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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45
작성일 : 21-08-23 10:45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2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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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5.

 

  “막차 아직 안 끊겼겠지?”

  “아냐. 아직 충분히 시간 있어. 밤 10시도 안된 걸.”

  주변이 벌써 어둑해졌다. 가로등이 드물게 설치된 곳이라 조금만 그 등에서 떨어져도 바로 앞을 분간하기조차 힘들게 어둡다. 버스정류장엔 앉을 곳 없이 표지판만 덩그마니 세워졌다.

  “은지 누나. 그 형들 전부 어디로 간 거예요?”

  은지는 대답은 않고 민호를 본다. 민호가 눈을 끔벅, 감았다 뜬다.

  ‘대답하기 힘든 차례는 다 내 차지야?’

  민호가 눈썹에 힘을 주며 이마를 찡그리자 은지가 게슴츠레 미소 짓는다.

  “어, 민재야. 그 형들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 거야. 원래 저 너머에서 지냈는데 사정이 생겨 이리로 넘어왔다 다시 돌아갔어.”

  “그럼 저도 나중에 거기로 가야 해요?”

  민호가 입 주위를 긁는다.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리자, 은지가 민재 곁으로 가서 허리를 숙이고 눈을 맞춘다.

  “그럴 것 같아. 민재도 언젠가 거기로 가야 해.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민재가 살짝 콧잔등을 찌푸린다.

  “민호 형이랑 누나랑 함께 여기 오래 있고 싶은데.”

  모아졌던 주름을 펴며 씩씩하게 말을 잇는다.

  “지금 안 가도 되니까 됐어요. 형, 누나랑 잘 있다가, 나중에, 음, ……, 엄마, 아빠 보고 나서, 갈래요.”

  민호도 그 눈을 맞추려 고개를 숙인다.

  “그러자. 형, 누나랑 같이 지내다가 엄마, 아빠도 보고 나서 그리로 돌아가면 되겠지. 그럼 아쉬워도 후회는 덜할 거야.”

  “민재 하고 싶은 거 있어?”

  민재가 환한 웃음으로 대답한다.

  “지난 번 놀이공원 갔으니까 수목원이랑 동물원 가고 싶어요. 엄마가 화분을 엄청 좋아하거든요. 집에 많이 모으기도 했었는데. 엄마가 그걸로 만족할 수 없는지 나중에 수목원 가서 꽃이랑 나무랑 더 보고 싶다고 하셨어요.”

  “화분?”

  은지가 웃으며 묻는다.

  “민재 어머니께서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시는구나. 나도 수목원에서 거니는 거 엄청 좋아해. 아, 우리 그럼 거기 갈까? 민호야, 너 이안숲속 알아?”

  “이안숲속? 아니, 못 들어봤는데.”

  “거기 예쁘게 잘 꾸며놨어. 규모는 작지만 동물원이랑 숲길도 있다. 민재야, 우리 거기 가자.”

  “좋아요. 이름이 멋져요. 이안숲속.”

  “언제 가지?”

  민호가 묻는 말에 은지는 민재를 보면서 답한다.

  “이번 주말에 당장 가면 안 될까? 민재한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르니까. 민호, 너 이번 주에 바빠?”

  “아니, 뭐, 바쁜 일은 없어. 그럴까? 주말에 갈까?”

  “좋아요. 아, 저, 은지 누나.”

  “응?”

  민재가 머뭇거리자 은지가 기다린다.

  “뭔데 그래?”

  “으응, 김밥 먹고 싶어요. 김밥 싸가도 돼요?”

  민재의 물음에 은지의 얼굴 전체에 웃음이 번진다.

  “그럼. 소풍엔 당연히 김밥이지. 누나가 잘 만드는 것 중 하나가 김밥이야. 아주 종류별로 다양한 김밥을 만들어볼게.”

  “내가 맛보고 평가할 거야. 잘해.”

  “어이구, 어련하시겠어요. 최선을 다할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어, 누나. 버스 와요.”

  민재를 먼저 태우고 은지와 민호가 버스에 오른다. 민재가 버스 가장 뒷자리로 뛰어가고 두 사람이 그 뒤를 따른다.

  “근데 이안숲속이라는 곳 어디 있는 거야?”

  은지가 슬슬, 피로를 느끼기 시작하는지 크게 기지개를 켠다.

  “간만에 고속버스 타겠네. 저기 아래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거든.”

  “아래 어디?”

  “충남 공주.”

  버스가 출발하자 아직 자리에 앉지 못한 은지와 민호가 나아가는 힘에 밀려 비틀, 거린다. 꽤 큰 소리를 내며 털썩, 자리 위로 떨어지듯이 앉자 민재가 그 모습이 우스운지 까륵, 웃음을 터뜨린다.

  “너, 형이랑 누나가 다칠 뻔 했는데 웃어?”

  민호가 달려들자 민재가 더 커다란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빼내려 애쓴다. 은지가 민호의 등을 두드리며 그만하라고 말린다. 학교 경비아저씨가 잘못 봤을 만하다. 언뜻 보면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 같다. 세 명이 유일한 승객인 버스 안에서 한데 뭉쳐서 장난을 치기 바쁘다. 버스 기사도 거울에 비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는다. 한껏 핸들을 돌리며 귀에 익숙한 곡조를 흥얼거린다. 맨 뒷자리에만 자리한 승객들을 싣고 캄캄한 밤길을 달린다. 덜컹거리는 흔들림도 흥이 실리니까 리듬이 된다. 밤을 타고 흐르는 한 편의 야상곡처럼.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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