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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작아지는 소녀
작가 : Me문물
작품등록일 : 2020.9.29

정신없이 돌아가는 차가운 챗바퀴 속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걷기 시작한다.
.
"루나. 제 이름은 루나에요."
...
(미계약작)E-mail: lukegirl001005@naver.com

 
1부 47화 오!로망스(3)
작성일 : 21-08-24 19:49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4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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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노랫소리가 사라진 채 여운만 남은 광장은 소음만 남았다.

 

 호르가 큰 소리로 말했다.

 

 -오늘은 에, 마지막 노래로 마무리를 할 건데. 바로 비타 판타시아라는 신비로운 노래입니다!

 이름 뜻도 신비롭게 ‘생명의 환상’, 유명한 극의 주인공이 죽어가면서 부르는 아주 아름다운 노래인데….

 

 -다른 노래는 없어요?

 

 노래를 듣고 있던 구경꾼 중 한 사람이 물었다.

 

 -으음. 난처한 걸요. 가수에게 깜짝 노래라니! 하하!

 

 호르는 그렇게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지만 정말로 난처했다.

 

 노래는 늘 로엔이 부르던 거로 하는 거였기에 다른 노래가 있는지는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곡을 망치면 아마 다시는 이곳에선 돈을 벌 수는 없으리라.

 

 호르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머리를 굴리다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 가수 로엔에게 어려운 건 없죠!

 무려 저 유명한 어느 극단에서도 그를 칭찬했는걸요?

 

 호르는 그렇게 말하며 당황해서 돌아보는 로엔에게 윙크를 보냈다.

 

 -휴, 저거 진짜. 돈에 아주 환장을 해요! 환장을 해!

 

 로엔은 작게 뇌까리며 앞으로 돌아 다른 노래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광장에서 구경하는 모두가 그를 쳐다봤고 노래는 시작되었다.

 

 -나에게도 로망이 있었지.

 정말 로망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던 로망.

 그건 바로 세계 최고의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

 오, 로망! 이뤘다고 생각하는 순간 부서졌지.

 이젠 늙은 절름발이가 되어 살아가네.

 아, 거리를 거니는 성냥개비들은 이 불쌍한 자를 구원할 이가 없네.

 오, 로망! 어쩜 그리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울까?

 아득하게 멀어서 예쁜 빛나는 로망이여.

 그게 오르지 못할 나무 위 자리한 고양이와 같다는 걸 어찌 모를까!

 

 가사는 짧았지만 호소력이 짙은 내용이었고.

 

 노래를 부르는 내내 부드럽고 선명한 목소리가 어느 순간 거칠어지는 것은 잔잔하고 천천히 흐르다 가도 어느 순간 거칠어지는 계곡 같았다.

 

 그렇게 짧은 노래가 끝나자 잠깐 동안 조용하더니 박수가 폭포가 쏟아지듯 뜨겁게 몰렸고.

 

 그 뒤에서 듣고 있던 호르를 제외한 다른 거지들은 낄낄거렸다.

 

 할 노래가 없어 로엔 자신의 힘겨웠던 인생 이야기를 담았던 것이다.

 

 다른 노래를 부탁했던 구경꾼 역시 박수와 휘파람을 보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진짜 이런 노래는 처음 들어봐요! 로엔, 당신은 최고의 가수에요.

 

 -왕년에 극단에서 최고였는데 아무렴. 지금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깐만요! 그런데 이 노래는 어쩌다 만들어진 거죠?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은데.

 

 -어, 그게. 그러니까.

 이 노래는 자기 인생을 노래로 담은, 호소가 담긴 노래랄까, 하하. 로엔 씨. 맞죠?

 

 난처한 호르는 자연스럽게 로엔을 향해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그 물음에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그가 언제나처럼 레망을 쳐다봤지만 항상 웃으면서 맞이하던 그녀가 그를 보며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경꾼과 호르가 대화를 하며 모두가 로엔 쪽으로 시선을 뺏겨 환호 했지만.

 

 정작 노래를 부른 그는 멀리서 눈물을 흘리는 한 여자의 모습에 혼란스럽고 이해할 수 없었다.

 

 어쨌든 공연이 끝나고 기분이 좋아진 호르는 가볍게 걸어가며 돈으로 묵직해진 가방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때렸다.

 

 탁탁.

 

 어찌나 무거운지 짤랑 이던 동전 소리는 손바닥으로 가방을 때릴 때마다 툭툭 소리를 내었다.

 

 -오늘도 아주 짭짤해! 부자가 된 기분이야.

 

 -호르, 그래도 진짜 부자한테는 그 돈은 푼돈으로 보기도 힘들지 않을까?

 

 -시끄러워. 우디언, 넌 이 상황에도 초를 칠래?

 

 호르와 조금 멍청해 보이는 우디언은 앞에서 다퉜고.

 

 그들을 막는 다른 거지들 뒤로 로엔과 레망이 따라가고 있었다.

 

 로엔이 고개를 돌리면 바로 옆에 레망의 얼굴이 반쯤 보였는데.

 

 눈물을 한참 닦아도 계속 흘러나오던 레망의 눈 주위와 코끝이 붉어져 있었다.

 

 호르는 골목에 도착하자 모두에게 돈을 나눠주며 ‘해산!’이라 외쳤다.

 

 -레망.

 

 -네, 로엔 씨?

 

 -아까 울던데. 무슨 일 있어?

 

 속삭이듯 묻는 로엔에게 레망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노래 듣다가 감정에 복받쳐서 저도 모르게 울었나 봐요.

 

 -그렇게 말하기엔 곧 주저앉아서 엉엉 울 것 같던데?

 

 - ….

 

 -괜찮아. 말해봐. 말 안할게.

 

 레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곧 로엔을 골목 밖으로 불러내 같이 거리를 걸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하늘은 물감이 물을 만나 사르르 퍼진 것처럼 서서히 붉게 물들었다.

 

 광장에 있던 많은 사람은 각자 다른 골목으로 엉금엉금 기어가듯 빠져나갔고.

 

 노을에 비친 레망의 조금 부은 두 눈도 붉게 젖어 들었다.

 

 어느새 주위는 한산해지고 둘 사이에 적막이 돌아 묘한 긴장감이 흘렀고.

 

 저벅저벅. 무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걷던 레망이 입을 열었다.

 

 -저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화목하고, 가난하지 않고, 착실하고 성실한 부모님, 병이 있지만 언제나 밝던 동생까지.

 

 처음 듣는 레망의 이야기에 로엔은 조용히 옆에서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녀는 중학교까지는 좋은 사립학교에 들어가 적당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가고 싶었던 고등학교로 입학을 해서 평범하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보냈다.

 

 -한번은 뮤지컬을 보자고 해서, 가족 다 같이 큰 극장에 가서 공연을 봤어요.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뒤로 뮤지컬도 자주 보러 가고 다른 노래에도 관심이 생겨서 찾아 들었어요.

 

 그때를 잠시 회상한 걸까?

 

 레망의 입가에서 미소가 새어 나왔다.

 

 -하지만, 그런 일상도 그때까지 였어요.

 

 당연하고 영원할 줄 알았던 행복은 그녀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든 해 사라졌다.

 

 내 옆에서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의 말로는 그 시절을 모래사막의 ‘신기루’와 같았다고 한다.

 

 -제가 철이 없었고, 무지하게 놓치고 있었어요.

 

 행복은 아무나 가질 수 없고, 쉽게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잘 운영되고 있던 아버지의 사업이 불경기로 망하고.

 

 깨끗했던 집에서 네 명이 함께 살기 비좁은 더러운 집으로.

 

 그 집에서 더 작고 불도 안 들어오는 싼 반지하로 이사 가는 과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래서 다니던 학교도 전학을 가야 했지만 마냥 슬프진 않았어요.

 엄마, 아빠, 동생이 있었기에 조금만 서로 더 노력하고 버티면 언젠가 다시 빛을 볼 거란 희망을 품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아버지는 빚쟁이가 되어 여기저기 숨어다니다 어느 순간부터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고.

 

 갑작스러운 가난해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어머니는 일하다 사고를 당해 죽었다.

 

 -집에 저를 지켜줄 어른이 없고, 동생은 있던 병이 악화하여 집에서 움직이질 못하니 어쩌겠어요.

 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받아 가며 일을 했죠.

 

 하지만 집을 떠난 시점으로 몇 달 동안 도망 다니던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 담긴 편지를 받은 날.

 

 촛불 같던 그녀의 어린 동생의 숨도 집에서 싸늘하게 식었다.

 

 -한 손으로는 차갑게 굳어버린 동생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고 소식이 적힌 편지를 들어 보는데 웃음이 나왔어요.

 그 상황이 참 슬픈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지는 거 있죠?

 

 - ….

 

 -죽어야겠다, 그런 생각도 안 했어요. 아무 생각도 없었으니까.

 편지를 내려놓고 잡고 있던 동생의 손을 조심스럽게 빼서 빠르게 움직였어요.

 

 부은 레망의 두 눈이 조금 일그러졌다.

 

 -간단하게 씻고 머리를 빗고 집에 남아있던 가장 깨끗한 옷을 찾았는데, 가을옷 상·하의가 한 벌씩 남아있었어요.

 엄마가 고등학교 입학 선물로 사준 거였는데 아까워서 입지 않고 여태 상자에 곱게 담아둔 거였죠.

 

 레망은 고개를 살짝 들어 피식 웃었고, 로엔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입고 신고, 문을 덜컥 열고 나가 계단을 올라가니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봄철이 지나 살짝 더운 날씨, 따뜻하면서 바람이 부는 적당한 날씨에 온통 웃는 사람들만 보이고.

 

 - ….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며 걸어갔어요.

 다 웃는데 나만 차가운 건 그 순간을 깨는 짓이니까.

 

 - ….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따뜻한 빛을 맞으면 피부가 따갑고.

 

 어두운 방 안에 혼자 있고 남겨지고 싶고.

 

 죄를 짓지 않아도 스스로 한심하고 무거운 마음이 드는 알 수 없는 감정.

 

 로엔도 그녀의 감정을 알고 있다.

 

 몇 년 전 극단에서 쫓겨나고 절름발이가 되어 유령처럼 살던 시기가 여러 날, 여러 달.

 

 모두가 있는데 몸에 닿는 건 찬 공기만 느껴지는 것.

 

 고독함이란 아마 그런 것일 거고 그녀가 느낀 감정도 아마 그런류였던 것 아닐까.

 

 -반드시 죽고 말 테다. 조금 더 걷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시험을 볼 때보다 아무 생각 없었지만, 더 긴장하고 손은 덜덜 떨렸어요.

 

 - ….

 

 - 로엔 씨는 알지도 모르겠어요.

 광장과 반대 방향으로 쭉 걷고 걸으며 저쪽에 빛이 들지 않는 동네가 있어요.

 사람들이 피하는 곳인데, 쭉 가다 보면 버려진 우물이 하나 있어요.

 

 로엔도 아는 곳이라 흠칫 놀랐다.

 

 버려진 우물.

 

 이 거리의 빛이 광장이라면 어둠은 버려진 우물이었다.

 

 거지들도 감히 가지 못 가는 그곳을-.

 

 -그 위험한 곳을 레망, 네가 어떻게…?

 

 -실제로 죽은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거기쯤에서는 사라져도 쥐도 새도 모를 곳이니까.

 거기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고 걸어가는데 노랫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골목에서요.

 

 - ….

 

 -생글생글 웃으면서 밝은 멜로디를 말로 연주하던 천사가 보였어요.

 분명 신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는 걸 아는데. 그럼 이 노랫소리는 천사의 목소리일까?

 

 씁쓸한 표정을 짓던 레망이 고개를 돌려 로엔의 얼굴을 쳐다봤다.

 

 -천사가 노래를 부르니 그 주변 구경꾼들이 보였어요. 남들 눈에는 엮이고 싶지 않은 거지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겠지만 제 눈엔 천사를 믿는 선량한 사람들로 보였어요.

 

 걷다 보니 광장에 다다른 두 사람의 발걸음은 멈췄다.

 

 -학교는 그만두었고, 가족은 모두 죽어 버리고.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뛰어들던 순간 당신이 보였어요.

 당신은 제가 뮤지컬에서 본 시원하게 노래를 부르던 주연 배우 그 이상이었어요.

 

 - ….

 

 -천사라고 마냥 밝기만 한 건 아니에요.

 비록 제 인생은 어두웠다고 말할지 몰라도, 당신을 만나서 웃음을 되찾고 다시 일하면서 삶을 되찾았으니까요.

 

 평소처럼 짧게 비추고 떠내려가던 선명한 노을은 그 둘을 비추는데.

 

 마치 그 상황을 지켜보듯 곧 다가올 저녁을 밀어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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