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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죽지 않는 여자(부제 할리페란 꽃)
작가 : 밤비
작품등록일 : 2021.12.30

전생을 기억하는 유마리는 소설가다. 부족사회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죽을래야 죽을 수 없는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진정한 나다움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인간애와 사랑에 관한 스토리다.

#전생 #시간여행 #마법 #휴머니즘 #노블리스오블리쥐 #사랑

 
3화 <특별한 사람들>
작성일 : 21-12-31 08:08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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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작이 그들 앞에서 말하기 시작했다.

 “높고 낮음 없이 인류의 발전을 위해 도덕성과 합리성을 갖추고 평등과 자유를 추구하는 우리를 도우시는 절대자시여! 오늘도 우리는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참가자 모두의 눈빛이 혁혁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시몬느는 목도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의 눈빛이 서로에게 깊이 다가가 소통하는 듯 보였다.

 갑자기 그들 중 눈을 감는 자들이 보였고, 뒤이어 쓰러지는 자들이 보였다.

 후작은 늘 보던 광경이라는 듯 느긋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영문을 모르기에 두려움에 떨었다.

 잠시 후 후작이 그녀에게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며 읊조렸다.

 “심신을 정화하는 과정이야. 두려워할 거 없네.”

 정신을 잃은 듯 보였던 자들이 하나둘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옷매무시를 다듬은 다음 단정히 앉았다.

 다음으로 그들이 함께한 것은 각자 앞에 놓인 노트에 뭔가를 적는 일이었다. 뭔가 신들린 듯 그들은 한참 써 내려갔다. 그리고 가끔 눈을 감고 집중하는 모습도 보이면서 계속 썼다.

 그런 행위가 끝나고 그들은 휴식을 취하듯 각기 편안한 자세로 앉아 담소를 나눴다.

 그녀의 눈엔 그저 신비롭고 신기한 행위였다.

 그날 그녀는 그렇게 그들의 의식에 처음 참관할 수 있었고, 이후로도 몇 번 더 참관이 이어졌다.

 시몬느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그런 일들을 몇 번 더 관찰할 수 있었고, 서서히 그들의 행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됐다.

 그러고도 그녀가 그들의 비밀을 제대로 알게 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흘러야 했다.

 

 그녀가 성에 도착하고 근 석 달이 다 되어가도록 다르망 후작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주로 책을 읽고, 산책하고, 가끔 그와 사냥을 나가는 게 일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후작이 야외정원을 산책하고 있던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

 “네가 이곳에 온 지도 벌써 석 달이 다 되어가는군. 그렇지?”

 “네. 세월이 너무 빨라 이제 겨우 삼 주 정도 된 듯 느껴진답니다.”

 “그 얘긴 이곳에서의 생활이 지루하지 않았다는 걸로 들리네만, 그런가?”

 “아무렴요. 지루하긴커녕 하루하루가 새로웠답니다. 배운 것도 많고요.”

 “그렇다면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한 말이군. 내 성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건.”

 “후작님께서 흠모하신다는 세네카님의 글을 읽다 좋은 글을 발견했지 뭐겠어요?

 <노동은 인간의 보배이다. 노동은 기쁨의 아버지다. 노동은 행복의 법칙이다.

 노동은 모든 것을 정복한다. 노동은 신체를 굳세게 하고, 가난은 정신을 굳세게 한다.

 자기 자신에게 육체적 노동의 고귀함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그에게 약탈 강도의 준비를 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노동은 우리로 하여금 권태, 악덕, 욕심에서 멀어지게 한다.>”

 “좋은 잠언이지. 나 역시 그 말대로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고.”

 “그래서 말씀인데, 저도 이제 일을 시작하고 싶어졌습니다. 후작님 덕분에 그동안 많은 걸 보고 배우고 하긴 했지만, 노동의 기쁨도 누리고 싶어졌답니다. 이 글을 읽은 후 더욱요.”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군.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글쎄요. 딱히 뭐가 하고 싶은 건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 됐건 상관없습니다.”

 “으음... 그렇다면, 내가 뭘 하나 부탁해도 될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네만.”

 “물론입니다. 뭐든 시켜주심 성심을 다 할 것입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성심만으론 부족한 일이기도 한데.”

 ”그럼 뭐가 더 필요한지요? 말씀을 해주세요.”

 “뭐랄까? 신의랄까? 복종이랄까?”

 “신의든 복종이든 뭐가 됐든 전 준비가 됐습니다. 후작님께서 명만 내려주시면요.”

 “그렇다면 내가 부탁을 할 테니 오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서재에서 만나기로 하지.”

 그래서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친 시몬느는 서재로 가 후작을 기다렸다.

 그즈음엔 후작은 여러 바쁜 일 때문인지 그녀와 따로 식사하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그녀는 홀로 식사를 마친 후 그를 만나기 위해 서재를 찾았다.

 서재로 들어온 후작의 얼굴은 낮에 정원에서 봤던 평화로운 얼굴 대신 뭔가 결의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그녀를 테이블로 인도했고, 그들은 그렇게 마주 앉았다.

 물론 그 전에 후작은 그녀가 앉을 의자를 빼내 주었고, 그녀는 공손히 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시몬느. 내가 부탁할 일이 어렵진 않지만 놀라울 순 있을 거야.”

 “네. 뭐든 전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후작님!”

 그녀의 눈을 지그시 들여다보던 그가 말을 이었다.

 “이 일은 절대 비밀이어야 하고, 자네가 돌아온 후 삶은 이전과 달라지는 게 없을 거야.”

 그녀는 일종의 설렘을 간직한 채 그를 바라봤다.

 “우선, 놀랄 준비는 돼 있겠지? 내 이미 언급했으니?”

 “네. 말씀하세요. 자꾸 그렇게 뜸을 들이시니 더 궁금해지며 이젠 자못 두려워지기까지 하려고 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내 말을 잘 듣게. 우선 자네는 내가 주는 걸 이용해 전혀 다른 장소로 가게 될 거야. 이전에는 전혀 본 적이 없는 세상으로. 그곳에서 자네가 해야 할 일이 있어.”

 조금 전부터 후작은 그녀를 ‘너’란 호칭에서 ‘자네’란 호칭으로 바꿔 부르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닐 순 있지만, 시몬느는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녀의 눈가가 살며시 떨리기 시작했다.

 후작이 계속 말을 이었다.

 “자네는 그곳에서 레프 다비드피치라는 사람을 만나게 될 거고, 그의 사상을 잘 듣고 와 내게 전해주기만 하면 돼.”

 “그런데, 제가 전혀 다른 장소에, 본 적이 없는 세상에 있게 될 거란 말씀은 무슨 말씀이신지요.”

 “그 이야길 좀 더 하자면, 우린 자네를 미래로 보낼 거야. 그러니까 자넨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세상보다 훨씬 뒤에 있게 될 세상에 가게 될 거란 거야.”

 이해가 가지 않아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모습의 그녀에게 후작이 말을 이었다.

 “알아. 지금 이게 무슨 소린지 무척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거. 하지만 사실이야. 자네도 이미 느꼈겠지만, 모임을 갖는 우리들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어. 그러니까 이건 신의에 관한 문제라고 내가 이미 말했던 거고.

 일단 내 말을 믿고 그곳에 가서 그 사람을 만난 후 그 사람의 생각을 내게 전해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자넨 이미 자네의 능력을 어느 정도 내게 보여줬어. 자넨 전생을 기억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지. 자네 역시 나머지 우리처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하도록 예정된 특별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야.”

 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녀는 자신이 평범한 사람들과 뭔가 달랐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자신이 미래로 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런 불가능한 일을 자신이 경험하게 된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 그녀를 이해한다는 듯 후작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그녀를 차분히 기다려줬다.

 다소 마음이 안정되길 기다리다 그녀가 후작에게 물었다.

 “그런데 미래로 간다는 이야기는 제가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건가요? 어떻게 그게 가능”

 “그러니까 특별한 능력이라고 말하는 거지. 일전에도 내가 말했지. 보이는 게 절대 다가 아니라고. 그런 차원이라고만 일단 생각해. 다녀오고 나면 더 많은 걸 배우고 경험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이미 일상적이지 않은 광경을 자네도 봤잖아. 자네 역시 일상적이지 않은 재능을 가지고 있고 말이야.”

 한동안 생각에 잠겨있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저는 어떻게 가고 어떻게 돌아오는 거죠? 그리고 의상이나 그런 거는요?”

 “내가 주는 이걸 가지고 있다가”

 하면서 그는 그녀에게 동그란 원 안에 숫자가 적혀있고 작은 바늘이 세 개가 있는 물건을 보여줬다.

 시몬느에게 그 물건은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이었고, 당시 그녀는 그것에 특별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세 개의 바늘이 한자리에 다 모였을 때 옆에 있는 이걸 누르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이걸 누르는 순간 자네 눈앞에 문이 하나 보일 거야. 그 문은 10초 동안만 있다 사라지니 바로 열고 들어가야 해. 그 문 안으로.

 새로운 세상을 갈 때도, 또 이 세상으로 돌아올 때도 그렇게 하면 되는 거야. 그 문을 통과하는 순간 자네는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되고, 당연히 의상도 거기에 맞게 변하게 돼.”

 “그럼 제 외모는요?”

 “그것 역시 자네가 맡은 일을 할 사람으로 바뀌게 되지.”

 내 외모가 바뀐다? 이건 또 뭔 소리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아주 많이 충격적인 이야기였지만 그녀는 궁금한 것들을 계속 물어봤다.

 “그런데 언제 이 세 개의 바늘이 다 모이는 거죠?”

 “그건 하루에 두 번인데, 자네가 떠나야 할 땐 아주 늦은 밤일 때야. 숫자 12에 이 세 개의 바늘이 다 모일 때 이걸 눌러.”

 하면서 옆에 있는 조그맣게 돌출된 것을 누르는 시늉을 했다.

 여전히 어리둥절하고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내 입으로 뭐든 시켜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나는 그동안 후작 덕에 좋은 곳에 와 좋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면서 호의호식하지 않았던가?

 그때 갑자기 시몬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후작에게 물었다.

 “그런데 만약 제가 못 돌아오는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되죠? 혹 제가 이걸 누르는 걸 깜박하게 된다든지. 참! 제가 그곳에 가면 제가 지금 사용하는 말을 쓰는 건가요? 그리고”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그럴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부탁하지도 않아. 그리고 언어는 지금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 되고. 이제 걱정은 그만하고 푹 잠이나 자두지. 내일 많이 바쁠 테니까.”

 아직 해야 할 질문이 더 남아있단 생각이 들긴 했지만, 당시 그녀는 무슨 질문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 있겠지? 자네가 맡은 일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야. 물론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여겨 부탁하는 것이고. 그러니 침착하게, 현명하게 대처하면 돼.

 참, 자네는 그곳에서 시몬느 베이크란 이름의 처자야. 자기 이름 정도는 알고 있어야겠지?”

 

 이쯤에서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그렇게 해서 그녀는 시간 여행자가 되었다.

 전생을 기억하는 시간 여행자. 멋지지 않은가?

 이때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겪게 될 미래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그녀에게 벌어질 어마어마한 일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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