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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25
작성일 : 21-04-05 11:34     조회 : 360     추천 : 0     분량 : 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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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민호에겐 없는 일을 만들어내는 게 정말 곤혹스럽다. 누나가 진통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꺼내면서도 죄책감에 마음속으로 여러 번 누나에게 사죄를 했다. 그래도 급한 김에 사정을 따질 여지가 없었다.

  ‘누나, 이렇게 팔아먹은 것 한 번만 용서해줘.’

  허사장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불만을 토로한다.

  “산달이 벌써 찬 거냐? 10개월이 되려면 멀었을 텐데.”

  “아, 아마, 조산인가 봐요.”

  “조산?”

  민호를 보는 허사장 눈초리가 매섭다.

  ‘설마 집에 확인 전화를 하시진 않겠지?’

  지금은 이것저것 고려할 상황이 아니다.

  ‘에라, 모르겠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고.’

  휴대폰을 타고 넘어오는 은지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그렇다면 영들과 관련된 일이리라. ‘잠깐, 그럼 그 검은 구슬이 필요할 텐데. 은지야, 조금만 기다려. 아, 미리 운전을 배워둘 걸.’

  뭐든지 미리미리 하라는 엄마 잔소리가 한쪽 머리를 때린다. 민호는 이번만 잘 넘어가기를 바란다. 그럼 꼭 운전을 배우겠다는 다짐과 함께. 집으로 향해서 구슬이 든 주머니를 집어든 후 바로 택시를 불렀다. 하필이면 퇴근시간이라 은근히 차가 막힌다. 차 안에서 조바심을 느끼는 민호의 다리가 덜덜 떨린다. 손을 가만두지 못해 구슬이 든 주머니를 주물렀다 놓기를 여러 번. 그러다 그 속에 든 구슬을 하나씩 세어본다. 모두 12개.

  ‘치사하게 넉넉히 줄 것이지 달랑 12개가 뭐냐고. 영이 108개나 된다며. 다음에 가복이 만나면 더 달라고 해야겠다. 떼쓴다고 화내려나. 아, 또 신호등에 걸렸어?’

  병원에 도착해서 택시비를 치르고 병원 입구로 뛰어간다. 은지가 알려준 층으로 가려 승강기에 오른다. 승강기에서 나서면 바로 만날 줄 기대했는데, 병원 건물이 크다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휴대폰을 꺼내 은지의 이름을 찾아 눌렀다. 신호가 울린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익숙한 기계식 안내음이 들린다. 은지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두 번 더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역시 받지 않는다.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일단 앞으로 나섰다. 병원이라는 곳이 거기가 다 거기 같다.

  ‘이건 미로를 따라 도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층수만 알지 어디로 향할지 목적지를 모르니까 누군가에 물어볼 수가 없다. 멀리서 다툼을 벌이는 소리가 들린다. 찾았다! 급히 소리가 난 곳으로 향하는데 은지는 보이지 않는다. 환자복을 입은 아저씨가 간호사 두 명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말다툼만 하는 게 아니라 거의 몸싸움 수준이다.

  “얘기만 한다잖아요. 그걸 못하게 하는 겁니까?”

  “제대로 된 절차를 밟으셔야죠. 이렇게 막무가내로 하실 일이 아니에요.”

  간호사들은 어떻게든 환자복을 입은 남자를 피해서 지나가려는데 남자가 놓아주질 않는다.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는 간호사가 민호를 보고 황급히 도움을 청한다.

  “저기요, 도와주세요. 여기 이 분이 병원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어요. 자칫하면 환자들이 피해를 입어요.”

  갑작스런 도움 요청에 민호는 어쩔 줄 모른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와줘야하는 게 맞지만 지금 은지를 빨리 찾아야 하는 게 급선무다. 모른 척 지나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어서 주저하며 곁으로 다가선다.

  “아, 저, 아저씨. 병원에서 이러시면 안 돼죠. 간호사분들 일 못하게 방해하시면 아픈 환자는 어떡하라고요.”

  남자가 말을 거는 민호를 본다. 그 눈빛이 나쁜 사람 같지 않다. 오히려 처량하고 슬퍼 보여 민호는 되려 미안한 기분이 들었다. 남자의 손에서 힘이 빠지자 어려보이는 간호사가 얼른 옆으로 빠져 앞으로 나아간다. 퍼뜩, 정신을 차린 남자가 그 뒤로 매달린다.

  “아니, 이 사람들이 정말로 이럴 거요.”

  앞서 나가는 간호사를 남자가 말리려고 하자 그 뒤에서 다른 간호사가 붙잡는다. 민호는 선뜻 나서길 주저한다. 앞으로 나아가던 간호사는 몇 걸음 못 가 그만 헛발질을 하며 넘어진다. 오른쪽 다리가 위로 반동을 크게 그리며 솟아올랐다 아래로 떨어지는 폼이 뭔가 잘못 밟아 미끄러진 듯하다. 등과 함께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더니 신음소리를 크게 낸 후 뒷목을 잡고 웅크린다. 민호가 그 곁으로 다가가는데 넘어진 간호사 발 아래로 둥글고 하얀 것이 널브러졌다.

  “괜찮으세요?”

  고통이 심한지 찡그린 눈을 뜨지 못한다. 어디 다친 곳이 없나 살피는 가운데 뒤에서 그 간호사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박간호사.”

  뒤에 있던 간호사가 놀라 달려오고, 환자복을 입은 남자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자신의 팔을 바라보고 있다.

  “박간호사, 괜찮아? 정신 차려.”

  민호는 동료 간호사가 돌보는 게 낫겠다 싶어 한 발짝 물러난다. 환자복을 걸친 남자는 자신의 양팔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 분명하다.

  ‘아, 여기 어쩌지? 빨리 은지 찾으러 가야하는데. 그렇다고 이 간호사들을 나 몰라라 하고 갈 수도 없잖아. 저 이상한 환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차라리 누군가를 불러오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데 저 하얀 것들은 도대체 뭐야?’

  근처로 가서 발밑에 닿는 것을 확인하니 골프공이다. 골프공? 병원에 웬 골프공?

  “박간호사, 눈 떠봐. 통증이 심해?”

  말을 듣고 살짝 눈을 뜨는 걸 봤다. 의식을 잃은 건 아닌 모양이다. 그 아저씨는 어딨지 싶어 찾아보는데 어느새 민호 바로 옆으로 와서 깜짝, 놀란다. 그도 골프공을 확인하고 있다. 이상하긴 이상하지. 갑자기 골프공이 나타나서. 사람이 밟고 넘어질 수 있어 위험한데. 민호가 주우려 하자 그가 먼저 하나 집어 들어 살핀다. 민호는 내심 불안해진다. 정신 나간 듯 골프공을 훑어보는 건 뭐야.

  “그래, 내가 평생 해온 게 이거였지. 이 공 하나에 울고 웃고.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었어.”

  “네?”

  그 남자가 혼잣말하는 걸 알면서도 민호 입에서 반응이 나온다. 그가 고개를 들어 민호를 보더니 눈앞으로 공을 들어 보인다.

  “내 평생을 이거와 함께 했지.”

  ‘갑자기 뭔 소리야?’

  넘어졌던 간호사가 겨우 몸을 추스른다. 그 옆 간호사가 여기저기 짚어보고 어디 다친 데가 없는지 확인한다. 그리 심한 정도는 아니다. 환자복 입은 남자가 그들을 봤다 손에 골프공을 움켜쥔 채 주위를 둘러본다.

  ‘뭘 찾지?’

  복도 구석에 놓인 자판기를 발견하고 그리로 향한다. 아니, 찾던 것은 자판기가 아니라 그 자판기 옆에 세워진 대걸레다. 대걸레를 집어 손에 들더니 되돌아와 앞을 막아선다. 발에 걸리는 골프공들을 하나씩 굴려 가깝게 모은다. 대걸레를 위로 올리더니 힘껏 바닥에 내리친다. 그 반동으로 끝에 걸레가 달린 부분이 부서져 튀어나간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간호사들이 놀라서 몸을 움츠린다. 이제 겨우 의식을 차린 어린 간호사는 울상이 되어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표정이다. 그 옆 간호사도 입술만 깨문 채 어찌할 줄 모른다. 환자복 남자가 그들을 향해 반쯤 몸을 돌린 자세를 취하더니 대걸레의 남은 부분을 뒤로 올렸다 내리며 공 끝부분을 향해 겨눈다.

  “올 테면 와 봐. 제대로 날려줄 테니까.”

  자세가 아주 제대로다. 운동하는 사람은 자세가 생명이란 충고를 흔히 듣는다. 제대로 된 동작이 나와야 힘을 들이지 않고도 원하는 만큼 성과가 나온다고. 그래서 모든 운동의 기본은 자세훈련이다. 이 남자는 평생 골프만 쳐서 그런지, 순간적으로 다리를 모아 비트는 것이 마치 밥을 먹기 위해 숟가락을 들듯 자연스럽다.

  “아니, 왜 이러세요? 이분들이 무슨 해코지 하려는 것도 아니고.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인데.”

  뒤에서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고참 간호사가 어린 간호사 귀에 대고 뭔가 속삭이고 있다. 민호는 최대한 그들을 가려주려 앞으로 나섰다.

  “절대 못 지나가. 불쌍한 은숙 씨, 아무도 간섭 못하게 할 거니까.”

  “안 지나갈게요. 제발 그 막대기나 내려놓으세요. 누가 다치면 어쩌려고요.”

  후다닥. 민호는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는데 고참 간호사가 반대쪽을 향해 냅다 뛰는 게 보인다. 어린 간호사는 이제 눈에 눈물이 그렁하게 맺혀 억지로 울음을 참는 중이다.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두려움이 눈가에 자리한다. 고참 간호사가 그녀에게 빨리 가서 사람들을 불러 올 테니 참고 기다리라고 한 모양이다. 공을 겨누고 있던 남자의 팔에 힘이 들어가더니 자연스레 반동을 주어 공을 후려친다. 어떻게 반응할 새도 없었다. 골프공 하나가 날아간다. 민호의 눈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게 매우 빠른 속도다.

  “아악!”

  처음엔 뛰어가던 간호사가 맞은 줄 알았다. 다행히 얼굴 옆을 스쳤을 뿐이고 직접 맞진 않았다. 그 언저리에서 공이 튀어 오른다. 간호사는 이제 아예 양팔을 휘저어대며 뛰어간다. 민호는 엄마가 자주 하는 말을 떠올렸다. 미친 년 널뛰듯이 한다던 표현. 남자가 두 번째 공을 조준하며 움직인다.

  ‘시간을 끌어줄 수 있을까?’

  “아저씨, 골프 잘 치세요?”

  “골프?”

  의아해하는 얼굴.

  “공을 치시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네요. 오래 치셨나 봐요?”

  이번엔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맺힌다.

  “어릴 때부터 골프만 치면서 자랐어. 커서 훌륭한 프로선수가 되길 희망했지만 사는 게 생각대로 되나. 그래도 골프채는 평생 놓지 않았지. 나이 들어서는 꽤 많은 사람들을 가르쳤고.”

  골프 얘기를 하는 게 기분 좋은지 나름, 눈길이 부드러워진다. 뭔가 더 얘기를 꺼내려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뀐다. 뒤를 보니 고참 간호사가 사라지고 없다.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인다. 옆에 있는 간호사는 이제 덜, 덜, 떨기까지 한다. 그 간호사 곁으로 가서 바닥 위로 쪼그리고 앉는다.

  “저희, 아무 짓 안 하고 가만 있을 게요. 안 지나가요. 이제 그만하시면 안 될까요?”

  역시 그랬다. 표정은 싸늘한데 눈빛은 처량한다. 민호는 그가 무섭다기보다 불쌍하다는 느낌이 든다.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셨을 테니 많이 힘드시겠지. 그래서 화가 나고 마음의 병이 생기신 게 아닐까? 은숙이라는 분은 누구길래 그렇게 흥분하시지?’

  어린 간호사는 숫제 민호에게 매달리듯 기댄다. 앳된 얼굴이 민호보다 어려 보인다.

  ‘우리가 다치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을까?’

  “거기도 이 병원 직원이요?”

  “저요? 아니요. 그냥 지나가던 중이었어요. 갑자기 간호사분이 도와달라고 하셔서.”

  “내가 나쁜 사람으로 보이나?”

  민호는 할 말을 곰곰이 찾는다.

  ‘나쁘다고 하면 공으로 치려나? 좋은 사람 같다고 하면 거짓말이 바로 티가 날 텐데.’

  “저, 여기 간호사분 보이시죠?”

  “어, 그래.”

  “지금 놀라서 울기까지 하시거든요. 여자 울리는 남자는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저희 어머니가 항상 말씀하셨어요.”

  어린 간호사가 고개를 들자 눈물로 얼룩진 자국이 양볼 위에 남았다. 그 모습을 보던 남자가 자세를 풀더니 더 이상 공을 노리지 않는다.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니요. 은숙 씨를 도와주려 한 건데.”

  “은숙 씨가 누군데요?”

  허허.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자기가 꺼내는 말이 쑥스러운지 허탈하게 웃는다.

  “병원에서 만났는데, ……, 자기가 죽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자기가 죽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요?”

  “그래, 자기가 죽었다는 생각이 들어, 의사를 찾아가 확인해보려 했을 뿐인데 허락을 안 해주니 이 난리를 피우게 된 거 아니요.”

  “지금, 그 분 어디 계세요?”

  “저기 저쪽에서 의사랑 있지 않으려나?”

  ‘은지가 급하게 나를 찾은 이유가 그 은숙이라는 분 때문일까? 그럼 이 아저씨는?’

  멀리서 다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린다. 한두 명이 아니다. 어린 간호사가 뒤를 확인한다. 남자가 그 발소리에 다시 자세를 잡고 손에 힘을 준다.

  “저기에요, 저 환자분.”

  되돌아오는 고참 간호사가 이쪽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인다. 사람들 무리 앞줄에 서서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가리킨다. 민호 옆 어린 간호사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다.

  “박간호사, 괜찮아?”

  그 말을 들은 박간호사는 바로 크게 울음을 터뜨린다. 참았던 설움이 북받쳤는지 소리가 크게 울린다. 병원경비원들이 다가온다. 그 뒤에는 무슨 일인가 구경하러 온 무리도 섞였다.

  “안녕하세요, 환자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가장 연배가 많아 보이는 경비직원이 나선다.

  ‘흠, 이 아저씨와 대화를 트려는 거군. 전형적인 범인 검거 수법인가? 아님 인질구출작전 같은 것?’

  “나, 심상철이라 합니다.”

  ‘상철이 아저씨.’

  대답하는 그의 눈에 경계하는 빛이 더욱 짙어진다.

  ‘아저씨, 웬만하면, 소동 피우시지 마세요.’

  “심상철 선생님. 저는 이 병원에서 경비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여기 간호사분께서 선생님이랑 문제가 있다고 하셔서요. 뭔가 마음에 안 드는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상철이 대답하지 않는다. 손에 힘이 들어가서 여차하면 휘두를 태세다. 다리가 적당히 벌려진다.

  ‘설마 또 공을 치시려나?’

  “저희야 선생님 불만사항을 해결해드리는 쪽으로 원만히 중재했으면 합니다. 선생님도 그게 좋지 않겠어요?”

  상철이 주변을 둘러본다. 구경 온 사람들까지 합쳐서 꽤 많이 몰렸다.

  “내 잠시 의사와 면담을 하려 했을 뿐입니다. 다른 문제는 없어요.”

  “그게 말이 돼요? 제대로 약속을 잡고 오셔야지 무슨 깡패처럼 들이닥치셨잖아요?”

  경비직원들과 동행을 해서 그런지 고참 간호사의 기세가 등등해졌다. 양팔을 허우적거리며 뛰던 때와 딴판이다. 어린 간호사가 보고 있어 더 그렇게 행동하는지도. 경비직원이 손을 들어 간호사를 말린다.

  “그럼 원하시는 분을 뵐 수 있다면 모든 게 해결되겠군요. 그렇지요?”

  안심 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다른 직원들이 상철의 주위를 감싸며 다가간다. 상철은 다리에 모았던 힘을 풀었지만 손에 든 막대기는 그대로 움켜잡은 채다. 여차하면 휘두르겠다는 의지는 그대로다. 민호는 슬슬, 은지가 궁금해진다.

  ‘어쩌지? 이제 저 간호사들은 안전한 거 아닌가? 은지를 찾아봐야 할 텐데.

  “내가 아니라 다른 환자가 뵐 겁니다. 아마 지금쯤 얘기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다른 분이요? 혼자가 아니신가요?”

  “나는 도우려 했을 뿐이오. 병원에서 만난 환자분인데, 그 분이 의사 때문에…….”

  말을 이을 듯하다 그친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자 틈이 보였다. 노련한 경비직원들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상철과 가장 가까이 있던 직원이 손을 노리고 달려들어 쳐내자 막대기가 저만치 날아간다. 바닥에 있던 골프공들도 모여든 발들에 이러 저리 차여 굴러간다. 상철은 당황한 채로 한쪽 다리를 꺾는다. 뒤에 있던 직원이 허리를 감고 넘어뜨리려 하자 ‘으야아!’라는 기합과 함께 상체를 이리저리 비틀어댄다. 퍽. 그의 손을 쳐냈던 직원이 어깨에 강한 힘을 받고 튕겨나간다. 상철에게 말을 걸던 직원도 뭔가에 이마를 맞고 뒤로 휘청대며 물러난다. 눈 위로 피가 흘러내린다.

  ‘어, 어디서 났지?’

  상철의 오른손에 들린 건 번쩍거리는 골프채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왼팔에서 하나씩 차례대로 골프공이 떨어져 내린다. 그는 발을 움직여 공 하나씩 간격을 벌려 자리를 잡게 둔다. 골프채로 쳐내기 좋은 위치가 마련된다.

  ‘그런가? 이 아저씨도 영이었어?’

  민호는 그의 등 위를 확인하려 고개를 빼는데 그가 내지르는 고함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못 지나가! 은숙 씨가 올 때까지 내가 막을 거야. 네 놈들 어림도 없어.”

  어깨를 부여잡고 있는 직원이 탈골이 됐는지 아예 팔을 움직이지 못한다. 신음소리가 입술을 타고 흘리 나온다. 피가 흘러내리는 자리를 손으로 압박하던 경비직원은 뒤를 보고 지시한다.

  “모두 물러서. 이러다 누가 심하게 다치겠다.”

  상철이 두손을 모아 골프채를 부여잡는다.

  ‘아, 저 다리 자세. 정말 멋있긴 하네. 얼마나 연습해야 저런 자세가 나올까?’

  민호는 그의 자세를 감탄하다 희뿌옇게 연결된 투명한 촉수를 타고 등 위에서 솟아나오는 빛뭉치를 발견한다.

  ‘그랬구나. 이 분도 저 너머에서 건너 오셨어. 이제 어떻게 한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게다가 많이 흥분하셨는데. 이 병원에 기도실 같은 곳이 있긴 할까? 아악, 생각할 게 뭐 이리 많아. 은지야, 어디 있는 거야? 머리 쓰는 역할은 네가 맡아야지.’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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