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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El Tango de Lady Evil
작가 : 아사찬빈
작품등록일 : 2020.1.7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피해자의 이야기

 
제53화 <정리>
작성일 : 21-01-28 23:06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3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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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안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조용한 가운데 울려 퍼지는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가 오히려 침묵을 더 무겁게 만들고 있었다.

 

 “의원님, 여기.”

 

 강 팀장이 들고 있는 찻판 위에는 따뜻한 유자차가 있었다. 성혁은 고갯짓으로 침대 위에 이불에 둘둘 말린 유진을 가리켰다. 강팀장은 침대 옆의 협탁에 유자차를 내려 놓았다. 유진은 콜록거리는 기침을 애써 삼키며 두 손으로 찻잔을 들어 호로록 한 모금 들이마셨다.

 

 “뭐 나온 거 있나?”

 “아뇨, 아직.”

 “확인되는 대로 보고해.”

 “네.”

 

 강 팀장이 물러나자 성혁은 다시 유진을 빤히 노려봤다.

 유진은 일부러 더 눈을 내리 깔았다. 모든 감각이 성혁에게 집중되어 있었지만, 절대 티내고 싶지 않았다. 성혁의 심기 따위 전혀 관심 없는 척, 이 조용한 시간이 지루한 척,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며 그 시선을 피했다.

 

 “내가 널 어떡하면 좋겠니?”

 

 성혁이 긴 한숨과 함께 질문을 던졌다.

 

 “반항을 하려면 정말 제대로 반항을 하든가. 막 나가려면 작정하고 막 나가든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괜히 변죽만 울려대면서 뭐 하자는 거야?”

 

 사실 유진도 반항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다. 문제는 반항이란 것도 재능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다못해 소리를 한 번 버럭 지르려고 해도 상당한 용기와 참신한 아이디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유진에 대한 수연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늘 착하고, 자아도 없고, 생각도 없는 아이. 여기까지 생각하자 갑자기 밀려오는 자괴감에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푸욱 내쉬고 말았다.

 

 짜증 섞인 표정으로 한 마디를 더하려던 성혁이 그를 보고는 도로 말을 삼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애는 애였다. 심지어 유진은 지난 15년 동안 온전히 경자와 성혁의 영향력 아래에서 자랐다. 그러니 오죽 하겠는가? 유진이 무슨 일을 하든 자신들의 손바닥 위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변죽 울린 거 아닌데요.”

 “뭐?”

 “그냥 생각 없이 아무데나 간 건데 하필이면 거기였던 거예요.”

 “생각 없이 아무데나 간 곳이 하필 거기라고? 그 찾기도 힘든 곳을?”

 “귀신이 이끌어줘서요.”

 

 성혁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하지만 유진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 뿐이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는가?

 

 

 

 어두컴컴한 다락방에 유진이 있었던 시간은 짧지 않았다. 하지만 아래층에서 발소리와 부스럭 거리는 소리, 쿵쾅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와 긴장을 풀 수도 없었다. 그래서 더 예민해졌던 탓일까? 유진에게도 한기가 들기 시작했다. 진짜 추운 건지, 아니면 여기 어딘가에도 귀신들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는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다락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들려왔다. 그런데 발소리가 하나가 아니었다. 설마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나와도 돼.”

 

 다행히 들려오는 목소리는 수연의 것이었다. 유진은 얼른 문을 열고 밑으로 내려왔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있었다.

 의문에 찬 눈으로 유진이 수연을 바라봤다. 그러나 수연은 그런 유진의 시선을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네가 신경 쓸 일은 아니야. 궁금해 할 거 없어.”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는 것이다. 유진은 수연의 어깨 너머, 1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바라봤다. 분명 그곳에서는 어떠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특히 유진이 익히 겪어왔던 어떤 기운이. 단언컨대, 흉사였다.

 

 “그럼 안 변호사님. 부탁 드려요.”

 

 안 변호사라 불린 남자가 유진의 앞에 섰다. 유진을 그 남자에게 맡긴 채, 수연은 어느 새 1층으로 내려가고 없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는데, 데려다 주마.”

 

 유진이 대답할 겨를도 없이 안 변호사가 유진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런데 방향이 달랐다.

 

 “계단은 저 쪽 아닌가요?”

 “아... 주차장으로 가려면 뒷문이 더 빨라.”

 

 알 수 없는 이유를 대며 안 변호사는 유진을 좁은 비상구 계단을 통해 데리고 나왔다. 그곳에도 작은 문이 있었다. 문 밖은 바로 길가였다.

 

 “내 차는 밖에 세워 둬서.”

 

 사람이 다니지 않는 넓은 골목길에는 간간히 주차된 차들이 보였다. 안 변호사는 그 중 한 차를 향해 갔다. 무슨 상황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밖으로 나오게 된 유진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검은 세단 한 대가 골목길을 스르륵 지나가다가 멈췄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유진에게 익숙한 사람이 나왔다. 성혁이었다.

 

 “유진아?”

 

 성혁이 유진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유진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너... 여기서 뭐하는 거니?”

 “그게...”

 

 성혁의 표정은 유진이 지난 15년 동안 겪어왔던 것 중 가장 살벌하고 가장 무서웠다.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질 치게 된 건, 일종의 보호본능 같은 것이었다. 지금 저 표정의 성혁이라면 정말... 자신을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유진이 더욱 움츠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만약 그렇게 죽음을 당하게 된다면 그 죽음은 결코 자신이 생각했던 것만큼 숭고하거나 존엄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유진을 노려보던 성혁이 유진의 팔을 강하게 낚아채서는 차로 끌고 갔다. 자신을 잡아끄는 갑작스러운 힘에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도 여러 번, 어쩌다 보니 유진은 세단 뒷좌석에 내팽개쳐지게 되었다.

 

 “당신 뭡니까?”

 

 차에 시동을 걸다 그 상황을 보게 된 안 변호사가 급하게 달려왔다. 성혁은 그를 무시하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러나 안 변호사의 집착도 만만치 않았다.

 

 “인성혁 의원님!”

 

 골목가에 큰 소리로 울려 펴진 자신의 이름에 성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 아이가 미성년자의 신분은 벗어났지만, 이렇게 무력으로 데려가는 건 엄연한 납치에 해당합니다. 가족관계 아니시잖아요?”

 “그쪽이야 말로 관련 없는 것 같은데.”

 “착한 사마리아인은 누구든 될 수 있죠.”

 

 성혁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뒷좌석의 문을 활짝 젖혔다. 겨우 자세를 잡으며 앉은 유진의 눈이 안 변호사와 마주쳤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혹해하던 유진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요. 저 가보겠습니다.”

 

 고개를 꾸벅이며 인사하는 유진의 모습에 성혁이 보란 듯이 안 변호사를 바라봤다. 그 모습에 안 변호사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본가로까지 오는 길은 숨이 막힐 듯 정적이 흘렀다. 하필 그 시점에 성혁이 그 골목을 지나갔던 게 우연일까?

 

 겨우 풀리는 듯 했던 긴장감이 다시 밀려들었다. 거기가 도현의 집에서 느꼈던 한기가 계속 유진에게 붙어있는 듯했다. 결국 이곳에 도착할 때 즈음 유진의 몸은 열이 잔뜩 올라서는 한기로 벌벌 떨리기 시작하고 말았다.

 

 

 

 아까 먹은 해열제의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걸까? 유진은 점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오히려 열은 더 오르는 느낌이었다.

 

 “생각도, 예의도, 최소한의 눈치도 갖다 버리고 제멋대로 천방지축 날뛰는 녀석을 내가 계속 봐줘야 하니?”

 

 잔뜩 짜증이 오른 성혁이 꽤나 적나라한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유진은 어떤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몸이 주체할 수도 없을 만큼 덜덜 떨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진아? 괜찮니?”

 

 그 모습에 사뭇 놀란 성혁이 몸을 일으켰다.

 

 “괜찮은... 거... 가, 같아요...... 아저... 좀 자... 잘게..”

 

 유진은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한 채 더듬거리며,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누웠다.

 그때, 강 팀장이 들어왔다.

 

 “의원님.”

 “뭐야?”

 

 강 팀장이 성혁의 귀에 뭔가를 속삭였다. 성혁의 눈이 점점 커졌다.

 

 “그게 말이 되나. 다시 알아봐.”

 “하지만 분명하답니다.”

 “허 참... 명도 질긴 놈이네. 원장한테 전화 해 봐.”

 

 짜증 섞인 성혁의 명령에 강 팀장이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때였다.

 

 “전화... 소용 없... 을 텐데.”

 

 유진이었다.

 

 뜬금없는 소리에 성혁이 의아한 눈으로 유진을 바라봤다.

 유진은 여전히 덜덜 떨면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말을 이어갔다.

 

 “죽은... 거 맞아요... 확인... 안 해도...”

 

 그리고는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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