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말해도 돼?
작가 : 슈타인
작품등록일 : 2016.8.25

세상의 빛은 다 가진 듯한 소녀 유나, 그녀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다. 2년 전 골목길에서 한 사내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2년이 지나 지금 모든 걸 잊혀진 듯한 찰나, 사건 동영상이 뜻밖에 유투브를 통해 퍼진다. 급기야 언론이 사건을 주목하고, TV와 네티즌 그리고 범인까지 유나 찾기에 돌입한다.

범인과 자신의 과거 그리고 사람들의 무분별한 관심에서 도망가는 유나! 그녀 옆에는 언제나 절친인 강율과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구할이 있다. 하지만 유나가 범인과 마주했을 땐 율과 할도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지 못하는데... 유나는 다시 한 번의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두 번 단시 같은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유나!

소녀의 아픔을 담은 법정 스릴러. 유나는 범인의 죄값을 과연 당당히 받아낼 수 있을까...

 
말해도 돼? 20화> 말해도 돼!
작성일 : 16-10-29 15:34     조회 : 340     추천 : 0     분량 : 484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0화> 말해도 돼!

 

  유나는 엄마 옆에 앉았다. 엄마가 유나의 손을 잡았다. 엄마의 손이 찼다. 더운 여름에도 손이 찰 수 있다니 유나는 새삼 엄마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자 엄마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우리가 남몰래 흘린 눈물이랑 우리 도와준 분들 땀을 합치면 저 정도는 되겠지?”

  “더 넘지! 내가 흘린 건만도 저만큼이야.”

  아빠였다. 엄마는 우습다는 표정을 하며 아빠에게 되물었다.

  “당신도 울었어?”

  “엄청!”

  아빠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뭐하는 거지? 유나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지금 둘이 누가 더 딸 아픈데 찌르나 장난 하는 거야?”

  유나가 부루퉁한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엄마가 담담하게 호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연습!”

  유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엄마와 눈을 마주쳤다. 순간 엄마 눈에 담긴 자신을 보았다. 굉장히 작고 희미했다. 왼쪽에서 오른쪽. 유나는 계속 엄마 눈동자 위에 있는 자신을 찾았다. 그동안 서영은은 딸의 눈을 한 번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슴속에 있던 말들을 천천히 내뱉었다.

  "한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을만큼 겪었으면 지금부터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야해. 진짜 아무렇지 않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굳이 어제 꾼 나쁜 꿈 때문에 지금을 망칠 필요는 없는 거야. 악몽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생생해지잖아? 충분했어. 이 정도면!”

  엄마는 다시 한 번 유나의 손을 꼭 잡았다. 악몽은 현실을 잡아먹는 습성이 있다는 걸 유나도 모르지 않았다. 유나가 조용히 있자 이번에는 오근찬이 앞의 호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가 너 대신 많이 울었어. 못해도 이 호수정도는 울었을 걸? 그러니 이제 그만 너도 여기에 슬픔을 다 던져버려라."

  오근찬은 나쁜 꿈이야 의지 없이 꾼 거지만 거기서 나오는 데는 모두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이제는 따로국밥이 아닌 하나로 똘똘 뭉쳐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고!

  유나는 엄마와 아빠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파도도 없이 조용한 호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기에는 다만의 마술이 너무 컸어! 3년이 뭐야? 5년도 아니고!”

  “다만의 마술?”

  아빠였다.

  “응! 똑똑한 네티즌이 그러는데 우리나라 법정은 다만의 마술이 판친대. 판사가 다만의 마술봉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십 년씩은 팍팍 형이 깎안데. 어디 갈 것도 없이 내가 그 피해자고!”

  아빠는 유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조용히 듣고 이렇게 말했다.

  그 네티즌은 누군지 모르지만 정말 똑똑하단다. 동감한단다. 특히 법정에서 ‘다만’을 외칠 수 있는 게 판사뿐이라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란다. 피해자의 아버지이자 변호사인 자기는 조금 전만해도 재판장에서 정말 열불 나고 환장할 뻔 했단다.

  판사가 뭐라고! 법이 뭐라고! 하지만 다행인 건 법정 밖에서는 누구든 다만의 마술을 부릴 수 있단다. 효과는 더 좋단다! 예를 들면 이 년 전 사건과 관련된 모든 법률들이 합당치 않은 구석이 많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모두를 저 저수지에서 허우적대도록 빠뜨려야 한다. 그 일을 당한 너와 우리 가족은 그 모습을 지켜볼 권리가 있다.

  다만, 그러기에는 오늘 날씨가 너무 맑고, 나쁜 생각만 하고 살기에는 유나, 네가 너무 빛나고 젊다. 그러니 이제 그만 피해자로서의 삶을 계속 살지, 아니면 영화처럼 복수를 위해 또다른 가해자로서의 삶을 살지 선택에 기로에 서 있지 말고 원래의 오유나로 살기를 바란단다. 그리고 잊지도 말란다. 아팠을 때의 오유나도 괜찮으려고 안간힘을 쓴 오유나도 그리고 원래의 밝고 맑은 오유나도!

  오근찬은는 호수를 보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물은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이야. 흘러야해. 생각도 마음도! 인간도 자연의 일부니까.”

  유나는 한참을 생각했다. 모든 걸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인정하고 흘려보내자는 아빠의 말.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왜 하필 나였을까?'

  유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은 그리 나쁜 학생도 남에게 잘못한 것도 없다. 그런데 왜?! 오근찬은 딸의 생각을 읽은 듯 서영은과 유나가 잡고 있는 손에 자신의 손도 포겠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유나야, 장애로 태어난 사람도 가만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도 있어. 지진으로 하루 아침에 자식을 잃은 부모도 사고로 아빠를 잃은 딸들도 있지."

  순간 유나는 율이 떠올랐다. 그리고 새삼 아빠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지금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 모두가 왜냐고 묻고 있진 않아. 그 질문에 답은 과거에는 없는 거니까! 그 답은 미래에 있어. 어렵겠지만 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에따라 답이 달라질 거야."

  아리송한 아빠의 대답에 유나는 고개르 갸웃거렸다. 오근찬은 그런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나야, 앞으로 네가 누구를 만날지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지만 네가 오늘을 잘 이겨낸다면 누구에게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도 아니면 누군가에게는 절망이 되는 사람일 수 있어. 선택은 이제 네가 하는 거야. "

  '이 사건의 답은 내가 써 내려간다.....'

  마침내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이 끝나고 반년이 흐른 11월, 유독 맑은 날이었다. 하지만 밤사이 내린 눈덕에 유나와 율은 팔짱으로 서로의 온기를 나눠야 했다. 둘이 발을 맞추며 겆는 사이 어느새 앞에는 '천안 풍산공원묘지' 펫말이 보였다. 그 뒤로는 하얀 눈이 이불처럼 무덤 위를 덮고 있었다. 그 덕에 더욱 불룩해진 무덤은 모처럼 폭신해보였다.

  유나의 눈에 묘지는 더 이상 무시무시하거나 커다란 곳이 아니었다. 유나에게 묘지는 단지 공원묘지일 뿐이지 그 무엇도 아니다. 자신이 들어가 누워 있을 곳도 범인이 누워 있을 곳도. 할이 있을 곳도.

  지금 거기에 누워 있는 사람은 율 아빠 한 명으로도 족하지 않는가.

  유나는 율이 옆모습을 바라봤다. 볼록한 이마, 날선 콧대, 강단 있어 보이는 턱.

  '율의 아빠도 이런 모습일까? 율... 너 오늘 같은 날은 아빠 많이 보고 싶겠다.'

  유나는 율에게 팔짱을 더욱 꼭 끼며 묘지 계단으로 올라갔다.

  율은 아빠에게 강명대 수시합격을 축하받고 싶어 했다. 모르긴 몰라도 관속에 누워 있는 아빠는 율을 분명 자랑스러워하실 거다. 더불어 유나도 자랑할 게 하나 있었다. 유나는 1월이면 유학을 떠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망치듯 떠나는 게 아니다. 단지 뉴욕에서 미술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함이다. 그 어렵다는 NYU 디자인과 합격통지서도 받았다. 유나가 다시 한 번 내면의 힘을 끌어낸 덕이었다.

  유나는 지금에야 비로소 발밑의 지뢰들이 싹 가신 느낌이 들었다. 어디를 밟든 비교적 편안했다. 기자도 없고 쳐다보는 눈들도 사라지고 원하는 바도 이루어냈다. 사람들의 관심이란 지붕 위에 쌓인 눈 같아서 언젠가는 다 녹아 없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러니 거기에 억매여 이것저것을 못하면 본인만 손해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수근대는 친구들 사이에서 학교를 다니는 일도,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하지만 처음을 지나니 두 번재는 조금 나았고 그 다음에는 더 괜찮아 졌다. 다만 여전히 어디를 가든 그림자처럼 달라붙는 할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나와! 언제까지 이렇게 따라다닐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할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나가 눈에 레이저라도 쏠 뜻이 쳐다보았다.

  할은 이제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았다. 거미도 참을만했다. 그래도 습관처럼 유나를 따라다니던 걸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 제대로 한 번 고백도 자백도 못해본 할의 마음이 유나의 그림자로 자리 잡은 것이다.

  “넌 내가 널 보고 싶을 거라고 생각하니?”

  유나의 말이 할의 가슴을 찔렀다. 할은 늘 그랬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등을 보였다. 그리고 오던 길을 다시 걸어갔다. 율은 할의 쳐진 어깨를 보며 안쓰러워했다. 유나와 화해를 안 했다면 자기가 지금의 할의 모습일 수도 있었을 터였다. 유나는 한참이나 작아지는 할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머리 위 태양이 할의 그림자를 길게 그려놓았다.

  유나도 그런 할을 보다 바닥의 돌멩이를 주었다. 그리고 있는 힘껏 할의 뒤통수를 향해 던졌다. 돌은 할의 어깨를 지나 발밑으로 툭하고 떨어졌다.

  할이 뒤를 돌았다.

  “다음에는 진짜 맞출 거야.”

  유나가 외쳤다. 율이 가는 눈으로 유나를 쳐다봤다.

  “이번에는 그냥 못 맞춘 거 같은데?”

  유나는 율을 흘겨보다 다시 할을 향해 말했다.

  “너 계속 내 앞에 나타나면 이렇게 계속 때릴 거야. 맞추든 못 맞추든…….”

  유나는 마지막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 아, 몰라! 유나는 마지막말까지 뱉어버렸다.

  “다만, 그래도 좋다면 나 미국 갈 때까지 옆에 있던가.”

  마지막 말은 너무 작아서 율에게 밖에 들리지 않았다. 율의 입이 놀라움으로 벌어졌다.

  "대박사건! 야, 이리 와!”

  율은 손을 번쩍 들어 할을 향해 손짓 했다. 할이 뒤돌아 보더니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나?"

  "어! 빨리 와!"

  율의 말에 할은 천천히 걷다가 곧 뛰었왔다. 할이 유나와 율의 앞에 서자 율이 유나의 팔을 팔꿈치로 툭 쳤다.

  “말 해!”

  “뭘?”

  “아까 고백한 거?”

  “뭘 고백해?”

  율을 바라보는 유나의 눈이 새삼스럽게 커졌다. 하지만 율은 늘 그렇듯 그런 유나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럼 아까 말한 건 자백이냐?”

  “와, 강율, 어이없어!”

  유나는 제대로 폭발하기도 전에 율이 웃으며 할에게 말했다.

  “야, 유나가 너…….”

  유나가 율의 입을 틀어막았다. 율이 유나의 손가락을 꽉 깨물었다. 덕분에 유나의 비명과 율의 말이 동시에 튀어나왔다.

  “좋아한대!”

  유나는 손가락의 아픔도 잊고 율을 빤히 쳐다보았다. 말문이 막힌다는 건 이럴 때 하는 말 같다.

  “헐!”

  유나는 율과 할을 남긴 채 뒤돌아 앞으로 걸었다. 율은 할을 향해 윙크를 날린 뒤 유나에게 달려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할은 유나와 율을 번갈아 보다 자리에서 펄쩍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유나는 이젠 뒤도 보지 않고 앞으로 달렸다. 그 뒤를 율과 할이 쫓았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말해도 돼? 20화> 말해도 돼! 2016 / 10 / 29 341 0 4841   
19 말해도 돼? 19화> 아리다 2016 / 10 / 29 354 0 5050   
18 말해도 돼? 18화> 천국과 지옥사이 2016 / 10 / 29 447 0 5182   
17 말해도 돼? 17화> 풀리는 매듭 2016 / 10 / 29 400 0 4851   
16 말해도 돼? 16화> 그림자의 무게 2016 / 10 / 29 448 0 5080   
15 말해도 돼? 15화> 스무살의 끝 2016 / 10 / 29 391 0 3903   
14 말해도 돼? 14화> 악연의 연속 2016 / 10 / 27 411 1 4410   
13 말해도 돼? 13화> 외나무다리 2016 / 10 / 27 338 1 5339   
12 말해도 돼? 12화> 꼬리잡기 2016 / 10 / 27 362 1 4746   
11 말해도 돼? 11화> 깨진 그릇 2016 / 10 / 27 426 1 4458   
10 말해도 돼? 10화> 그놈이다! 2016 / 10 / 26 372 1 5059   
9 말해도 돼? 9화> 하늘 높이 더 멀리 2016 / 10 / 26 335 1 4772   
8 말해도 돼? 8화> 아무도 모르게 2016 / 10 / 26 332 1 3812   
7 말해도 돼? 7화> 비밀 2016 / 10 / 26 338 1 4259   
6 말해도 돼? 6화> 모든 게 리셋! 2016 / 10 / 25 351 1 4505   
5 말해도 돼? 5화> 숨바꼭질 2016 / 8 / 29 378 1 3968   
4 말해도 돼? 4화> 내 잘못이 아니야! 2016 / 8 / 28 478 1 5397   
3 말해도 돼? 3화> 네가 거기에 있었더라면! 2016 / 8 / 27 412 1 5121   
2 말해도 돼? 2화> 두 번째 화살 2016 / 8 / 26 420 1 5113   
1 말해도 돼? 1화> 숨어 있거나 나서거나 2016 / 8 / 25 646 3 530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