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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39
작성일 : 21-07-12 10:09     조회 : 296     추천 : 0     분량 : 1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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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

 

  민호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지만 차마 아래로 내려가 볼 용기를 내지 못한다. 은지가 민재의 손을 꼭 붙잡고 있다.

  ‘내가 보기엔 민재가 우리보다 더 능력자인 것 같은데.’

  창을 통해 아래층을 슬쩍, 훑다 언뜻 보이는 푸른색 운동복에 기겁을 하고 주저앉는다.

  ‘이건 겁이 많은 게 아니야. 숫자에서 밀리니까 조심하려고 하는 것뿐이라고.’

  “어쩌지? 한꺼번에 상대하긴 힘들 거야. 애들을 분산시켜야 돼.”

  “방법이 없을까? 흩어져서 주의를 끌어야 하나?”

  “흩어져도 우리 한 사람 당 저쪽 서너 명이라고. 그게 감당이 될까? 같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그럼 어떻게 하지? 김사부님 말씀대로라면 빨리 순간적으로 판단해서 실행에 옮겨야 하는데 솔직히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 민호야, 너도 깜깜하지?”

  “어. 누가 대신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순간적이긴커녕 주저하다 일 다 보겠다.”

  그때 멀리서부터 발소리가 들려온다. 바닥을 밟는 진동이 규칙적이다. 급하지 않고 일정한 리듬으로 걷는다. 은지가 민재를 가까이 당기며 민호를 본다. 여차하면 도망칠 자세다. 민호는 무심코 주머니 안에 손을 넣었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구슬이라도 집어던질 심산이었다.

  “은지야, 아닌데.”

  얼핏 보이는 복장이 운동복이 아니다. 위 아래로 파란색을 통일한 긴 상의와 바지. 한 손에는 손전등이 들렸다.

  “어이, 거기 뭐하는 거요?”

  은지가 마음이 놓였는지 민재를 놓아준다. 할 말을 찾는지 혀를 살짝 내밀어 입술을 핥는다. 경비원은 민재를 보자 한층 친근한 얼굴을 한다.

  “학부형이십니까? 근데 어째 상당히 젊은 부부시네요.”

  “예?”

  동시에 동그랗게 눈을 껌벅이는 두 사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아얏!”

  은지가 민호의 옆구리를 찌른다.

  “젊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경비원을 향해 목례를 하는 은지. 민호는 찔린 자리를 문지르며 은지의 의도를 파악한다.

  ‘이럴 때 민재와 같이 다니는 덕을 보는구나. 사람들은 달랑 성인 남녀 두 명보다 아이가 한 명 낀 커플에 훨씬 관대해지니까. 가족이라는 분위기를 풍겨서 그런가?’

  “아, 네, 순찰 중이세요?”

  “예에. 이제 금방 어두워질 건데 그 전에 단속을 제대로 해놔야죠. 요즘 방학이라 학생들도 별로 없어요. 어쩐 일로 이 시간에 학교에 오셨나요? 아, 당직선생님하고 따로 약속을 하셨나 보지요?”

  그 물음에 대답하기 위해 억지로 말을 지어낼 필요는 없었다. 아래층에서 뛰어가는 발소리가 위층까지 울려온다. 경비원이 그 소리를 듣고 험상궂은 표정을 짓는다.

  “하, 녀석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안 들어요. 복도에서 뛰지 말라고 그만큼 얘기를 했는데. 내 잠시 내려가 봐야겠네요.”

  할 말을 마치고 계단을 향한다. 은지가 민호 곁으로 다가가 속삭인다.

  “그 애들일까?”

  “아무래도 그 골키퍼가 걸려. 설마 도망 다니고 있으려나?”

  “저 경비아저씨는 어쩌지? 우리가 뭐라 설명해도 믿을 것 같지도 않고.”

  “은지야. 저 아저씨한테는 미안한 얘기지만 어쩌면 우리에게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시선을 분산시킬 수 있는.”

  “응?”

  민호가 경비아저씨가 주의를 끌면 기회를 노려 몇 명만 따로 상대하자고 하자 은지가 그럼 경비아저씨는 어떻게 하냐고 반문한다. 민호는 솔직한 심정으로 그건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말을 꺼내진 못한다. 대신 은지에게 다른 수가 있냐고 묻는다. 은지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그럼 최대한 빨리 움직이자. 우리가 시간을 단축할수록 그 아저씨도 덜 위험할 거야.”

  은지가 민재의 눈을 맞춰 무릎을 꿇는다. 비장한 느낌이 눈가에 서렸다 사라진다.

  “민재야. 누나 말 잘 들어. 이제부터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어. 민호 형이랑 누나가 옆에 있어주지 못할 수도 있고. 싫으면 우리랑 같이 안 가도 돼. 민재 생각은 어떠니?”

  은지가 하는 말에 무게가 실린 걸 느꼈는지 민재도 진지하게 답한다.

  “저도 갈래요. 그 형들, ……, 지난 번에 골목에서 민호 형을 때리는 걸 봤어요. 은지 누나도 같이 맞았고.”

  ‘아니 지금 여기서 그 얘기를 왜 꺼내는데?’

  “민호 형이랑 누나한테 또 그러면 이번엔 내가 혼내줄래요.”

  ‘하, 녀석. 말만이라도 그렇게 하니까 든든하네.’

  은지가 엷게 미소 짓는다.

  “민재야. 누나가 그 얘길 들으니까 너무 고맙긴 한데, 저 형들 보통 사람들이 아니야. 우리가 함부로 대할 상대가 아니거든. 이제 같이 가게 되면 민재 마음대로 행동하지 말고 민호 형이랑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르도록 해야 해. 그럴 수 있겠어?”

  민재가 고개를 끄덕인다. 은지가 덥수룩한 민재의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이전엔 불쌍한 마음에 민재를 데리고 다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은근히 민재가 위로가 된다. 뭔가를 해주지 않아도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힘이 되어준다. 오히려 신세를 지고 있는 건 자신과 민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민재의 머리에서 손을 뗀다. 아래층에서 고함소리가 들린다. 민호가 먼저 앞서나가자 은지가 민재와 함께 뒤따른다. 민호가 갑자기 생각난 듯 은지에게 구슬 네 개를 건넨다.

  “필요할지 모르니까.”

  은지는 자신이 받은 구슬 중 두 개를 집어 민재에게 건넨다. 어떻게 사용하는지 사용법도 알려준다.

  “고리를 풀고 던져야 돼.”

  그냥 맞히기만 하면 되냐는 민재의 물음에 은지가 그렇다고 답한다. 민호가 발을 멈춘다. 은지가 의아하게 쳐다보자 민호가 은지를 향해 묻는다.

  “고리를 푼다면 그럼 민재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아, 그렇구나.”

  은지가 얼른 민재에게 건넸던 구슬을 다시 되돌려 받는다. 이번엔 민재가 의아한 얼굴을 하자 은지가 허리를 숙여 다시 눈을 맞춘다.

  “누나가 깜빡한 게 있어. 너는 어떤 일이 있어도 고리가 풀린 구슬을 만지면 안 돼. 알았지? 고리가 풀린 구슬은 절대 안 돼.”

  “고리가 풀린 거요? 그럼 고리가 안 풀렸으면요?”

  “방금 전에도 만졌잖아. 고리만 안 풀리면 상관없어.”

  민재는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이지만 은지에게 그 말을 따르겠다고 굳게 다짐해 보인다. 고리가 풀린 구슬은 절대로 만지지 않겠다고.

  ‘민재야, 네가 구슬 안에 갇힌 상상은 하고 싶지도 않아. 조심해야 한다고.’

  민호가 계단 가운데쯤 멈췄다.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염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최대한 몸을 낮춰가며 아래를 살핀다. 아무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 아래를 향했다. 텅빈 복도만 보이고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이동했나?’

  은지와 민재에게 내려오라는 사인을 주면서 계단을 밟아나갔다. 언제 어디서 누가 튀어나올지 몰라 발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도 뒤에서 자신을 따르는 사람이 두 명이나 있는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긴 싫었다.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떼어가며 계단을 모두 내려와 한쪽 벽에 붙었다. 이런 건 첩보 영화에서 자주 나오는 동작이다. 영화를 많이 봐두긴 확실히 잘한 것 같다.

  ‘아무렴, 보면서 배운다니까.’

  은지와 민재가 계단을 내려서는데 발소리가 전해온다. 처음엔 은지나 민재가 복도로 내려서는 발소리가 아닐까 했는데 그들이 동작을 멈춘 후에도 계속 전달되었다. 재빨리 은지를 건너편으로 보내고 민재는 계단 아래 작은 공간으로 들어가게 한다. 거기라면 작은 체구의 민재가 숨기 적당해 보였다. 벽에 바짝 붙어 소리가 난 곳을 주시한다. 손 안에서 구슬 하나가 돌아다닌다. 여차하면 바로 던질 수 있게.

  어라, 이번에도 푸른 운동복이 아니다. 하얀 셔츠 아래로 평범한 양복바지를 걸친 남자다. 안경을 꼈고 경비아저씨처럼 손에는 전등을 들었다.

  ‘아, 당직선생님이구나. 어쩐다?’

  순간 주저한다. 아예 아는 척을 하면서 인사를 건넬지, 아님 피해서 몸을 숨기는 게 나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은지가 묻는 눈으로 민호를 본다.

  ‘어떻게 할 거야?’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진다. 걸어오는 당직선생의 등 뒤로 파란색 축구부 유니폼을 입은 두 명이 나타났다. 그들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주저하는 것 같았다. 들키지 않게 조심하려고 앞발로만 움직인다.

  ‘그냥 지나쳐 보낼까?’

  민호는 그만 오른쪽에 있는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

  ‘아차.’

  그 아이가 놀래서 눈이 커다래진다. 옆을 향해 보라고 손짓을 하지만 그 옆 아이는 동작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상하게 쳐다보기만 한다. 답답한지 민호를 향해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다 목구멍에서부터 소리를 울린다. 살짝 높은 톤으로 ‘아이’라는 탄식이 새어나온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다기보다 급한 마음에 그만 공기가 목을 타고 흘러나왔다. 당직선생이 바로 뒤를 돌아보더니 그들을 발견한다.

  “너네 거기서 뭐하는 거냐? 왜 아직도 집에 안 가고 여기 있어?”

  민호를 가리키던 손가락을 허공에 둔 채로 선생을 빤히 쳐다본다. 그 옆 아이는 할 말을 찾아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다.

  ‘이대로 나설까? 지금이 좋은 기회 아냐?’

  민호는 은지를 봤다 놀란 눈으로 계단 위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은지의 모습에 덩달아 위를 본다.

  ‘뭐야, 위에 누가 있어?’

  은지는 민호에게 층계 위 누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지만 소리를 낼 수가 없다. 처음에는 발이 보였고, 조심스레 다리를 움직여 계단을 하나씩 밟아 내려온다. 파란색이 아니라 검은색 운동복이다.

  ‘골키퍼 염태준이구나.’

  조심스레 내려오다 은지를 보고 우뚝, 멈춘다. 아래를 염탐하려던 동작을 멈추고 눈을 떼지 못한 채 시선을 맞추고 있다. 뒤이어 복도를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에이, 몰라. 재찬아, 튀어!”

  “어?”

  건너편에서 한 명이 먼저 달려 나가고 엉겁결에 그 뒤를 따라 옆 아이가 뛰기 시작한다. 오늘 당직업무를 맡은 선생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다 뒤따라 움직인다.

  “이놈들, 어딜 도망가! 학교에 남아 무슨 짓 했어? 담배라도 핀 거냐?”

  민호가 그들을 봤다 태준을 살핀다. 민호와 은지를 발견하고 놀랬는지 함부로 움직일 기세는 아니다. 민호가 그런 태준을 향해 말을 건다.

  “다른 애들은 어디로 갔니?”

  태준이 잠시 사이를 뒀다 조심스레 답한다.

  “저는, 경비아저씨가 나타나서 뭐라고 하는 틈에 위로 올라왔어요. 따돌린 것 같은데. 근데 그거 아세요? 사실 말이죠, 걔들, 걔들…….”

  “알아. 버스 사고로 모두 죽은 아이들이니까.”

  민호가 담담히 답하자 오히려 그 모습에 더욱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거린다.

  “마, 마, 맞아요. 저, 전부, 죽어서, 하, 합동, 자, 장례식에도 갔었는데…….”

  말을 급하게 꺼내려다 보니 뒷말이 앞말에 질질 끌린다. 은지가 태준을 향해 조금 더 다가선다.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할 텐데.’

  “그니까, 그, 그게, 많이 놀랐죠? 죽었다고 믿었던 친구들을 다시 보니까 충격이 컸을 거네요.”

  말을 어떤 방향으로 이어가야 할지 생각 중인 은지에 앞서 태준이 먼저 말을 꺼낸다.

  “그때, 한꺼번에 다 같이 버스에 탔고, 그랬다가 모두 사고를 당했어요.”

  잠시 지난 생각에 빠졌는지 얼굴이 사뭇 굳는다. 감정이 올라오나 싶더니 표정을 찡그린다.

  “그런데 어찌 그렇게 잘 아세요? 걔들이 죽었다 돌아왔다고요?”

  은지는 정말 미안하지만 이럴 땐 꼭 민호를 찾게 된다.

  ‘워낙 나보다 말을 잘 지어내니까.’

  이번에 어떤 얘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다. 민호가 원망스러운 눈초리를 한다.

  ‘왜 이럴 땐 꼭 나를 보는 건데?’

  “이 분은 아기예수동자를 모시는 영험한 무당이세요.”

  “아기예수동자요?”

  ‘또 그 이야기야? 하기야 그것만큼 만만한 스토리도 없지’

  “친구들 영혼이 구천을 떠돌고 있어요. 그들을 잘 인도해서 저 세상으로 다시 보내줘야 해요. 그래서 무녀님께서 이렇게 행차하신 거예요.”

  ‘이젠 아예 날 보고 무녀라고?’

  은지에겐 민호가 하는 얘기가 완전히 맥락을 벗어난 건 아니었다. 영들이 있어야 할 곳을 떠나와서 이렇게 헤매고 있는 건 사실이니. 그걸 태준이 곧이곧대로 들어줄지 의문이다. 불안한 눈으로 민호와 은지를 번갈아 쳐다본다.

  ‘머릿속에서 한참 생각중이겠지. 이게 지금 무슨 소리인가, 도대체 저 말을 믿어야 하나 골몰하면서.’

  “어이쿠!”

  누군가 질러대는 탄식이 복도를 타고 울린다. 방금 당직선생과 축구부원 두 명이 사라진 방향이 아니다. 반대쪽 너머에서 들렸다.

  “은지야, 저쪽.”

  민호가 그 방향을 가리킨다. 상당히 먼 거리, 여러 명이 한 사람을 둘러싸고 있다. 파란색 유니폼 가운데 넘어져있는 사람이 어렴풋이 보인다. 경비아저씨다. 민호가 은지 곁으로 다가온다.

  “아이들이 경비아저씨한테 해코지를 하나 본데. 이제 어쩐다?”

  경비원을 사이에 두고 이쪽에 두 명, 저쪽 너머에 네 명이 자리했다. 민호와 은지가 조심스레 그 동향을 살피는 사이, 태준이 아래로 내려선다. 민호가 그런 태준을 발견했을 땐 이미 늦었다. 태준은 멀리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고 얼른 반대쪽을 향해 달려 나간다. 달리는 발소리가 조용한 복도를 사정없이 울려댄다. 경비원을 내려다보던 아이들이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가장 근처에 있던 아이가 복도가 쩌렁하게 울리도록 고함을 질러댄다.

  “태준이야, 태준이!”

  이쪽에 있던 두 명이 빠르게 달려와 태준이 사라진 방향으로 꺾어 나간다. 민호와 은지는 그들 시선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어서 네 명이 따른다. 엉거주춤 일어선 경비원이 비틀거리며 허리춤에서 경비봉을 꺼내든다.

  “이 녀석들. 학교에서 이 무슨 행패냐?”

  아이들한테 당한 후에도 용케 물러서질 않는다. 느린 동작으로 쫓는 시늉을 한다. 민호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그 무리 뒤로 붙는다. 뒤따른 네 명 중 가장 뒤에 있는 아이 바로 곁까지 도달한다. 은지가 보기에 민호가 주머니에서 구슬을 꺼내는 동작이 아주 능숙하다.

  ‘언제부터 저렇게 자연스러워졌지?’

  엄지손가락으로 어렵지 않게 고리를 푸는 걸 보고 감탄하기까지 한다.

  ‘열쇠라는 정교한 물건을 다루는 손이라서 감각이 발달했을까? 천사들이 이 일을 맡기기 적당한 사람을 뽑은 건지도.’

  구슬을 꺼내드는 동작을 하느라 잠깐 사이가 벌어졌다, 재빨리 발을 움직여 따라붙더니 그대로 등에다 갖다 댄다. 몇 번을 봐도 저 장면은 신기하다. 그저 구슬에 걸린 고리를 풀고 갖다 댈 뿐인데 화학실험실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일어난다. 두 가지 물질이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처럼 변화한다. 멀쩡하던 몸이 순식간에 입자로 잘게 쪼개져 자잘하게 나눠진다. 그리곤 그대로 구슬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과정이 끝나면 결국 허공에 멈춘 구슬만 남는다.

  민호가 몸을 날려 구슬이 바닥 위로 떨어지기 전 받아내려 했지만 그것까진 무리였다. 허공을 힘겹게 가르는 민호의 팔을 피해가며 구슬이 아래로 하강한다. 이 시간 학교라는 곳은 적막하기 그지없고 그래서 작은 소리도 크게 울려 퍼진다.

  타당. 또르륵. 바닥에 떨어져서 잠시 구르다 멈춘다. 찰나, 였지만 앞서 가던 세 명을 멈춰 세우긴 충분한 소리를 냈다.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 멈춘 민호를 세 명이 정면으로 바라본다.

  “어, 저 사람?”

  “성욱이 어디 갔어?”

  분명 방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나머지 한 명을 찾아 둘러보지만 보이질 않는다. 민호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려 애쓰며 구슬을 집어 주머니 안에 집어넣는다.

  “성욱이, 성욱이가 어디로 갔지? 바로 전에도 같이 있었잖아?”

  “당신이 그랬지? 성욱이 어쨌어? 성욱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흥분한 세 명이 민호를 향해 악을 쓰기 시작한다. 민호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난다. 은지가 걱정스런 눈으로 상황을 주시한다.

  ‘어떻게든 민호를 도와야 할 텐데.’

  인기척이 느껴져 옆을 보니 어느새 경비원이 은지를 지나쳐 앞으로 나아간다.

  “이 녀석들. 이젠 학부형에게 행패냐? 나쁜 놈들.”

  경비원이 민호를 위해 나서준다. 은지는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런 경비원이 미덥지는 않다. 손에 든 경비봉이 위협적이기 보다 애처롭다. 제대로 대적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 사이 민호가 물러나 은지 곁으로 다가온다.

  “은지야. 삼대 삼이야. 한 명 맡을 수 있겠어?”

  “삼대 삼?”

  민호는 그렇게 말을 꺼냈지만 속으론 영, 불안하다. 말이 삼대 삼이지 힘없이 비틀거리는 경비아저씨와 은지가 그들 상대가 되진 않을 거였다.

  ‘달리 방법이 없을까?’

  “어떻게든 해볼게.”

  은지 손에 민호가 건네준 구슬이 잡힌다. 이 구슬에 걸린 고리를 풀고 건드리기만 하면 된다는, 설명만 듣기엔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그렇게 하기까지 과정이 문제다. 던진다고 제대로 맞힌다는 보장도 없고 갖다 댈 때까지 가만히 있어주지 않을 거였다. 어떤 방식이 최선일지 빨리 결정해야 한다. 주저할 시간이 없다.

  경비원은 해를 가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다분히 겁만 주려고 경비봉을 쥐고 공중에서 흔들 뿐이다. 그렇지만 그를 마주선 세 명은 그걸 위험하게 받아들였는지 그 움직임에 동시에 반응한다. 양옆으로 물러선 두 명은 경비원을 피해서 나아갈 여유가 있었지만 가운데 있던 한 명은 나아갈 방향이 마땅찮았다. 피하기 어렵다면 그대로 맞서는 게 나을 거란 생각으로 앞으로 나서더니 발을 들어올린다. 언뜻 봐도 제대로 된 동작은 아니었다. 아직 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질렀던 다리가 제대로 맞진 않았다. 정확히 조준하지 못하고 그대로 휘둘렀던지 경비원이 선 방향에서 빗겨가게 다리가 돌아간다. 그렇더라도 거기에 실린 힘은 보통사람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제대로 맞지 않았음에도 경비원의 몸이 사선방향으로 튕겨나가더니 벽에 부딪힌다. 경비봉을 쥔 손이 뒤로 넘어가더니 창에 부딪히고 그대로 유리가 박살이 난다. 멀리 떨어진 민호에게까지 깨진 유리조각들이 튄다. 은지는 얼른 민재를 찾았는데 다행히 사정권 바깥에 있었다.

  두두둑. 바닥 위로 깨진 조각이 떨어져 내린다. 민호는 얼굴에 와 닿는 유리조각을 개의치 않고 앞으로 서둘러 나아간다. 목표는 한 명만 잡았다. 세 명 중 가장 마르고 약해보이는 아이다. 손에서 검은 구슬을 꺼내들었다. 별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을 듯했지만 맞은편에 있던 조금 더 큰 덩치의 아이가 간발의 차로 달려들며 그런 민호를 막아선다.

  “재찬아, 물러서.”

  “어, 그래, 덕남아.”

  재찬은 그제야 민호를 발견한다. 슬금슬금, 덕남의 뒤로 물러서며 방금 전 경비원을 향해 발길질을 했던 아이를 본다.

  “광규야, 괜찮아?”

  민호가 손에 든 구슬을 그러쥔다.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은지는 조바심이 난다.

  ‘세 명이 한꺼번에 뭉치면 민호 혼자서 대항하긴 어려울 거야. 내가 뭔가 해야 하는데.’

  “어?”

  그 상황에서 민재가 나설 줄은 몰랐다. 미리 알았다면 은지가 나서서 말렸으리라. 바닥에 널브러진 경비원을 내려다보며 자신이 한 일을 아직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광규의 한쪽 다리를 부여잡았다. 민재는 그렇게 하면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민호를 불러댄다.

  “민호 형, 잡았어요. 빨리, 빨리.”

  그런 민재의 행동에 민호와 민재에게 잡힌 광규 모두 어이없다는 얼굴이다. 민재가 잡았다고 하지만 잡은 게 아니라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다. 작은 민재를 덩치 좋은 광규가 얼마든지 쉽게 떨쳐낼 수 있을 상황이었다. 민호는 그래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광규에게 달려든다. 상황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민재를 차버린 후 곧바로 민호를 대적하기에 충분할 정도다. 광규는 민재를 보지도 않고 다리에 힘을 준다. 그 기세라면 금세 민재를 날려버리고 민호에게 한 방 먹일 수도 있을 터였다. 은지가 머리를 굴린다.

  ‘어쩌지? 내가 함께 달려들까? 저기 뒤에 있는 두 명이 가만있지는 않을 테고.’

  바닥에 드러누운 경비원은 의식을 잃은 채 숨만 쉰다.

  ‘우리 셋이서 해결해야 하는데. 민재한테 뭔가를 바랄 수는 없어. 민호야,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지?’

  민호는 광규를 향해 달려들며 속으로 대강 셈을 한다. 민재가 떨어져나갈 때까지 얼마 길지 않더라도 아마 그게 광규를 잠깐 잡아둘 수 있을 거였다. 그때를 노릴지 결정을 해야 했다. 그게 마뜩찮다면 물러서서 다시 기회를 잡아 움직이던가. 그 예상과 달리 광규의 움직임이 상당히 굼떴다. 다가오는 민호를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민호는 광규의 주의가 분산된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다리에 매달려있는 민재를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쉽게 민재가 떨어져나갈 거라는 예상과 달리, 보통 사람을 넘어서는 광규의 힘으로도 민재를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다리를 잡고 바짝 붙어있는 민재를 잡아 끌어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힘으로 버티는 게 아니다. 흡사 끈끈한 접착제라도 붙여놓은 것처럼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게다가 민호까지 가까워지자 광규가 허둥거리는 모습이 더욱 역력해진다.

  도움을 청하듯 다른 아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덕남이 광규와 눈을 마주치더니 움직인다. 은지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보려 앞을 막아서자 주먹을 휘두른다. 맞추려고 하기 보다는 겁을 줘서 물러서게 하려는 행동이다. 은지는 움찔, 몸을 움츠리더니 반쯤 주저앉는다. 그 사이 옆을 타고 넘어 민호를 향해 덮친다. 민호의 손에는 고리가 풀린 구슬이 들려있다. 광규는 민재가 매달린 다리를 질질, 끌어가며 어떻게든 민호와의 거리를 두려 애쓴다. 민재는 이제 아예 고개를 다리 위로 묻은 채 웅크린 자세를 취한다. 민호는 민재가 도와주고 있지만 선뜻 나아가기 힘들다. 함부로 다가갔단 광규가 휘두르는 손에 붙잡힐 가능성이 컸다. 뒤에서는 덕남이 달려오고 있다. 민호는 민재를 향해 냅다 소리친다.

  “민재야, 떨어져!”

  민호의 말을 들은 민재가 손을 풀어버리자 갑자기 다리에 실려 있던 무게를 잃어버린 광규가 균형을 잃고 휘청거린다. 다급하게 고갯짓을 해보이는 민호를 보며 민재가 맞은편 벽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간다. 민호는 광규가 아니라 덕남을 향해 몸을 돌리더니 자신을 붙잡으려는 손을 오히려 잡아당긴다. 달려오는 속력에 더해 민호의 힘까지 받은 덕남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광규와 덕남이 서로 부둥켜안더니 함께 넘어진다. 상황이 불리해지자 뒤에 남은 재찬은 초조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한 발짝 떼어놓는다. 여차하면 민호를 향해 달려들 생각을 한다. 은지도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덕남을 놓쳤지만 재찬마저 가세하게 놓아둘 순 없었다. 한 사람이라도 붙잡아야 했다.

  “멈춰요.”

  은지는 손에 구슬을 꺼내들었다. 손가락으로 고리를 튕기자 쉽게 풀려나간다.

  “이게 뭔지 알아요?”

  재찬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은지가 보여주는 구슬을 본다. 불안한 눈빛이 형형하다.

  “아주 위험한 거예요. 친구들이 왜 사라졌는 줄 알아요?”

  살짝, 걸음을 떼려는 재찬을 향해 은지가 팔을 밀어내보이자 흠칫, 놀라서 뒤로 물러난다. 은지는 혹시라도 재찬을 놓칠까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듯 리듬을 타며 계속 발을 움직인다.

  “그, 그게 뭔데요?”

  은지는 머릿속으로 말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구슬로 빨려 들어갔다면 믿을까? 아님 독이 묻었다고 할까? 폭탄이라면 안 믿겠지?’

  어쨌든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려는 심산이다. 힘이나 속도로는 자신이 재찬을 상대하긴 어려울 듯했다.

  “이, 이걸…….”

  “그거 혹시, 호신용 무기죠? 책에서 봤어요. 여자들이 들고 다니기 좋게 작게 만들어진 것들.”

  “어, 그게…….”

  “조심해요. 그러다 진짜로 쏘겠어요.”

  굳이 그걸 부인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거기 가만히 있어요. 함부로 움직이면 바로 쏠 테니까.”

  은지는 그런 와중에 민호도 그렇고, 사람들의 상상력은 참 대단하다는 감탄을 한다.

  ‘다들 그런 생각을 잘도 끄집어내다니, 대단해.’

  자신에게는 뭔가 꾸며내는 일이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다.

  “저희한테 왜 이러세요?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지난 번에도 막 쫓아왔었잖아요.”

  은지는 재찬이 묻는 말에 처음부터 자세히 설명해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지금 상황에 전혀 도움이 않을 터였다. 민호가 만들어낸 말이 가장 꺼내기 쉬웠다.

  “저기, 나는 말이죠, ……, 아기예수동자를 믿는 무당이에요.”

  “무당이라구요?”

  “네, 흠, 그러니까, 그런 종류죠. 그런데, ……, 계시를 받았어요.”

  “아기예수동자를 믿어요? 그건 좀…….”

  “그렇죠? 웃기죠?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 혹시, 사고 났던 기억 전혀 안 나요?”

  “사고요?”

  “다 같이 버스를 타고 경기하러 가다 당했던 사고요.”

  “그거, 다들 얘기했던 거지만, 그치만 그건, 그러니까 그게, …….”

  재찬의 눈이 흐릿해진다.

  ‘기억을 끄집어내려나?’

  몇 번 봤던 상황이라 이제 마음의 준비가 된다. 시간을 지연시킬 수만 있다면 그것도 나름 괜찮은 방법 같다. 은지가 살짝, 마음을 놓는데 흐릿해졌던 재찬의 눈이 뭔가를 보고 크게 벌어진다. 은지가 그 모습에 재찬이 보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린다. 뒤이어 재찬이 비명을 지른다.

  “광규야! 덕남아!”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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