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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말해도 돼?
작가 : 슈타인
작품등록일 : 2016.8.25

세상의 빛은 다 가진 듯한 소녀 유나, 그녀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다. 2년 전 골목길에서 한 사내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2년이 지나 지금 모든 걸 잊혀진 듯한 찰나, 사건 동영상이 뜻밖에 유투브를 통해 퍼진다. 급기야 언론이 사건을 주목하고, TV와 네티즌 그리고 범인까지 유나 찾기에 돌입한다.

범인과 자신의 과거 그리고 사람들의 무분별한 관심에서 도망가는 유나! 그녀 옆에는 언제나 절친인 강율과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구할이 있다. 하지만 유나가 범인과 마주했을 땐 율과 할도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지 못하는데... 유나는 다시 한 번의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두 번 단시 같은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유나!

소녀의 아픔을 담은 법정 스릴러. 유나는 범인의 죄값을 과연 당당히 받아낼 수 있을까...

 
말해도 돼? 19화> 아리다
작성일 : 16-10-29 15:32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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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화> 아리다

 

  그 날 저녁, 오근찬 변호사는 집 앞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을 하고 있었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견디기 힘든 하루가 아닌가. 벌써 소주를 두 병째 비우는데 눈에 익은 여자가 테이블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자세히 보니 처음으로 TV에 딸의 이야기를 꺼낸 기자였다. 오근찬은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은영 기자는 오근찬의 팔을 잡았다.

  “취재요청 수락해주세요. 미국은 아동 포르노물을 소지하기만 해도 징역 1000년을 선고하는 주도 있잖아요. 영국과 스위스도 아동 대상 성폭행 범에 대해선 종신형으로 처벌합니다. 그런데 검사는 7년형 밖에 구형하지 않았어요. 억울하지도 않으세요? 기사가 잘만 터지고 반응이 오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거예요.”

  안다. 외국은 이 문제에 있어 좀 더 세련되었다. 곯아있지 않다. 아마 쉬쉬하는 문화가 아니라 성에 있어서는 좀 더 개방적이고 건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건 외국이지 않나. 오근찬은 손 기자의 팔을 뿌리치고 주인에게 계산을 하러 갔다.

  손 기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언론이 형성되어야 법이 바뀝니다. 더 잘 아시잖아요? 전보다 성폭법이 강화되었다고는 해도 아직 성범죄자가 징역을 사는 건 사십 프로도 안 된다고요. 일단 어떤 식으로라도 피해자가 목소리를 내야 사회도 바뀌고 법도 바뀝니다.”

  오근찬은 현금을 내다 말고 손 기자를 무거운 얼굴로 쳐다봤다. 하지만 이에 굴할 손 기자가 아니었다.

  “성범죄 관련 법률에 대한 재정비가 시급해요. 지금 우리나라는 성범죄처벌법은 법무부, 청소년성보호법은 여성가족부가 맡고 있잖아요. 법조인들조차 이게 형법인지 특별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헷갈려하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할까요. 심지어 성범죄자 신상정보등록과 관리는 법무부가 공개와 고지는 여가부가 하고 있다고요. 모든 게 부자연스러워요.”

  오근찬은 속으로 손 기자를 비웃었다. 법이야 법전을 매일 들여다보는 자기가 더 잘 알지 않겠나. 피해자로서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이 여자는 도대체 무슨 권리로 TV밖에서도 이렇게 시끄럽게 군단 말인가. 오근찬은 손 기자를 가르치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기자니 잘 아시겠군요. 아동·청소년 대상 강간죄를 저질렀어도 아직 힘이 있으면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부지기수예요. 하지만 제 딸 사건은 늦게라도 범인을 잡아 검사가 형을 줬으니 비교적 운이 좋다고도 할 수 있죠.”

  오근찬은 말과는 달리 절망에 빠진 얼굴로 포장마차를 빠져나갔다. 이제 6월인데도 바람은 한여름처럼 숨이 막히도록 더웠다. 손 기자는 오 변호사의 가던 길을 막아섰다. 자고로 기자란 초상집에서도 상주에게 듣고 싶은 말을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직업이었다.

  “아까 말씀은 변호사로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유나 아버지로써 말씀하시는 겁니까?”

  오근찬 변호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내가 유나의 아버지라고 불릴 자격이 있는가. 오근찬은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끼리도 성폭법에 문제가 많다고 합니다. 누구는 너무 자주 바뀌어서 짜증이 난다 그러고 누구는 성폭행이 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너무 과한 처벌을 하는 게 아니냐고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피해자의 목소리는 아니죠. 누구나 마음의 장애는 안고 삽니다. 그런데 제 딸의 경우는 조금 달라요. 미친개에게 물린 건 제 딸인데 사람들은 마치 제 딸이 미친개를 풀어 놓은 것처럼 쳐다봅니다. 그나마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딸을 불쌍한 사람으로 바라보겠죠. 하지만 동정 받는 시선조차 부담스럽습니다. 예쁘고 밝은 아이입니다. 첫 번째 화살은 아비가 못나서 맞았다지만 인격적 살인인 두 번째 화살만큼은 맞게 하고 싶지 않아요. 기사를 쓸 거면 제대로 쓰세요. 결코 누구의 흥밋거리나 시청률의 노림수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내일이면 드디어 마지막 양정태의 선고 날이었다. 유나는 불을 끈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았다유나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가눌 길이 없었다.

  ‘내 역할은 잘 끝냈는데 왜 이러지?’

  유나는 재판에 조금도 아쉬움이 없었다. 준비했던 것보다 어설프고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이상 잘해낼 수도 없었다. 그것도 지금 자신의 모습도 괜찮다고 그대로 예쁘다고 하는 부모와 주위 시선이 있어 그나마 가능한 것이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잠을 설치는데 휴대전화가 드륵하고 울렸다. 할의 문자였다. 유나는 누운 자리에서 발딱 일어났다. 그냥 지워버릴까 아니면 전화를 해서 욕을 퍼부어줄까 망설이다 화면을 터치했다. 할은 문자 대신 노래 파일을 하나 보냈다. 화면에 검지를 대자 노래가 흘러나왔다.

  “Hey Jude, don't make it bad. Take a sad song and make it better…….”

  다시 봐도 할의 문자에는 노래 파일 말고는 어떤 사과도 변명도 없었다. 유나는 얼핏 법정에서 화실에서 그림자처럼 있던 할을 떠올렸다. 그리고 할은 정말 싫지만 노래는 좋다고 느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노래였다.

 

  아침이 밝았다. 유나는 늘 하던 대로 아침에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TV를 켰다. 수 십 개의 채널을 돌리는 동안 간간히 유나의 선고 날을 이야기하는 프로가 있었다. 각 계의 전문가가 나와 하는 소리라고는 여전히 범죄자들을 향한 규탄과 제도에 문제를 걸고 넘어갔다. TV속 일반인들은 다들 무기징역을 줘도 시원치 않다고들 인터뷰했지만 변호사들은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빠가 종종 TV에 나와서 하듯이 말이다. 유나에게는 어느 쪽의 말도 위로나 힘이 되지 않았다. 하나마나다. 손에 닿지 않는 규제나 들리지 않은 말들은 모두 필요가 없다. 유나가 한숨을 쉬며 드라마나 오락으로 채널을 다시 돌리려는데 전보다 칙칙해진 얼굴의 서 기자가 화면에 나왔다.

  서영은 기자는 여기저기 흩어진 성범죄 처벌 규정을 일관성 있게 하나의 표로 만들어 카메라 앞에 섰다. 서영은 기자 뒤로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으로 나뉜 세 박스가 피해자 유형에 따라(장애인부터 19세 이상까지) 일목요연하게 나타나 있었다. 서영은 기자는 이중 가장 처벌 수위가 낮은 강제추행일 경우, 범인은 1000만~3000만원의 벌금을, 13세 미만을 강간할 경우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을 받아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양정태의 경우, 13~18세 강간. 처벌 수위,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이라며 빨간 색으로 표를 표시했다.

  유나는 TV를 보며 강간, 유사강간, 강체추행 밑에 표가 하나 더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지몰각.

  닿지 않아도 폭력이다. 사람들의 시선과 무자비한 말들은 아프기 그지없다. 그런데 그런 상식과 지각은 학력에 상관없나 보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척하는 정 변호사도 서영은 기자도 오늘을 위해 제일 좋은 양복을 차려 입는 아빠와 입술에 연한 립스틱을 바르는 엄마도 때로는 율과 할까지……. 형을 얼마나 주어야 하나……. 유나는 비로소 판사의 어려움을 이해할 것 같았다.

  유나는 TV를 켜둔 채 방으로 가 오늘 입고 갈 옷을 골랐다. 처음에는 교복을 꺼냈다가 얼마 전 엄마에게 선물 받은 청 원피스를 꺼내 입었다. 재판을 하는 한 달 반 동안 유나의 키도 부쩍 컸다. 무릎을 살짝 가리던 치마가 이제는 무릎 위로 껑충 올랐다. 살도 보기 좋게 올랐다. 다쳤던 팔, 다리 덕에 그동안 집에 있는 날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단 것을 찾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유나는 요새 인생의 단 맛을 한창 단 걸로라도 채우는 중이었다. 덕분에 통통해진 유나는 이제는 누가 봐도 고등학생이 아니라 어엿한 숙녀로 보였다.

 

  간만에 좋은 날씨였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화창한 6월, 나이에 맞지 않게 모든 게 담담해진 유나는 이제 고개를 숙이기보다 하늘을 보는 순간이 더 많았다. 눈을 감고 보면 법정 천장에서도 위에 있는 하늘이 보였다.

  유나는 이제 법정의 삭막한 분위기에도 쫄지 않았다. 플래시 세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판사가 입을 열었을 때는 숨을 죽였다.

  판사는 양정태를 보며 피고인은 미성년인 피해자를 상대로 골목길에서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극히 좋지 않다고 했다. 피해자가 입었을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말할 수 없이 클 것이 분명하고, 그로 인한 상처가 단기간에 치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단다. 또한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단다.

  옳소! 유나는 엄마와 아빠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만.”

  판사가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유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다만, 판사는 피고인이 범행 전에 아무런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과 판결 후 교수직을 잃을 것들을 감안해 징역 3년형에 처한단다. 더불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근거해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 이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내렸다.

  유나는 판결이 끝나면 박수를 칠만큼 기쁠 줄 알았다. 어차피 몇 년 형을 받건 못 받건 시작한 싸움에 끝이 있다는 것만도 좋은 일이었으니까. 속도 편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끝이 나니 마냥 편안하지는 않았다. 양정태의 형이 너무 적어서가 아니었다. 단지 많이 지쳐있었다.

 

  집으로 가는 차 안, 오근찬의 검은색 벤츠에서는 클래식이 흘렀다. 서정은과 딸도 침묵일 뿐이다. 다행인 건 누구 하나 괜찮다고 잘됐다고 억지웃음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성과이다. 유나는 달리는 차의 창문을 조금 열었다. 이제 양정태와 비슷한 체형의 남자를 봐도 그들이 모두 범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양정태는 지금 감옥에 있다. 앞으로 3년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오늘은 생각보다 다행인 게 많은 날이었다. 그런데도 음악에 맞춰 누구하나 손가락을 까딱하지 않았다. 유나는 찬바람이 더 들어오도록 창문을 열었다.

 

  깜빡 졸았나 보다. 차창 밖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유나는 눈을 찌푸린 채 주위를 둘러봤다. 차는 텅 비어 있고 차 앞쪽 창문으로 넓은 호수가 보였다. 아니 댐인가? 유나는 차에서 내렸다. 몇 발자국 지나지 않아 엄마와 아빠가 나무 그늘 벤치 아래서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얼핏 햇살이 내려앉은 엄마와 아빠의 얼굴은 비교적 편안해보였다.

  유나가 다가가는 기척을 내자 엄마가 뒤돌아보았다.

  “깼니? 피곤한 거 같기에 부러 안 깨웠어.”

  “응!”

  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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