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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죽지 않는 여자(부제 할리페란 꽃)
작가 : 밤비
작품등록일 : 2021.12.30

전생을 기억하는 유마리는 소설가다. 부족사회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죽을래야 죽을 수 없는 그녀는 자신의 삶을 통해 진정한 나다움을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이다. 이 이야기는 결국 인간애와 사랑에 관한 스토리다.

#전생 #시간여행 #마법 #휴머니즘 #노블리스오블리쥐 #사랑

 
2화 <보이는 게 다가 아님을>
작성일 : 21-12-31 08:05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5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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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에 도착하자 후작은 시몬느에게 손을 내밀며 성안을 구경시켜주겠다고 제의했다.

 그의 손을 잡고 살포시 마차에서 내린 그녀는 그를 따라 성안으로 들어갔다.

 참, 그 전에 그녀의 용모와 성격에 관한 이야길 조금 하려 한다.

 그녀는 20대 초반에, 눈에 띄게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예쁘장하고, 호기심이 매우 강하고 뭐에 꽂히면 물불을 안 가리는, 뭐랄까? 많이 정열적이라고나 할까? 이성보단 확실히 감정이 우세한 그런 여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또한, 천성이 밝고 담대한 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경솔하지만은 않은 섬세한 감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런 그녀가 겉으로 보기엔 감성에 치우칠 것 같지만, 실은 그 누구보다 이성적인 후작을 따라가 제일 먼저 보게 된 건 바로 그의 서재였는데, 그곳엔 실로 어마 무시한 분량의 책들이 일사불란 정렬돼 있었다.

 그리고 마호가니 나무로 만들어진 격조 넘치는 커다란 테이블이 중앙에 놓여있고, 족히 20개가 넘는 의자가 그 주위에 둘러 있었다.

 후작이 그중 의자 하나를 당기며 그녀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말에 따라 의자에 앉았고, 후작도 바로 그녀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그들은 서로 마주 바라봤고, 후작은 그녀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때 집사 한 명이 다가오더니 차 드실 시간이라고 후작에게 말했고, 후작은 그에게 다과를 주문했다.

 그들은 다과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후작은 시몬느가 왕비의 시종이 된 사연을 제일 먼저 듣고 싶어 했다.

 “왕비께서 고향인 쉐르나 왕국에서 오실 때 함께 온 시종이 있었는데, 그녀가 그만 말라리아에 걸렸지 뭐겠어요. 그래서 급히 시종을 구하셨는데 절 아는 먼 친척분이 절 천거해주셔서 왕비의 시종이 됐답니다.”

 “오~ 그럼 네 부모는 어떤 분이시지?”

 “제 아버지는 상인으로 돈을 열심히 모은 분이시고, 제 어머니는 몰락한 귀족의 후예로 두 분이 로맨틱한 사랑으로 결혼하신 건 아니지만 저나 제 여동생은 나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그래? 그럼 네 가족이 너를 무척 그리워하겠구나! 못 본 지 꽤 됐을 테지?”

 그때 집사가 다과를 내왔고, 후작은 그녀에게 다과를 권했다.

 “네. 가족들, 그중에서도 여동생인 엠마가 제일 그립지만 괜찮아요. 벌써 각오한 일인걸요.”

 그녈 기특하게 바라보던 후작이 잠시 생각에 잠기다 입을 뗐다.

 “너의 당돌함이 맘에 들었고 뭔가 네게서 특별한 기운을 느껴 널 데려오긴 했다만, 아직 네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천천히 생각해보도록 하자구나!”

 이상하게 시몬느는 후작의 그 말에서 희망을 느꼈고, 그런 그의 말을 신뢰했다.

 그리고 여기선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순간 들었다.

 “그럼, 후작님께서 제게 일을 주시기 전에 여기 있는 책들을 좀 읽어도 될까요?”

 기쁜 표정을 지으며 후작이 외쳤다.

 “물론이지! 난 책 읽는 사람을 좋아한단다. 그래서 이렇게 넓은 테이블과 많은 의자를 만들었지. 책을 읽고 토의하길 즐겨서. 물론 이곳에서 책이 아닌 다른 문제를 다루는 모임을 주최하기도 하지만.”

 “아! 네...”

 “물론 자격이 된다면 너도 우리 모임에 참석할 수 있단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

 “그게 뭔데요?”

 “이곳에서 있었던 일, 나눴던 이야길 절대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참석하기 전에 우선은 참관해보는 게 순서란 말도 해야겠군.”

 그녀는 당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에 생각도 않고 무조건 이렇게 답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대단한 영광일 거 같습니다.”

  그리고 후작이 자릴 뜨자 그녀는 즉시 책 읽기에 몰두했다.

 

 이쯤에서 그녀와 후작 사이에 로맨스를 은근히 바랐던 분들의 원성이 들리는 듯하다.

 꽃마차를 타고 성까지 가서 그 성주인과 아무런 로맨스도 벌어지지 않는다면 이건 반칙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꽤 있을 듯하고.

 하지만 이야기가 아직 다 끝난 건 아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은 무궁무진하니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시길 정중히 부탁드린다.

 

 책 읽기에 몰두하던 그녀는 졸음이 오기 시작해 자신도 모르게 그만 탁자 위에 머리를 대고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기가 웬 방에 뉘어 있는 걸 발견했다.

 앞으로 자신이 묵을 방 같았다. 옷은 입은 채 그대로였고, 대신 신발은 벗기어져 있었다.

 창밖을 보니 해가 어느새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었고, 순간 살던 곳에서 멀리 왔다는 깨달음과 함께 모든 게 현실감을 잃은 채 깊은 외로움이 그녀에게 밀려들었다.

 신발을 찾아 신으려던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고, 잠시 후 계집종 한 명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와 그녀에게 후작의 전갈을 전했다.

 “후작님께서 아래층 식당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녀는 알았다고 말하곤 신발을 신었다. 그리고 아래층으로 향했다.

 식탁에는 소박한 식사가 차려져 있었고, 후작은 그녀를 반기며 이번에도 또 친히 의자를 빼주었다.

 이런 대접을 받는 건 첨이라 기분이 조금 얼떨떨하기도 하고 아무튼 여러 상념에 사로잡히게 된 그녀의 기분을 알아차린 후작이 그녀를 다독였다.

 “멀리서 오기도 했지만, 저녁 무렵이 되니 더욱 고향 생각이 간절해졌겠지?”

 “...”

 “하지만 곧 나아질 거야. 사람이란 원래 그런 동물이거든. 뭐가 됐든 곧잘 망각하는. 게다가 여기서 살다 보면 곧 모든 게 익숙해지고 이곳을 좋아하게 될 거야.”

 “네. 저도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아주 많이 슬플 거 같거든요.”

 “그렇지. 사람이 대개는 그러니까. 참, 그런데 내가 네 이름을 불어봤던가?”

 “아뇨. 그렇지 않아도 참 늦게도 물어보시는구나 했었죠. 제 이름은 시몬느입니다.”

 “시몬느! 참 지적인 이름이군. 맘에 들어. 자 그럼 우리 식사 시작할까?”

 “네.”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카모마일을 넣은 스프가 좋다고 해서 특별히 그걸 만들라고 했지.

 그리고 송아지고기에 당근과 아스파라거스를 곁들이라고 했고. 다 마음을 진정시키니까.”

 “감사합니다, 후작님.”

 그들은 식사와 함께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에게 좋아하는 계절과 좋아하는 일에 관해 물었고,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게 뭔지에 대해서도, 또 이 세상의 가치와 상충하는 일이 발생할 때 그녀 같으면 어떻게 해결하겠는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는 질문이긴 했지만, 그분의 취향이 뭐 그런가 보다 하고 그녀는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그러다 보니 밤이 깊어졌고, 그렇게 첫날 하루가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다르망 후작이 그녀에게 함께 사냥하길 청했다.

 딱히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던 그녀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그녀는 후작과 함께 그들의 사냥을 보필할 매부리들을 대동하고 숲으로 갔다.

 숲은 그야말로 고요함 그 자체였다.

 이런 숲에 크고 작은 동물들이 거주하면서 서로 먹고 먹히고를 반복하고 있다는 게, 그러면서도 평화롭고도 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의 이런 생각을 읽은 듯 후작은 그녀에게 자기 견해를 말하기 시작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아니지 어찌 보면 인간도 동물의 한 종이지만, 모든 생명체는 살아가면서 숨은 그림을 찾는 셈이지. 운명에 맞서고 때론 운명에 순응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어떻게 후작님께서는 제 생각을 그렇게 자주 읽으시는 거죠? 제 얼굴에 제 생각이 써있기라도 한 건가요?”

 “하하~ 그럴 리가~”

 “안 그렇다면 어떻게...”

 “세상을 좀 살다 보면 보이는 게 있어. 물론 보이는 게 다가 아닌 경우가 더 많긴 하지만.”

 “아! 저도 좀 더 살다 보면 보이는 게 있을까요? 그리고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고요?”

 “다 그렇게 되는 건 물론 아니야! 하지만 지금까지 널 봤을 때 넌 충분히 그리될 소질이 있는 듯해. 그게 널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기도 하고”

 후작의 알쏭달쏭한 이야기에 다소 헷갈리는 듯한 느낌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런 후작의 말이 그녀는 칭찬 같단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그날 두 사람은 사냥으로 거의 온종일을 숲에서 보냈고, 지친 몸으로 성으로 돌아왔다.

 

 그날 저녁도 둘이서만 자분자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했고, 이번에는 후작이 자신의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려줬다.

 그는 모든 종류의 책을 좋아하고 있었고, 신학에서부터 시학과 수사학은 물론, 지도자층이 되기 위한 고대 작가들의 모든 책을 섭렵했고, 특히 그들 중 세네카와 오비디우스를 흠모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직접 자신이 글을 쓰는 것도 즐긴다고 덧붙였다.

 시몬느는 성에서 후작과 보내는 시간이 진정 즐거웠다. 하루하루가 새로웠고, 하루하루가 신비로웠다.

 후작이 지닌 장점은 너무도 많았지만, 그중 무엇보다 그녀의 맘을 사로잡았던 건 그가 그녀에게 세네카의 명언 중 <종교는 일반인에게는 진리이고, 현자에게는 거짓이며, 권력자에게는 유용하다>를 인용하며 그의 종교론을 펼쳤을 때였다.

 “그가 어떤 의미로 이런 말을 한 건지 이해가 가나?”

 “네. 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왜 종교란 이름으로 전쟁이 벌어지고 그 결과 많은 이가 죽어야 하는 건지 과연 그런 게 신의 뜻일까 라는 생각을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진정한 신앙인은 종교를 빙자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 하지 않지. 생각

 없는 이들을 종교란 이름으로 선동해 자기 욕심을 채우는 게 바로 권력자들의 모습이야.

 이런 그들에게 농락당하지 않기 위해선 스스로 생각하고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이 필요한 거고.”

 “네.”

 “교회도 바뀌어야 해. 사유재산을 늘리고, 계급을 나누고, 신을 빙자해 인간 개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건 절대 옳은 일이 아니니까.”

 종교의 가식과 허위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던 시몬느에게 그의 일갈은 통쾌함으로 다가왔다.

 

 시간이 흘렀고, 거짓말같이 그녀는 그곳의 생활에 적응되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시몬느는 후작에게 지나가는 말로 자신이 전생을 기억한다는 이야길 하게 됐다.

 그녀의 말을 들은 그의 눈이 빛나더니

 “역시! 내 짐작이 맞았군!”

 라고 읊조렸다.

 그리고 며칠이 또 지나 후작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후작이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 저녁에 모임이 있는데 한 번 참관해보겠나?”

 호기심이 발동한 그녀는 그러겠다고 답했고, 그렇게 그녀는 후작과 함께 서재로 갔다.

 그들이 거기 도착하고 잠시 후 낯선 이들이 그곳에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녀와 후작을 포함한 22개의 의자가 다 채워지자 두꺼운 박달나무로 만들어진 서재의 문이 굳게 닫혔고, 후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먼저 여기 계신 분들에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처음 이 모임을 만든 사람의 권한으로 오늘 우리의 모임을 참관할 수 있는 분을 한 분 모셨습니다.”

 여러 개의 눈이 시몬느를 향하긴 했지만, 그들은 별로 그녀의 존재를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 사이엔 어떤 유사성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다 제각각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처럼 겉모양도, 분위기도, 제각각이었다.

 보기에 따라 지위도, 신분도 달라 보이는 남녀가 한자리에 모였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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