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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37
작성일 : 21-06-28 07:22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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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민호는 이 체육관을 두 번째 방문하지만 친근감이 별로 들지 않는다. 다 낡은 지하라서 곰팡이 냄새가 슬금슬금, 기어 올라오고 바닥에 깔린 매트리스는 닦기나 하는지 궁금해질 정도로 지저분해 보인다. 달갑지 않은 얼굴의 민호와 달리 은지의 표정은 사뭇 진지해 보인다.

  ‘김사부님 말처럼 나중에 나보다 더 잘하면 어쩌지? 아, 은지한테 밀리면 진짜 창피한데.’

  “존칭 없이 그냥 은지, 민호라고 부르도록 하지. 다들 성인이지만 어쨌든 지금은 나한테 배우러 온 제자라고만 생각할 테니까.”

  “네, 괜찮아요. 편하게 부르세요.”

  “은지는 당장 누군가 자신을 해치려고 달려들면 어떻게 할 거야?”

  “누가 달려들어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앞에서 튀어나와 한 대 치려고 해.”

  “음, 그렇다면, …….”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피하고 보는 거야. 상대방에 대한 파악이 전혀 안 되어있는데 맞서 싸우려는 건 위험한 발상이지. 게다가 그게 남자면 은지가 일단 힘에서 밀린다고 봐야 해. 무작정 덤비면 곤란해. 가능하면 어디로든 튀라고. 상황파악을 하면서 스스로를 준비시킬 시간을 벌어.”

  ‘무조건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잖아? 꼭, 김사부가 하는 말에는 반발심이 생긴다니까. 너무 강압적인 교육태도 때문인가?’

  민호가 묻는다.

  “계속 쫓아오면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따돌려. 뱀에게 쫓기면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 아나?”

  “뱀이요?”

  “그래, 뱀. 뱀이 물려고 따라 와. 어쩔 건가?”

  “어, 어, 뱀은 기어 다니니까 점프를 할까요?”

  “쯧, 쯧.”

  ‘어라, 혀를 차시네. 갑자기 물어보니까 급하게 궁리해서 답한 건데 그런 표현은 좀 너무 하잖아.’

  “자네 텔레비전에서 뱀이 몸을 세우는 모습 한 번도 본 적이 없나?”

  “티비에서요?”

  머뭇거리자 은지가 냉큼 대답한다. 민호는 그런 은지가 자신보다 훨씬 호신술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보기에는 참한 아가씨인데 어디에 저런 공격성이 잠재하고 있는 거지?’

  “자주 봤어요. 특히 인도 같은 나라에서 하얀 터번을 두른 남자가 피리를 불면 코브라가 몸을 곧추 세우고 춤을 추곤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던데요.”

  “그렇지. 뱀은 몸을 세울 수가 있어. 점프를 한다면 그 발목을 노리고 달려들 거야.”

  “아니, 저도 그런 건 봤어요. 그렇구나. 함부로 뛰어도 안 되겠네요.”

  민호는 어떻게든 끼어들 틈을 찾으며 말 사이로 들이민다.

  “뱀의 몸에는 다리가 달리지 않잖아. 몸통 전체만 길게 늘려 기어 다니지. 그건 직선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최적의 조건이지만 한 번 속도를 받으면 다른 방향으로 틀기가 어려워. 빠르기와 반비례해서 방향 전환 능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그래서 뱀을 피할 땐 이쪽으로 갔다 저쪽으로 갔다 지그재그로 방향을 바꾸면서 뛰어야 돼. 그럼 따라오는 놈의 속도가 준다고. 나를 노리고 따라오는 자를 상대할 때도 비슷하게 생각해. 뒤따라오는 추적자는 노리는 목표물을 따라잡기 위해 최고의 속력으로 질주하지. 속도가 붙은 만큼 방향을 바꾸기가 힘들어져. 도망자는 가능한 한 빈번하게 방향을 바꾸며 따라오는 자를 혼란시켜야 돼. 어떤 방법을 써서든 집중력을 떨어트려 뒤에 달린 사냥꾼을 털어내라고.”

  “피하고 나서는요?”

  민호는 김사부의 한쪽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걸 봤다. 자꾸 캐물어서 성가셔하는 건가 의구심이 생긴다.

  “이제 적을 파악해야지. 체격은 어떤가부터 해서 남자인가 여자인가, 나이대는 어느 정도, 어떤 무기를 가졌나 등등 캐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섭렵해야 그로부터 옳은 대처방법이 나온다고 봐야지.”

  “어두워서 제대로 보기 어렵거나 하면 어떡하죠?”

  “항상 최악을 생각해. 만약 키 크고 덩치 좋은 무술에 아주 능한 남자가 총을 들고 덤빈다면 어떻게 대처할 거야?”

  “총, 총이요?”

  “말이 그렇다고.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 닥치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할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그래야 조금 더 다루기 쉬운 상황에서는 한결 여유가 생기는 법이니까.”

  뭔가 대꾸를 할까 하다 또 한 소리 들을 것 같아 참는다. 은지의 눈빛이 이제 진지함을 넘어 형형한 빛을 발한다.

  ‘저러다 재야의 무술고수가 되는 건 아닐까?’

  “대처방법을 생각할 때는 이것부터 명심해. 주변에 있는 어떤 것도 나를 지키기 위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하라고. 사소한 것들, 보기에 별 게 아닌데도 쓰는 자에 따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어. 은지가 생각하기에는 흔히 들고 다니는 물건 중 어떤 것이 유용한 호신도구로 쓰일 수 있겠나?”

  “호신도구로요? 어, 저는 그다지 물건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는 편이거든요.”

  “어떤 것이든지 좋아.”

  은지는 소지했던 물건들을 떠올려 본다.

  “뭐가 좋을까? 주로 들고 다니는 건 휴대폰이랑 버스카드, 지갑이 있는데요.”

  “사람들이 집 나서면 꼭 지녀야 할 물건이 있는데 모르겠나?”

  “집 나서면 꼭 지녀야 할 물건요?”

  “거주지가 있는 사람은 보통 그걸 가지고 다니지. 어디 산골마을 인심 좋은 곳에서 살지 않는 이상.”

  민호 입가에 슬쩍, 미소가 걸친다.

  ‘나랑 관련된 거지.’

  “어이, 왜 이빨은 보이지?”

  “네? 아니, 저는 그 대답 알 거 같아서요.”

  “아, 하는 일이 그쪽 일이라고 했나? 그래, 사람들은 항상 집을 나서면 문단속을 하고 열쇠를 들고 다니지. 열쇠 없이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어.”

  ‘에이, 내가 정답을 말하려고 했는데 미리 말하시네.’

  정답을 맞힌다는 게 은근히 기분 좋은 일이다. 민호는 자신을 보는 은지의 시선이 은근히 다르게 느껴진다. 나는 그 방면 전문가라고.

  “아, 맞네요. 저도 열쇠 한 꾸러미를 들고 다녀요. 이것저것 잠그고 다녀야 할 게 많아서.”

  “열쇠도 크기, 재질, 모양에 따라 각각 쓰임새가 다르겠지만, 웬만한 정도면 유용하게 쓸 수 있어.”

  김사부가 작은 은색 열쇠를 하나 꺼내 은지의 손에 쥐어준다. 그 손을 놓지 않고 잡은 채로 벽에 아무렇게나 세워진 오래된 스티로폼을 그대로 그어댄다. 그 방향을 따라 죽, 죽, 생채기가 난다. 은지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김사부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있다.

  “이게 작아도 꽤 날카로워. 얼굴 부위, 특히 눈 주위를 노리면 나름 효과가 크지. 뭐든 생각해내는 거야. 여자라면 주로 지니고 다니는 게 뭐가 있을까? 머리핀이나 목걸이, 아님 굽 높은 구두도 무기가 될 수 있어. 하이힐은 위력이 세. 잘못 맞으면 크게 다친다고. 웬만한 무기 이상이야.”

  김사부가 민호를 본다. 그 눈빛이 어째 꺼림칙하다.

  ‘내 첫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나? 날 자꾸 안 좋게 보는 시선이야. 알고 보면 나도 괜찮은 놈인데. 아, 그렇게 한심하다는 눈으로 보지 마세요.’

  “남자는 뭘 들고 다니겠나?”

  “남자요? 어, 남자들은 뭔가 들고 다니는 걸 귀찮아해서요. 여자들처럼 핸드백이나 손지갑도 안 가지고 다니고. 그리 이용할 만한 게 없겠는데요.”

  “쯧, 쯧.”

  ‘그 혀 차는 소리 듣기 싫다구요.’

  “꼭 눈에 띌 만큼 큰 게 아니라도 말이지. 생각을 해 봐. 담배를 핀다면 주로 라이터를 가지고 다니겠지. 라이터도 급할 땐 좋은 무기가 돼. 심지어 성냥을 이용해도 좋아. 찌르기엔 유용하다고.”

  “저는 담배 안 피는데.”

  ‘윽. 차라리 말을 말아야겠다. 뭔 말만 하면 눈빛이 더 사나워지시네.’

  “예를 들었을 뿐이야. 아님 남자들은 주로 모자를 많이 쓰지.”

  “아, 모자는 저도 자주 써요.”

  “모자 자체는 흉기로서 크게 가치는 없어. 하지만 급할 땐 잘 조준해서 던지면 시야를 가리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지. 도망칠 때는 작은 일초라도 큰 차이를 만드는 법이니까 어떤 걸로도 시간을 버는 게 중요하다고.”

  김사부는 도망치는 요령을 몇 가지 덧붙이더니 상대방의 체격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설명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공격과 방어를 할 때 주변의 물체를 이용해서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하나씩 열거한다.

  ‘인간의 두뇌는 집중력에 한계가 있는 법이잖아.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한없이 지속할 수는 없는데. 나는 그게 좀 더 빨리 떨어져서 그렇지.’

  민호는 슬슬, 몸이 꼬이고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간다.

  ‘헉. 김사부가 노려본다. 그새 알아채셨나?’

  은지는 김사부가 하는 말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로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며 경청하는 중이다.

  ‘은지야, 나중에 체육관 차리겠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는 없잖아. 우리는 우리 몸만 지키면 된다고. 무술의 고수가 되려고 하지 마.’

  결국 호되게 호통을 듣는다. 정신 딴 데 팔지 말라고. 민호에겐 이렇게 이론 수업만 들어야 하는 건 질색이다. 가만히 서서 듣고만 있으니 금방 질려 버린다. 김사부는 어떤 일에서든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기로 들어가야 한다며 오늘 하루는 이론 수업으로 채운다. 민호에겐 나름 힘을 쓰게 될까 봐 미리 스트레칭까지 하고 왔는데 별 소득이 없는 날이었다. 끝날 즈음 머리를 한 대 맞았다. 자꾸 정신 딴 데 팔면 나중엔 몽둥이로 때리겠다는 위협과 함께. 가슴이 답답해진다.

  ‘나를 미워하는 선생을 앞에 두고, 옆에는 모범생 동기와 경쟁하면서 수업을 받으러 와야 하다니. 배움의 길은 왜 항상 멀고 험한 걸까?’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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