 날 강하게 의심하신다면 그건 완전한 억측이라고 강력하게 반박할 수 있다.

 진실을 말하자면, 문제는 더는 그들에 대한 기억, 특히나 시몬느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 거였다. 공교롭게도 그에게 그 소식을 듣고 난 다음부터 말이다.

 

 그래서 몇 날 며칠을 아무리 머릴 짜내도 소설이 써지지 않았던 나는 급기야 도망을 치고 말게 된다.

 어디로?

 바로 내가 소설을 쓰고 있는 배경이 되는 곳으로.

 그곳에 가면 혹시라도 뭔가 내 뇌 속의 해마를 자극해 소설이 계속 써질 수도 있지 않을까란 일말의 기대를 품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당일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고, 당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당일 그곳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푼 난 한동안 멍청하게 호텔방 침대에 드러누워 천장만 바라보다가 슬슬 시장기가 느껴져 저녁을 먹기 위해 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사실 레스토랑이라기보다 카페라고 불리는 게 더 어울릴 그곳에서 나는 간단하게 연어구이에 퀴누아와 양배추 샐러드를 곁들여 식사를 마치고 따끈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즐겼다.

 그러는 동안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삶의 여정에 대해 또 나만의 소설을 몇 편 써보기도 하면서, 혼자 슬그머니 미소까지 지어가면서 놀았다.

 그러다 그것도 시들해져 밖으로 나와 걷기 시작했다.

 사위는 어두웠지만, 소설을 풀기 위해 전생의 기억에 골몰했던 나는 샹젤리제의 화려한 레온사인을 거쳐, 개선문을 거쳐, 에펠탑까지 어둠을 뚫으며 정처 없이 걷고 또 걸었다.

 샹젤리제와 개선문 근처를 제외하면 밤의 파리는 명확히 낮의 파리와 큰 차별성을 보여줬다.

 들뜬 몇몇의 관광객들을 빼면 사람 구경을 할 수도 없었고, 어둠 속에 잠긴 타지는 외지인에게 깊은 외로움을 선사하는 곳이 확실했다.

 센치멘탈해지고 노스탤직해지는 감정을 겨우겨우 눌러가며 난 계속 걸었고, 그러다가 결국 센느 강까지 오게 됐다.

 그곳에 도착해 강을 내려다보면서 처음에는 남편과 신혼여행으로 이곳을 선택해 왔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포숑에서 사온 마카롱을 내 입에 넣어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사람.

 우린 그때 파리를 거쳐 반고흐가 살았던 아를, 내가 좋아하는 화가 모네의 정원이 있는 지베르니, 그림 같은 안씨와 샤모니를 거쳐 지중해변의 여러 곳을 여행했었지.

 일명 ‘꼬다쥐르’라고 불리는 그곳을.

 영화제로 유명한 칸느와 하얀 요트들이 줄지어 정박 돼 있던 마르세이유, 그리고 해가 너무 좋아 그냥 그대로 바다에 빠지고픈 충동을 겨우 참아낸 니스까지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한 번은 렌터카로 높은 지대를 운전해가다 내가 호흡곤란을 겪자 그는 죽을 거같이 아픈 나보다 더 죽을 듯이 날 염려했었는데.

 결국 계속 가길 포기하고 우린 차 밖으로 나와 소박한 들꽃과 들판을 풍경 삼아 계획에도 없던 작은 피크닉을 현실화했었고, 갓 구워 나왔던 사 온 바케트와 치이즈에 어느 정도 돈을 투자한 프랑스 와인을 곁들이며 마냥 행복해했었던 게 바로 엊그제 같기만 했다.

 하지만 곧 그건 이미 쓸데없는 추억놀음이라는 걸 자각하곤 난 애써 그 기억을 지우려 노력했다. 고개를 도리질까지 쳐가면서.

 그리고 잠시 마음을 진정하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다리 쪽에 있는 청동상을 보게 됐다.

 그걸 보자 스위스 취리히에서 유학을 했던 당시, 잠시 이 도시에 들렀을 때 여길 다녀갔다는 게 기억났다.

 그게 언제였지?

 그때 난 여기서 뭘 봤더라?

 아, 그때 내 나라 러시아와 파리의 공조를 기념해 이곳에 지어진 이 다리를 봤었지.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보면서 뿌듯했던 기억이 선명히 떠올랐다.

 뒤이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또 다른 그 생의 기억들.

 유학을 마치고 러시아혁명에 가담한 일.

 사회주의 여성운동을 벌였지만 결국은 실패한 일.

 가정이 소멸해야 완벽한 여성해방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극단적 논리로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에게까지 경원시됐던 일.

 실패한 결혼. 그리고 그 후 만났던 남자들과 나눴던 사랑.

 남자들의 편견 못지않게 부르주아 여성들의 부르주아식 남녀평등문제가 여성해방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했던 일.

 프롤레타리아 여성을 위해 권리와 정의를 부르짖었던 일.

 함께 혁명을 논했던 레닌과 스탈린과 갈등을 빚었었던 것까지 실로 많은 게 떠올랐다.

 그러다 아, 바로 그때 나는 레프 다비드피치를 재회했었지! 라는 데까지 내 기억이 이르렀다.

 그를 처음 봤을 때 그가 낯익게 느껴졌었는지 그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알렉산드라로 살면서 전생을 기억했었는지에 대해서도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시몬느로 살았던 삶 이후 몇백 년이 흘러 그를 다시 만났던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랬었던 거구나!

 그 이전 시몬느로 살았을 때 미래로 시간여행을 가서 그를 만나고 헤어지던 날 언젠가 그를 다시 보게 될 거 같다고 생각했었던 게 결국은 그렇게 현실화 됐던 거였구나.

 그와 함께 나누었던 이상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와 동지애를 갖고 함께 도모했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역사가 돌고 돌 듯 사람의 인생사도 돌고 돌아 만날 사람은 결국 또 만나게 돼 있는 거구나.

 우린 둘 다 혁명에 실패했고, 그는 스탈린이 보낸 킬러에 의해 암살을 당했고, 그에겐 많이 미안하지만 난 운 좋게도 살아남았었지.

 그는 죽으면서도 숭고했다고 한 동지가 알려줬었다.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

 훗날의 세대들이 모든 악과 억압과 폭력에서 벗어나 삶을 마음껏 향유하게 하자!”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 한참을 파리 시내를 걷고, 또 걷다가 마침내 피곤해진 나는 호텔로 돌아와 먼저 샤워를 했다.

 뜨거운 물이 전신을 휘감자 긴장이 풀어지면서 내 기억의 사슬 역시 풀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머리를 말린 후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랩탑을 켜고 그 앞에 앉았다.

 그러자 문득 아주 오래전 다르망 후작이 시몬느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네도 이미 느꼈겠지만, 모임을 갖는 우리들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어.

 ....

 자네 역시 나머지 우리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하도록 예정된 특별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야.”

 어렴풋이 뭔가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시몬느의 기억을 소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기억이 사라지기 전 다시 기록, 아니 소설로 완성하기 위해 심호흡을 한 후

 키보드에 손을 얹고 기억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키보드 위에서 내 손가락들이 춤을 췄다.

 그렇게 해서 시몬느의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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