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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말해도 돼?
작가 : 슈타인
작품등록일 : 2016.8.25

세상의 빛은 다 가진 듯한 소녀 유나, 그녀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다. 2년 전 골목길에서 한 사내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2년이 지나 지금 모든 걸 잊혀진 듯한 찰나, 사건 동영상이 뜻밖에 유투브를 통해 퍼진다. 급기야 언론이 사건을 주목하고, TV와 네티즌 그리고 범인까지 유나 찾기에 돌입한다.

범인과 자신의 과거 그리고 사람들의 무분별한 관심에서 도망가는 유나! 그녀 옆에는 언제나 절친인 강율과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구할이 있다. 하지만 유나가 범인과 마주했을 땐 율과 할도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지 못하는데... 유나는 다시 한 번의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두 번 단시 같은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유나!

소녀의 아픔을 담은 법정 스릴러. 유나는 범인의 죄값을 과연 당당히 받아낼 수 있을까...

 
말해도 돼? 17화> 풀리는 매듭
작성일 : 16-10-29 15:27     조회 : 399     추천 : 0     분량 : 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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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풀리는 매듭

 

  서정은은 심호흡을 크게 한 뒤 저장해둔 ‘살려줘’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마지막에 플래시가 켜진 순간이 아니었더라도 서정은은 어둠 속 흐릿한 윤곽만으로도 딸인 것을 알아봤다. 사실 그녀는 아무리 깜깜한 어둠이 딸의 표정과 마음을 가리더라도 모두 볼 수 있었다. 내가 딸을 알아보듯 남들도 양정태를 알아보면 좋을 텐데. 뭐가 없을까? 서정은은 소파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미술을 전공한 서정은은 나름 남들보다 인물을 시각화 하는 능력이 있었다. 그런데 양정태는 그럴 것도 없이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확 띄는 인물이었다. 떡 벌어진 어깨, 다부진 체격, 호남형의 인상……. 서정은은 자리서 발딱 일어나 눈을 뜨고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눌렀다. 이제는 그 얼굴만 생각해도 역겹다.

  서정은은 정신없이 마루를 서성였다. 서정은이 양정태를 본 건 생에 딱 네 번 이었다. 처음은 20년 전 자신의 결혼식에서, 두 번째는 결혼 후 양정태가 미국 유학을 간다고 했을 때 세 번째는 사건 날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양정태가 집에 놀러왔을 때, 그리고 마지막은 병원에서였다. 서정은은 발걸음을 딱 멈췄다.

  ‘그래, 그 점퍼!’

  그녀는 휴대 전화기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 사진 목록을 확인했다. 그날, 양정태가 집으로 찾아온 사건 날. 그녀는 남편과 함께 친구들의 사진을 찍어줬었다. 서정은은 다시 영상을 보면서 플래시가 터졌던 순간의 양정태의 뒷모습을 확대했다. 화면은 흔들리면서 양정태가 입은 점퍼 끝의 이니셜만 찍혔지만 분명 A자와 그 밑의 유니버스를 뜻하는 V자가 빛에 반사되어 보였다. 서정은은 당장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피곤에 쌓인 남편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녀는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 양정태가 미국에서 나온 학교가 어디랬지?”

  “버지니아. 그건 왜?”

  서정은은 울음을 삼키며 답했다.

  “이걸로도 증거가 안 될까?”

  설명을 들은 오근찬은 즉시 증거목록에 동영상과 사진을 추가하도록 요청했다. 어렴풋이 희망이 보였다.

 

  2회 공판기일, 유나는 법정 건물 로비에 다시 발을 디뎠다. 잘 할 수 있을까? 유나는 회색 법원에 또각 소리가 나는 대리석으로 된 넓은 로비에 발을 디디자마자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꼈다.

  아빠는 유나의 키보다 세 네 배는 높은 천장을 바라보며 멈춰 서 있는 유나의 손을 꼭 잡았다. 쫄 것 없다는 표시였다. 바짝 쫄았을 때 할 수 있는 건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숨거나 기껏해야 도망가는 길 뿐이니까. 뭐 이 상황에서 그것도 나쁠 것 없지만. 유나는 그러지 않기로 선택했으니 말이다.

  “유나야, 다시 한 번 물을게. 차단막이나 영상으로 증언하지 않을 거니?”

  오근찬 변호사는 딸에게 비공개재판을 권유했다. 그게 싫다면 최소한 가해자와 마주하지 않는 방법인 영상증언이나 차단막 설치를 하자고 했다. 유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건 이 년 동안 자기를 이렇게 만든 사회에게 사람들에게 범인에게 나름의 복수 방법이었다. 당당하고 떳떳한 본래의 자기를 보여 주는 것! 그동안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는지 사실 그대로를 양정태와 세상이 알기를 바랐다. 이제 숨는 것보다 자신은 성폭행 피해자라는 점을 인정하고 왜 숨어야 했는지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떳떳하길 바랐다. 숨바꼭질은 이 년 동안 충분히 하지 않았는가.

  “난 실물이 예쁘잖아! 사람들은 누구나 도와주기를 원해. 단 예쁘고 날씬한 애 한에서!”

  농담은 때로는 상황을 역전시킨다. 유나는 다시 고개를 빳빳이 들고 높은 천장 로비에서 자신이 내는 뚜렷한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지나갔다.

 

  1회 공판기일 때와는 달리 오늘은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아무래도 경찰 쪽에서 이야기가 새어나간 듯싶었다.

  각 언론사에서는 양정태가‘살려줘’동영상의 범인일지 아닐지에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아버지의 친구이자 모 대학의 교수가 미모의 미성년자를 성폭행 했느냐 였다. 선정적이면서도 자극적인 문구. 순식간에 유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양정태는 천하의 몹쓸 놈이 되어버렸지만 유나는 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슬픔을 강요하는 듯한 기자들의 질문과 태도. 유나는 그냥 어떤 시선에서든 자유롭고 싶었다. 유나는 의식적으로 모든 언론을 적대시 하는 반면 양정태 쪽의 언론 플레이는 화려했다. 정 변호사는 오근찬과 양정태의 사이가 얼마나 막역한지를 강조하며 양정태가 딸 같은 아이에게 손을 댈 리가 없다고 했다. 심지어 양정태가 딸의 사고로 인해 상심한 오근찬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아버지라면 누구든 딸의 말을 전적으로 믿을 것이라고 했다.

  관람석에서 스마트 폰으로 기사를 보고 있던 유나는 엄마가 주는 청심환을 한 알 먹었다. 그리고 이제 편의점에서 양심도 팔아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판사가 들어오고 진실공방이 시작되었다. 검사가 내민 첫 번째 증거는‘살려줘’영상과 사건 당일 오근찬 집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미세하게 정 변호사의 한 쪽 눈썹이 올라갔다 내려왔다. 검사는 양정태가 미국의 버지니아(Univ. of Vginia)대 스포츠 상해예방 및 재활을 전공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순간 양정태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사진 속 양정태와 오근찬 그리고 몇 몇 친구들은 얼굴의 붉은 빛을 띄운 채 술잔을 높이 들고 활짝 웃고 있었다.

  오근찬은 그때가 생각났다. 막잔을 하자며 헤어지기 전에 그날을, 서로의 우정이 영원하자며 너나 할 것 없니 잔을 높이 들었었다. 서로서로가 어깨에 손을 두른 모습에서 풋풋한 대학 때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지만 마음만큼은 캠퍼스를 누릴 때처럼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모두가 잔뜩 풀어져서는 술이 얼큰해질 때까지 마셨었는데…….

  검사는 사진 속 양정태의 옷에 주목했다. 양정태는 대학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고 있었다. 검사는 그 대학의 점퍼 뒷면의 사진을 이어 보여주었다. 남색 짙은 바탕에 흰색으로 VIRGINIA라고 크게 쓰여 있고 그 밑에는 더 작은 글씨로 Univ.가 앙증맞게 디자인되어 있었다. 이어‘살려줘’영상의 플래시가 터진 맨 마지막 장면을 멈춤으로써 화면이 흔들렸으나 대문자 알파벳 IA와 소문자 v가 보인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양정태는 사진을 찍은 후 오근찬의 집을 나섰으니 대략 밤 11시 반 정도, 사건이 발생한 독서실 뒤 골목길과는 성인 남성 보폭으로 15분 정도가 걸린다. 그리고 영상이 찍힌 날짜와 시간은 12시. 무엇보다 검사는 범인의 점퍼와 피고인의 점퍼가 같다는 점을 강조했다.

  관람석 맨 뒤 구석에서 검사의 말을 듣던 할은 안도했다. 자신의 모든 과오의 시작점으로 여겨졌던 저 영상이 결국 쓸모가 있었다는 것에! 하지만 바로 할은 낙심했다. 유나는 절대로 영상을 찍고 도망간 자기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앳된 검사의 활약에 이제 법정 분위기는 양정태가 범인으로 확실히 몰리는 듯 했다. 유나는 주저 없이 엄마의 손등에 손을 얹었다. 오롯이 엄마의 의지덕분에 얻은 증거였다. 자기보다 사건을 더 피하고 아파하던 엄마였다. 그 장면을 수 십 번 돌려보는 일이 어떤 일이라는 걸 유나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라면 한 번도 제대로 보기 힘든 일이었다.

 

  정 변호사는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별 일 아니라는 투로 한 해의 버지니아 대학을 졸업한 학생 수가 얼마나 되는 줄 아냐고 물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대학을 졸업하지도 십 여 년. 그 사이 졸업한 학생까지 합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할 거란다. 그리고 불행히도 사건 당일 피고인은 집으로 가는 택시를 타는 도중 옷을 잃어버렸는데 그 옷을 주은 누군가의 짓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저 점퍼가 우연의 일치의 산물로써의 의심 받을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 변호사는 다시 한 번 초등수사 때 오유나의 몸에서 양정태의 DNA가 전혀 나오지 않은 점 그리고 친구들과의 모임 후 양정태가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는 주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리고 국내 명성이 높은 대학의 교수로서 행복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바른 삶을 살고 있는 그가 단지 흔들리는 어두운 화면 속에 있는 알파벳 몇 자로 그의 인생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유나가 보기에 정 변호사는 진심으로 양정태가 범인이 아니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 증거의 논리성보다 정 변호사의 언변과 몸짓 그리고 표정 등에서 흘러나오는 믿음이 다시 한 번 양정태의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유나는 양정태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거짓을 진실로 믿게 한 그가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거짓인줄 뻔히 알지만 진실로 포장하는 정 변호사가 훌륭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슬슬 이 진실공방에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거짓에 희망을 걸고 자신의 진심을 내놓는 사람들이라니. 결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법정에서 유나의 바람대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고, 유나는 예상했던 대로 증인석에 앉아야 했다. 순간 유나는 모든 게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똥은 내가 싼 게 아닌데 내 손으로 모든 걸 치워야 하다니! 아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는 모두의 손길이 있었다. 유나는 방청석에 앉은 아빠와 엄마, 율, 한 선생, 그리고 맨 뒷줄의 할까지 차례로 보며 증인석에 앉았다.

  검사가 말했다.

  “이유나 양, 이 년 전 피고인 양정태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네.”

  유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다시 가다듬었다. 검사가 다시 물었다.

  “자세히 이야기를 해 주시겠습니까?”

  유나는 눈을 감고 이 년 전 일을 떠올렸다. 동시에 뒤꿈치 끝까지 세포가 살아 역류하는 것을 느꼈다. 말을 하는 내내 몸이 떨렸다. 사람들 앞에서 그 일을 다시 말한다는 것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그 무섭고 외로웠던 시간에 다시 자신을 놓아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유나는 양정태가 골목길 담벼락에 밀쳐놓고 자신을 성폭행한 대목에서 말을 멈췄다.

  판사가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정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줄까요?”

  유나는 숨을 한 번 크게 쉰 뒤 다시 이야기를 해나갔다. 끝까지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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