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도넛처럼 생긴 우주 정거장이 서서히 돌아가는 게 느껴진다. 시설 경비대원 다섯 명이 모두 헬멧을 쓰는 걸 마치자 등에 로켓 추진체를 멘다. 로켓 추진체는 내부에서 탄소를 태워서 에너지를 발사하는 것으로 대원들이 우주 공간에 맨 몸으로 나갔을 때 몸이 날아가는 걸 도와준다.
윤서는 훈련소에서 로켓 추진체 사용하는 법을 오래 훈련해 익숙하다. 하지만 오늘 여기서 처음 메어보는 로켓 추진체의 스위치와 방향 조절 손잡이를 손으로 만지며 천천히 익힌다. 모두 로켓 추진체를 등에 메자 우주복 내부 통신 채널이 켜지고 정아 목소리가 들린다.
“다들 우주 그물이랑 탄소 폐기물 박스 챙기세요!”
“넵!”
윤서의 우주복 통신 채널에 다른 대원들이 대답하는 게 들린다. 대원들은 각자 에어록 안 사물함으로 다가가 문을 연다. 윤서가 문을 열자 그 안에 긴 끈이 달린 작은 박스와 우주 그물 손잡이가 있다.
대원들이 먼저 사물함에서 박스를 꺼내 붙어 있는 끈을 빼서 각자의 우주복 허리 쪽에 있는 고리에 맨다. 그러자 박스가 몸에 달린다. 윤서는 허리에 달려 대롱거리는 박스가 좀 거추장스럽지만 무겁지는 않다고 느낀다. 나노 로봇으로 탄소를 포집한 후 탄소를 넣어두는 박스다.
이번에는 다시 사물함 안쪽에 놓여 있는 작고 네모난 손잡이를 찾아 한 손에 든다. 우주 그물이 들어 있는 손잡이다. 그물 안에는 나노 로봇들이 들어 있다. 손잡이에는 스위치가 달려 그물을 펴고 모을 수 있다. 그물을 펼치면 나노 로봇들이 움직이며 성층권 대기 위의 탄소를 포집하게 된다. 윤서도 훈련소에서 많이 사용해 익숙한 도구다.
대원들이 모두 우주 그물 손잡이를 챙겨 한 손에 들자 정아가 에어록 출입구로 다가간다.
윤서는 출입구가 열리자마자 몸이 쏠려 날아갈 것을 대비하며 훈련한 대로 심호흡을 쉰다. 그러나 다른 대원들은 익숙한 듯 편안한 얼굴들이다. 다섯 명은 출입구가 열리고 밖으로 날아갈 때 부딪히지 않도록 나란히 선다. 정아가 출입구 쪽 오픈 스위치를 누른다.
순간 출입구가 열리고 다섯 명의 몸이 우주 공간으로 빨려 나간다. 쏴악.
우주 공간에 나온 윤서는 몸이 흔들리며 균형을 잡기 힘들다. 하지만 다른 대원들은 벌써 몸을 움직여 균형을 잡으며 로켓 추진체의 스위치를 켠다. 그러자 등에 맨 추진체의 뒤꽁무니에서 파란 불이 나오며 반동으로 날아가던 몸이 정지한다. 윤서는 재빨리 추진체의 스위치를 켜 날아가는 몸을 정지시킨다. 파악.
몸이 정지하자 윤서는 비로서 정신이 돌아온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 본다. 정거장 외벽이 천천히 돌고 있고 윤서가 나온 시설 경비대 출입 에어록이 뒤로 보인다.
우주복 헬멧 눈앞 유리로 보이는 우주의 고요한 풍경이 윤서는 신기하다. 윤서가 고개를 돌리자 회전하는 우주 정거장 공간 중간에 우주 엘리베이터 플랫폼과 그 옆에 떠 있는 대형 창고가 보인다.
멀리 다른 방향으로는 도넛 모양의 다른 우주 정거장이 보인다. 사국의 우주 정거장이다. 스티브가 있는 곳이다.
윤서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벽 쪽으로 다른 작은 에어록 돌출구가 보인다. 돌출구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가운데 여행객 10여명이 우주복을 입고 둥둥 떠 나온다.
윤서와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여행객들이다. 그 중에 윤서가 구해준 아이와 시훈도 보인다.
여행객들은 모두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다.
여행객들의 우주복에는 기다란 호스같은 연결선이 우주 정거장과 연결되어 있다. 우주 공간으로 나온 여행객들은 이리 저리 몸을 돌리며 우주 유영를 하거나 손에 든 카메라로 주변을 촬영한다.
아이도 엄마 옆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우주 유영을 한다. 신나하는 게 몸짓에서 보인다. 우주 유영을 하는 관광객들 사이에 시훈이 떠다니며 뭐라뭐라 하는 것 같다.
이때 윤서의 우주복 안으로 대장 정아의 통신 채널이 켜진다.
“이제 탄소 포집 작업 시작합니다. 그물 안에 나노 로봇 상태 다 확인하셨죠?”
“네!”
“성층권으로 이동하세요.”
그러자 대원들이 우주복 상위에 달린 버튼을 눌러 로켓 추진체를 작동시키고 대원들이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지구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지구 성층권은 지구쪽으로 점점 밝아지는 구역이다.
정아는 자신은 인공 위성 폐기물을 수집하러 간다며 영준에게 같이 가자고 한다. 그리곤 다른 대원들에게는 탄소 포집 작업을 하라고 지시한다.
정아와 영준이 멀리 보이는 인공 위성 폐기물 쪽으로 날아간다. 윤서는 등에 멘 로켓 추진체를 작동시켜 예주와 동현을 따라 성층권으로 날아간다.
그들은 지구 쪽 밝아지는 구역에 도착한다. 예주와 동현이 손에 든 우주 그물 손잡이를 앞으로 내밀더니 손잡이에 있는 스위치를 누른다. 그러자 손잡이에서 그물이 확 펴진다. 착.
그물 더미가 공간에 너울거리고 그 안으로 작은 지렁이 같은 것들이 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탄소 포집용 나노 로봇들이다. 이어 예주와 동현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그물을 펼친다. 윤서도 손잡이 스위치를 켜 그물을 펼친다.
멀리 정거장 에어록 쪽에서 우주 유영을 하던 여행객들이 일제히 돌아 보고 신기해하며 카메라로 촬영한다. 그 중 시훈이 윤서를 알아보고 손을 흔든다. 윤서는 일하느라 보지 못한다.
그물 안에서 로봇들이 꿈틀거리며 성층권에 있는 탄소를 포집한다. 탄소를 포집한 로봇들의 빛이 빨갛게 변한다. 그러자 대원들이 그물 손잡이의 스위치를 누른다. 그물들이 확 쪼그라들자 대원들이 쪼그라든 그물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허리에 연결된 끈을 잡아 폐기물 박스를 당긴다.
폐기물 박스에 손이 닿자 박스 뚜껑을 열고 쪼그라든 그물을 집어 넣는다. 조금 시간이 지나 다시 그물을 빼고 박스 뚜껑을 닫는다. 이번엔 박스 뚜껑 위에 있는 램프가 빨갛게 변한다. 박스 안에 탄소 폐기물이 분리되었다.
두 번 정도 더 그물을 펼쳐 탄소 포집하는 작업을 끝낸다. 이제 우주 유영하던 여행객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원들의 몸에 연결된 폐기물 박스 뚜껑 램프도 다 빨갛게 변해 있다. 폐기물이 꽉 찬 거다.
윤서의 우주복 안으로 통신 채널이 켜지고 동현의 목소리가 들린다.
“박스 다 찼으면 오늘 작업 이제 그만 합시다! 박스 창고에 넣으러 가요”
동현과 예주가 우주 엘리베이터 플랫폼 쪽으로 몸을 돌려 로켓 추진체를 발사시키고 몸에 달린 폐기물 박스를 끌고 날아간다. 윤서가 그들을 따라 간다.
대원 3명은 돌아가는 우주 정거장 가운데 우주 엘리베이터 플랫폼 옆에 있는 네모난 모양의 대형 창고 앞에 멈춘다. 패널에 비밀 번호를 넣어야 열리는 자동문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