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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말해도 돼?
작가 : 슈타인
작품등록일 : 2016.8.25

세상의 빛은 다 가진 듯한 소녀 유나, 그녀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다. 2년 전 골목길에서 한 사내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2년이 지나 지금 모든 걸 잊혀진 듯한 찰나, 사건 동영상이 뜻밖에 유투브를 통해 퍼진다. 급기야 언론이 사건을 주목하고, TV와 네티즌 그리고 범인까지 유나 찾기에 돌입한다.

범인과 자신의 과거 그리고 사람들의 무분별한 관심에서 도망가는 유나! 그녀 옆에는 언제나 절친인 강율과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구할이 있다. 하지만 유나가 범인과 마주했을 땐 율과 할도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지 못하는데... 유나는 다시 한 번의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두 번 단시 같은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유나!

소녀의 아픔을 담은 법정 스릴러. 유나는 범인의 죄값을 과연 당당히 받아낼 수 있을까...

 
말해도 돼? 18화> 천국과 지옥사이
작성일 : 16-10-29 15:28     조회 : 442     추천 : 0     분량 : 5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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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천국과 지옥사이

 

  검사의 주 심문이 끝나자 정 변호사의 반대 심문이 이어졌다. 정 변호사는 노련하게도 이 년 전 초등수사 때의 진술조서를 바탕으로 매우 공격적이고 가차 없는 질문들을 해댔다.

  “가로등 불이 꺼져 있었는데 맞습니까?”

  “피고인에게서 정말 술 냄새가 났습니까?”

  “당시 증인의 치마는 무릎 위였습니까? 그때 스타킹은 벗은 상태였습니까?”

  “격한 반항을 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 증인도 허락을 했다는 뜻 아닙니까?”

  정 변호사의 말에 따라 유나는 창피함을 느끼고 부끄러워했다. 자기가 왜 그래야하나 화낼 새도 없이 정 변호사의 말에 끌려 다녔다. 하지만 유나는 끝까지 굴하지 않고 자신의 진술내용과 동일한 부분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대답했다. 그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자 정 변호사는 유나에게 신체 부위를 만진 순서를 대라, 혹시 피고인과 동의하에 성관계를 맺고 즐기다가 지나가는 목격자가 발생하자 수치심에 소리를 지른 것이 아니냐, 정신적 충격이 심했다던데 그 전,후에 남자친구와 성관계가 있었냐고 질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마지막 질문에 유나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검사도 일어섰다. 판사는 손으로 검사를 저지시키고 굳은 얼굴로 정 변호사에게 물었다.

  “변호인은 지금 뭘 확인하려고 하는 겁니까?”

  판사가 편을 들어주자 유나는 그제야 꾹꾹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아빠가 옛날에 변호사는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변호사도, 아빠도 그냥 거짓말쟁이들일 뿐이다.

  판사의 저지에도 정 변호사의 태도는 별 다름이 없었다. 유나의 대답이 모호하거나 조금이라도 주저함을 보이면 정 변호사는 마치 이것 보라는 식으로 더욱 압박해오거나 모든 게 거짓이라는 듯 의심의 눈초리를 쏘았다. 유나는 정 변호사의 질문에 따라 끊임없이 이 년 전 사건 현장과 지금의 법정을 오갔다. 두 세계를 양립한는 것은 오롯이 유나의 몫이었다. 과거는 과거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유나를 옥죄어 왔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나의 심신은 약해졌다.

  유나가 망신창이가 되길 기다렸던 정 변호사는 마침내 며칠 전 유나의 집 앞에서 양정태와 마주했던 CCTV를 증거로 내밀었다. 정 변호사는 증인이 양정태를 범인이라고 지목하는 이 상황에서 만약 양정태가 진범이라면 왜 사건 후 양정태를 처음으로 본 집 앞에서는 양정태를 알아보지 못했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떻게 병원에서 깨어나자마자 양정태를 이 년 전 범인으로 지목할 수 있었는지 추궁했다. 유나는 이러다 정말 돌겠다고 생각했다. 유나가 입만 멍하니 벌리고 있는 사이 정 변호사는 특유의 쇼맨십을 펼치며 관람석과 유나를 번갈아 가며 이렇게 덧붙였다.

  “이 년 전, 진술서를 보면 증인은 처음에 범인의 얼굴을 확실히 기억 못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지금은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확신하지요?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건 아주 위험한 행위입니다.”

  유나는 눈에 힘을 주었다.

  “목소리를 기억합니다.”

  정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진술서에 보면 범인은 중저음의 낮은 목소리라고 나와 있습니다. 맞습니까?”

  유나는 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정 변호사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런데 아파트 앞에서 만났을 때는 그 목소리가 아니었단 말이죠?”

  유나는 어렴풋이 뭔가 잘못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유나는 아빠를 쳐다보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달랐습니다.”

  아빠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정 변호사는 달려들었다.

  “그런데 며칠 후 병원에서 다시 들으니 그것도 잠에서 깨자마자 다시 들으니 범인의 목소리가 확실해졌군요.”

  유나의 눈이 흔들렸다. 양정태는 남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정 변호사에게 준 수 천만 원의 수임료가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관람석에 앉은 사람들은 유나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자 수군대기 시작했다.

  유나는 침묵을 지켰다. 정 변호사는 여기에 모인 많은 사람 중에서 자신만이 유일하게 유나를 공감하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관람석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증인은 심리치료를 지난 일 년 간 꾸준히 받아왔습니다. 한 마디로 심신이 미약한 상태입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듯이 성폭행은 이 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충격에 벗어나기에는 짧은 시간입니다. 더구나 증인의 사건은 범인이 이 년이 지난 지금까지 잡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막 두근거리고 도망가고 싶고 불안하지 않을까요? 그렇죠? 증인?”

  유나는 엄지손톱으로 검지를 꾹 눌렀다. 검지에는 이미 굳은살이 박혀있었다.

  정 변호사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성폭행은 분명 이 년이라는 시간 안에 완벽히 치유될 수 없는 정신적 외상이었고 한때 중저음의 목소리만 들려도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심리치료를 일 년 동안 꾸준히 받았고 누구보다 더 열심히 다녔다. 귓가에서 들리는 양정태의 목소리를 지우기 위해서!

  ‘잘하자…….’

  유나의 얼굴은 점점 달아올랐다. 유나는 양정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악을 썼다.

  “저 사람이 범인이 확실합니다.”

 유나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불안함을 엿보았다. 그건 좋지 않은 신호였다. 정 변호사는 전에 없이 단호히 말했다.

  “예, 아니오로만 답하세요. 증인은 병원 침대에서 잠에서 깬 후 피고인의 목소리가 범인으로 들렸나요?”

  유나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정 변호사의 질문은 모두 사실이었다. 하지만 모두 왜곡으로 이끄는 잘못된 질문들이었다.

  “증인, 병원에서 깬 후 바로 피고인을 범인으로 지목한 사실이 있습니까?”

  유나는 무표정으로 답했다.

  “네.”

  기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플래시를 터트렸다.

  “이상입니다.”

  정 변호사가 자리로 돌아갔다.

 

  검사는 서둘러 유나에게 재 심문을 했다. 유나는 검사가 안내하는 대로 양정태를 처음 집 앞에서 마주한 날 범인을 알아보지 못한 이유를 비교적 차분히 설명해 갔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양정태가 자기의 이름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아빠의 둘도 없는 친구라고도 해서 그냥 지나쳤다고 했다. 그리고 너무 찰나여서 유심히 보고 느낀 새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남아 있었는데 두 번째로 율과 같이 천안묘지에서 양정태를 보았을 때 그때 그의 실루엣이나 말투, 목소리를 듣고 확신했다고 했다. 하지만 판사나 다른 관람석의 기자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리송한 빛이 역력했다.

  관람석에 앉아 있는 할은 당장 뛰어나가서 저 사람이 범인이 확실합니다 하고 유나의 편을 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할에게는 그럴 권리가 없었다. 이왕 영상을 찍을 거면 저 사람의 등판이 아니라 얼굴을 찍었어야 했는데... 할은 목 놓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검사는 유나에게 어렵겠지만 사건 당시 범인이 어떤 목소리로 어떤 말들을 했는지 묘사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만남에서 각각 목소리가 어떻게 다르고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자세히 말해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속으로 나이 어린 검사를 비웃었다. 도대체 아까 한 소리를 반복해봤자 무슨 득이 된단 말인가! 정 변호사는 재판이 끝나고 자기가 받은 수임료로 검사에게 술이나 한 잔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나는 눈을 감고 이 년 전 사건 때 들었던 목소리와 내용을 더듬거렸다.

  “학점을 잘 주겠다. 잘 하자…….”

  유나는 몸이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 도대체 몇 번이나 그 상황을 오가야 하는가! 유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해바라기…….”

  “뭐라고요?”

  검사가 멈칫했다. 유나는 눈을 뜨고 검사를 쳐다봤다.

  “해바라기라고 했습니까?”

  검사의 물음에 유나의 고개가 끄덕였다. 순간 검사는 관람석에 앉은 오 변호사와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존경하는 재판님으로 시작한 그의 말은 결국 양정태를 조사관가 함께 화장실로 가게끔 만들었다. 유나는 도대체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혹시 무슨 실수를 한 게 아닐까 아빠를 쳐다봤지만 아빠는 연신 유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법정이 다시 개정되었다. 그리고 조사관은 당황하지도 얼지도 않고 담담하게 양정태의 성기에 일명 해바라기라고 칭하는 남성 성기 보형물 수술이 되어있다고 밝혔다. 조사관은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데 오히려 유나가 성기 이야기에 얼굴을 붉혔다. 그게 뭐지? 유나는 치맛자락을 확 쥐었다. 그에 대해 자세히 물을까 떨렸다. 지금까지 그 이야기는 왜 쏙 빼놓았느냐고 검사가, 정 변호사가 또다시 다그칠까 두려웠다. 다행히 검사는 유나에게 양정태가 해바라기 이야기를 했냐고만 물었고 그보다 깊은 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 변호사도 말을 아꼈다. 유나는 모든 상황이 뜻대로 풀리는 게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재판의 막바지, 검사는 판사를 바라보며 미성년자 성폭행을 저지른 양정태에게 7년형을 줄 것을 요청했다. 피해자가 지금까지 받았을 고통과 앞으로의 삶 그리고 죄의 뉘우침이 전혀 없는 양정태의 행태를 문제 삼았다.

  검사의 말이 마치자마자 기자들은 열심히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카메라맨들은 렌즈를 조절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정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묵직한 서류더미를 다시 넘겨보았다.

  변호인 측의 최후 진술이 이어졌다. 정 변호사의 언변은 더없이 풍성했다. 사기꾼! 유나의 눈에는 전직판사 출신의 정 변호사가 그렇게 보였다. 유나는 성범죄 자에게 발찌를 채우듯 정 변호사의 입에도 뭔가를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범죄자와 사기꾼이라니 가히 환상의 조합이었다.

 

  이제 양정태의 최후 진술만이 남았다. 양정태는 오근찬을 인자한 눈으로 쳐다봤다. 양정태는 오근찬을 이해한단다. 세상 어떤 아빠도 아픈 사고를 당한 딸의 말을 믿지 않을 사람은 없다는 거였다. 하지만 자신은 여전히 억울하다고 했다. 대학에서 같이 우정을 쌓았던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다. 오근찬은 양정태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재판의 결과에 따라 재판이 2심 3심까지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사건의 특성상 재판이 길면 길어질수록 피해자와 합의점이 생기는 기회가 생길 텐데(이번 재판에서야 그런 일이 없겠지만) 보통 피해자가 피고인의 선처를 바란다고만 하면 피고인의 형량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전직 판사 출신의 노련한 변호인이 변호를 맡으면 더욱 더! 오근찬은 유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른 입술로 판사를 바라보는 유나의 눈에는 그래도 아직 맑음이 있었다. 오근찬은 그 빛을 유나에게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양정태는 그런 유나를 눈에 담으며 이 년 전 사건이 일어날 걸 딱하게 생각한다고 힘을 내라고 말했다.

  그렇게 2회기일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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