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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말해도 돼?
작가 : 슈타인
작품등록일 : 2016.8.25

세상의 빛은 다 가진 듯한 소녀 유나, 그녀에게 남모를 아픔이 있다. 2년 전 골목길에서 한 사내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
2년이 지나 지금 모든 걸 잊혀진 듯한 찰나, 사건 동영상이 뜻밖에 유투브를 통해 퍼진다. 급기야 언론이 사건을 주목하고, TV와 네티즌 그리고 범인까지 유나 찾기에 돌입한다.

범인과 자신의 과거 그리고 사람들의 무분별한 관심에서 도망가는 유나! 그녀 옆에는 언제나 절친인 강율과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구할이 있다. 하지만 유나가 범인과 마주했을 땐 율과 할도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지 못하는데... 유나는 다시 한 번의 위기를 겪게 된다. 하지만 두 번 단시 같은 결과를 얻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유나!

소녀의 아픔을 담은 법정 스릴러. 유나는 범인의 죄값을 과연 당당히 받아낼 수 있을까...

 
말해도 돼? 15화> 스무살의 끝
작성일 : 16-10-29 15:23     조회 : 391     추천 : 0     분량 : 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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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화> 스무살의 끝

 

  긴 하루가 지나갔다. 오근찬은 옥상에 서 있었다. 아래에는 휘황찬란한 불빛 속에 차들이 생생 지나다녔다. 오근찬은 애먼 담배만 세 가치째 빨고 있었다. 연기는 습기를 가득 먹은 바람이 가져갔다.

  오근찬은 믿었던 친구가 사실은 딸을 범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할지 몰랐다. 변호사가 되고 지독한 사람들을 많이 본 그였다. 수임료가 터무니없이 높을 때는 때론 법률 책 사이를 오가며 그들의 과오를 덮어준 자신이었다. 그 때문인가? 그래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승승가도를 달리던 오근찬에게 속수무책으로 던져진 딸의 일은 냉정한 그의 머리와 마음에 쩍하고 금을 내었다. 도무지 딸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는 까만 어둠뿐인 허공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발밑에 빠르게 지나가는 차를 바라보다 깊은 한숨을 쉬며 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유나야!”

  “아빠, 어디야? 왜 안 와?”

  오근찬은 아무 말이 없었다. 유나는 수화기 너머로 거리의 소음을 들었다.

  “나 괜찮아.”

  유나는 아빠가 자기를 보고 있기라도 한 듯 애써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었다. 모든 걸 털어놓은 유나의 마음은 전보다 훨씬 가벼웠다.

  유나가 물었다.

  “어떻게 될 거 같아?”

  오근찬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여전히 발밑에는 자동차들이 한적한 거리를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오근찬은 범인이 양정태가 확실한 지금 그 증거를 꼭 찾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초등수사 때 확보한 골목길 주변 CCTV에는 양정태의 모습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딸의 몸속에서 양정태의 DNA도 검출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였다.

  “이 년 전 사건의 증거를 모으기란 쉽지 않아. 찍힌 영상은 여러모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고, 목격자도 안 나타나고 있으니 관건은 네 진술밖에 없는 건데……. 법정에 서는 거 정말 괜찮겠니?”

  오근찬은 무거운 얼굴로 어려운 이야기를 해나갔다. 이 년 전 사건의 관건은 유나의 진술인데 승소가 쉽지는 않을 거라는 거 만약 승소하더라도 양정태는 초범에다 이리저리 빠져나가면 형량이 오 년도 안 될 거라는 거. 그것도 그나마 형을 받을 때 만이라는 거. 한 마디로 얻는 거보다 잃는 게 많은 싸움이었다. 유나는 아빠의 이야기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들었다.

  오근찬은 마지막으로 딸에게 물었다.

  “그래도 가야겠지? 범인이 그 놈이 확실하다면! 우리 딸, 괜찮을까? 지금까지도 많이 힘들었는데…….”

  오근찬은 수화기를 든 손에 잔뜩 힘을 주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유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빠, 우리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어. 그치?”

  오근찬이 울음을 삼켰다. 유나는 전화 내용을 함께 들으며 지켜보고 있는 엄마에게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해볼래!”

  유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이겨내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재판 당일 유나는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법원 로비에 섰다. 처음 들어와 본 법원 건물은 천장이 무척 높고 반짝이는 대리석 벽에는 친근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법정을 찾는 이들의 표정도 말할 것도 없이 딱딱했다. 건물 속 청소부나 경비를 담당하는 이들의 모습에도 밝음이나 생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건물은 꼭 죄수들을 위한 건물 같아.’

  유나는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다행히 아빠 말로는 오늘 재판이 아주 금방 끝날 거라고 했다. 오늘은 검사가 이 년 전 사건을 요약해서 말하고 이를 양정태가 순순히 인정하면 거기서 끝, 양정태가 부인을 하더라도 검사와 변호사가 각자 증거목록을 제출하고는 끝이란다. 양정태가 보나마나 죄를 인정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유나에게도 있었다.

  유나는 양정태를 보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껄끄러웠지만 그래도 그가 법정에 선 모습은 꼭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거기 앉히는 데까지 꼬박 이 년이 걸리지 않았나.

 

  유나는 부모와 함께 법정 문을 열었다. 법정은 TV 화면에서 보다 무척 작았다. 고작 한 교실 정도의 넓이가 되려나? 피고인석과 변호인석 사이의 거리도 사람 두 명 정도가 왔다 갔다 할 정도의 거리밖에 안 되었고 관람석에서도 판사의 표정이 그대로 보일정도로 가까웠다.

  검은색 천을 온 몸에 두른 사람들이 들어와 제일 높은 자리에 앉았다. 관람석에 앉아 사람들 틈에 앉아 있던 유나는 다른 이들과 함께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안경 낀 판사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침울해 보였다. 나이는 아빠 정도? 아무튼 오른쪽 맨 끝에 앉은 앳된 판사보사는 나이가 많아 보였다.

  “저 사람들이 다 판사야?”

  유나는 제일 높은 곳에 관람석을 마주하고 쪼르륵 앉은 세 명을 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오근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이 공간의 중간에 자리한 문이 열리면서 양정태가 들어왔다. 유나는 몸을 떨었다. 다행인 건 양정태는 피고인 자리에 앉아 있어 유나에게는 양정태의 뒷모습밖에는 안 보인다는 거였다. 유나는 피고인의 자리가 판사자리처럼 관람석과 마주보지 않는 다는 것에 그리고 높지도 않다는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아빠 말로는 자기편이 되어 줄 거라는 검사를 보자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검사는 정말 앳되어 보였다. 학교에 오는 신입교사보다도 더. 그리고 그의 얼굴은 햇빛이라고는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듯 허옜다. 유나는 잠시 아이들이 자기 얼굴을 보면 이런 기분이 들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피고인은 2014년 12월 목동의 한 골목길에서 혼자 귀가 중이던 미성년자 오유나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검사는 양정태를 꼭 불량학생을 다루는 학생주임처럼 쳐다보며 사건을 요약했다. 하지만 양정태는 검사의 말에도 조금도 위축되거나 죄를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다. 유나는 만약 검사도 피고인이 변호사를 선택하듯 선택할 수가 있다면 유나는 저 하얗고 앳된 남자는 아무에게도 선택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반면 피고인 측의 정수환 변호사는 국내 1위 로펌 변호사로 연륜이 넘치고 그만큼 경력이 화려한 인물이었다. 느릿한 말투, 묵직한 몸, 인자해 보이는 얼굴이 그의 말에 신뢰감을 주었다. 아빠 말로는 그는 전직 판사 출신이라고 했다. 그건 이 재판이 정 변호사의 뜻대로 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었는데 전의 직업을 따질 것도 없이 인상으로만 따져도 젊고 마르고 예민해 보이는 남자 검사보다 정 변호사에게 믿음이 갔다. 그리고 그런 정 변호사의 입에서 사건의 죄를 모두 부인한다는 말이 나왔다.

 

  젠장! 유나는 그럴 줄 알았었지만 그래도 속으로 욕지거리가 나왔다.

  판사는 판에 짠 듯한 말을 읊조렸다.

  “증거목록 제출하세요.”

  유나는 증거목록 속에 자신의 심장을 꺼내 얹고 싶었다.

  1회 공판기일은 정말 그렇게 간단히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빠는 유나에게 2회 공판기일은 한 달 후에나 열릴 거라고 말해줬다. 보통은 이 주 안에 열리는 게 원친이지만 법정에는 늘 재판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단다. 아빠는 덧붙여 2회 때는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판정은 또 그로부터 이 주 후인 3회 기일에나 나온다고 했다. 판사도 진실공방을 듣고 판결을 내리는데 법전도 찾아보고 자문도 구하고 나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단다.

  유나는 재판이 속사포로 끝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거에 맥이 빠지면서도 한편 다행이다 싶었다. 아무래도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달라질 것 같았다. 유나는 곰곰이 그럼 그 한 달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했다. 평소대로 학교에 가서 아무렇지 않게 수업을 받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이럴 때는 다행이었다) 부러진 팔 다리가 이럴 때는 도움이 되었다. 아빠는 유나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 한 달 동안 자기와 같이 재판을 준비하면 된다고 했다. 증인석에 앉아야 할 유나가 보다 편안하게 준비한 말들을 할 수 있도록 함께 연습하자고 했다. 아빠는 분명히 누구보다 친절하고 딱 부러지게 지도해줄 것이다. 그런데 유나는 그래도 한 달은 재판 준비만을 하기에는 오랜 기간이라 여겨졌다. 스무 살에게 한 달은 긴 시간이었다. 엉킨 실타래를 차분히 풀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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