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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34
작성일 : 21-06-07 09:06     조회 : 321     추천 : 0     분량 : 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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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

 

  “아얏!”

  비상구 계단을 내려오던 은하는 발을 헛디뎌 삐끗, 거린다. 높은 굽이 달린 구두를 신고 층계를 밟아나가기 수월치 않다.

  “그러니까 내가 그랬잖아요. 힘쓰는 일 하러 오는데 그런 높은 구두 신지 말라고.”

  “옷이랑 맞춘 건데 어떻게 신발만 다른 걸 신어요. 차라리 오지 말지.”

  그렇게 말하는 은하를 병국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쳐다본다. 이미 짜증이 올라있는 은하에게 달리 잔소리를 하고 싶진 않다. 묵묵히 아래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아래에 누가 있어요.”

  영수가 소리를 죽여 전한다. 다들 움직이던 발걸음을 멈춘다. 중간쯤 서 있던 병국이 앞서더니 천천히 내려간다. 그 뒤로 영수와 태영이 따르고 은하가 그 뒤로 다가온다. 흰 가운을 입은 남자가 구석에 몸을 포개고 앉아 양손에 얼굴을 묻은 채로 앉았다. 병국이 조심스레 그 남자를 살피는데 은하가 훌쩍, 계단을 타고 넘는다.

  “그렇게 언제까지 기다릴 건데요? 그 구불탱이가 가르쳐준 이름을 불러보면 알겠죠.”

  “구, 구불탱이?”

  “징그럽게 구불거리는 우리 대장 말이에요.”

  병국은 은하를 말리려던 손을 도로 내린다. 어쩌면 은하를 내버려두는 게 빠를 거라 생각한다.

  “안정수 씨?”

  날카롭고 새된 목소리가 비상구를 울리며 아래를 향한다. 손 위로 묻었던 얼굴을 든다.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 놀란 표정으로 주위를 살핀다.

  “맞네. 그것 봐요.”

  병국을 향해 은하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는다. 맨 앞에서 성큼성큼, 아래로 내딛는다. 계단을 밟는 게 더 이상 힘들지 않아 보인다.

  “이것도 걷다 보니 익숙해지네. 굽을 더 높여볼까?”

  자신의 구두를 내려다보는 은하를 병국이 거칠게 옆으로 밀친다.

  “비켜!”

  대처할 새 없이 갑작스레 밀쳐진 은하가 벽 위로 거꾸러진다. 높은 굽의 구두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힘들다. 결국 층계를 몇 개나 굴러 멈춘다. 병국은 앞으로 넘어진 은하를 살펴보고 싶지만 감히 나아갈 수가 없다. 은하가 있던 자리 옆 벽 위로 날카롭게 날이 선 메스가 꽂혔다. 또 언제 날아올지 모른다. 이런 공격을 받을 거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은하를 그렇게 밀어내어 마음이 편치 않다. 심하게 다친 건 아니겠지?

  “다, 다가오지 마! 너희들 누구야? 너네도 환자 가족이냐?”

  오른손에 번쩍이는 메스가 들렸다. 경계하는 빛을 뚜렷하게 드러내며 위에 자리한 일행을 주시한다. 병국이 급한 마음에 팔 아래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정수를 향해 집어던진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기 위해 눈앞을 혼란시키려는 의도였다. 활짝 펼쳐진 꽃다발이 위로 솟아오른다. 정수의 손을 떠난 메스가 빠른 속도로 꽃다발 가운데를 가르고 지나가자 주위로 줄기와 잎이 우수수, 흩날린다. 연달아 두 번째, 세 번째 꽃다발이 날아가고 정수도 번갈아서 메스를 날린다. 꽃다발을 지나쳐 벽으로 날아드는 메스를 보고 기겁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계단 양쪽으로 바짝 붙는다. 사방에 꽃잎들이 날려 시선을 가득 메운다. 앞을 분간하기 어렵다. 병국은 계단 난간에 기대 오르더니 등에 둘렀던 망토를 떼어내 앞으로 휘두른다. 아무것도 없었던 망토 안에서 네 줄기의 굵은 동아줄이 뻗쳐 나오더니 정수를 향해 달려든다. 아슬아슬 닿을 듯했지만 몸을 건드리진 못한다.

  정수는 어깨와 다리 근처로 날아드는 동아줄을 피해 옆으로 이동한다. 입술 위에 달라붙은 꽃잎들을 떼어내며 이번엔 양손으로 메스를 던진다. 한 손에 두 개씩, 네 개가 한꺼번에 날아간다. 망토에 연결된 동아줄을 이용해서 정수의 곁으로 낙하하려던 병국은 날아든 메스들이 망토를 찢어놓자 힘을 제대로 싣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그 사이쯤 착지한다. 정수에게는 그 거리가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 정확히 메스를 조준할 만하다. 병국의 이마 위로 낭패한 기색이 어린다. 바로 근처까지 도달하면 메스를 조준해서 던지긴 쉽지 않을 거라는 계획으로 동아줄을 날렸는데, 정수가 한꺼번에 메스 네 개를 던져 망토를 갈라놓을 줄 몰랐다.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 착지했다. 정수의 양손 위로 허옇게 날이 선 메스 하나씩이 놓인다. 병국이 입술을 지그시 깨문다. 영수가 주변 아이들에게 급하게 전달한다.

  “우리는 여섯이야. 아무리 명사수라도 한꺼번에 여섯 명을 잡진 못할 걸. 같이 덮치자. 그러면 우리가 유리할 거야.”

  “괜찮을까?”

  “걱정 마. 이제는 엄청 빠르게 움직일 수 있잖아.”

  영수가 먼저 뛰어 오르자 그 뒤를 따라 광규와 동준이 몸을 날린다. 재욱과 성욱, 재찬은 선뜻 내키지 않는지 상황을 지켜본다. 병국을 노리던 정수는 뜻하지 않은 세 명의 움직임에 놀라 급히 방향을 바꾼다. 셋 중 어디를 먼저 노릴 것인지 기회를 엿보는 사이 재욱, 성욱, 재찬도 뒤따라서 뛰어들자 난감해진다. 가장 앞섰던 영수를 향해 메스를 날린다. 이어서 광규와 동준을 향해서도 메스가 날아온다. 상황을 예측하고 움직였던 영수는 공중에서 허리를 틀어 공중제비를 타며 방향을 바꾼다. 메스가 날아오는 속도는 빨랐지만 영수는 그보다 앞서 움직여 몸을 피하며 계단 위로 착지한다. 대상물을 잃은 메스는 일정한 속도로 날아가 벽에 박힌다. 영수를 따른 광규와 동준은 그들에게 향하는 메스를 보자 당황한다. 미리 반응을 하고 움직여야 했지만 충분히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게다가 서로 신호가 맞지 않아 공중에서 부딪히고 만다. 메스는 광규의 넓적다리와 동준의 팔꿈치 근처를 스치고 지나간다.

  “아악.”

  “으아아.”

  “광규야! 동준아!”

  공중에서 균형을 잃고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저 밑바닥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다. 병국이 찢어진 망토를 고쳐 잡더니 그들을 향해 펼친다. 찢어진 상태지만 동아줄은 그대로 망토와 연결되어 있다. 두 줄이 한 명씩 상체와 하체를 감싼다. 정확히 붙잡기는 했지만 병국이 두 명의 무게를 감당하기는 벅차다. 아래로 떨어지는 둘을 끌어당기려 애쓰며 계단 난간 끝 언저리에 힘겹게 다리를 걸친다. 그런 병국을 돕기 위해 재욱, 성욱, 재찬이 뒤로 다가가서 허리를 잡아끈다. 그나마 끌려가진 않고 버틴다.

  “있는 힘껏 당겨!”

  병국이 아이들을 재촉한다. 힘이 실린 망토가 조금씩 찢어진다. 자칫하다 둘로 갈라질 것처럼 보인다. 뭔가 방법을 생각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던 병국의 시야에 정수가 들어온다. 정확한 사정권을 확보하려 가까이 온다.

  “으악! 저 아저씨 다가온다.”

  “어쩌지?”

  “뭘 어째? 빨리 끌어당기기나 해.”

  다가오는 정수를 발견했지만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 손을 놓으면 광규와 동준이 아래로 떨어질 거였다. 지금 붙잡고 있는 것만도 벅차다. 병국의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빛에 눈이 부시다. 정수의 손에 든 메스의 날선 면이 번쩍거린다. 부우욱. 양쪽으로 팽팽히 당겨져 하중이 실렸고 그에 따라 망토가 뜯겨져 나간다. 정수가 병국을 조준한다. 오른손을 휘두르자 반사적으로 병국이 눈을 감는다. 그의 뺨을 타고 흐르는 바람 줄기가 느껴진다. 병국이 눈을 뜨자 튕겨나가는 메스가 보인다. 조준하기 쉬운 거리여서 자신의 머리를 바로 맞힐 거라 예상했다. 이제 오히려 눈을 크게 치켜 뜬 자는 정수다. 병국을 향해 왼손을 휘두르지만 이번에도 메스가 튕겨나간다.

  “추!풍!낙!엽!”

  은하가 병국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다. 공중에 놓인 보이지 않는 계단이라도 타듯이 다리를 번갈아가며 움직인다. 그 공간 안에서 여기저기, 자신만의 스텝을 밟더니 광규와 동준의 등을 노리고 걷어 올리는 자세로 연달아 발길질을 한다. 그렇게 힘을 받은 두 사람은 그대로 거꾸로 세워진 자세로 계단을 넘어가 등을 바닥으로 향한 채 떨어진다. 난간 위로 올라선 은하가 내려 보자 정수는 잠시 주저하더니 다시 손동작을 취하려 한다. 하지만 은하가 먼저였다. 정확히 그의 가슴을 노리고 손가락을 모은 채 손바닥을 펴서 앞으로 내지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운이 한데 모였다 날아간다. 그 기운이 한 줄기 바람처럼 빠르게 가슴께로 돌진한다. 제대로 가슴 부위를 가격당한 정수는 목 아래부터 벽에 부딪히더니 밑으로 떨어진다. 감긴 눈을 뜨지 못한 채 그대로 거꾸러졌다. 병국과 재욱, 성욱, 재찬은 당기던 힘을 제대로 멈추지 못해 뒤로 한꺼번에 굴러 서로 엉킨다. 다들 아직 가쁘게 숨을 내쉬는 중이다. 등을 차인 광규와 동준도 정신을 제대로 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바닥에 누워 멍하니 위만 쳐다본다. 그런 그들을 향해 은하가 아래에서 툭, 하고 던진다.

  “촌스럽긴. 하여튼 내가 아니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니까.”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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