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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업어 키우는 중
작가 : 웅지
작품등록일 : 2021.8.27

싸가지 없는 애, 가르치기 힘들다.

과거의 업적으로 명예직 영웅인 드븐.
이제는 검은 탑 주변에서 대충 살아간다.
명문 홍 가의 외동딸인 홍미노를 가르치는 일을 맡아 생계를 유지한다.
그로 인해 자존심 상하는 일을 많이 겪지만, 돈을 생각하면서 꿋꿋하게 버틴다.
그러다 모종의 일에 엮이게 되는 검은 탑 주변이 배경인 이야기,

 
3화 고용된 이유
작성일 : 21-08-27 22:29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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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무슨 말인지 잘 알 거 같아.”

 

 마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사냥대회는 사실 뽐낸다는 의미가 더 강해. 누가 더 많이 잡았는지에 따라서 순위는 변하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거든.”

 

 결과보다 과정이라는 뜻인가.

 

 “사실 그렇잖아. 덫을 잔뜩 깔아서 열 마리 잡는 거보다, 화려한 검술로 한 마리 잡는 것. 네가 본다면 사람들의 기억 속엔 어느 쪽이 더 남겠어?”

 

 나는 개인적으로는 비슷하다고 보지만.

 아무래도 ‘화려한’과 '사람들'이 들어갔다면 다를 것이다.

 

 “역시 후자가 남겠지.”

 

 만족스러운 대답이라는 듯 마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아마 그 아가씨는 홍 가문에 누가 되지 않을 모습만 보여주고 오면 돼. 순위를 노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솔직히 여자보다는 남자가 많이 유리하잖아? 수확 물 옮기는 것부터 가 그렇고.”

 

 보통은 여자가 1등하기는 힘들 거다.

 물론 1등할 만한 여자가 떠오르기는 했지만, 그건 비정상적인 사람이니까.

 지금 생각해도 사람 맞나 싶다.

 

 “그리고 네가 가르치는 건 어떤 상대이든지 쓸 수 있는 검술 아니야? 물론 사냥에 더 맞을지도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모든 검술은 그렇게 활용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일단은 가만히 있었다.

 

 “만에 하나의 일이 벌어지면, 그래도 딸이 한 몸 건사할 정도가 되기를 바라고 그런 거 아닐까?”

 

 그 정도 수준까지 가려면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할 텐데.

 나야 좋지만.

 

 “더 이상 그들이 말하는 마법도 쓸 수 없잖아.”

 

 그것도 그렇다.

 과거에는 똥배 나온 귀족들도 무시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말 일반 법도를 넘어서는 마법을 쓸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듣기로는 마족과의 전쟁 이후, 마나의 밀도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마법진을 통해서 발달된 편의 시설이나 특히 거대 무기들이 작동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가동시킬 수 있는 게 지하에 묻혀 있는 마나 석이지만, 가격도 있기도 하고 그래도 예전만큼의 작동을 끌어내 주진 못한다고 한다.

 

 그야 공기 중에 그득한 마나를 토대로 하다가 돌에 저장된 약간의 마나를 끌어오는 거니 전과 다르지 않다면 이상하지.

 그래서 이젠 동료 라틀라 말고 마법진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편의시설이나 이런 것들은 그래도 점점 보강이 되어왔다.

 하지만 마법사의 숫자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몇몇 아직 조금은 쓸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더 이상 젊은 사람들 중에는 나오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그야 효율이 안 좋으니 다들 그럴 거다.

 노인 정도의 대마법사가 돼야 맞으면 좀 아픈 바람을 쓸 수 있다는 데 그럴 시간에 검술을 연마하는 게 더 날 것이다.

 그래서 귀족들도, 이제는 평범한 사람이랑 거의 비슷해졌다.

 완전 다른 건 이제 가진 재산 차이겠지.

 

 “더군다나 여긴 다른 곳도 아니고, 검은 탑 주변이니까.”

 

 이 말은 크게 공감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담은 말이다.

 검은 탑이 아직 뭔가를 일으킨 적은 없지만, 존재 자체가 음산하다.

 굳이 찜찜한 검은 탑 주변에 사는 것보다 다른 장소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 사는 놈들은 사연 있는 놈들이 많다.

 책에서 읽은 건데, 검은 탑이 생겨난 이후 마지막으로 목숨을 걸고 도전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목숨을 각오하고 왔으니 돈도 아낄 필요가 없다.

 그래서 그만큼 상권이 발달했다.

 

 특히 매화 집 같은 경우는 엄청났다.

 물론 그걸 물어 봤다가 역사가가 뻥친 거라는 마담의 분노가 있었지만.

 하지만 검은 탑에 들어가서 나오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자, 그런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었다.

 어쩌면 들어갈 만한 놈들은 이제 다 들어간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이제 이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각자 어떤 이유로 남아 있다.

 아직도 마지막으로 검은 탑에 도전하러 왔다는 놈도 있기는 하고, 검은 탑 주변에서만 사는 사냥감 가격이 짭짤해서 온 사람들도 있고.

 그냥 어쩌다 왔다가 나름 살만해서 안 옮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지만.

 

 가장 큰 장점은 이름 높은 가문들이 거의 없다는 거다.

 그리고 그 거의 없는 가문이 바로 홍 가문이다.

 도 가문 수준 정도일지는 몰랐지만.

 

 검은 탑 자체의 미지의 위험성과.

 이곳 주변에 홍 가를 공격할 놈들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그럴 때에 대한 대비.

 방비를 위해 문을 사람만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본다면.

 그리고 더 이상 귀족들이 마법을 쓸 수 없는 일반 사람이랑 같다는 것을 감안 한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사실 이게 가장 큰 거지만.”

 

 마뉴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가르치는 사람이 다름 아닌 용사파티의 일원, 드븐이잖아.”

 

 오랜만에 들으니 괜히 쑥스러웠다.

 애꿎은 볼을 나도 모르게 긁고 있었다.

 

 “아무튼 일자리는 만족하는 거지?”

 

 고개를 쉽게 끄덕였다.

 의문도 해결됐으니 고개는 더 가벼워졌다.

 

 “다행이다. 나는 네가 한 달만에 때려치우면 뭐라고 변명해야 하는지 고민한 게 쓸데없는 일이라서.”

 

 나를 너무나 잘 안다.

 웃으면서 말하지만 가슴이 쿡쿡 쑤시는 느낌은 뭘까.

 과거에 전력이 있으니까 그럴 거다.

 

 “몇 번 말하는지는 모르지만 그 자리 정말 좋은 일자리야. 미네가 먼저 들었다면 너에게 못 잡아 줬을 거야.”

 

 “그래? 그거참 다행이네.”

 

 그래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다.

 사람을 내려다보는 미노랑,

 누가하나 올려다보지 않는 미네가 만난다면.

 꼭 구경하고 싶다.

 ···생각만 했던 거 같은데,

 익숙한 사람이 다가왔다.

 

 “맞아. 어쩔 뻔했어. 진짜 미네는-“

 

 “마뉴, 잠깐만.”

 

 “왜?”

 

 말허리를 끊기자 마뉴는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가리키는 사람을 보자 그러한 감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진짜 미네는 뭐어?”-

 

 “···너무나 아름답다고.”

 

 나름 잘 빠져나온 거지만, 버퍼링 시간이 너무 길었다.

 미네입이 삐죽거린다.

 

 “음 그래? 그러면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같이 있어 주니까 술 정도는 그냥 줄 수 있지? 그게 예의이니까.”

 

 “그···그럼, 당연하지.”

 

 마뉴는 애써 웃으며 닦고 있던 잔을 놓고, 냉동실에 차가운 잔을 꺼내러 갔다.

 

 “넌 운 좋은 줄 알아. 원래는 너에게 얻어먹으려고 했는데, 마침 마뉴가 실수했으니까.”

 

 미네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잔을 들어 한 방에 다 들이켰다.

 ···그거 먹으면 나에게도 얻어먹은 것과 똑같은데.

 굳이 말해서 부스럼을 만들진 않았다.

 

 “크으···아무튼, 나랑 만났으니까 집에 얌전히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말라고.”

 

 “물론이지. 너랑 만난 순간 이미 다 포기했어.”

 

 “건방지지만, 자세가 좋으니 넘어가 줄게!”

 

 그렇게 선술집에서의 즐거운 밤이 흘러 갔다.

 

 ---

 

 “후우...”

 

 저절로 무거운 숨이 나온다.

 

 그만큼 내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 붙였으니, 그럴만 하다고 생각한다.

 

 술집 주인인데,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 뻔했다.

 

 하마타면 나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취할 뻔했다.

 

 드븐, 미네.

 

 특히 미네.

 

 상당한 강적이다.

 

 물론 결국 버틴건 나였지만.

 

 “코오, 코오.”

 

 미네는 어느새 붙여놓은 두 의자위에 누워서 잘도 잔다.

 

 도대체 언제 의자를 붙여놓은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불편할 텐데, 아마 아침에 일어나면 고생좀 할 거다.

 

 벌써 그림이 그려진다.

 

 허리를 부여잡는 모습.

 

 그러고 자기 허리 아프다고 빽빽 소리를 질러 장사를 방해하고 갈테니까.

 

 그러니 나중에 방으로 옮겨 주긴 해야 한다.

 

 근데 벌써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다.

 

 미네의 체격은 나보다 크고, 두껍다.

 

 곱게 눕히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아무래도 술 옮기는 바퀴 달린 판자로 옮겨야 겠다.

 

 그나마 드븐은 탁자 위에 엎드려서 얌전히 자고 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허리춤에 매단 검을 풀고 옮겨야 한다.

 

 괜히 피 볼 수도 있다.

 

 ...그건 그렇고 나도 머리가 아프다.

 

 일단은 차가운 밤공기를 조금 쐬야 할 것 같다.

 

 밖으로 나가자 어두운 밤하늘에 둥그런 달이 떠 있다.

 

 미네가 봤으면 술 먹기 좋은 날이라고 했을 거다.

 

 술 먹기 나쁜 날이 자기한테는 어딨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건 그렇고 내가 드븐의 일자리를 알선해 주다니.

 

 이것만 봐도 참 신기하다.

 

 물론 동네 친구였었지만 더 이상 친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높은 데까지 가 버렸다.

 

 내가 도울 일이 전혀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빚을 지워둘 수 있으니 다행이다.

 

 뭐, 애 비위 맞춰주는 게 힘들다고는 하지만 그만한 일이 없다는 건 본인도 잘 아는 거 같으니까.

 

 그래도 내일 더 내 값어치를 올려 둬야겠다.

 

 투정 부린 마음도 미안하게 만들어야지.

 

 사실 일자리를 알선해준 것도 순전히 우연이다.

 

 혹시나 해서 물어본 홍 가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을 때, 솔직히 놀랐었다.

 

 홍 가는 분명 명예로운 가문이다.

 

 마족들이 쳐들어온 전쟁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귀족 가문.

 

 홍 가의 피를 이어받은 수많은 혈족들이 죽었다.

 

 홍 문주의 아내 분도 재앙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알기로는 이제 피를 이은 홍가는 단 두 명.

 

 문주와 그의 딸 뿐이다.

 

 단 두 사람으로는 가문을 유지해 나가기 어렵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국가에서는 그렇게 줄어든 수만큼 홍 가라는 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 피가 섞이고 섞이지 않은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이다.

 

 홍 가문 보다는 자기 안위에 더 신경 쓸 가능성이 더 높다.

 

 그래서 귀족들에게 한 때 공포의 대상이었던 드븐을 선생으로 들이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홍 가는 이를 받아들였다.

 

 아무리 홍 가가 귀족의 의무를 다 한 가문이라고 평가받아도, 조심스러울 거로 생각했는데.

 

 뭐, 생각해 보니까 내가 그 사람들 걱정할 입장은 아니다.

 

 내가 걱정해야 될 사람들은 따로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달이 참 밝다.

 

 미네와 드븐을 옮길 생각하니, 벌써 귀찮아서 그런가.

 

 신비로운 누런빛이 감싼 달을 좀 더 보고 싶었다.

 

 까짓거, 좀 늦게 옮기면 어때.

 

 장소만 바뀔 뿐이지, 자는 건 똑같을 텐데 뭐.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치며 지나간다.

 

 오래는 못있겠지만, 조금만 더.

 

 달을 보고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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