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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업어 키우는 중
작가 : 웅지
작품등록일 : 2021.8.27

싸가지 없는 애, 가르치기 힘들다.

과거의 업적으로 명예직 영웅인 드븐.
이제는 검은 탑 주변에서 대충 살아간다.
명문 홍 가의 외동딸인 홍미노를 가르치는 일을 맡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로 인해 자존심 상하는 일을 많이 겪지만, 돈을 생각하면서 꿋꿋하게 버틴다.
그러다 모종의 일에 엮이게 되는 검은 탑 주변이 배경인 이야기,

 
17화 서에서 왔습니다.
작성일 : 21-09-14 11:54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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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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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홍보 말 대로 계속 아가씨를 가르쳐 봐야 좋을 일도 없었다.

 자존심만 다치지.

 

 어쩌면 난 그런 걸 즐기는 타입이었나?

 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생겨나는 중이다.

 

 하지만 굳이 미련을 가지는 이유를 따져 본다면.

 그래도 가르치는 것은 제대로 배워줬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습득하는 속도도 빨라서,

 

 ‘이 정도면 이제 별로 가르칠 게 없는 모양인데? 돈, 덜 받아야 되지 않아?’

 

 거만하게 그런 소리를 해도 심각하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안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진짜 이유는 나보다 훨씬 어린 꼬마애를 울린 점에 대한 죄책감일 거다.

 만나서 푸는 게 가장 좋긴 하겠지만, 아예 안 만나고 이대로 사라지는 것도 더 좋을 수 있다.

 

 그 눈치를 보려고 홍보에게 몇 가지 물어본 것이지만, 알아내긴 어려울 것 같다.

 단순히 변덕으로 치부하면 끝이니까.

 이런저런 생각하며 걸으니 어느새 집에 도달했다.

 

 선술집은 가지 않았다.

 그냥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는 게 나을 거 같았다.

 

 그것도 그렇고 내일모레에는 멜로디의 배웅이 있다.

 그러고 보니 라틀라의 마지막 편지 발송지가 메로도였는데.

 편지나 써서 전해 달라고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마뉴에게 말해도 되겠지만, 그러면 내가 너무 미안 하니까.

 그리고 없다면, 그냥 버려 달라고 해야 하니까.

 

 그런 생각 하며 문고리를 돌렸는데, 종이 하나가 툭, 하고 떨어졌다.

 아무래도 문에 누가 끼워둔 모양이다.

 필체가 익숙한 걸 보니, 누구인지 알 거 같다.

 그래도 한 번 내용을 읽어 봤다.

 

 

 [드븐 님에게.]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치만 현 상황에서 더 배움을 요청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급여는 닷새 안으로 지급하겠습니다.

 주변에 많은 행복이 가득하기를 빕니다.

 

 

 이런 공손한 편지를 내게 보낼 사람은 없다.

 홍가 아버지가 아니면 말이다.

 

 급료는 5일 뒤 인 가.

 

 기왕 이렇게 된 거 진짜 탑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마뉴가 잡아 준 개인교사일은 아마 더 이상 없을 거다.

 애당초 귀족들이랑 사이가 좋지가 않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영웅 대접을 받고, 귀족들에게는 불편한 영웅이라는 존재였으니까.

 

 듣기로 홍가는 당시 정세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잘 된 거다.

 그리고 검은 탑 주변의 귀족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홍 가 말고는 없다.

 

 다른 귀족을 맡는다면 동료들이 나올지도 모르는 이 탑에 멀어진다.

 그건 바라지 않는다.

 

 설령 검은 탑 주변에 내가 모르는 작은 귀족 가문이 있고,

 그 가문이 내게 부탁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임금을 바라기는 어려울 거다.

 

 생계를 꾸려나가기에, 아니 적당한 사치를 부리며 사는데 문제가 없을 돈이겠지만,

 메로도 마을에 보낼 돈을 생각하면 어려운 생활을 하게 될 거다.

 

 아무리 과거에는 돈없이 막살아도 즐겁게 지냈지만 이제 와서 또 그러긴 싫다.

 나이도 먹기도 했고, 그때 동료들은 다 탑으로 가 버렸으니까.

 

 아, 라틀라는 제외하고.

 그건 그렇고 그냥 생각해 본 게 탑을 들어가는 건데.

 어째 진짜 들어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놈들.

 아직 죽진 않았겠지.

 내가 이렇게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서 한가로이 나무 천장이나 바라보고 있는 걸 안다면.

 

 어쩌면 배 아파 죽을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기대와는 다르게 잘 자지 못했다.

 생각보다 뒤척인 이유도 있지만.

 쾅쾅.

 방금 들려온 저 문소리 때문이 크다.

 

 “계십니까!”

 

 창밖을 보니 아직 어둑어둑하다.

 어떤 새끼가 한밤중에.

 탁자에 풀어 둔 검을 들고 일어났다.

 쾅쾅.

 

 “안 계십니까!”

 

 별거 아닌 거면 진짜 죽일 수도 있는 기분이다.

 문을 얼굴 정도만 보일 정도로 살짝 열었다.

 

 “무슨 일 입니까?”

 

 방금까지 두드리던 사람은 철판갑옷으로 무장한 병사였다.

 나온 나를 보더니 앳된 얼굴이 환히 웃었다.

 눈이 커서 좀 부담스럽다.

 

 “아, 계시다니 다행입니다! 서에서 나왔습니다!”

 

 서에서?

 뭐 좋은 일은 아닐 거 같지만.

 

 “무슨 일인지나 좀.”

 

 빨리해치우고 잠이나 자자.

 

 “아, 죄송합니다! 말씀해드리겠습니다!”

 

 ···슬슬 뭐든지 힘차게 대답하는 저 말 때문에 화가 더 돋는 것 같다.

 내 기분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가져온 서류철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 찾았습니다! 어, 그러니까 평원 무단 수렵에 대해서 입니다.”

 

 “···평원 무단 수렵?”

 

 이건 뭔 뚱딴지 같은 소리야?

 아니 그보다도.

 

 “고작 이런 일 때문에 이 시간에 찾아오신 겁니까?”

 

 검을 들고 있는 손이 부르르 떨었다.

 

 “늦은 시간에 온 것은 죄송합니다. 다만, 지금 저는 공무를 집행하는 중입니다. 성실히 대답해주셨으면 합니다만.”

 

 경찰은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더 이상 웃지 않았다.

 그래서 눈이 더 커지진 않았다.

 

 “무단 수렵한 적 없습니다.”

 

 나는 끝을 강하게 끊어서 말했다.

 그렇게 말한다고 쫄 거 같냐.

 전쟁통도 안 겪어보지 못한 어린놈이.

 

 “검은 탑 주변의 사냥은 무단 수렵과는 상관없다는 거 모르십니까?”

 

 “어? 아라나 평원에서 무단으로 사냥하던걸 목격했다고 적혀 있습니다만, 그러신 적 없으십니까?”

 

 하.

 검은 탑은 숲에 둘러 싸이고, 그 숲을 벗어나면 아라나 평원이 나온다.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아서 같은 범주로 지금까지 생각해 온 걸로 안다.

 하지만 저놈의 눈빛을 보아하니, 그렇게 말해도 들어 먹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다른 식으로 해결하는 게 나을 거다.

 

 “사냥을 한 적은 있지만 무단 수렵은 없습니다.”

 

 무단 수렵의 항목에 해당하는 것들이 있다.

 다양한 이유로 수렵을 금하지만 보통은 세 가지 요인에 해당한다.

 

 첫재는 희귀성이다.

 그 동물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가와 그 종의 종속 가능 여부 두 가지를 다 포함한다.

 예를 들어 너구리의 경우에 털에 대한 선호도가 상당히 높고, 많이 사냥 당해서 이제는 희귀하다.

 그래서 희귀성을 갖춘 너구리는 나라에 허가를 받지 않는 이상, 무단 수렵으로 간주한다.

 

 두 번째는 필요성이다.

 동물 중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동물들이 있다.

 예를 들어 소의 경우, 농사에 크나큰 도움을 준다.

 이렇게 도움을 주는 동물들의 사냥은 무단 수렵으로 간주한다.

 단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국가에서 일정 수준 수렵을 허가하기도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다.

 가장 마지막에 두긴 했지만 사실 앞에 두 가지 보다 훨씬 영향을 많이 끼친다.

 사람에 대한 공격성이 있는 경우 아무리 희귀한 종이라고 해도 무단 수렵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단, 명확히 그 동물의 사체를 통한 이득을 노린 정황이 드러날 때는 무단 수렵으로 인정된다.

 예를 들어 사냥의 준비를 철저하게 하고, 그 동물을 팔아 치울 방법까지 조사한 정황이 드러나면 그제야 인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무단 수렵으로 된 경우는 거의 없는걸로 알고 있다.

 

 대규모 사냥이 아니라면.

 

 그러니 나의 경우, 원숭이 들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공격성 또한 상당하다.

 아이들이 혼자 숲에 들어가면 원숭이들에게 납치되는 경우 또한 빈번하다.

 

 최악의 경우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으니 넘어간다.

 

 아무튼, 나의 경우는 무단 수렵이 아니다.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퇴치이지.

 

 더군다나 검은 탑의 숲 주변의 동물들이다.

 무단수렵으로 잡혀가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렇게 주장하실수는 있지만, 그렇다면 도드람 두더지의 굴에는 왜 들어가신 겁니까?”

 

 도드람 두더지?

 순간 머리가 멍 해졌다.

 그래도 할 말은 많다.

 

 “···만에 하나 위험사항이 생길 시 도드람 두더지가 파놓은 굴을 이용하는 걸 알려주려고 그랬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핑계 같다.

 사실 도드람 두더지는 상당히 맛있는 고기로 분류된다.

 그래서 땅을 기름지게 만들어 주지만 암암리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들었다.

 공격성이야, 뭐.

 

 굴에 누가 들어오면 화들짝 놀라 도망가는데.

 서걱서걱.

 내가 하는 말을 메모한 병사는 이제 다 쓴 모양이다.

 

 “어, 알려주신다고 말을 하신 거라면, 당신 말고도 최소 한 분이 더 있다는 말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음, 제가 신고 받은 것에 따르면, 당신 혼자 도드람 굴에서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굴 속에서 칼이 먼저 나오더니, 이후에 당신이 나오셨다고 하던데요.”

 

 도대체, 누가 그 모습을 본 건가.

 왜 난 누가 봤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지?

 아무리 감이 떨어졌다고 해도 이런 귀찮은 일을 만들다니.

 

 아니면 혹시 미노가?

 아니, 그러진 않았을 거다.

 아마 미노라면, 더이상 관련되는 것 조차 바라지 않을 거 같다.

 

 “단순히 알려주는 것뿐이라면 검은 왜 들고 굴에 들어가신 겁니까? 그리고 그때 굴에서 나올 때는 왜 혼자만 있으셨던 거고요?”

 

 “···”

 

 하, 정말 귀찮다.

 

 “도주의 우려가 있으니, 우선 서에 가서 얘기하시죠.”

 “목격자는 홍 가문의 미노입니다.”

 

 지금, 이렇게 얽히게 되면 좋지 않을 거란 건 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잡혀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홍 가문의 미노 씨, 말입니까?”

 

 병사의 눈썹이 심하게 꿈틀댔다.

 덩달아 눈도 같이 크게 움직였다.

 

 아무래도 많이 놀란 모양이다.

 

 높은 홍 가문이 관련되었다는 것에 놀라거나.

 또는 신고자가 미노여서 놀라는 걸수도 있다.

 

 물론 난 전자에 걸겠다.

 의심하기 보다는, 순수하게 놀라는 것 같았으니까.

 

 “···좋습니다. 그래도 일단 서에 가셔서 경위는 적어 주셔야겠습니다.”

 

 “적을 게 뭐 있습니까. 지금까지 말한 게 다입니다. 홍 가문에 가셔서 조사를 해 보신 이후에, 그쪽에서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허위 사실로 인한 공무집행 방해 및 명예훼손 죄로 잡아가면 될 거 아닙니까.”

 

 “···아, 그러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기분 나쁘게 눈을 뜨고는 가 버렸다.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하고 가네.

 

 싸가지가 없다.

 꼰대라고 소리 듣든 말든 이건 저놈이 잘못한 게 맞다.

 자기 전에 창문을 보자 조금씩 어둠이 가시고 있었다.

 

 잠, 얼마 못 잤는데 벌써 동이 틀 때라니.

 억울하긴 억울하지만 상관없긴 하다.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뭐, 앞으로는 모든 요일이 비슷한 느낌이긴 할테지만, 이번 주 까지는 일을 했으니까.

 소중한 일요일로 생각할 자격이 있다.

 

 잠이나 더 자지 뭐.

 라틀라에게 보낼 편지만 써 놓은 다면 유유자적 보낼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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