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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아빠를 구합니다
작가 : 강시티
작품등록일 : 2016.9.8

"내가 임신이라고?"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과거를 지닌 낭랑 18세
부모를 닮는다는 말, 이제 그 뿌리를 뽑을때가 된거같다.
18살 예비맘의 '진짜' 아빠 찾기

 
11. 선을 넘다
작성일 : 21-09-05 04:29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2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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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먼저 씻어 아주머니한테 옷 좀 빌려볼게."

 

 "너는 어쩌게?"

 

 "난 혹시나 해서 티 하나 더 챙겨왔거든. 좀만 나가면 시내라니까 대충 입고 옷 사고 가자"

 "하..."

 여관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오묘한 느낌 때문일까. 태우는 왠지 죄짓는 듯한 기분에 마른 세수만 연신 해댔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옷장에서 가장 그나마 평범한 상하의를 빌리는 데 성공했다.

 

 복잡한 마음에 벽지의 패턴만 뚫어져라 보고 있는 태우의 귀에 들리는 샤워기 소리는 마음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탁- 물소리가 끊기고 안개 속에서 헐렁한 옷을 입고 나오는 발그레해진 채이의 모습은 18세 소녀 그 자체였다.

 

 "뭐.. 뭐해.. 빨리 씻어"

 부끄러운 듯 웃으며 한손으로는 수건으로 돌돌 감아올린 머리를 잡은 채이의 얼굴 옆 살짝 삐져나온 머리카락과 목선은 태우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똑똑-

 "아가씨 다 씻었어요?"

 

 드륵 열린 미닫이 문 틈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민 인상 좋으신 주인 아주머니 였다.

 

 "아 네! 옷 빌려주셔서 감사해요. 곧 갈거라서.. 금방 돌려드릴게요"

 

 "아 아니여요~ 안 돌려줘도 돼요. 그나저나 아까 전엔 몰랐는데 나이가 어린 것 같네?"

 

 "아.. 네 고등학생이예요. 갑자기 일이 이렇게 되서.. 숙박은 안해요!"

 

 "아유 학생이었네~ 배는 안고픈가 몰라 밥 때가 다 됐는데 뭐 좀 먹었어요?"

 

 "아.. 점심만 먹긴 했는데.. 신경 안 쓰셔도 돼요! 그냥 조용히 있다 갈게요"

 

 "아녀아녀 요즘 비수기라 사람도 없고 적적한데 나 밥하는거 쪼까 도와주고 같이 먹고 가면 좋겠는디"

 

 "아.. 정말 괜찮은데.. 도와드릴거 있으면 도와드릴게요!"

 

 말은 한사코 괜찮다고 하고 있지만 점심을 일찍 먹은 탓에 계속 꼬르륵대는 뱃 속은 주체할 수가 없다.

 

 "일단 밥 좀 앉혀볼려? 눈금 맞춰서 3까지 물부으면 돼야"

 누구와 함께 주방일을 하는 건 처음이라 바짝 긴장한 채이는 행여나 실수할 새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눈금이 맞춰 물을 부었다.

 

 "근데 참 참하게도 생겼네. 엄마 아부지는 얼굴만 봐도 배부르겠어"

 

 "아..네..그러시겠죠?"

 

 "누굴 닮아 이래 고울까~ 크면 꼭 며느리 삼고 싶네. 내 손자가..."

 

 원래부터 알았던 사이인 양 편안한 대화의 따뜻함에 채이는, 그 벅차오르는 따뜻함이 너무나 좋았다.

 

 "이채이"

 

 다 씻고 나온 태우는 채이가 보이지 않자 발에 물을 닦지도 않고 맨발로 채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뒷편 부엌에서 들리는 시끌한 소리를 따라 발을 옮겼다.

 

 태우의 눈에 보이는

 그 어느때보다 환한 웃음을 하고 있는 채이의 모습에 태우는 가슴 한켠이 찌릿해 오는 것을 느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우리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

 ....

 

 

 "어휴 고생했다. 맛있게들 먹어요~"

 아주머니께서 반찬이 미어터질 듯 놓여있는 작은 상 하나를 방 안으로 들여주셨다.

 

 "이것봐라 밥 내가 한거다! 이거 이 나물이랑, 이거는 같이 한거!....."

 쫑알쫑알 음식 소개를 해주는 채이를 태우는 빤히 바라보았다.

 

 "알았어. 맛있겠다. 빨리먹자"

 

 태우는 이 순간 가장 행복했다.

 맞은편에서 함께 숟가락을 뜨고 있는 채이. 오물거리며 자기가 한 음식을 자랑하는 채이. 눈이 마주치면 어김없이 웃어주는 채이 이 모든게 영원한 꿈이었으면 싶을 정도로 태우는 행복했다.

 

 이 시간이 매일이었으면 좋겠다고, 네가 있는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다고

 태우는 가슴으로 되뇌었다.

 

 그리고 어느덧 예상치 못한 시계바늘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 어떡해.. 망했다. 벌써 9시야 여기서 터미널가는 버스도 끊겼는데"

 

 "어? 벌써..?"

 

 "어.. 여기 촌이라 버스 금방 끊기는데.. 어떡하지"

 

 "유태우! 나랑 약속하나 하자"

 

 "뭔데?"

 

 "일단 지금 방법은 두개야 택시 타고 서울까지 가거나, 여기서 하루밤 자고 가거나"

 "근데 난 택시비 없어 너는, 있어?"

 

 "아니.. 여관비내고 버스비밖에 없어"

 

 "그럼 남은 선택은 하나야. 알지? 그리고 나랑 약속해"

 "우리 선은 지키자.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진지하게 눈을 부라리며 말하는 채이에 장난기가 발동한 태우

 

 "모르겠다면?"

 능글거리게 채이에게 또 바짝 붙어 채이를 당황하게 한다.

 

 "야..!"

 태우를 손가락으로 밀어내고는 더듬거리며 tv를 켠다.

 

 "아 피곤하다"

 어느새 이불을 꺼낸 태우는 채이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로 채이의 얼굴만 뚫어져라 보고 있다.

 

 "뭘 그렇게 보시나"

 

 "자자"

 

 하고는 태우는 채이를 홱 낚아채 자신의 품 속에 끌어안고는 몸을 누인다.

 

 "야아 .. 놓고.. 떨어져서"

 

 "나 못 믿어? 이러고만 있을게"

 

 밀어내던 손이 멈추고, 부드러운 태우의 품에 채이는 녹아들었다.

 

 낯선 분위기에 취한 것일까.

 살짝 허물어진 둘의 사이를 비집고 둘은 입을 맞췄다.

 

 둘은 서로에게 취한 듯 서로를 끌어당겼고

 그렇게 두 사람의 벽은 점점 허물어지고 있었다.

 

 둘은 더 깊숙하게 서로를 끌어 당겼다.

 이미 서로에게 빠져 헤어나올 수 없었다.

 

 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둘로써는 한 사람이라도 선을 넘으면 그 아슬함도 깨어지는 것이었다.

 

 숨소리가 격해지고

 이성을 붙잡은 태우는 채이를 밀어내려했다.

 하지만 채이는 태우를 꽉 끌어안고 더 깊숙히 태우를 혼란하게 했다.

 

 "나.. 오늘 너 그냥 못 보낼거 같다."

 그 말과 함께, 둘의 선은 흐려져버렸다.

 아슬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오직 둘 만이 공간 안에 존재할 뿐이었다.

 

 "괜찮아?"

 빨라진 호흡 속 속삭이듯 물었다.

 이미 무너져버린 선 따위 , 두려움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둘의 숨소리는 점차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찔하고도 낯선 느낌은 서로를 더욱 자극시켰고

 파도처럼 물결치며 놓아주지 않을듯이 서로를 끌어당기고 더 깊히 파고 들었다.

 

 서로를 옭아맨 그림자 속

 두려움이 사라져버린 그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밤이 밝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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