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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23
작성일 : 21-03-22 10:36     조회 : 365     추천 : 0     분량 : 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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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처음엔 주거용으로 지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용도가 바뀐 이층 건물이다. 일층은 방직공장으로 사용된다. 공간을 넓게 터서 수십 대의 재봉틀 기계가 놓일 수 있도록 했다. 한쪽 구석에 조그만 화장실이 딸렸다. 이층은 달력을 만드는 곳이다. 이곳 또한 방이 나눠지지 않은 채 하나로 뚫려있다. 층 전체에 달력을 찍어내기 위한 기계들이 조밀하게 들어찬다. 들어오는 입구 바로 옆에 전화기가 놓인 간이탁자가 자리하는데, 모든 사무가 거기서 이루어진다. 세면시설은 따로 없어 화장실을 쓰려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준호가 가르쳐준 주소는 그 건물 지하였다. 민호는 은지와 함께 지하로 내려가면서 연신 위를 올려다본다. 밖에서도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건물이 오래됐다.”

  “밖에서 보면 단순한 이층집인데 안은 완전 무슨 공장 같은데.”

  발로 차면 그대로 떨어져 나갈 허술한 문이 앞에 있다. 틈이 벌어져 안이 언뜻 보이기도 한다. 사람의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세게 세 번 노크하듯 두드렸다. 텅, 텅, 텅. 안쪽으로 공간이 뚫려있는지 울리는 소리가 난다.

  “계세요?”

  답이 없다. 다시 두드려대자 멀찍이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예에, 나가요.”

  민호과 은지와 서로 눈길을 교환하는 사이 문이 열리고 백발이 많이 섞인 남자가 나타난다. 흰 머리에 비해 얼굴은 많이 늙지 않았다. 젊게 보면 40대 후반 아님 50대 정도로 봄직하다. 몸에 군살 하나 없다. 늘어진 셔츠와 헐렁한 바지를 입고 있지만 살짝살짝 드러나는 몸의 윤곽을 통해 몸 전체에 단단한 근육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녕하세요. 준호 소개로 왔는데요.”

  달리 반기는 기색은 아니다. 멀뚱히 위아래로 훑어보기만 할 뿐이다.

  “준호 형이라고 했던가. 내 연락은 받았다만. 어째 형은 운동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예? 아, 네. 운동은 준호가 많이 했고 저는 그다지 취미가 없어서요.”

  은지가 이어서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김은지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가씨도 배우러 온 거요? 준호가 형 얘기만 하던데.”

  “저는 민호가 온다기에 따라왔어요. 꼭 배우고 싶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넙죽 절을 하는 은지를 넌지시 바라본다.

  “그래, 뭘 배우고 싶다는 거지? 제대로 된 무술을 배우겠다는 건 아니지?”

  “실은 준호가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킬 줄 알아야 한다 해서 왔거든요.”

  “호신술을 배우겠다?”

  “네, 대강, 뭐, 그런 거죠.”

  은지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거, 아가씨. 다음부터 치마 입지 말고 바지 입고 와요. 치마 입고 힘쓰는 법 배우겠다는 것이 말이 되나?”

  “어머, 죄송합니다. 미처 생각을 못했어요. 다음부터 제대로 된 복장으로 올게요. 오늘 바로 시작하나요?”

  “이왕 왔는데 뭐라도 배우고 가야지.”

  남자가 뒤로 돌아 성큼성큼 걸어가자 은지와 민호가 종종 걸음으로 그 뒤를 따른다. 문을 닫고 들어서니 나름 체육관 구색을 갖춘 모양새다. 가운데쯤 푹신한 매트리스가 푸른색과 붉은색으로 반반씩 칠해져 깔려있다. 한쪽 구석에는 샌드백 몇 개가 매달렸다. 멀리 구석에 사무실 겸 주거공간으로 보이는 곳이 자리한다. 방이라고 하긴 민망할 정도로 허술하게 슬레이트가 처졌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미리 말해두지. 두 사람은 정식으로 무예를 배우러 온 게 아니라 자기 몸을 보호하는 법을 배우려는 거야. 그러니 나도 정해진 단계에 걸쳐서 가르칠 생각은 없어. 위험에 처했을 때 머리와 몸이 제대로 반응할 수 있을 정도로만 지도할 테니까. 일주일에 두 번, 한 달에 십만 원. 할 거야 말 거야?”

  으응, 주저하는 소리를 내는 민호 달리 은지는 바로 고개를 끄덕인다. 민호는 그런 은지의 모습을 보며 멀뚱한 표정만 짓는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너, 너무 급하게 결정하는 거 아니야? 십만 원이 작은 돈도 아니고.”

  “생사가 달린 문제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십만 원이 문제겠어.”

  민호는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받는다.

  “내가 뜸 들이는 거 별로 안 좋아해서. 하려면 하고 아니면 나가고.”

  “하, 할게요.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급하게 결정하라고 하셔서 말이죠.”

  “어차피 배우러 여기까지 온 거잖아. 이제와서 결정할 수 없다고? 만약 당장 눈앞에 아주 위험한 순간이 닥쳤어. 그때도 주저하기만 할 건가?”

  “에, 그건, 상황을 봐서.”

  “쯧쯧, 마음가짐이 틀렸어. 그 사고방식부터 먼저 바꿔야겠군.”

  그가 샌드백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샌드백 뒤에는 잡다한 도구들이 너저분하게 놓여있는 허름한 탁자가 자리한다.

  “두 사람 이리로 와서 서 봐. 아니, 날 제대로 보며 서라고.”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도록 이끈다.

  “이제부터 날 김사부님이라고 불러. 난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하대를 하니까. 사범님이라거나 관장님 그러면 바로 화낼 테니까 정확히 사부님이라고 하도록.”

  민호는 그런 강압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은지는 각오를 단단히 했는지 입을 굳게 모은다. 김사부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무슨 일을 하든지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과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그 행동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에서 언제나 위험이 다가올 수 있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항상 대비를 한다면 아무리 큰 사고가 나도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오늘은 마음의 준비를 하는 연습을 하지. 거기는 이름이 뭐지? 아가씨는 은지라고 했고.”

  “민혼데요. 홍, 민, 호.”

  “어째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어. 은지 목소리가 더욱 씩씩한 게 나중에 훨씬 더 잘 하겠어.”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낯선 곳에 오면 주눅이 들어서. 하, 아무리 그래도 은지보다는 제가 낫지 않을까요? 군대도 다녀왔고.”

  김사부가 혀를 찬다.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그 정도야? 요새는 하도 어수룩한 사내놈들이 많아서 잘못하다간 여자한테도 얻어터져요. 자네 정말 자신 있나? 은지와 힘 싸움에서 지지 않겠어?”

  “은지랑 힘 싸움을 해요?”

  그 살피는 시선을 은지가 새초롬하게 받는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은지가 제대로 열심히만 하면 민호한테 밀리지 않을 수 있다고. 그러니 열심히 하라는 말이야.”

  “저는 항상 열심히 하는데.”

  은지가 조용히 하라는 신호로 민호의 팔을 툭, 건드린다. 김사부는 그런 행동을 못 본 척하며 말을 이어간다.

  “오늘은 한 가지만 딱 머리에 심고 가. 위험한 상황에서 절대로 주저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공격을 받는 상황은 정식으로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하는 대련과 판이하게 달라. 이건 시간 싸움이야. 한 템포 더 빨리 움직이느냐 아니냐가 삶과 죽음마저 결정한다고. 민호의 주저하는 태도가 나는 아주 거슬려. 빠르게 판단하는 버릇을 들여야 해.”

  “살면서 신중해야 할 때도 많은데요.”

  “그런 건 위기상황에선 안 통해. 지금부터라도 그런 상황에 머리가 익숙해지도록 버릇을 들이라고. 계속 상상을 하고 또 해. 자기 자신을 이런저런 위기상황에 집어넣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시나리오를 짜 봐. 느리면, 모든 게 꽝이야.”

  “네.”

  은지는 다부지게 대답했지만 민호는 괜스레 심통이 나서 입을 삐죽였다. 이런 강압적인 교육방식에는 저절로 거부감이 든다.

  ‘그래서 내가 공부를 못했나? 나야말로 우리나라 교육현실의 진정한 피해자로군.’

  김사부는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에 대해 몇 가지 얘기를 덧붙이고 나서, 적절한 복장을 해서 수업료 들고 다음 수업을 받으러 오라는 얘기로 오늘 과정을 끝마친다. 문을 뒤로 하고 나서는 그들 등에다 대고 다음부터 바로 실전연습을 할 거니까 단단히 각오하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일부러 민호에게 들릴 정도로 혼잣말을 해대며 문을 닫는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저 놈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겠어. 어째 형제가 저렇게 다른지. 준호는 제일 괜찮은 애들 중 하나였는데.”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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