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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26
작성일 : 21-04-12 08:33     조회 : 345     추천 : 0     분량 : 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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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검은색 승합차 안이 북적인다. 뒷자리 좁은 곳에 구겨지듯 앉은 은하는 몹시 불쾌한 얼굴이다. 자신이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게 못마땅하다. 넓직하고 성능 좋은 차량 하나를 금방 구해오겠다고 강하게 어필했지만 남자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겨우 이런 구닥다리 승합차에 이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집어넣다니.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게 최우선이라고? 요란한 복장의 축구부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는 건 눈에 띄지 않고?'

  옆에 앉은 병국은 괘념치 않는다. 오히려 은하와 가깝게 앉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은하에게 잘 보라며 반복해서 손을 움직인다. 화려한 색으로 각 면이 나눠진 큐브가 들려져 한쪽으로 색이 쏠렸다 다시 흩어지곤 한다. 어느새 색들이 정갈하게 맞춰졌다 다시 모양을 그리며 변화한다. 은하를 향해 들어 올리자 붉은색 장미꽃이 그 위로 수놓아져 있다. 작게, 은하의 입술에 미소가 걸린다.

  이 승합차는 수도회 전용 이동차량이다. 남자는 수도회에 속한 사람이라 아무 문제없이 수월하게 차를 빌릴 수 있었다.

  “요한 수사님. 차를 쓰시면서 운전수는 안 필요하세요? 제가 운전하겠다는데도 굳이 본인이 하시려고 그러시네.”

  말을 건네는 사람의 얼굴에는 장난스런 웃음이 묻어난다. 요한은 짐짓 아무렇지 않게 답한다.

  “대리운전 쓰기가 어디 만만찮나? 절차도 따라야 하고. 내가 직접 하고 말지. 차 잘 쓰고 반납하리다.”

  마중 나오려는 사람을 극구 말려서 돌려보내고 차로 다가간다. 병국과 은하, 열 명의 아이들은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던 자리에 차량이 도착하자 요한이 자리 배정을 한다. 은하와 병국을 맨 뒷자리로 보내고 앞자리에는 태영과 영수를 앉히더니 가운데 나머지 여덟 명이 비좁게 자리를 나눠 앉게 한다. 병국이 맨 뒷자리에서 시동을 거는 소리를 듣고 난 후 말을 꺼낸다.

  “수사님이셨어요? 몰랐네.”

  대답이 없다. 은하가 볼멘소리로 잇는다.

  “수사님이라서, ……, 이런 일 하시지. 영발이 좋으실 테니까.”

  앞좌석에서 매섭게 쏘아보는 눈빛에 얼른 그 시선을 피하려 고개를 움츠린다.

  “모두 안전벨트 잘 맸나? 자, 출발합니다.”

  “또 죽어봤자 이제 갈 데도 없는데 안전벨트는 무슨 소용이람.”

  은하가 내뱉은 말에 그 바로 앞에 앉은 재유과 정근이 숨을 갑작스레 멈춘다. 이번에는 백미러를 통해 노려보는 눈과 정확히 마주치자 은하는 거북이처럼 목을 움츠린다. 괜스레 병국의 손에 들린 큐브를 빼앗더니 이리저리 돌려댄다.

  “쓸데없는 말은 자제합시다. 어디 놀러가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일을 하러 가는 겁니다. 시작도 안 했는데 미리 사기를 꺾어놓을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죠.”

  은하는 입을 삐죽이며 큐브에 몰입한다. 병국이 이번에는 왼쪽 소매에서 카드 한 벌을 꺼내더니 둥글게 펼쳐 보인다. 카드 위에 그려진 킹과 퀸, 잭이 모두 하얀 이를 드러내며 은하를 향해 웃는다. 그걸 보던 은하도 같이 미소를 짓는다. 차량에 앉은 아이들은 모두 긴장한 얼굴이다. 누구 하나 입을 여는 사람이 없다. 좁게 붙어 앉아 서로를 보기만 할 뿐이다. 앞자리 가운데 앉은 태영이 영수와 눈짓을 교환하더니 조심스레 운전하는 요한을 향해 말을 건다.

  “지금 저희가 가는 곳이, ……, 병원인가요?”

  “얘기했던 대로 병원에 가서 의사를 한 명 데리고 와야 해. 그 사람이 우리가 가야할 곳 지리를 제대로 알고 있을 테니까. 무슨 일이 벌어져도 꼭 그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하지만, 가능하면 조용하게 처리하도록 하자. 아무런 일 없이 무사히 데려온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영수가 태영보다 더 낮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 그 의사선생님도, ……, 우리랑 같나요?”

  운전하던 요한은 신호등에서 차를 멈추느라 한 박자 늦게 답을 한다.

  “뭐, 그렇지. 너희들과 비슷한 일을 겪었을 거야.”

  더 이상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다. 바깥 경치가 어둑해져가는 시각. 하나, 둘씩 차들이 야간등을 켠다. 신호등의 신호를 받고 멈췄다가 다시 출발하기를 반복하다 길 안쪽으로 꺾어 들어선다. 넓게 자리한 입구가 나타나자 재유가 감탄사를 내뱉는다.

  “병원 되게 크다.”

  “종합병원인가 봐. 주차장도 완전 넓어.”

  병원건물을 보자 아이들이 소란스러워진다. 수군거리는 소리에 은하와 병국도 덩달아 주위를 둘러본다. 요한은 승합차를 다른 차들과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주차시킨다. 좁은 뒷좌석에서 빠져나와 기분이 한결 나아진 은하는 요란스레 기지개를 켠다. 은하 곁에 선 병국은 접어놓았던 망토를 펼쳐 어깨 위로 걸치고 각이 진 중절모를 반듯이 눌러쓴다. 얼굴 반쪽을 가리게 만들어진 하얀 가면을 꺼내서 모자 아래 눈 주위에 걸친다.

  “벌써부터 그렇게 치장해요?”

  “우리 두 사람 얼굴 팔리지 않게 하라고 했잖아요. 게다가 마술사는 언제 어디서나 제대로 된 용모를 갖추는 게 기본이거든요.”

  “이 가면 쓰면 답답하던데.”

  아이들을 내리던 요한이 눈살을 찌푸리며 쳐다보자 은하는 얼른 검은 가면을 꺼내 얼굴 윗부분을 가린다. 그런 그들의 앞을 요한이 가로 막더니 아이들 옆으로 몰아간다.

  “그런 복장을 한 채 함부로 돌아다니려고? 사람들 눈에 띄려고 아예 작정을 했군. 병국 씨와 은하 씨는 비상구를 이용하도록. 너희들도 한꺼번에 뭉쳐서 돌아다니면 너무 눈에 띄니까 한 무리씩 나누자.”

  항상 붙어 다니던 아이들은 무리를 나누라는 말에 주저한다. 다들 선뜻 나서지 못하고 눈치를 살핀다. 영수가 한숨을 내쉬며 태영을 본다.

  “어쩔 수 없잖아. 너랑 내가 한 쪽씩 맡자. 동준이가 나머지 맡아줄래?”

  동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태영은 덕남과 재유, 정근을 부른다. 영수는 광규, 재욱과 한 팀이 되고 동준이 성욱, 재찬과 함께 뭉친다. 그런 그들을 수사가 나눈다.

  “그럼 거기 네 명은 나랑 함께 가지. 병국 씨가 한 팀을 맡고 은하 씨가 다른 한 팀을 맡도록.”

  병국 곁으로 영수, 광규, 재욱이 다가간다. 동준과 성욱, 재찬은 은하에게 그다지 다가가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그럼 비상구를 통해서 어디로 향하는 겁니까?”

  병국이 묻는다.

  “일단 옥상으로 올라가요. 거기는 위에서부터 훑으며 내려오고 나는 밑에서부터 올라갈 테니까. 그럼 가운데쯤 만나게 되겠지.”

  “참 좋은 계획이시네요. 위와 아래에서 출발해서 만난다. 정확한 목적지도 없이요.”

  요한은 삐딱한 은하의 말투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녀와 마찰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은하 씨 벌써 잊었어요? 우리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는 거.”

  뿌루퉁해진 은하의 입모양을 세 아이가 빤히 보고 있다.

  “뭐해? 얼른 가지 않고.”

  은하의 말에 움찔, 하더니 다들 발을 놀린다. 작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요한의 입을 통해 나온다. 그도 다른 아이들을 재촉한다.

  “자, 가자. 어쩌면 아주 긴 밤이 될 수도 있어.”

  은하와 병국은 비상구를 찾느라 한참을 헤맨다. 제대로 지리를 알지 못하는데다 병원 크기가 웬만한 백화점만큼 커서 같은 위치를 반복해서 빙빙 돌기도 여러 번이고, 사람들 시선을 피하기 위해 조심해서 다니느라 걷는 속도도 느렸다. 점점 기분이 날카로워지는 은하를 보며 병국은 앞으로 나서서 일행을 이끈다. 요한이 이끄는 무리는 수월하게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병원 안으로 들어서 넓은 건물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아이들에게 그가 주의를 준다.

  “괜히 한 눈 팔다가 길 잃지 말고 잘 붙어 다니도록 해라.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 말을 듣고 떨어져서 걷던 아이들 사이 거리가 조금 가까워진다.

  “한 층씩 확인하면서 올라가자. 공간이 넓어서 층 하나를 둘러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겠군.”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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