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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작아지는 소녀
작가 : Me문물
작품등록일 : 2020.9.29

정신없이 돌아가는 차가운 챗바퀴 속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
"루나. 제 이름은 루나에요."
...
(미계약작)E-mail: lukegirl001005@naver.com

 
1부 52화 관리자2
작성일 : 21-08-24 19:53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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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세수하고 화장실을 나오자 처음 보는 것이 시선을 끌었다.

 방과 방 사이에 낯선 것이 붙어있다.

 

 “신장표가 있네?”

 

 목이 긴 기린 모양의 신장표가 하얀 벽에 붙어 있었다.

 떼어진 지 오래된 다리 부분과 자잘한 낙서는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사실 정안이랑 같이 살았을 때도 종종 지나가면서 봤었다.

 하지만 제 신장보다 짧은 거라 신경도 안 썼는데.

 

 “가만 보니 이거, 신장 최대가 150까지 표시되는 거였구나.”

 

 손으로 대충 재보니 어깨까지 닿는다.

 정안이 키가 몇이었더라.

 100이었나 120이었나?

 곰곰이 생각하다 맨 위에 ‘150’이 진한 색으로 표시되어 있던 것이 눈에 보였다.

 

 “확실히, 정안이는 이것보다 더 작았는데.”

 

 뱉는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흐릿하게 귓가에 맴돌았다.

 

 “진짜, 정안이 사라진 거 맞네.”

 

 몇 번을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자 현실이다.

 그래도 인정해야겠지. 익숙해져야겠지.

 

  …

  …

  …

 

 주방으로 내려가 대충 아침을 때워 먹고 밖으로 나가려다 황급히 다시 방으로 향했다.

 당장 나가기 전에 ‘이루나’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필요한 물건도 챙길 생각이기 때문이다.

 

 “전교 1등이니까 저 엄마라고 보일 때만 잘하면 건들진 않겠지?”

 

 게다가 책상이나 서랍에든 게 뭐가 있는지보다 보면 유용한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전교 1등 서랍에는 뭘 넣고 다니는지 좀 궁금하기도 했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루나’의 책상에는 유용한 것들이 정말 많이 있었다.

 당장만 해도 ‘회색 도시’와 그 바깥의 대략적인 지리를 간단하게 그려둔 지도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지명은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간단하게 표시된 기호와 기억 속에 있는 마을 지리의 위치를 통해.

 여기 근처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의 노선이 별로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숲 입구를 지나서 보였던 그 역에서밖에 못 타는구나.”

 

 버스는 두 곳이 있지만, 첫차와 막차에만 운행되고.

 출퇴근이나 학원에 다니는 대부분의 학생은 자가용 또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모양이다.

 손전등과 갈아 끼울 수 있는 많은 배터리, 성냥, 나침반 등 정말 유용한 것들부터.

 ‘이루나’의 일기장, 과목마다 빼곡하게 적힌 필기 공책 등 딱히 필요 없는 것들도 있었다.

 게다가 조그마한 사탕 상자에 담긴 여러 개의 라이터.

 

 “과보호 받는 전교 1등 치곤 가진 물건은 꽤 많이 있네. 게다가….”

 

 사흘 전에 정안이가 마지막으로 주었던 라벨까지.

 규칙적으로 뛰던 심장이 비틀리는 느낌이 든다.

 

 “후, 정신 차리자. 저거라도 남았잖아.”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서 대충 보이는 것들을 싹 모아 책가방에 쓸어 담았다.

 집안 전체를 뒤져보고 나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조금 챙기고 나갔다.

 

 검은 먹구름이 온 하늘을 뒤덮었다.

 우중충한 회색 배경은 모든 색을 빨아들이는 것 같다.

 대문을 열고 나와 옆집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지프님, 저 루나예요.”

 

 그러나 몇 번이고 두드려도 안에선 반응하지 않았다.

 아직 자는 것일까?

 시지프 집에서 잠잤을 때 꿈을 떠올랐다.

 칼을 들은 여자아이.

 커다란 자루를 찌르던 어린아이.

 

 “…설마?”

 

 불안하다.

 

 “…아니지. 미치지 않고서야 대낮에 살인이 일어날 리가.”

 

 속이 울렁거린다.

 초인종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덜덜 떨린다.

 

 “…비밀번호가 몇 번이었지?”

 

 아아. 제발.

 생각해야 한다. 몇 번이었는지 생각해!

 

 *

 

 “울적해지는 날엔 집에 언제든지 놀러 와주세요!

 설령 제가 없는 날에 오셔도 전 상관 안 할 거니까. 편하게 오세요.”

 

 “정말요?”

 

 “물론이죠!

 아. 비밀번호는 5130CAE에요.”

 

 *

 

 그래, 전에 같이 놀다가 알려주셨지!

 

 “번호가 다를 수도 있지만….”

 

 버튼을 누르던 손가락으로 문고리에 달린 도어락을 건드렸다.

 연속으로 두 번 두드리자 불이 켜졌다.

 숫자 아래 알파벳이 떴다.

 

 “오…일…삼…공….”

 

 C, A, E.

 마지막으로 #(샵)을 누르자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철컥.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깜깜한 복도가 보였다.

 역시 일을 하러 나간 것일까.

 조심스레 발을 현관에 붙였다.

 주인 없는 집에 들어갈지 고민이 된다.

 시지프가 기억하지 못하면 꼼짝없이 경찰서로 끌려갈 텐데.

 그러나 달리 갈 곳이 없다.

 

 “…아줌마 집엔 가고 싶지 않아.”

 

 지옥은 두려운 사후세계지만 최소한 역겹지 않다.

 그 집에서 천사와 악마를 동시에 봤다.

 그러나 지금은 악마만 남았다.

 그 집은 악이 승리했다.

 또는 그저 외롭고 추한 존재만 남은 것이다.

 

 복도를 지나 안방에 들어갔다.

 여전히 깔끔한 방이다.

 가방을 내려놓고 거실로 나왔다.

 

 “오실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겠다.

 거실 전등 켜는 버튼이 어디 있더라? 아, 이거다.”

 

 딸깍.

 

 “어? 왜 불이 안 켜지지?”

 

 전등이 켜지지 않는다.

 딸깍 딸깍.

 몇 번 더 눌렀지만 안 켜진다.

 혹시나 해서 다른 방 불도 켜봤는데 전부 켜지지 않는다.

 

 “웬 정전? 하…가지가지 하네.”

 

 깜깜한 곳에서 혼자 있는 건 너무 무섭다.

 차라리 나가서 기다릴까?

 

 “아니지. 벼락 치는 곳에서 기다리는 게 더 무서워.”

 

 결국 거실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침실에 들어갔다간 침대에 누워 그대로 잘지도 모르니까.

 홀로 남은 공간에서 고요한 적막 속에서 기다렸다.

 

 조용하니까 그간 일어났던 일들이 떠올랐다.

 꿈에서 관리자에게 처리당할 뻔했다.

 그러나 사라진 건 정안이었다.

 그리고 이방인 루나 대신 전교 1등 루나라는 이름표가 붙었다.

 이젠 모두가 호의적이지만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하다.

 제 이득과 시기를 받는 삶이다.

 

 별똥별이 떨어지고 달이 사라진 아름다운 날.

 작고 약하지만 가장 빛나던 달이 사라졌다.

 하늘의 달은 다시 올 것이다.

 그러나 올 때마다 그 날을 원망할 것이다.

 가장 아름답던 달밤은 마지막 추억이 되었다.

 미소와 라벨지가 이제는 남겨진 유품이다.

 누구도 믿지 말라는 조언은 유일한 유언이다.

 ‘이정안’ 이라는 특별했던 이름이 평범한 단어가 되었다.

 

 “이제 누구에게서 찾아야하지…?”

 

 사랑. 그리움. 행복. 따뜻한 체온.

 참 많은 걸 놓고 갔다.

 길을 비추는 빛. 올바른 방향.

 소중한 존재. 이유 없는 선의.

 얻은 만큼 많은 걸 잃었다.

 

 “…….”

 

 며칠 동안 펑펑 울어서 그런 걸까.

 이젠 눈물은 안 나온다.

 그런데 울고 싶다.

 눈물이 나왔으면 좋겠다.

 얼굴을 적시고도 뚝뚝 떨어질 만큼.

 

 자국을 남겨 낙인을 찍을 것이다.

 멀리서 네가 보고 있다면 오늘도 너를 그리워했다고.

 후회하고 앞으로도 잊지 못할 거라고.

 

 “하….”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전교 1등에 가족이 있고 따뜻한 집에서 살면 뭐해.

 전부 가짜인데.

 그래봐야 남의 삶을 살고 있는 건데!

 

 “다 내 잘못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제로 잘못한 건 없다.

 약속을 깼지만 사과는 했고 서로 잘 풀렸다.

 그런데도 죄책감이라는 파도가 밀려온다.

 짠 바닷물이 온 몸에서 철썩거린다.

 순식간에 심장까지 닿아 소금기를 남기고 사라진다.

 따끔따끔.

 망각이라는 미지근한 물로 씻겨내도 아플 것 같다.

 

 “…….”

 

 터벅터벅.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시지프인가? 황급히 일어섰다.

 

 “흠, 언니 어디 갔나?”

 “…어?”

 

 시지프가 아니다.

 황급히 소파 뒤로 숨었다.

 좁은 틈이지만 가구를 조금 밀었다.

 몸을 억지로 무작정 구겨 넣자 어떻게든 들어갔다.

 

 “언니? 언니-!”

 

 심장이 진정되지 않는 걸 진정시키며 목소리의 주인을 예상했다.

 시지프의 가족일 수도 있다.

 사실 그 가능성이 높다. 어머니는 아닌 것 같지만….

 여동생인가?

 하지만 아무리 들어봐도 낯선 목소리다.

 괜히 위험하니까 다시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겠….

 아니, 잠깐만.

 낯설지 않다.

 익숙하진 않지만 언젠가 들어봤던….

 

 “언니! 언니 어디 있어!”

 

 혼잡한 머릿속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렌지색 장발. 붉은 매니큐어로 물들인 긴 손톱.

 앞코에 동그랗고 작은 주황색 보석이 달린 빨간 구두.

 

 관리자.

 깨끗하고 청아한 높은 어조.

 그러나 그 목소리로 죽음을 속삭인다.

 죽음을 쓰레기 처리 수단으로 쓰는 사람.

 

 나이로 예상하면 아마 제 또래 정도.

 실제로는 그보다 어릴 것이다.

 

 그러고 보니 꿈에서 너라고 하다가 언니라고 불렀었지.

 애초에 꿈에서 나온 애가 왜 현실에서 나오는 건데?

 일단 진정하자.

 크게 들리는 이 심장 소리부터 줄이자.

 진정하고 생각하자. 상황을 정리하자.

 

 “흠? 우리 언니 어디 나갔나?”

 

 꿈에서 관리자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원래 이름은 없고 직업이 그렇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정안이까지 삽으로 내려쳐서 같이 묻었다.

 그래, 여기까지는 꿈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현실이다.

 그리고 시지프의 집에서 저 여자가 언니를 찾는다.

 언니가 시지프라면 두 사람은 한패일까?

 의심해선 안 되는데 이건 너무 대놓고 그렇다는 거잖아.

 일단 둘 사이의 이야기는 뒤로 미루자.

 나가야 한다.

 저 여자가 다른 곳으로 갈 때 밖으로 뛰쳐나갈 것이다.

 사거리까진 꽤 멀다.

 그래도 과일가게까지만 달려가도 가게 아줌마가 있으니까.

 

 다른 곳으로 가기만 하면…다른 곳으로….

 

 그렇게 몇십 분이 지난 것 같다.

 체감상으론 몇 시간 흘렀다.

 관리자는 아직도 제 언니를 그렇게 부른다.

 그러면서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이동하지 않는다.

 

 시간이 갈수록 다리가 점점 더 조이고 저렸다.

 좁은 공간에서 찌그러진 채 억지로 버티다 보니 몸 여기저기가 쑤신다.

 더는 여기서 버틸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나갈 수도 없다.

 성급하게 나갔다가 붙잡히는 날에는 머리통이 죽밥이 될지도 모르니까!

 

 배고파서 부엌에라도 가라.

 졸려서 침실에라도 들어가라.

 한 번만, 한 번만.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그러나 간절한 기도도 한순간이다.

 나중에는 기다리는 자의 불만으로 바뀐다.

 이젠 화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아, 제발.

 아니, 얘는 화장실 한 번 안가나?

 짜증 나. 아파.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아.

 아프다고. 빨리 어디 좀 가주라….

 

 그 때였다.

 드르륵. 덜컥

 문고리 돌아가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컥.

 문이 닫혔다. 닫혔나?

 저 손에 죽을까봐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언니, 언니 외치던 목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는다.

 거실이 잠잠해졌다. 정말 간 걸까?

 쿵쾅대는 가슴을 애써 눌렀다.

 제발. 속으로 간절히 외쳤다.

 그리고 소파 위로 고개를 들어 거실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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