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40
작성일 : 21-07-19 08:58     조회 : 299     추천 : 0     분량 : 463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40.

 

  민재가 벽을 향해 멀찍이 물러났다. 민호는 민재와의 거리를 확인하며 움직임을 빨리 한다. 민재까지 빨려들까 주저했었다. 방금 전 민재가 어떻게 그리 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름 도움이 되었다. 이제 바닥에 두 명이 같이 드러누웠다. 한꺼번에 두 명을 해결하진 못하더라도 한 명이라도 잡자는 심정이었다. 구슬을 들고 그 위로 올라탔다. 건드리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게 정말 쉽지 않다. 뭔가 자신들에게 위험한 것이라는 걸 알아챘는지 손부터 잡아채려 했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있던 광규는 민호가 덮치는 것을 보고 자기 위에 있던 덕남을 밀어내더니 민호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힘으론 민호가 상대가 되지 않았다. 잡아당기자 그대로 끌려갔다. 옆으로 벌러덩 드러누웠지만 손에서 구슬은 놓지 않았다. 이것마저 놓치면 정말 끝이라는 심정으로 안간힘을 썼다. 광규에게 밀려났던 덕남이 천천히 균형을 잡아 일어선다.

  ‘한꺼번에 둘을 상대하진 못할 텐데.’

  민재가 덥썩, 덕남의 뒷머리로 엉겨 붙더니 눈을 가린다.

  “아아, 이거 뭐야. 놔, 놓으라고.”

  “민호 형, 민호 형.”

  조금 전, 다리에 달라붙던 때랑 동일했다. 민재는 힘으로 붙어있는 게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접착제가 사이에 칠해졌는지 잡아당겨도 떨어지질 않는다. 민호를 향해 달려들려던 광규는 눈이 가려 버둥거리는 덕남을 도우려 방향을 튼다. 이번 기회마저 놓칠 순 없었다. 그 뒤로 바짝 다가간다.

  “민재야, 떨어져!”

  민호는 이럴 때 민재가 말을 잘 들어줘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덕남의 눈에서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광규의 등 뒤에서 밀어내며 그 어깨너머로 구슬을 던졌다. 민호가 밀어낸 힘에 균형을 잃은 광규가 덕남을 부여잡고 앞으로 넘어진다. 다행히 구슬은 정확한 타이밍으로 그 사이에 끼었다. 제대로 맞지 않아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면 어쩌나 염려했지만 구슬이 바닥에 닿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구슬 하나에 영이 하나 이상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은 던져놓은 후에 들었다. 아차, 싶어 구슬을 하나 더 꺼내려고 급히 찾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변하기 시작했다. 앞서 봤던 대로 작은 알갱이처럼 나눠져 잘게 쪼개지더니 그대로 구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예상했던 모습,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뒤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를 예상치 못했을 뿐. 친구들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본 것이리라. 공포와 놀람이 뒤섞인 소리였다.

  “광규야! 덕남아!”

  은지가 가로막고 있어서 함부로 다가오진 못하지만 다급하게 입에서 절규를 쏟아낸다. 눈에 눈물이 맺혔고 많이 놀랐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댄다.

  “으아, 으아, 저게 뭐야?! 광규야! 덕남아!”

  은지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 부산스럽게 왔다갔다 움직이며 상황을 주시한다.

  ‘당황했나? 훈련 받을 땐 나보다 훨씬 잘하더니만 실전에서는 역시 내가 있어야 한다니까.’ 민호는 민재를 데리고 은지 옆으로 가 함께 선다. 혼자 남은 재찬은 이제 완전히 겁을 집어먹은 표정이다. 게다가 상대방 세 명이 한꺼번에 앞에 서니 심하게 주눅이 든다.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다른 친구들을 불러댄다.

  “태, 태영아! 영수야! 동준아아! 재욱아, 재욱아!”

  민호는 은지에게 신호를 주고 재찬의 오른쪽에서 나아간다. 겁을 먹을 대로 먹었고, 다급해진 마음에 재찬은 반격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민호가 가까워지지 못하게 양팔을 휘둘러댄다. 민재가 아래에서 다리를 잡으려 하자 이번엔 기어오는 벌레를 피하듯 뒤로 물러나며 엉거주춤 다리를 뺀다. 은지가 왼쪽에서 천천히 다가가 달래듯 어깨를 살짝 건드린다. 은지에겐 그 방법이 나을 듯했다. 놀란 사람을 더 놀라게 하지 않고 진정시키는 것.

  겁먹은 눈이 은지를 본다.

  ‘설마 은지한테 덤비려나?’

  민호는 여차하면 바로 구슬을 집어던질 준비를 한다.

  “많이 놀랬죠?”

  답이 없다.

  ‘너무 놀란 마음에 입을 열기도 힘겨울까?’

  “친구들한테 일어난 일, 그거 우리가 해코지하려고 그런 게 아니에요. 마땅히 돌아가야 할 곳으로 데려가려고, 도와주려고 그렇게 한 것뿐이에요.”

  은지가 설명해주는 말을 듣고 네, 알겠습니다, 라고 순순히 따르면 좋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봐도 얼굴 표정이 은지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 않아 보인다. 흠칫, 흠칫, 몸을 떨어댄다. 은지가 조심스레, 손을 들어올린다.

  “이거 봐요. 그저 까만 구슬이에요.”

  손에 든 구슬을 보여준다. 고리가 단단히 걸린 채다. 엄지와 검지를 고리 밑에 두더니 톡, 건드려 걸린 이음새를 풀어낸다.

  “이 구슬은 보통 사람에겐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아요. 그렇죠? 나는 아무렇지 않게 들고 있잖아요. 다만 여기 있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뿐이에요.”

  ‘어라, 조금씩 귀를 기울이네. 교회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은지는 타인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목소리 톤을 낼 줄 안다니까.’

  “거기가 어딘데요?”

  “나도 몰라요. 가본 적이 없으니까. 외롭진 않겠죠. 친구들이 먼저 가 있으니까. 가서 친구들한테 어떤지 물어보지 않으래요?”

  은지의 팔이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다.

  ‘쑥, 뻗으면 몸에 그대로 닿겠는데 그렇게 하도록 가만히 있진 않겠지. 은지가 건네는 구슬을 받을까?’

  재찬은 물끄러미 구슬을 내려다본다. 떨리는 손이 살짝, 위로 올라간다.

  ‘닿기만 하면 되는데.’

  민호는 생각 같아선 확, 그 손에 쥐어주고 싶다.

  “그냥, 건드리기만 해요.”

  은지가 더 가까이 내밀었는데 그걸 위협적으로 느낀 걸까? 손을 뒤로 빼더니 뒤로 물러나려 한다. 민호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감탄하고 만다. 순식간에 민재가 다리를 잡고 엉겨 붙었다.

  ‘민재야, 네가 오늘 네 몫만큼은 제대로 하는구나.’

  꿈쩍도 않는 민재를 보며 다리를 잡힌 당사자는 사색이 된다. 은지는 민재에게 신호를 보내 뒤로 물러나게 하더니, 천천히 편안한 동작으로 재찬의 손에 구슬을 쥐어준다. 그리곤 순식간에 구슬만 남았다. 민재는 바로 앞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신기한지 형체가 사라진 자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민호는 빠르게 손을 움직여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 공중에서 구슬을 낚아챈다. 호주머니에 그걸 집어넣으며 은지를 향해 홀가분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은지 누나. 그럼 내가 구슬에 닿으면 저렇게 되는 거예요?”

  은지가 눈을 껌뻑거린다. 고개를 끄덕이며 민재의 팔 위로 손을 얹는다.

  “그래, 민재야. 조심해야 돼, 알았지? 난 네가…….”

  쿵. 무거운 물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그에 뒤따르는 울림. 바닥에 느껴지는 진동. 나쁜 예감이 전신을 덮친다. 뒤를 돌아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지만 딱히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도망칠 수도 없는 거고.

  이번에 바닥 위 널브러진 사람은 당직선생이었다. 정신을 잃었는지 눈을 감은 채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머리에서 시작해서 얼굴 아래까지 얼룩으로 덮여 있다. 서서히 눌러 붙어가는 핏자국이다. 그 근처 축구복 유니폼을 입은 아이가 보인다. 방금 당직선생을 바닥 위로 내려놓았는지 살짝 구부러진 자세를 했던 상태에서 허리를 펴는 중이다. 핏물이 얼굴을 타고 내려와 어깨까지 번졌다. 본인의 피일까? 아님 당직선생의 것?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평범한 고등학생인데, 저렇게 보니까 꼭, 지옥에서 올라온 저승사자를 연상시킨다. 놀라움과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이 피로 적신 얼굴 위로 퍼져 아주 제대로 된 저승사자 형상이다.

  “당신들, 방금 재찬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이럴수록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한다. 민호는 은지랑 민재가 해를 입는다면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 아이는 혼자가 아니다. 몇 걸음 떨어진 거리에 두 명이 가운데 한 명을 두고 양쪽에서 붙잡고 있다. 아, 가운데 잡힌 자는 그 골키퍼다. 어딘가 다치진 않아 보이는데 잔뜩 겁먹은 모습이다. 그 뒤로 또 한 명. 네 명이 한꺼번에 덤비면 이건 전혀 승산이 없다. 은지와 민재가 오래 버틸 가능성은 희박했다. 지금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너네도 봤지? 재찬이가 이상하게 변했어. 그냥 사라졌다고. 재찬아아.”

  골키퍼 오른쪽에 있는 희멀건 인상의 아이가 숨넘어가는 소리로 방금 사라진 재찬의 이름을 부른다. 민호에겐 그 하얀 얼굴이 어째 운동부원에 어울리질 않는다.

  ‘운동을 제대로 안 하고 놀러만 다녔나?’

  맨 뒤에 있던 아이가 천천히 앞으로 나선다.

  “영수아, 조심해.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재찬이가 당하는 걸 봤잖아.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김사부님이 상대하는 적에게서 시선을 떼지 말라고 하셨는데 눈을 고정한 채로 뒷걸음질 치는 건 상당히 고역이다. 눈은 그대로 두고 뒤로 몇 발짝 움직이다 그만 은지랑 부딪혔다. 민재의 팔을 잡아채면서 은지를 끌어당겼다.

  “뛰어, 은지야!”

  “응?”

  “일단 지금은 피하자고!”

  민호가 민재를 끌고 달리기 시작하자 은지가 재빨리 뒤따른다. 민재도 덩달아 발을 빨리 놀린다.

  “거기 서!”

  복도 바닥을 사납게 찍어대는 쿵, 쿵, 쿵, 발소리가 온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은지는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는 걸 느낀다.

  ‘운동부원보다 우리가 얼마나 빨리 뛸 수 있을까? 게다가 보통 아이들도 아니고. 금세 따라잡힐 거야.’

  뛰면서 다음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려 했다.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이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 말고 우리가 뭘 할 수 있지? 아, 어떡해. 이제 어쩐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7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9 / 6 253 0 3410   
46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8 / 30 265 0 2182   
45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8 / 23 279 0 2076   
44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8 / 16 280 0 2768   
43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8 / 9 290 0 6215   
42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8 / 2 283 0 5424   
41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7 / 26 291 0 4920   
40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7 / 19 300 0 4634   
39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7 / 12 296 0 12033   
38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7 / 5 292 0 6994   
37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6 / 28 295 0 4452   
36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6 / 21 309 0 2914   
35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6 / 14 306 0 2975   
34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6 / 7 322 0 4108   
33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5 / 31 327 0 10298   
32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5 / 24 339 0 2979   
31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5 / 17 334 0 4093   
30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5 / 10 348 0 4017   
29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5 / 3 353 0 2791   
28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4 / 26 363 0 5323   
27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4 / 19 347 0 9250   
26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4 / 12 346 0 3722   
25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4 / 5 371 0 7879   
24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3 / 29 382 0 8654   
23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3 / 22 379 0 3804   
22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3 / 15 373 0 2872   
21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3 / 8 402 0 5572   
20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2 / 21 403 0 4769   
19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2 / 21 377 0 5361   
18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 2021 / 2 / 21 386 0 4381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흔들림
강이안
크리스마스 징크
강이안
문 여는 자 1 - 네
강이안
경계
강이안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