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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11.9

'문 여는 자'의 2권입니다. 글의 흐름 안에서 조금 더 박진감 있게 그려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미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행복하세요.

 
문 여는 자 2 - 사슴처럼 빠르게 사자처럼 용맹하게 15
작성일 : 21-02-15 06:17     조회 : 150     추천 : 0     분량 : 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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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다리가 허공에 떠서 흐늘거린다. 어딘가에 매달린 것처럼 땅에서 한 뼘 정도 올라있다. 등에서는 빠른 속도로 빛덩이들이 튀어나왔다 사라진다. 촘촘하게 빠져나가던 것들이 조금씩 느려지고 그 숫자가 줄어들더니 흘러가는 틈이 길어진다. 더 이상 그 빛들이 보이지 않자 병국이 고개를 든다. 얼굴에 어렸던 긴장이 사라지고 이제 다소 겁먹은 표정이다. 공중에 떠서 어쩔 줄 모르는 병국을 남자는 난감히 바라본다. 은하는 그와 달리 서커스를 보듯 황홀한 표정이다.

  “멋지다! 이건 정말 무협지에서만 보던 건데. 사람이 공중에 뜨는 장면이 실제로 나타나다니 꿈만 같아.”

  건너편에서 말소리가 울려나온다.

  “모두, 토해내라. 내가, 전부, 받아주지. 네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병국은 소리가 난 곳을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얼굴이다.

  “너, 넌 뭐지?”

  “당신을 찾아내도록 우리에게 의뢰했던, 자요.”

  남자가 대신 대답한다. 은하는 흥분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낸 채 병국에게로 가 공중에 떠 있는 발 주위를 둘러본다.

  “어떻게 내가 공중에 떠 있는 거죠?”

  “네가, 자주, 해왔던, 거잖아. 사람들, 앞에서.”

  “그, 그렇지만, 그건, 무대장치를 이용한 건데.”

  “이제부턴, 그런 게, 필요 없어.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지.”

  “뭐든지?”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해주지.”

  병국은 공중에 뜬 발이 자신의 것이 맞는지 확인하려 두리번거린다. 몸이 서서히 움직여 땅에 닿는다. 이번에는 그의 등을 향해 빛들이 날아와 등 안으로 들어간다. 점점이 이어지는 것이 안에서 축적될수록 병국의 안색이 퍼렇게 변한다.

  “후욱.”

  숨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상체가 앞으로 숙여진다. 등이 구부러지고 무릎이 꺾여서 얼굴이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다. 남자는 이제 이런 장면에 익숙해졌는지 아무런 미동도 없이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 은하는 병국의 바로 곁에서 어떤 장면도 놓치기 싫어 집중해서 눈을 고정한다. 병국의 신음이 입을 통해 새어나온다. 고통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마치 뜨거운 음식을 삼킨 후 그 기운을 제대로 삭히지 못해 토해내는 동작이다. 빛덩이들의 숫자가 줄어들다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모든 움직임이 멈추고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 병국이 느리게 몸을 일으킨다. 무릎을 펴고 등을 세운다. 달리 변한 건 없어 보이지만 표정은 한층 편안해졌다. 충만함과 자신감이 묘하게 섞여 그 위로 퍼졌다.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죠?”

  “네가, 원했던, 것들. 뭐든지, 할, 수, 있게, 됐어.”

  “원했던 것들? 정말로?”

  병국은 양손바닥을 펴서 내려다본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그럴 수 있다고?”

  은하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진짜에요! 할 수 있게 해준다니까요. 내가 원했던 것들도 모두!”

  병국은 아직 믿기지 않아 얼떨떨한 모습이다. 남자는 말없이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해봐요, 어서! 평생 꿈꿔왔던 게 뭐에요?”

  병국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움직여 옷자락을 거둬 팔꿈치까지 접어 올린다. 맨살이 드러난다. 그 위를 쓸어내리더니 화려한 동작을 취하며 팔을 교차시켰다 펼친다. 밑에서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꽃다발이 손에 쥐어졌다. 옆에 있던 은하가 먼저 탄성을 내지른다.

  “우와! 대단해!”

  “됐다!”

  됐다, 는 말을 꺼내놓고도 믿기지 않는지 들고 있는 꽃다발을 재차 확인한다. 화사한 꽃들이 손 안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럴 수가? 어떻게 된 거지? 분명 팔에 아무런 장치가 없었는데.”

  “말했잖아요. 원하는 그대로 된다니까요.”

  은하는 꽃다발이 신기한지 건드려본다. 병국에겐 그런 은하와 꽃이 너무 황홀한 광경인지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어떤, 것도, 네가, 원하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뭐든지?”

  병국은 자신이 뱉은 말을 곱씹는다. 은하에게 꽃다발을 쥐어주더니 뒤로 물러나 자세를 취한다. 은하는 예기치 못하게 꽃다발을 받고 그것을 엉거주춤 가슴에 모아 쥔다. 주위를 한 바퀴 돌아 그대로 선 자세로 병국이 팔을 힘껏 펼쳤다 원을 그리며 앞으로 휘둘렀다 내린다. 팔이 허리에 닿았을 때 어깨 위로 검은 망토가 걸쳐져서 등 위로 흔들리며 늘어진다. 다음에는 오른팔을 들어 머리 주변을 휘저었다 올리는데 그 손에 검은색 중절모자가 들렸다.

  “어머! 멋지다!”

  은하는 박수를 쳐가며 환호한다. 그 환호성에 병국이 더욱 흥분한다. 손에 들었던 모자를 머리에 눌러쓰고 숨을 한 번 들이킨다. 양손에 망토 끝자락을 말아 쥐고 몸 위로 두른다. 병국의 몸 전체가 망토에 가려진다. 망토에 둘러싸인 몸체가 흐물, 거리더니 밑으로 푹 꺼진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 받쳐주는 것이 없어 망토가 바닥 위로 떨어진다. 남자와 은하가 놀라서 주변을 훑어보는데 멀리 구석에서 고함이 들린다.

  “우와! 된다! 내가 생각한 그대로 이루어져!”

  펄쩍, 뛰어가며 병국이 그쪽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완전히 피가 머리끝까지 솟아서 벌겋게 흥분한 얼굴이다. 머리에 쓴 중절모가 떨어져 내리는 것도 모른 채 몸을 흔들어댄다. 은하는 같이 신이 나서 한 손에 꽃다발을 들고 웃음을 크게 터뜨린다.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남자는 표정이 그다지 밝지 않다. 병국과 은하가 이제 한데 뭉쳐서 소리를 질러가며 껑충껑충 뛰어도 전혀 미동이 없다. 그들을 지나쳐 건너편을 응시한다. 검은 물체가 반복해서 구불거리는 게 보인다. 얼굴이라고 할 만한 게 없으니 표정을 읽을 길이 없다. 그대로 뭔가를 알아내려는지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눈에 가득 담고서.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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