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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업어 키우는 중
작가 : 웅지
작품등록일 : 2021.8.27

싸가지 없는 애, 가르치기 힘들다.

과거의 업적으로 명예직 영웅인 드븐.
이제는 검은 탑 주변에서 대충 살아간다.
명문 홍 가의 외동딸인 홍미노를 가르치는 일을 맡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로 인해 자존심 상하는 일을 많이 겪지만, 돈을 생각하면서 꿋꿋하게 버틴다.
그러다 모종의 일에 엮이게 되는 검은 탑 주변이 배경인 이야기,

 
13화 돌려받은 손수건
작성일 : 21-09-08 09:41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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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핫핫, 선생님. 죄송합니다. 다만 오늘 수업은 이쯤에서 끝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문을 열고 들어온 건 홍가 아버지가 아닌 그때 본 경비병이었다.

 

 분명 문을 절그럭거리면서 열었던.

 

 “홍보, 아직 수업 중이야!”

 

 아 맞다. 이름 그거였지.

 

 또 까먹었네.

 

 “핫핫, 급한 일이라서 그렇습니다. 물론 아가씨에게 말입니다.”

 “나에게?”

 

 미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냥 대회에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가씨가 기다리던 결과이니 빨리 말해주라고 들어서 그렇습니다.”

 

 사냥대회.

 

 그러고 보니 홍보는 미노랑 잘 갔다 온 건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었다.

 

 아무래도 잘 갔다 온 것 같다.

 

 “그렇다면 알았어. 선생도 가 봐. 뭐, 볼 려면 오든가.”

 “괜찮습니다. 퇴근하겠습니다.””

 

 잘 나왔으면 선생 없어도 잘하네 식일 테고 못 나왔으면 똑바로 가르치지 못한 내 잘못이 될 테니까.

 

 “칫.”

 

 다 들려요, 님아.

 

 “그럼 조금만 기다려. 홍보 너도, 정리만 하고 간다고 전해 줘.”

 “네 알겠습니다.”

 

 홍보는 미노에게 인사하고 내게도 인사하고는 나가 봤다.

 

 “넌 잠깐만 기다려.”

 

 ···선생으로 대하기로 한 말은 어디 간 걸 까.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데,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닐 까.

 

 다리도 일부러 저러는 거 같고.

 

 ···괜찮은 건가?

 

 “이 씨···”

 

 절뚝거리며 나갔다.

 

 그래도 다행히 떠났던 미노는 금세 돌아왔다.

 

 “다리, 괜찮으십니까?”

 “일찍도 물어본다.”

 “···”

 

 뭔 말하면 이렇다니까.

 

 “보호대도 해서 괜찮아.”

 

 발목을 보니, 어느새 보호대가 차 있었다.

 

 “수업 시간엔 없던···게 아니라 괜찮으시다니 다행입니다.”

 

 괜히 내 다리를 보고 있었냐면서 괴롭힐 수도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니노는 불안한 걸음걸이로 내게 다가왔다.

 

 그러고 손을 내게 내밀었다.

 

 “자.”

 “···아.”

 

 손수건이었다.

 

 그때 줬던.

 

 “피 닦아 봤는데 잘 안 닦여서 그게 최선이었어. 네 잘못 때문에 그런 이유도 있으니까 그 정도는 받아들여.”

 

 미노는 딴 데를 보면서 손수건을 건네고 있었다.

 

 핏자국은 흐릿했다.

 

 피를 흡수하고 오래 지났는데, 이 정도면 노력을 많이 했을 거다.

 

 물론 미노가 아니라 다른 하녀가 고생했겠지만.

 

 “정 못 쓰겠다면, 신품으로 줄게.”

 

 미노는 여전히 딴 데를 보면서 손수건을 도로 가져가려 했다.

 

 그건 안 되지.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손수건을 받아들였다.

 

 “오늘 수업 때 손수건을 왜 그렇게 소중히 하냐는 거나 물어볼 걸 그랬네.”

 “···그건 수업이기보다는 사생활입니다.”

 “네 얼굴 보면 그렇다는 소리야. 가 봐, 그럼.”

 

 그러고 미노는 먼저 방을 나섰다.

 

 불안정한 걸음걸이이지만, 나름 적응했는지 넘어지진 않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이 손수건.

 

 다시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잠시 손수건을 부드럽게 만졌다.

 

 

 그녀가 선물해준, 손수건 중에 가장 소중한 손수건.

 

 근데 한 가지 의문이 들긴 했다.

 

 이 집 하녀인 세릴다는 어디 가고 홍보가 굳이 말하러 왔는지.

 

 뭐, 상관없겠지.

 

 홍가 아버지가 다 알아서 잘하고 계실 테니.

 

 이 손수건을 빤 사람이 세릴다 일지도 모른다.

 

 일단 미노는 절대로 아니다.

 

 손수건은 세심하게 빨아졌는지, 해진 느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물어보지 않고, 나도 방을 나섰다.

 

 ---

 

 수요일 이론 수업은 생각보다 편했다.

 

 그러다 보니 평원에 나와서 수업을 할 생각하니, 몸이 찌뿌둥했다.

 

 나는 내가 이론 수업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 지금까지 전혀 못했는데.

 

 지금에 와서는 그런 삶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아직은 밖에서 나가서 수업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렇게 횡설수설 말이 많아진 건, 이틀 전에 말했으면 좋았을 걸 말하지 않아서 그렇다.

 

 다음 주 월요일, 멜로디는 이 마을을 떠난다.

 

 그에 대한 배웅을 하겠다고 충동적으로 약속을 했는데, 그렇다면 아무래도 수업을 한 번 취소해야 한다.

 

 사냥대회 때문에 내가 수업 한번 못했으니 나도 개인사정으로 한번 안 하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지만 사냥대회에 오라는 말에 내가 가지도 않았다.

 

 사실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고객이고 나는 판매자이다.

 

 판매자가 이렇게 불성실한 모습을 보이는 건 내게 일을 믿고 맡겨 준 미노의 아버지에게 실례이면서 마뉴의 평판을 깎아 먹는 일이니까.

 

 더군다나 어제 바로 떠올리지 못하고 오늘 꿈에서 그 장소가 나와서야 떠올리게 되었다.

 

 그러니 미노에게 전달해서 알리게 되는 건데, 좀 아닌 거 같기도하고.

 

 어찌 됐든, 잘 말해 봐 야지.

 

 정 안 되면 수업을 빨리 끝내고 가 봐야지.

 

 

 오후 2시부터 간다고 했으니까.

 

 ---

 

 역사가의 뒷일.

 

 "당대 최고의 역사가, 크리퍼 님을 뵙습니다!"

 

 "허허, 제가 뭐라고 이렇게 취재까지 나오시나요."

 

 "아닙니다! 이미 저술한 베스트 셀러. 용사 일대기가 있지 않습니까!"

 

 "허허, 있는 그대로 적은 것 뿐입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되게 뿌듯하긴 했다.

 

 "그래서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가장 힘들었던, 기억에 남는 취재가 뭔가요?"

 

 그거라면 분명.

 

 드븐 님과의 만남이었다.

 

 그 당시 만남을 되게 고대하고 있었다.

 

 실제 영웅 중 한명인 드븐 님을 뵙게 되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려서 도무지 잠에 들지 못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재밌었다.

 

 동료의 그림, 특히 세라 님의 그림을 보고 아름답다는 극찬을 하는 모습을 보고.

 

 아니, 그 눈동자에 담긴 감정의 일렁임을 보고 알 수 있었다.

 

 세라님을, 사랑하고 있던 거다.

 

 하긴 이 정도 외모라면 누구든 그럴거다.

 

 그리고 다음 동료인 고드릭, 베일 님에 사진을 보고도 잘생겼다고 했지만, 점차 찜찜한 모습이 되었다.

 

 어쩌면 내가 모르는 삼각, 아니 사각관계였을지도 모른다.

 

 이건...집필하면 대박이 날 거다.

 

 그런 예감이, 아니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느닷없이 케드의 그림을 보고는 분노에 일그러져 날뛰셨다.

 

 당황스러웠고, 한동안 모진 고초를 당해야 했다.

 

 그러고 보니 그 흔적이 있다.

 

 우선 세라 님의 그림...

 

 다시금 보기에 미안할 정도로 그림에는 낙서가 되어있었다.

 

 우선 팔과 다리에 파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글씨로, 훨씬 두껍게.

 

 그게 맞다고 한다.

 

 그러고 눈 코 입은 당연히.

 

 "눈은 성질 나쁜것 처럼 눈꼬리가 매섭게 올라가 있어야 해. 이렇게 우수에 깃든 눈빛 한번도 본적이 없어. 코도 이 정도로 높지 않고. 입은 더 크게. 이 정도로 작지 않아."

 

 ...빽빽하게 써져서 다시 고치긴 힘들 거 같다.

 

 그리고 고드릭 님의 그림...

 

 "얘가 이런 날카로운 눈이 어딨어? 흐리멍텅해서, 좀 바보 같아. 몸도 식스팩은 보이지도 않아. 그냥 다 살처럼 생겼으니까 그렇게 바꿔. 털도 이렇게 멋들어지지 않았어. 그냥 산적이라고."

 

 마지막으로 베일 님의 그림.

 

 "얘도 머리 산발이야. 이렇게 정갈하게 묶지는 않았어. 눈은 오히려 동그래. 눈만 보면 되게 소녀다운 놈이야. 그리고 얘 이렇게 다부지지 않았어. 그냥 빼빼 말랐다고."

 

 내 꿈 속의 존재들을 전부.

 

 다 박살을 내 놓았다.

 

 "후...후후..."

 

 그랬단 말이지.

 

 드븐 님은 중요한 걸 모르시는 것 같다.

 

 역사를 만드는 것은 그들이지만, 어떻게 쓰여질지는 역사가들 마음이라고.

 

 어이없게 패배한 전투를 필사적인 전투라고 기록해둔다면, 후대들은 그것을 믿을 수 밖에 없다.

 

 그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되는 모습은 역사가들이 기록해준 모습이다.

 

 그런 역사가인 나에게, 이런 모욕을 주다니.

 

 내 환상을 짓밟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얼룩덜룩해진 초상화들이 보인다.

 

 괜찮아.

 

 다시 그릴 수 있어.

 

 어차피 저 정도 크기로 책에 들어가지도 않으니, 다시 그려야 했던 거야.

 

 하지만 그 전에.

 

 오늘 보고 온 드븐 님의 모습을 떠올린다.

 

 사실 오늘, 질문을 드리고 그대로 화폭에 담아올려고 했다.

 

 물론 그림이니 만큼, 후대인들이 더 존경을 가지도록 바꿔서 올려고 했지만.

 

 그렇게 진실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어쩔 수 없지.

 

 마음 같아서는 더 나쁘게 그리고 싶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그랬다간, 나중에 어떤 소리를 듣게 될지 모른다.

 

 그리고 나머지 그림들은, 그대로 쓸 거다.

 

 아마 나에 대한 생각이 안좋았을 테니, 내 이름이 달린 저서는 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설령 읽는다고 해도, 그 때를 대비해서 사실대로 그려놨으니까.

 

 다른 동료들이 저렇게 안생겼다고 말해도, 사람들은 자신이 상상한 이미지를 깨려고 하지 않을 거다.

 

 좋아, 완벽하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내가 추측했던 러브라인은 그래도...

 

 역시 삭제해두는 게 좋겠지?

 

 이건 걸리면 아무래도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아쉬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작업을 끝냈다.

 

 그리고 그 책이 바로, 베스트 셀러가 된 거고.

 

 이렇게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저...작가님?"

 

 "아, 네. 죄송합니다. 워낙 힘들었던 기억이라, 잠시 매몰됐네요."

 

 "아휴, 아닙니다. 그래도 얼마나 힘들었길래 그러시는지 궁금하네요."

 

 아무래도 위에 말을 그대로 다 말할 수는 없다.

 

 적당히, 가려가며 해야겠지.

 

 "이 책에 협조가 꼭 필요합니다만, 그 협조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오호, 그러시군요."

 

 기자의 공감한다는 듯 끄덕여주는 태도.

 

 나도 모르게 말이 술술 나왔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아니, 역사가인 제가 기록한 것과는 전혀 딴판이었습니다..."

 

 "왜곡된 진실을, 전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말들까지, 어쩌다 다 해버린 것 같다.

 

 큰일이 날수도 있지만.

 

 하지만 속은 후련했다.

 

 그리고 다음 날의 기사.

 

 "용사 일대기...용사의 말을 무시하고 적은 크리퍼의 오만의 기록."

 

 그 기사 글도 맘에 안들지만.

 

 "난 이렇게 포동포동하지 않다고!"

 

 옆에 나온 포동포동한 못생긴 남자 그림이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사 가야겠지?"

 

 그래도 유명한 신문이다.

 

 책은 안 읽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헤드라인에 나온 신문은 우연으로 볼 수 있다.

 

 드븐님이 알게된다면.

 

 설마 죽이기야 하겠냐만은.

 

 언제든 알고 찾아온다면.

 

 싹싹 빌어야지...

 

 일단 한달 정도는 숨어 살자.

 

 그 이후에, 돌아오면 될 거다.

 

 그렇게 역사가 크리퍼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게아니라, 또 다른 역사를 찾으러 가는 여행이라고 되뇌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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