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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46
작성일 : 21-08-30 08:15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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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검은색 승합차가 야간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에 의지해서 밤길을 달린다. 경사가 심해 낮에도 운전하기 만만치 않은 길을 어두운 밤에 지나려니 속도를 내기 힘들다. 급경사 덕에 차가 휘청거릴 때마다 은하는 뿌루퉁한 말투로 불만을 토로한다.

  “굳이 한밤중에 거기로 가야 해요? 어디서 쉬다가 날 밝아진 후에 출발하면 좋을 텐데.”

  “은하 씨. 오히려 밤이라 도로에 차가 없어 막히지 않고 잘 뚫리네요.”

  “그래도 이렇게 무리할 필요는 없잖아요. 구불대장이 시간제한을 준 것도 아닌데 잠까지 설쳐가면서 말이죠.”

  “운전은 내가 하니까 은하 씨는 눈 붙이고 잠을 청해 봐요.”

  “쳇, 흔들리는 차 안에서 어련히 잠이 오겠어.”

  혼잣말을 하듯이 했지만 들리지 않을 리 없다. 숫제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수사는 계속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은하보다 말이 없는 병국이 더 신경 쓰인다. 은하와 병국 사이에 앉은 정수는 어느새 잠이 들어 달리는 차 안에서 좌우로 고개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한다.

  “흠, 흠, 거, 병국 씨도 잠시 눈 붙여요. 쉴 수 있을 때 쉬어야지.”

  “그 애들을 버려두고 왔어야 했을까요? 지금 어떻게 됐을지도 모르는데 마음이 편치 않네요.”

  잠시 적막이 흐른다. 말을 잇는 사람이 없다. 툭. 잠에 취한 정수가 상반신을 은하 쪽으로 숙인다. 옆얼굴이 거의 은하 무릎에 닿을 뻔했다. 은하는 슬쩍 손을 올려 쥐어박는 시늉을 하지만 몸에 대지는 않는다.

  “으이그. 이 인간만 아니었으면 다 같이 움직이는 건데. 근데 수사님. 그 사람들은 뭘까요? 여자와 남자라고 했는데. 어떻게 애들에 대해서 잘 알죠? 우리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까요?”

  수사가 오른손은 핸들 위에 걸친 채 왼손으로 턱을 쓰다듬는다.

  “그게 나도 궁금하네요. 무얼하는 자들인지, 우리랑 연관이 있을지. 만약 다음에 마주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표지판을 하나 지나친다. 수사가 그걸 보면서 조금 더 속력을 낸다.

  “이제 거의 다 왔네요. 20킬로미터 정도 더 나아가면 갈래가 나오고 거기서 틀어서 더 올라가면 바로 목적지네요. 잠을 청하려면 지금 자둬요. 곧 내려서 걸어야 하니까.”

  “내려서 걷는다구요?”

  은하의 이마가 심하게 찌그러진다.

  “대략 지도를 찾아봤는데 우리가 가려는 곳은 고개를 넘어야 하고 그 고개에서부터는 차로 못 들어가요. 차에서 내려 도보로 가야 합니다.”

  은하가 송곳 같은 목소리를 낸다.

  “아이씨. 늦은 시간에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안 그래도 힘든데 게다가 산길을 걸어요? 아주 가지가지 하네.”

  병국이 수사를 향해 묻는다.

  “왜 여기죠? 굳이 이렇게 험한 곳으로 올 이유가 있나요?”

  “우리야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니 말이요. 그냥 짐작만 하는 건데…….”

  “예?”

  “공주 우금치는 조선시대 말기에 정부와 반란군 사이에서 커다란 전쟁이 벌어진 곳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죠. 그렇다면 그 기운이 진하게 남아있지 않겠어요.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그렇게 맺힌 기운이 쉽게 사라지진 않았을 겁니다. 어쩌면 말이에요. 영들이 모여들기 아주 좋은 장소일지도 모르고.”

  은하가 누가 듣든 말든 계속 궁시렁 거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다시 정수의 몸이 은하를 향해 쏠리자 그런 정수의 상체를 병국이 있는 반대쪽을 향해 확, 밀어붙인다. 병국은 은하를 향해 쏘아봤다 정수의 머리를 들어 뒤로 밀어준다. 이제 정수는 몸을 완전히 뒤로 누인 채로 코까지 곤다. 그런 그를 향해 은하의 손이 올라갔다 병국이 말리자 홱, 몸을 돌려 창 가까이 머리를 붙인다. 눈을 감고 어떻게든 잠을 청해보려고 숨을 고른다. 병국은 창을 통해 바깥을 둘러본다. 캄캄한 풍경만이 끝없이 펼쳐졌다. 무성한 나무 사이로 간간히 뛰어가는 정체 모를 네 발 짐승이 보인다. 머리 위로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새가 내는 우울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은하의 불평이 멈추자 차 안이 고요해진다. 달리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다. 규칙적으로 들리는 정수의 코고는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이다. 표지판 하나를 더 지나치자 수사가 속도를 높인다.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빨리 끝내고 싶다는 염원이 그 안에 자리한다. 지루한 달리기를 어서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라토너처럼. 캄캄한 어둠 속 도로가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져 있다. 지금 가야 하는 여정의 끝이 어딘지 모르고 무작정 가야만 하는 수사의 마음을 대변하듯이 어둡다. 어서 끝나기만을 바란다. 가능하다면 지금 바로 멈추고 싶다. 멈출 수만 있다면.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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