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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짧은 필름 기억의 현미경
작가 : NO301
작품등록일 : 2019.9.8

한편 한편 짧은 이야기

 
소년의 비밀
작성일 : 21-04-17 21:32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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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소년은 부끄러움이 많으면서도 궁금한 것도 많은 사춘기였다. 학교에서는 중간 정도의 성적에 중간 정도의 키에 얼굴은 어디서 본 것 같은 인상을 하고 있었다.

  소년이 사는 집은 12층 아파트에 6층, 한 층에 10세대가 있는 중에 정확히 605호였다. 소년은 의식적으로인지 아닌지 스스로는 잘 알 수 없었지만 길을 걸을 때도 보도블록의 선을 밟으며 걸으려고 애를썼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선는 절대적이라고는 볼 수 없었지만 말이다.

  소년의 부모는 선을 봐서 결혼해 소년을 2번째로 낳았다. 소년은 위 아래로 누나 여동생이 있었다.

 

  누나와 여동생은 어렷을 적부터 사이가 좋아 무엇이든 함께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소년을 자신들의 놀이에 끼워주는 것에 인색했다. 소년은 소외되는 시간동안 멍하니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만끽했다. 겉으로는 소년의 혼자 놀기는 따분하기 그지없었지만 소년은 불평하지 않았다.

  가끔은 그런 소년의 태연함에 가족들은 그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런 소년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한 가지 비밀이 있었는데 그것은 소년에게 벽을 통과하는 초능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처음 알 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 날은 소년이 중학교에 입학을 하는 날이었다. 평생 눈에 띄지 않는 소년이었지만 입학식 만큼은 부모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소년의 어머니는 소년의 새로운 교복을 옷 매무새를 몇 번이고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왼쪽 어깨를 좀 내리렴. 어깨를 그렇게 올리고 있는 애는 너 밖에 없을거다"

 "넥타이는 왜 그렇게 대충 맸니? 끈이 단단히 목에 감기게 해야지"

 "신발 끈은 왜 그렇게 삐툴어지게 했니? 바르게 다시 묶으렴"

 "가방은 잘 양 어깨에 매야지. 그러다 진짜 자세가 비뚤어지는 거야"

 

 이상하게도 어머니의 확인 또 확인의 잔소리는 소년에게 전혀 싫게 들리지 않았다. 단지 소년은 익숙하지 않아 조금은 느리게 어머니의 말에 반응했다. 첫 번째 잔소리에 따라 어깨를 바로 하려는 찰나 어머니가 두 번째 잔소리를 시작했고 어머니가 모든 잔소리를 끝내고 '이 구재불능은 대체 누구지?'라는 식으로 소년을 봤을 때 소년은 마지막 잔소리 과제를 해결하려고 마악 가방을 똑바로 매는 중이었다.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잔소리 내내 그저 묵언수행을 하며 따분하게 둘을 바라보다 소년이 가방을 똑바로 매는 임무까지 완수하자 가만히 소년의 어깨를 툭툭 치기만 했다.

 

 그렇게 어느때와는 조금은 다른 관심에 소년은 긴장반 들뜬 마음반으로 집을 나섰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무엇에 과민 반응을 했는지 몰라도 입학식이 열린 강당 천장에 있던 스프링클러가 일제히 작동을 시작해 일순간에 입학식 참가자 전원이 물벼락을 맞게 된 것이다.

 그러자 아이들은 일제히 일어나 우왕좌왕 하며 참관하던 부모를 찾아 흩어지기 시작했다. 소년은 그 물결 같은 흐름에 이끌려 몸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소년은 어떻게든 그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벽에 바짝 붙어 아이들이 제 부모들을 찾아 흩어지는 광경을 볼 뿐이었다. 왜 그랬는지 몰라도 소년은 부모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단지 그들 틈에 들어가 버리면 자신이 사라질 것 같은 기기괴괴한 기분이 들었다.

 

 소동은 불과 5분 남짓 일어난 일이었지만 소년은 사람들의 흐름이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처럼 느껴졌다. 자신은 전혀 이 현실에 존재하지 않고 그들에게 섞여 들고 싶어도 들 수 없다는 확신마저 들었다. 소년은 조심스레 벽을 더듬으며 더더 구석으로 구석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어느샌가 소년은 자신이 구석이 아닌 벽 속으로 몸이 반쯤 들어간 사실을 깨달았다. 벽 속의 감각은 물리적인 느낌이 아니라 머리 속에서 느껴지는 느낌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의 몸은 공기가 통과할 것처럼 투명해져 있었다. 벽 속의 몸은 멈춰 있으면서도 모든 것이 통과하고 이동하는 것 같았다.

 소년은 조금 더 조금 더 뒷걸음질 치며 벽 안으로 제 몸을 숨겼다. 벽 밖의 일들은 이제 아예 눈 앞에서도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단지 그들의 발자국 소리와 웅성이는 소음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소년은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밖으로 나와 있었다.

 

 소년이 밖으로 벽을 통과해 혼자 나왔다고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소년은 능청스럽게 밖으로 나와 있던 다른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잠시 산책을 했다. 부모님은 한참 뒤에야 밖으로 나와 소년을 찾았다. 그들은 소년이 밖으로 언제 나왔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런 사실 자체를 전혀 문제로 느끼지도 않았다.

 

 소년은 그날 이후 어디를 가든 무얼하든 벽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년은 자신이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것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능력은 아주 오랫동안 그만의 비밀이 됐다.

 

 그런 소년에게 벽 말고도 관심을 끄는 존재가 생긴 건 소년이 고등학교를 들어가고 난 뒤였다. 그 존재는 소년의 같은 학교 피아노 소녀였다. 소녀는 피아노를 너무 잘해 전국 콩쿠르에서 수사을 할 정도였다. 소녀는 얼굴 또한 너무나 아름다워 한번 보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였다. 학교 축제에는 그녀가 속한 합주부에서 연주회를 열었는데 언제나 만석이었다. 그녀가 전날 무슨 일을 했는지 인스타그램에 어떤 글을 남겼는지 그 모든 것들이 모두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소녀의 재능과 미모 말고도 소녀는 여러가지 안 좋은 소문이 많았다. 방학 때 어디서 노는 것을 봤다더라 아이를 지웠다더라 학교 어떤 남 선생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라더라 등등의 이야기가 그녀를 칭송하는 이야기에 맛을 더하는 조미료처럼 툭툭 더해졌다.

 

 소년 역시 그런 소녀를 흠모했다. 소년은 자신의 능력으로 소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누구보다 더 잘 볼 수 있었다. 소년은 늘 그녀가 연주하는 학교 피아노 속에 들어가 있었다. 소녀가 연주하는 시간은 늘 정해져 있었고 운이 좋으면 둘 만의 시간도 10에 3번은 있었다. 그런 날이면 그녀가 연주하는 음악에 취해 소년은 온 몸이 행복해졌다.

 

 소년은 그런 정도로 소녀와의 만남을 만족했다. 자신은 절대 오르지 못할 나무라고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어디서든 눈에 너무 띄는 그녀가 가엽기도 했다.

 소녀는 혼자 피아노를 칠 때면 눈물을 자주 흘렸다. 무엇이 슬픈 것이지는 알 수 없었다. 소년은 가만히 소녀가 다시 건반에 손을 올릴 때까지 그녀의 우는 소리를 들어줬다. 그것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소녀는 남들 앞에서는 전혀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혼자 연주를 하는 순간에는 누구보다 눈물이 많았다.

 그리고 소년은 소녀가 우는 이유가 그녀의 주변에 돌고도는 루머 때문 이란걸 알고 있었다.

 

 그러단 어느날.

 소녀가 여느때와 다름없이 혼자 피아노를 치고 있을 때였다. 소녀가 건반 위에 손을 올려 놓고 한참을 아무 움직임도 없이 그러고 있었다. 소년은 소녀의 모습을 볼 수는 없었기에 의아한 마음에 이어 초조한 마음이 일기 시작했다. 그럴리야 없었지만 자신의 존재를 눈치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피아노를 박차고 나갈 용기는 없었다. 소년은 소녀가 단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어 그런거라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이제 그만.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어"

 

 소녀가 한숨처럼 그 한 마디를 뱉어냈다. 그러고는 그대로 건반 뚜껑을 닫고 일어나 교실을 나가 버리고 말았다. 소년은 한참 동안 피아노 속에 숨죽여 그 말을 되뇌이고 또 되뇌였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소녀는 결국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한동한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시금 아이들은 소녀의 이야기를 새롭게 입으로 글로 쓰고 또 쓰기 시작했다. 소년은 소녀의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 틈에서 슬며시 벽으로 들어가 그런 아이들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거나 뒤통수를 때리는 소심한 복수를 하기 시작했다. 모든 아이들의 입과 손가락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아이들이 소녀의 가슴을 더이상 아프게 하는 게 싫었다.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는 없었지만 몰래 뒤에서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는 정도는 아주 간단했다.

 

 소녀가 다시금 학교에 나왔을 때 아이들은 더이상 소녀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소녀의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떠도는 귀신 이야기에 정신이 없었다.

 누구보다 당황한건 소녀였다. 소녀에게 귀찮게 치근대는 아이들도 더이상 없었고 소녀가 지나가도 수군덕대는 아이들도 없었다. 아이들은 벽 귀신이 자신들을 공격할까봐 흠칫흠칫 거리며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집에 가기 바빴다.

 

 요즘도 소년은 소녀가 혼자 피아노를 치는 동안 그 연주를 온 몸으로 느끼고 즐긴다. 소년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절대로 자신의 존재를 소녀에게 들킨 적이 없었다. 소녀가 피아노 실에서 혼잣말을 해도 절대 맞장구 쳐주지 않았고 소녀가 피아노를 가끔 틀리게 쳐도 웃지 않았다.

 

 소녀는 대학까지 피아노를 전공했고 대학에서 만난 남자와 바로 결혼해 아이들을 낳았다. 그녀는 더할나위 없이 평범하게 나이를 먹어갔다. 소녀는 눈에 띄게 아름다웠던 자신의 젊은 시절을 가끔은 그리워하기도 했지만 현재의 자

 신에 만족하고 행복했다. 이제는 어디 나가도 '저기 아줌마'라는 말에 자동으로 고개가 돌아간다.

 집에는 학창시절부터 소중히 간직한 피아노가 멋지게 놓여 있지만 손을 올려놓지 않은 지 한참됐다.

 가끔씩 소녀는 피아노의 먼지를 털 때면 가만히 피아노에 귀를 기울일 때가 있다. 그리고는 자신이 한 행동에 스스로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든다.

 

 소년은 대학도 가지 않았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 고만고만한 봉급을 받으며 두 다리 펼정도의 단칸방에 뚜벅이로써 평범하다면 평범한 그런 중년으로 하루 하루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소년은 자신이 벽 귀신이었다는 사실을 여전히 비밀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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