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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38
작성일 : 21-07-05 08:50     조회 : 282     추천 : 0     분량 : 6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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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8.

 

  “태준아. 좌우 뜀박질 100개로 마무리해라. 골대 주변 정리하고 들어가.”

  “예, 코치님.”

  대답하는 아이는 아래 위 검은색으로 통일한 유니폼을 입었다. 검은 바탕 위에 점점이 박힌 노란색 장식이 눈에 띈다. 등에는 선명하게 염태준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다른 선수들은 파란색 유니폼을 입었는데 혼자만 검은색이다. 멀리서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발을 사용하는 종목에 참가하지만 유일하게 손을 쓰도록 허락받고 정해진 위치 근처에서만 머무르며 더 멀리 나아가지 않는다. 골 넣는 골키퍼도 있다고 하지만 그건 아주 드문 경우다. 특히 이런 학교 운동부에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다간 바로 코치와 선배로부터 혼쭐이 난다.

  태준은 오른쪽, 왼쪽 방향을 바꿔가며 위로 뛰었다가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갑자기 날아오는 축구공을 잡아내기 위해 항시 최상의 순발력을 유지해야 한다. 가벼운 몸을 만들어야 해서 살찌는 음식은 함부로 먹지 못한다. 그마나 지금은 기온이 높지 않아서 덜 힘들지만 더운 여름에는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뛴다.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서서히 해가 밑으로 내려오고 있다. 아직 낮이 짧은 시기라 조금 있으면 금방 어두워질 것이다. 코치도 이 즈음 훈련을 중단시킨다. 태준은 골대 주변을 정리하며 바닥에 놓아둔 물병이며 여분 장갑을 한 곳으로 모은다. ㄷ 자 모양으로 멋없게 지어진 건물 한쪽에 해가 걸렸다. 그 빛을 지그시 바라보며 물병을 들어 한 모금 들이킨다. 물맛이 쓴지 입을 헹구어 뱉더니 다시 한 모금 들이킨다. 목 언저리에 물에 젖은 자국이 남는다. 그 자국이 서서히 아래로 번져 어디가 물이고 땀인지 모르게 섞인다.

  버스 맨 뒷자리 민재를 사이에 두고 민호와 은지가 일렬로 자리를 잡았다. 자신이 보는 모든 것이 신기한 민재는 창문 밖을 보느라 여념이 없다.

  “누나, 여기 완전 시골이에요. 건물도 별로 없고.”

  “응. 그래도 번화가 나가면 나름 붐벼.”

  민호가 민재의 시선을 따라 좇는다.

  “이맘때면 다소 황량해 보여. 여름에 보는 거랑 정말 다르다니까.”

  “그렇지. 수확도 다 끝나고 휑하잖아.”

  집이 드문드문 흩어진 구역을 지나 번화가로 들어선다. 상가와 식당들이 비좁게 모였고 그보다 더 바깥으로 나아간 위치에 주택가가 자리한다. 버스는 가장 번화한 지역 한가운데 멈춘다. 민재를 먼저 내리게 하고 은지, 마지막으로 민호가 밖으로 나온다. 학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주변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각각 하나밖에 없다.

  “무슨 학교를 참 멋없게 지었다.”

  “얼마나 잘 지어야 하는데. 이 정도면 됐지. 운동장도 커 보이고.”

  “수영장 있는 학교도 있대.”

  “이런 데서 무슨 그런 걸 바라냐.”

  입구를 지나치자 민재는 한쪽에 자리한 미끄럼틀이며 그네를 향해 달려간다. 은지와 민호가 거의 동시에 웃는다.

  “진짜 빠르다.”

  “민재가 영을 찾아내는 재주만 있는 게 아니구나. 저런 것도 잘 찾아내네.”

  골대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태준을 민호가 먼저 발견한다.

  “골키퍼라고 했지.”

  “응, 골키퍼.”

  “저기 골대 근처에 누가 있어.”

  “골키퍼가 저 사람 한 명은 아닐 텐데.”

  “그래도 학교 대표로 나갈 정도였으니까 훈련을 가장 늦게까지 하지 않을까?”

  은지와 민호가 천천히 골대를 향해 다가간다. 민재는 이제 정글짐을 타고 오르기 시작한다. 가장 꼭대기까지 오르려고 목표를 잡았다. 한 번 살짝 미끄러졌지만 어렵지 않게 맨 위로 오를 수 있었다. 꼭대기 위에 앉으니 학교 밖까지 아주 잘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이며 차량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서 서서히 다가오는 승합차를 발견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비좁게 앉아있다. 고개를 돌리자 골대 근처에서 골키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은지와 민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요, 안녕하세요.”

  “네?”

  은지가 고개를 숙이자 태준도 덩달아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받는다. 경계하는 빛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무슨 일인지 궁금한 얼굴이다.

  “잠깐 물어볼 게 있어서요.”

  “혹시, 도를 아냐고 물으려는 거예요?”

  “아니, 아닌데.”

  은지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그건 아니구요…….”

  말을 이으려던 은지의 태도가 조심스러워진다. 민호가 옆에서 거든다.

  “저기, 이 학교 축구부가, 이전에 사고를 당한 적 있잖아요. 그거에 대해서 알았으면 하는 게 있는데요.”

  말을 듣던 태준의 표정이 싹, 달라진다. 굳어진 얼굴로 두 사람을 쳐다보자 다음 말을 꺼내기가 더욱 조심스럽다. 잠시 적막이 흐르자 태준이 허리를 굽혀 주변에 쌓아둔 물품을 집어 든다. 그런 태준의 행동에 은지와 민호는 당황해서 서로를 쳐다본다.

  “그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요. 지금 빨리 운동용품 정리도 해야 하구요.”

  “중요한 일이라서. 잠깐이면 되는데요.”

  민호가 하는 말을 대충 들어 넘기면서 태준은 이미 학교 건물을 향해 발을 뗀다. 그런 그의 뒤를 민호가 따르면서 사고가 일어났던 날에 어디에 있었는지 묻는다. 은지가 민호 바로 뒤에서 가까이 걷는다. 태준은 대답이 없다. 민호는 대답 없는 태준을 향해 끈질기게 질문을 던진다. 학교 건물 입구 근처까지 다다를 동안 태준은 한 마디 답이 없다.

  주거지역에 들어서자 수사는 차량의 속도를 늦춘다. 태영이 알려주는 대로 방향을 바꿔가며 진행한다. 눈앞에 나타난 학교 건물을 보고 아이들이 부산스러워진다.

  “어, 우리 학교다.”

  “이야, 학교 건물 그대로네.”

  “얼마나 됐다고 건물이 바뀌겠어.”

  “학교가 이렇게 반가울 줄 상상도 못했어.”

  “새벽 운동하러 올 때 보이는 학교는 정말 들어가기 싫었는데 지금은 운동장이 너무 그립다.”

  차량 안이 갑자기 소란스럽다. 수사, 병국, 은하 누구도 그런 아이들의 행동을 예상하지 못해서 어떻게 다뤄야할지 난감하다. 주변 모두에게 들릴 수 있게 성욱이 외친다.

  “야, 태준이야, 염태준.”

  “어디, 어디?”

  “맞네. 태준이다. 어, 저기 뒤에 누가 있어.”

  ‘태준’이라는 이름을 듣고 아이들이 모두 창 가까이 붙어 밖을 뚫어져라 본다. 안 그래도 비좁은 공간 안에서 모두 한꺼번에 움직이자 그 사이 끼어버린 은하가 인상을 찡그린다.

  “저리 비키지 못해. 너네들 때문에 내가 눌리잖아, 지금.”

  앙칼진 은하의 목소리에도 누구 하나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다들 태준을 보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댄다. 영수가 태영을 향해 다급하게 소리친다.

  “태영아, 저 사람들. 저 뒤에 있는 남자랑 여자. 지난 번에 우리를 따라왔던 사람들이야.”

  “맞아. 저기, 저 두 사람.”

  영수의 말에 수사가 차를 세운다. 갑작스럽게 차가 멈추자 다들 한쪽으로 밀려난다. 그 사이에서 더욱 날이 선 목소리로 은하가 소리를 지른다.

  “아이, 씨! 수사님까지 왜 이래요? 지금 나 완전 뭉개질 판이라고.”

  “어, 어, 미안하네. 방금 따라왔던 사람들이라고 했니?”

  한순간 균형을 잃고 널브러졌던 아이들이 제대로 자리를 찾아 앉으려고 버둥거린다. 그 가운데서 병국과 은하도 빠져나오려 노력 중이다.

  “네, 맞아요. 길거리에서 막 따라와서는 우리가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고 그랬어요.”

  “그래?”

  수사의 미간이 좁아져 찌그러진 형상을 한다. 꾹, 다문 입술이 그가 뭔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전해준다. 병국이 바로 옆으로 와 얼굴을 내민다.

  “어쩌면 좋은 기회일 수도 있겠는데요.”

  “좋은 기회라니?”

  “누군지 알아봐야죠. 아이들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어쩌면 아군이 될 수도, 적군이 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아군이라면 동지가 늘어나니까 좋은 거고 적군이라면 미리 싹을 잘라야겠죠.”

  수사가 병국의 말을 안으로 곰곰이 삭힌다.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 주저한다. 병국에게 대답을 하려는데 은하가 승합차 문을 열어젖힌다.

  “병국 씨 말이 맞아요. 이렇든 저렇든 지금 확인하는 게 낫겠네요.”

  “아니, 그렇게 함부로 대처할 일이 아니잖아.”

  수사가 말리지만 그의 말은 속절없이 공중으로 흩어진다. 은하가 앞장서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밖으로 나선다. 병국은 수사를 향해 ‘어쩔 수 없지 않냐’는 표정을 지어 보이곤 따라서 내린다. 혼자 차 안에 남은 수사는 혀를 차며 차를 댈 마땅한 곳을 찾아 둘러본다.

  태준은 운동용품 정리를 마칠 때까지 말이 없다. 축구부실까지 따라온 은지와 민호는 그런 태준의 행동을 관찰하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며 민호가 몇 마디 더 질문을 던졌지만 태준은 그저 못 들은 척 한다. 결국 참다못한 민호가 은지를 건너편 복도로 끌고 간다.

  “안 되겠다. 아무래도 지나간 일 그다지 좋은 기억도 아닌데 다시 꺼내고 싶지 않겠지. 다른 쪽으로 알아보자. 우리는 할 수 있는 만큼 한 거잖아.”

  “그럴까? 아무래도 아직 많이 힘든가 봐. 쉽게 나을 상처가 아니겠지.”

  뒤에서 다급하게 울리는 발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복도를 급히 뛰어오고 있다. 은지와 민호는 영문을 모른 채 발소리가 울리는 방향을 주시한다. 심지어 태준도 발소리를 듣고 축구부실에서 나와 건너편을 주시한다. 바로 앞까지 도착했다. 은지가 자신도 모르게 가슴팍으로 두 손을 모아 맞잡는다. 민호는 그런 은지의 옆모습을 봤다 정면을 향한다. 그런 민호의 앞으로 민재가 다급하게 뛰쳐나온다.

  “민호 형! 은지 누나!”

  달려오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해 한참을 더 와서 멈춘다. 행동이 부산스럽고 흥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민재야, 왜? 무슨 일인데?”

  “누나, 그 형들. 축구복 입은 형들이 이리로 오고 있어요.”

  “축구복 입은 형들? 이 학교에 축구부가 있어. 축구부원들이 학교에서 연습하는 중일 거야.”

  “아니에요. 민호 형이랑 싸웠던 형들이에요. 느낌이 그때랑 똑같아요. 보기 전에 미리 느꼈어요.”

  은지의 눈이 커진다. 민호를 보자 민호가 은지와 눈을 맞춘다. 뒤에 있던 태준은 그들이 나누는 얘기를 이해하지 못해 눈썹만 찌푸린다.

  “지금쯤 훈련하는 애들은 다들 집에 갔을 텐데.”

  태준이 은지와 민호를 지나쳐 민재가 달려왔던 방향을 살핀다. 그의 눈에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유니폼들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가장 앞에 있는 사람부터 한 명씩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어? 어?! 어!”

  은지가 다급히 민재의 팔을 붙잡으며 민호에게 말한다.

  “민호야, 빨리 피하고 보자. 지금 마주치면 지난 번처럼 당할지 몰라.”

  민호가 주변을 살핀다.

  “위로 올라갈까? 저기 층계가 있어.”

  “그래, 어디든 빨리 피하자. 아, 저기요.”

  은지가 민재와 같이 움직이려다 멍한 얼굴로 있는 태준을 부른다.

  “지금……,”

  은지가 말을 꺼내려다 멈춘다. 뭐라 설명할 말을 찾기 힘들다. 전부 설명하려면 길어질 터였다.

  “은지야, 시간 없어. 같은 축구부원이었으니까 해를 끼치진 않겠지. 일단 피하자.”

  은지는 민호를 따르며 불안한 눈빛으로 뒤를 본다. 놀라서 입을 벌린 채 운동장을 바라보는 태준이 시야에 들어왔다 멀어진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병국 씨! 은하 씨!”

  다급히 부르는 소리에 병국과 은하는 발걸음을 멈춘다. 일행 맨 뒤에서 달려가는 아이들을 따르고 있었다. 뒤에 남은 수사를 기다려주기 위해 일부러 걸음은 느리게 했다. 흥분한 아이들과 달리 그들을 설레게 하는 게 없었다. 아이들을 알아봤다는 사람들이 궁금할 뿐.

  “안정수가 없어졌어.”

  “네?”

  “조금 전까지 트렁크 안에 있었잖아요?”

  “내가 차를 대려고 주변을 느리게 도는 사이 빠져나갔는지 없어졌어. 아이들이 워낙 흥분해서 사람 정신없게 만드는 통에 놓쳐버렸네. 찾아야 돼. 지금 저기가 급한 게 아니라고.”

  “쟤들은 어떡하구요? 아이들을 알아봤다는 사람들은요?”

  “보통 아이들이 아니잖아. 자기들 한 몸 지킬 능력은 다들 된다고.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 우리가 거기까지 책임질 순 없는 일이지.”

  병국과 은하가 서로를 마주본다.

  “그래도 같이 힘을 모아서 그 의사선생을 찾았는데 그렇게까지 가차 없이…….”

  우물거리는 병국의 말을 은하가 날카롭게 자른다.

  “쟤들은 자기들 몫을 한 거니까. 굳이 함께 다닐 필요는 없잖아요. 차도 좁고. 빨리 도망간 사람이나 찾아봐요. 못 찾았다간 구불대장이 완전 화낼 걸.”

  ‘구불대장이 완전 화낼 걸’이라는 은하의 말에 수사의 얼굴이 사색이 된다. 병국은 그래도 주저하는 모습이다.

  “병국 씨, 같이 안 찾아볼 거예요? 애들은 그 사람 찾아놓고 챙겨도 되잖아요. 보통 애들도 아니고.”

  마지못해 병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은하의 뒤를 따른다. 은하를 따르면서도 불안한 눈빛으로 뒤를 본다. 흥분해서 입을 벌린 채 운동장을 뛰어가는 아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멀어진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덕남과 동준이 가장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태준은 그들의 얼굴을 보고도 믿기지 않는지 눈을 계속 껌뻑거린다.

  “덕남아, 동준아. 너, 너희들, 어떻게…….”

  “태준아.”

  덕남이 덥썩, 태준을 안는다. 동준도 반가운 얼굴로 둘 위로 엉겨 붙으려는데 급작스레 태준이 덕남을 밀어낸다. 엉겹결에 동준은 밀려나온 덕남의 등을 받는다.

  “너희들 뭐야? 화장터까지 따라갔다 왔는데 이럴 수 없잖아. 이건 말이 안 돼. 안 된다고.”

  동준이 말을 꺼내려고 하며 다가서자 태준이 흠칫, 거리며 물러난다. 뒤이어 다가오는 다른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씩 확인하며 동준의 얼굴은 더욱 사색이 된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들에 그만 질려버린다. 뒷걸음질 치다 한순간 방향을 돌려 달려 나간다.

  “태준아, 기다려.”

  동준이 따라서 달린다. 덕남이 같이 뛰려는데 태영이 간발의 차로 어깨에 손을 얹어 붙잡는다.

  “태영아.”

  “어차피 태준이가 놀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잖아. 차라리 동준이랑 둘이서 얘기 나누도록 시간을 줘보자. 동준이가 부르면 가자. 모두 한꺼번에 몰려가는 것보다 그게 나을 거야.”

  덕남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태준과 동준이 사라진 방향을 보는 눈에 안타까움이 비친다.

  “우리가 언제부터 두렵고 피해야 할 존재가 되었지. 아, 싫다. 태준이가 우릴 보고 도망가는 걸 보니까 그게 확, 피부에 와 닿아. 정말 싫어. 우리가 왜 이렇게 된 거냐고?”

  그런 덕남을 보는 태영의 표정도 착잡하다. 슬그머니 올려놨던 손을 내려놓는다. 뒤이어 도착한 다른 아이들이 함께 같은 방향을 본다. 그들의 눈에 그늘이 졌다. 깊게 드리워져 걷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빛이 비춰도 오히려 그 빛을 집어삼킬 만큼.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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