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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18
작성일 : 21-02-21 06:37     조회 : 385     추천 : 0     분량 : 4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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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여기가 시장이라고 하면 한창 장사에 물이 오른 시각이다. 매 자리마다 조서를 꾸미기 위해 한 명이나 두 명, 또는 여러 명이 마주앉아 열심히 말을 만들고 있다. 누군가는 고개를 깊이 숙인 채 아무 말 하지 않고 한숨만 쉬고,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흡사 인생 상담소에 온 것처럼 구구절절 사연을 나열하는 자도 있다. 어떤 형사는 얘기를 듣던 중 참을성이 한계에 달했는지 사건에 관계된 일만 얘기하라며 호통을 친다. 바쁘고 시끄러운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게 느린 발걸음으로 장형사와 이형사가 안으로 들어선다. 어슬렁거리며 앞서는 장형사와 서류를 한가득 안고 그 뒤를 따르는 이형사를 지나가던 동료가 발견하고 그들을 향해 한마디 던진다.

  “어이, 한량들. 아주 느긋하게 들어오시네.”

  “느긋하기는. 사람 북적거리는 병원에서 한창 시달리다가 오는 길인데. 아주 진이 푹, 빠졌어.”

  장형사와 이형사는 자신들의 자리로 가지 않고 테이블을 앞에 둔 쇼파를 향해 간다. 이형사가 들고 온 서류들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고 하나씩 펼친다.

  “이형사. 그때 어디 갔다 온 거야? 누구 아는 사람 만났어?”

  이형사의 오른손이 슬쩍 뒷머리를 긁는다. 잠시 멈췄다, 말을 꺼낸다.

  “그게, 왜, 신수지 기자 있잖아요.”

  “신기자가 왜?”

  “병원에서 지나가는 걸 봤는데 누가 따라가더군요. 혹시나 해서 가봤죠. 기자라는 직업이 해코지 당하기 쉽잖아요.”

  “그래서 이형사가 신기자 구해줄 기사님 노릇을 했다?”

  “그렇게까지는 아닌데……, 알고 보니 응급구조사더군요.”

  “응급구조사? 응급구조하는 사람이 신기자한테 무슨 볼 일이 있어서?”

  “신기자가 싫은 티를 팍팍 내도 끈덕지게 달라붙는 겁니다. 자꾸 귀찮게 하길래 제가 중재를 하려고 했죠.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어요.”

  “그 다음이 뭐가?”

  “신기자가 벽을 타고 다니는 환자를 봤다며 난리를 피웠어요.”

  “환자가 벽을 타고 다녀?”

  “장형사님도 안 믿기시죠? 저랑 그 응급구조사도 믿기지 않았는데 신기자가 정색을 하고 우기니 반박하기도 그렇고. 아무튼 그렇게 한바탕 하고 왔어요.”

  장형사가 팔짱을 낀 채로 의자에 등을 기대어 앉는다.

  “그 병원에 마가 꼈나? 이젠 기자라는 사람까지 그런 헛것을 보네. 하기야 기자들은 그런 얘기들 기사로 써서 팔아대기만 하면 장땡이지. 우리 같은 민중의 지팡이들은 어쩌라고. 시민들을 그런 요상한 것으로부터 어떻게 구하지?”

  장형사가 탄식을 내뱉은 후 이형사가 들고 온 서류들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한창 열기로 차올랐던 사무실이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 장형사와 이형사가 병원 전체 조감도를 널찍이 펴서 훑어보려고 하는 즈음, 명현과 진수는 응급구조차량을 비어있는 공간에 주차시키고 세차를 준비한다. 긴 호스를 연결해 물을 공급하고, 커다란 대야에 세척액과 물을 담아 허옇게 거품을 일으킨다.

  “물이 아직 차가워. 더운 물 더 틀어봐.”

  “사람도 아니고 차가 춥고 더운 거 가리냐. 그냥 찬물로 해.”

  “이 추운 날씨에 꼭 찬물로 해야겠냐. 훈훈한 김이 나야 우리도 덜 춥지.”

  물에서 조금씩 김이 올라온다. 명현이 차량 전체를 물로 적시자 진수가 거품을 묻힌 천 조각으로 군데군데 문질러댄다. 뒤이어 명현이 호스를 잠그고 진수가 하는 일에 동참한다.

  “신기자 따라갔던 일 어떻게 됐어?”

  명현이 대답이 없자 진수가 팔을 멈춘다.

  “무슨 일 있었어?”

  그래도 답이 없다.

  “뭔데? 털어놔야 조언이라도 해주지.”

  “조언은 무슨. 네가 언제부터 그런 일에 소질이 있었는데?”

  “그래도 옆에서 보는 사람이 더 잘 봐. 바둑도 원래 훈수 두는 사람이 더 잘 보는 법이라고.”

  명현이 팔을 쉬지 않고 움직이다 작게 한숨을 내쉰다.

  “내가 저돌적이냐?”

  “저돌적?”

  “너무 밀어붙이냐고. 수지 씨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아서.”

  “어차피 각오하고 시작한 거 아니었어? 작업 거는 일이 만만해 보이냐? 넘어올 때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물론 나 같은 사람은 예외라서 그냥 일사천리로 됐지만.”

  명현이 홱, 하는 소리가 나게 거품이 묻은 천을 집어던진다.

  “짜식, 성질하고는.”

  “싫다는 사람한테 억지로 들이미는 건 영 내키지 않아.”

  “원래 자꾸 보면 정 든다고 눈에 띄도록 자꾸 얼씬거리는 건 기본이야. 너 벌써 지친 거야?”

  “지쳤다기보다 상대방은 마음이 없는데 나 혼자 생, 쇼를 하는 것 같고 해서. 그런데 말야. 형사가 한 명 따라붙더라고.”

  “형사?”

  “응. 지가 무슨 신기자 보호자라도 되는지 날 막 대하던데.”

  “기자라서 아는 형사들이 많을 수 있지.”

  “게다가 신기자가 쇼크를 받았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자기 혼자 가겠다고 비상구 계단으로 나갔는데 거기서 벽 타는 환자를 봤다네.”

  “뭘 봤다고?”

  “요즘 그 병원 소문 안 좋잖아. 병원에서 귀신 나온다는 소문도 있고. 신기자도 그 소문의 한 부분이 된 거지.”

  “내가 그 얘긴 들었다. 환자 가족이 의사가 던진 메스에 다쳤다던데. 근데 그 의사를 찾을 수가 없다네. 메스를 들고 다니는 죽음의 의사라. 이거 완전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잖아.”

  “신기자 그러고는 놀래서 돌아갔어. 병원에 왔던 이유도 깡그리 잊고.”

  “그럼 네가 바래다줬어야지. 완전 절호의 기회였네. 데이트 할 때 일부러 공포영화 보러가기도 하잖아. 여자들 무섭고 놀랐을 때가 넘어오기 제격이라고.”

  “바래다주기는커녕 근처에도 못 오게 하더라. 얼굴은 퍼렇게 질려가지고.”

  “하여튼 너도 참 힘든 사랑 한다. 서로 좋다는 연애 하면 오죽 좋아.”

  명현은 자신이 던져버렸던 천 조각을 집어 든다. 비누거품이 일게 쭉, 쥐어짜더니 차체 위로 흩뿌린다. 건너편 방향으로 돌아가며 혼잣말을 한다. 그 여자만 눈에 두 배로 들어온다고. 진수가 대야를 물리고 호스를 집는다.

  “이번엔 내가 뿌릴게.”

  해가 조금씩 기울고 있다. 그림자가 한쪽으로 치우쳐가는 그 시각, 반영자는 문을 열고 들어오다 이미 집에 들어온 딸을 발견한다. 수지는 인기척이 나도 모른 척 거실 쇼파 위에 모로 누워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어머, 네가 웬일로 이 시간에 집에 있니?”

  수지는 반쯤 눈을 떴다 다시 감는다.

  “이년아. 엄마가 물으면 대꾸하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년, 년, 그러지 마. 천박하게.”

  돌아눕는 수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파악한 영자는 발소리를 죽여 방으로 들어간다. 화장을 지우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부엌으로 가서 물을 끓이고 찻잔과 티백을 준비한다. 차가 진하게 우러날 때까지 기다려 쟁반에 담아들고 수지가 누워있는 옆으로 온다.

  “둥글레야. 좋아하는 거잖아.”

  찻잔을 소리 나게 탁자에 올려놓는다. 그래도 수지는 한참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다. 영자가 혼자서 차를 마시는 동안 찻잔에서 빠져나온 구수하면서 알싸한 향이 거실 안을 가득 채운다. 영자의 말에는 반응을 않던 수지가 그 향에 몸을 일으킨다. 영자는 손에 찻잔을 든 채로 수지가 차 마시는 동작을 바라보다 천천히 말을 꺼낸다.

  “회사에서 안 좋은 일 있었냐?”

  수지가 차를 한 모금 들이키고 나서 대답한다.

  “회사는, 아니고.”

  “그럼?”

  두 사람이 동시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는다.

  “오늘 병원에 갔었거든. 인터뷰라도 할까 해서.”

  “병원에서 무슨 인터뷰를 해?”

  “원래 병원이란 데가 각종 사람들 다 모이는 곳이잖아. 다양한 얘기 거리가 넘쳐나. 게다가 요즘 안 좋은 소문이 많아. 기사 구하기 딱, 좋은 찬스거든.”

  한 번 숨이 들어갔다 나온 후 이어진다.

  “거기 가서 귀신 봤어.”

  “귀신?”

  “응. 벽 타고 다니는 귀신.”

  영자의 입술 위로 감정이 차오르더니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와하하하. 멀뚱한 눈으로 수지가 쳐다보자 영자가 억지로 숨을 죽이며 웃음을 참는다.

  “멀쩡한 대낮에 무슨 귀신이야. 얘가 요즘 기가 허해졌나.”

  대꾸하기 귀찮다는 얼굴로 수지가 찻잔을 든다.

  “헛소리하는 거 아니거든.”

  “아이고, 아서라. 네가 이야기 거리 모으느라 너무 그쪽으로 머리가 돌아갔구나.”

  “그런 거 아니라니까! 이러니까 내가 엄마랑 얘기가 하고 싶겠어.”

  수지의 짜증난 목소리에 영자의 얼굴색이 조금 변한다.

  “물론 믿기 힘들다는 거 알아. 이형사도 명현 씨도 다들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으니까. 그렇지만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벽을 타고 가더니 뒤집어진 채로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을.”

  “이형사는 누구고 명현은 또 누구야?”

  영자는 딸이 말하는 내용보다 이름에 관심을 갖는다.

  “있어. 일하다가 알게 된 사람들. 형사랑 응급구조 하는 사람.”

  영자의 눈이 동그랗게 모아지더니 입에 슬쩍 미소가 걸린다.

  “아이구, 우리 딸. 삼각관계냐?”

  수지가 탁, 소리가 나게 찻잔을 내려놓는다. 답답하게 목구멍에 걸린 것 같은 숨을 한꺼번에 뱉어내더니 냉큼 일어서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영자는 그런 딸의 태도가 대수롭지 않다. 아직 지워지지 않은 미소를 입가에 건 채로 차를 한 모금 마신다.

  “날 닮았나? 애가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네. 그래도 형사고 응급구조사면 너무 위험한 일 하는 사람들 아닌가?”

 
작가의 말
 

 작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몇 주간 연재를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4주치 내용을 미리 올립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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