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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빠를 구합니다
작가 : 강시티
작품등록일 : 2016.9.8

"내가 임신이라고?"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지닌 낭랑 18세
부모를 닮는다는 말, 이제 그 뿌리를 뽑을때가 된거같다.
18살 예비맘의 '진짜' 아빠 찾기

 
12. 상처
작성일 : 21-09-05 04:59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2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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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우리 시간 좀 갖자"

 

 "뭐라고?"

 

 "나 많이 지쳤어. 생각할 것도 많고. 그러니까.."

 

 "고민이 있으면 같이 있으면서 생각해도 되잖아. 대체 왜 지치는 건데. 응?"

 

 "그냥 난 좀 쉬고 싶다고. 너 이 말 뜻 모르겠어? 그냥 좀 내버려두라고"

 

 차가운 태우의 말에 채이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여행 후 몇 달간 만나는 횟수가 줄긴 했지만 단순히 바쁘다고 생각했었다. 그 애 집안은 나와 다르니까. 조금이라도 밉보이면 안되니까 그런 건 줄로만 알았다.

 

 "이채이.. 내가 저번에도 말했잖아. 둘 다 결국 지칠거라고. 그런데도 괜찮다고 한 건 너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따받따박 외운 듯 할 말만 하는 태우에게 채이는 온 몸의 기운이 쭉 빠지는 듯 했다.

 

 "너.. 약속은 지킨다며. 나 지켜주고. 안 떠날 거라며. 난 똑똑히 기억하는데.."

 "지금은 나.. 안 좋아하는 거야..?"

 

 당황스러움에 말 조차도 나오지 않는다.

 제발 그 말만은 하지 않았으면, 제발

 

 "그러니까 말하잖아. 시간 좀 갖자고. 난 지금 지쳐서 누구 좋아하고 사랑하고 그럴 힘도 없어"

 

 "언제부터.. 그런건데.. 언제부터 그딴 생각한거냐고"

 채이는 입술을 꽉 문채 간신히 말을 이어나갔다.

 

 "너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나랑.."

 

 "뭐, 잤다고?"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그 단어가 그렇게 쉽게 치부될 수 있는 말이었단 말인가.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양 이야기 할 수 있는 가벼운 일이었던가.

 

 "...."

 아무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그.. 그 말이 그렇게 쉽게 나와?"

 

 "뭐, 이 말 하려던거 아니었어?"

 

 태우와 채이는 여행 후 몇 번의 밤을 더 함께 보냈다.

 집에 가기 싫단 이유로, 사랑이 뜨겁다는 이유로.

 한번이 어렵지, 그 다음, 다음 번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전까지 식을 것 같지 않던 사이가 한 순간에 식어버린 것이 채이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

 이렇게 어차피 나 비참하게 만들거면 차라리 시작을 말지 그랬어"

 

 "그래. 그럼 헤어지자. 그 말이야. 나도 아예 시작하지 말걸 후회하고 있거든"

 

 부웅- 태우의 뺨을 향하던 채이의 손이 미쳐 뺨까지 가지 못하고 파르르 떨린다.

 

 "너 미쳤어.. 진짜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나한테 이럴리가 없잖아"

 

 "이채이.. 내가 너 생각해서 이런 말 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솔직히 말할까? 나 너랑

 자고 싶었어"

 

 짜악-

 파르르 떨리던 채이의 손이 태우의 뺨을 거칠게 내리쳤다.

 

 "너 지금 뭐라는 거야"

 

 "처음엔 순수했어. 근데 나 같은 남자들이 다 그래. 시간 지나면 다 자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그리고 그때 감정적으로 나 끌어당겼던 건 너야."

 

 태우의 말이 비수처럼 꽂혔다.

 채이는 말문을 막으려는 눈물을 겨우 삼키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널 이렇게 만들었다고?"

 

 "완전히 너 때문은 아니지만 일부 책임이 있다는 뜻이야."

 

 "쓰레기 같은 새끼.."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리는 채이의 눈에서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평생 서로에게 하지 않을 것만 같던 말들이 불과 몇분 사이에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이런 못된 말을 들어도

 비워내지지가 않는 것이다.

 

 **

 

 이후 유태우는 학교에 일주일에 한번 꼴로 모습을 보였다.

 전화를 해도 차가운 기계음만이 들릴 뿐이었고, 어쩌다 마주쳐도 마치 처음부터 모르던 사람처럼 지나갔다.

 

 "이채이, 너네 또 싸웠어? 니네 둘 싸움은 칼로 물베기였는데. 이번에는 어째 분위기가 이상한데.."

 

 "아마.. 헤어진거 같애.."

 

 "아마? 그건 뭐야"

 

 "진하야.. 나 진짜 살 수가 없어. 그렇게 못되게 굴고 내가 먼저 등돌렸는데도 계속 남아있어 .. 가슴이 턱 막히고 숨이 안 쉬어져.. 나 어떡해.."

 

 태우가 그렇게 떠나고 홀로 괴로워했던 채이는 결국 진하의 품에서 꺽꺽 목이 쉬도록 울었다.

 

 "잊어버려. 그놈 고작 그런 놈이었다고 생각하고 털어버려. 그냥 오래 아플 인연이야. 앞으로 더 좋은 남자 만날텐데 이렇게 기운뺄 필요 없어"

 

 아직 그 모진 말보다 행복했던 순간이 떠오르는데

 어떻게 잊어

 딱 한번만 더 목소리 듣고 싶다

 

 그리고 채이는 어김없이 또 태우의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여보세요

 

 예상치 못했던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당황한 채이는 생각나는 대로 아무말이나 내뱉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하는데

 마음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뭐야 왜 계속 전화하는 건데

 

 "아니 나는 그게.. 니가 계속 생각이 나고.. 니가 학교도 잘 안 나오고.."

 자꾸만 왈칵거리는 마음에 제대로 된 말 한마디 나오지 않는다.

 

 - 마주치면 뭐해. 서로 불편한데. 그리고 나는 학교 한두번 빠지는 걸로 뭐라고 안해. 알잖아. 그리고 부탁인데

 ..

 ..

 ..

 -나 좀 놔줘라 채이야..

 -요즘 아버지 예민하셔. 더 이상 일 키우고 싶지 않다.

 

 태우의 나지막한 "채이야" 라는 말에 채이는 정말로 끝이라는 것을, 현실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그렇게 패인 상처를 틀어막고 눈물만을 쏟아내는 채이였다.

 

 그가 준 신발, 곰돌이 키링, 함께 찍은 사진들 까지 모두 한 상자에 넣어 장농 깊숙히 손이 닿지 않을 때까지 밀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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